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로운넷 = 조은결 기자
지난 26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일제시대 선조들 국적은 일본"이라는 막말 발언에 약 13시간 만에 파행됐다. 이에 야당에선 김문수 후보를 두고 "최악의 구제불능 반국가 인사"가 될 것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당시 청문회에서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문수 후보자의 "1919년은 일제 식민지 시대인데 무슨 나라가 있느냐"라고 했던 과거 발언에 대해 묻자 그는 "같은 생각이다"라고 답변했다. 박홍배 의원이 "그러면 제 부모님, 후보자의 부모님, 일제 치하의 국적이 일본이냐?"라고 질문하자 김문수 후보자는 "일본이지 그걸 모르는 거냐"라고 반문해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가 헌법 전문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결국 안호영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일제시대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었고, 일제의 강점은 불법지배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이고,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에서도 인정한 사실"이라며 "후보자가 다른 시각에서 말씀하고 있어 역사인식과 국가관에 의문이 든다"며 청문회를 중단시켰다. 1시간 반 뒤 속개된 회의에서 김주영 환경노동위원휘 민주당 간사는 김주영 환노위 야당 간사는 "후보자는 명확하게 우리 헌법 전문에 담겨있는 역사성을 부정하는 답변을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청문회를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하며 야당 의원들과 청문회장을 떠났다.
◆ 박찬대 "김문수, 최악의 구제불능 반국가 인사"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문수 후보를 두고 "윤석열 정권 들어 최악의 인사 참사이자 최악의 구제불능 반국가 인사를 뽑자면 김 후보자가 꼽힐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언급한 발언을 말하며 "경악스럽고 분노가 치밀 수밖에 없는 장면의 연속이었다"며 "현재까지 계속되는 김 후보자의 반민주주의, 반국민, 반국가, 극우친일 뉴라이트 본색에 극한 망언들"이라고 분노했다.
박 원내대표는 "어떻게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대한민국 국무위원 자리에 앉히겠다고 하는 것인지 정상적인 국민은 대통령의 발상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노조가 자살특공대를 만들어 투쟁한다, 불법 파업에는 손해배상 폭탄이 특효약이다 등의 반노동 저주를 퍼붓는 사람을 노동부 장관 후보로 지명한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의원들은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역사 인식도 부재한 김 후보자가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망언을 뱉어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선조들은 일본 국민임을 거부하고 피흘리며 싸웠는데 어찌 그 후손들이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들을 일본 국민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대법원도 일본의 불법지배를 분명히하고 강제동원과 위안부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의 역사인식과 맞닿아 있는 반국가적, 반역사적, 반헌법적 인사인 김 후보자에게는 미관말직도 맡길 수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한 후보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 김문수 "세월호는 죽음의 굿판, 쌍용차 노조는 자살 특공대, 제주4.3은 폭동"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막말' 파문은 일제시대 선조들에게만 향하지 않았다. 그는 과거 세월호 추모를 '죽음의 굿판'이라고 지칭했고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들의 투쟁을 '자살특공대'라고 발언했다. 제주 4.3 사건에 대해선 '폭동'이라고 했다.
이에 26일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과거 발언들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응하지 않았다.
'세월호 죽음의 굿판'에 대해선 "저로서는 세월호가 매우 잘못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자리가 청문회라고 해서 강제로 사과를 요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쌍용차 노조에 대해 '자살 특공대'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제가 기억하기로 그분들이 '우리는 자살을 하면서도 진압을 막겠다'고 했는데, 그런 말을 한 적이 전혀 없는데 그랬다면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며 "본인들이 말하지 않은 것을 제가 그렇게 얘기했다면 그것은 문제가 있다"고 사과했다.
제주 4.3 사건에 대해선 "대한민국 건국을 위한 제헌 국회의원 선출을 위한 선거를 거부하고 건국 자체를 부정한 폭동"이라며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김문수 후보자는 청문회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탄핵은 잘못됐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재평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과 같은 학년에 나이도 같고 같이 쭉 살았기 때문에 그분이 뇌물죄로 구속된다면 저도 뇌물죄다. 그분은 정말 뇌물도 알지 못하고 받을 사람도 아니다"라고 옹호했다.
역사적 인식의 부재와 민감한 사안에 대한 무책임한 발언들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김문수 후보자가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자질이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