비상계엄령이 선포중인 지난해 12월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 국회의원, 보좌진, 취재진 등이 대기하고 있다. 2024.12.04./뉴시스
비상계엄령이 선포중인 지난해 12월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 국회의원, 보좌진, 취재진 등이 대기하고 있다. 2024.12.04./뉴시스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 내란특검: 국회사무처 압수수색·조태용 입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21일 오후 국회사무처를 압수수색 중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국회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 관련 자료 제출을 받기 위한 강제 수사에 착수했으며 국회사무처 압수수색은 이번이 처음이다.

압수수색영장에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피의자로 적시됐다. 특검은 윤석열 측 요청을 받은 추경호가 의원총회 장소를 국회→여의도 당사→국회 예결위원회 회의장→여의도 당사로 잇따라 바꿔 다수 의원의 계엄 해제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특검은 추경호가 계엄 선포 직후 밤 11시경 홍철호 전 정무수석, 11시 12분 한덕수 전 국무총리, 11시 22분 윤석열과 잇따라 통화했다고 파악했다. 또 추경호는 계엄군이 국회 본청에 투입된 상황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두 차례 통화하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여할 시간을 달라'고 본회의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계엄 해제 요구안은 4일 오전 0시 47분 열린 본회의에서 300명 중 190명이 참석해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18명만 표결에 참여했고 지도부 일부는 본청에 있었으나 본회의에는 불참했다. 특검은 불참 사유를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특검은 국민의힘 의원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지난 2023년 10월 28일부터 계엄 이후인 12월 15일까지 약 두 달 치 대화 내역이 삭제된 사실도 확인했다. 국민의힘 측은 '일주일마다 전체 삭제 기능이 자동 설정된 실수'라고 해명한 바 있다.

또 특검은 경찰 수사와 병행해 윤석열 측이 보수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신혜식 대표에게 체포영장 집행 저지 등을 주문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신 대표 휴대폰 포렌식 과정에서 성삼영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윤석열 측 법률대리인단 소속 석동현 변호사가 윤석열 체포·구속영장 청구 시점 전후 여러 차례 연락한 정황이 포착됐다. 특검은 경찰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필요할 경우 자료를 이첩받을 방침이다.

'경향신문'의 단독취재에 따르면, 특검은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국정원법 제15조는 '국가안전보장 중대한 상황 발생 시 지체 없이 대통령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특검은 불법계엄이 해당 상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팀(이명현 특별검사) 사무실에 조사를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 특검팀(이명현 특별검사) 사무실에 조사를 받기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검은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계엄 선포 당일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태용 전 원장은 경찰 조사에서 "비상계엄을 최초 인지한 시점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 50분, 대통령실 집무실 도착 때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특검은 조 전 원장이 위증을 했다고 보고 있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12월 5일 조태용으로부터 대통령의 경질 지시를 전달받아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다음날 조태용 전 원장이 사직서를 반려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 전 원장은 탄핵심판에서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홍 전 차장 교체를 건의했을 뿐, 사직서를 반려한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또 조태용 전 원장이 홍 전 차장으로부터 '윤석열이 국군방첩사령부와 협조해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증언한 것도 허위라고 본다. 대통령실 CCTV 영상 분석 결과 조태용이 지난 12월 3일 집무실을 나설 때 챙긴 문건에 '정치인 체포 협조' 등 국정원 임무가 적혀 있었을 것으로 특검은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조태용 전 원장이 계엄 직후 대통령경호처에 저장된 윤석열과 홍장원의 비화폰 통화 기록 원격 삭제에 관여한 혐의도 수사 중이다. 지난달 조 전 원장의 자택 압수수색과 홍 전 차장 참고인 조사에 이어 곧 소환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특검은 박상우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는 한덕수 전 총리의 역할 확인을 위한 절차다. 특검은 한덕수가 비상계엄 정당성 확보를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고, 계엄 선포문이 사후에 작성·폐기됐으며 관련해 거짓 진술을 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덕수 전 총라는 윤석열의 제1보좌기관이자 국무회의 부의장임에도 국가·헌법 수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특검은 19일부터 20일 새벽까지 16시간 넘게 한덕수 전 총리를 조사했고 오는 22일 오전 9시 30분에 추가 소환을 예고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조사가 끝나야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 김건희 특검: 김건희 접견 중 '한동훈'·'오죽하면 계엄을' 발언 논란·삼부토건 의혹 수사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건희 측은 21일 신평 변호사가 무단 접견 후 발언을 왜곡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신 변호사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관련해 "배신하지 않았다면 무한한 영광이 기다렸을 것 아니냐"는 말을 김건희가 했다고 주장했으나, 김건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김건희의 법률대리인인 유정화 변호인은 "선임되지도 않은 신평이 기자 요청으로 접견하고 상상을 덧씌워 발언을 왜곡했다"며 "재판에 돌이킬 수 없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건희는 "처음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보냈나 추측했으나 질문이 계속되면서 이상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신평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난 19일 서울남부구치소에서 김건희와 약 50분간 접견한 내용을 전했다. 이어 YTN 라디오에 출연해선 김건희가 "한동훈이 어쩌면 그럴 수 있었겠느냐", "오죽했으면 남편이 계엄을 했겠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날 채널A 유튜브에서도 "정권 초반 인사는 장제원이 거의 다 했고, 그 때문에 혼선이 빚어졌다",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의 6000만 원대 목걸이 선물 사건은 김건희가 '이재명 정권과 손잡고 우리를 죽이려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건희 특검이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웰바이오텍 등을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21일 서울 강남구 웰바이오텍 사무실에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건희 특검이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웰바이오텍 등을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21일 서울 강남구 웰바이오텍 사무실에 관계자가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같은 날 특검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으로 웰바이오텍 등 10곳을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MOU 체결 사실을 홍보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고 웰바이오텍이 전환사채 발행으로 수백억 차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주가는 지난 2023년 5월 1000원대에서 두 달 만에 5500원까지 뛰었다. 잠적 중인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은 공개수배됐다.

또한 '통일교 청탁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성배(건진법사)는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했다. 전성배 씨는 "본인 때문에 여러 사람이 고초를 겪어 구속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법원은 제출된 기록만으로 심사를 진행해 21일 오후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전성배는 2022년 4~8월 통일교로부터 목걸이·샤넬백 등을 받아 김건희에게 전달했다는 혐의, 공천 청탁 자금 수수 의혹, 2023년 3월 권성동 당대표 선거에서 통일교 신도를 조직적으로 입당시킨 의혹도 받고 있다. 그는 "물품은 받았지만 김건희에게 전달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해 왔다. 특검은 구속 시 김건희와 대질신문을 검토할 예정이다.

김건희는 이날 구속 후 세 번째 소환조사에 출석했다. 그는 전날 건강 문제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해 하루 연기했으며 이날 오후 1시 17분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도착해 2시부터 조사를 받았다. 이번 조사는 건진법사·통일교 청탁 의혹이 중심이다. 앞서 공천개입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조사에서는 대부분 진술을 거부했다. 특검은 구속 기간을 31일까지 연장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날 특검은 김건희 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도 참고인으로 불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조사했다.

한편 민주당은 윤석열 측이 특검을 직권남용·독직폭행 혐의로 고발한 것에 대해 "수사 회피를 위한 꼼수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은 지난달 말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 관련 두 차례 소환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됐으나 1일과 7일 서울구치소에서 속옷 차림으로 물리적 저항을 해 집행이 무산됐다. 민주당은 "부창부수다. 김건희도 진술 거부와 선택적 답변으로 수사를 방해한다"고 꼬집었다.

◆ 채상병 특검: 수사기간 30일 연장…윗선 수사 속도

정민영 순직 해병 특검팀 특검보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 해병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07.07./사진= 뉴시스
정민영 순직 해병 특검팀 특검보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 해병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07.07./사진= 뉴시스

순직해병 사건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검은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해 9월 29일까지로 늘렸다. 특검법상 준비기간 20일 후 60일 내 수사를 마쳐야 하며 30일씩 최대 두 차례 연장 가능하다. 이번이 1차 연장으로, 특검은 다음 주 대통령과 국회에 연장 사유를 서면 보고할 예정이다.

특검은 지난 7월 2일 공식 수사를 개시해 당초 8월 30일이 종료 예정일이었다. 지금까지 절반가량 진행됐으며 구속자가 없는 상황에서 장·차관 등 윗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바 있다.

특검은 이날 '멋쟁해병' 대화방 구명 로비 의혹을 제보한 이관형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는 이후 '제보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멋쟁해병 구성원 대변 역할을 해왔다. 특검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휴대전화·메모 등을 토대로 진위를 확인할 예정이다.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도 이날 세 번째로 소환돼 직권남용 혐의 조사를 받았다. 그는 18일과 19일 각각 10시간 넘게 고강도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특검은 이어 22일 오후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에 대한 7차 조사를 진행한다.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은 추가 조사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결과를 보고 윤석열이 격노했으며 자신은 이종섭 전 장관·신범철 전 차관·박진희 전 군사보좌관·김계환 전 사령관에게 전화로 이를 설명했다"고 진술했다. 특검은 2023년 7월 31일 수석비서관회의 참석자들을 소환해 'VIP 격노설'의 실체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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