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선거 수원정에 출마한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사진 왼쪽)와 이수정 국민의 힘 후보가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자료사진=뉴시스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수원정에 출마한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사진 왼쪽)와 이수정 국민의 힘 후보가 시민들에게 인사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자료사진=뉴시스

이로운넷 = 남기창 기자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경기 수원정 후보의 '김활란 이화여대 총장 이대생 미군 성 상납' 발언이 역사 논쟁으로 재점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총선 막바지에 불거진 이른바 대파논쟁에 이은 김활란의 과거 행적을 두고 정치권은 물론 이화여대 졸업생들 간에도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대파논쟁의 아버지는 尹이고 어머니는 국민의힘 이수정 후보'라는 풍자도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대파가 총선의 이슈가 되자 이를 잠재우려 여권은 김준혁 후보의 과거를 들춰내 일부 발언들만을 왜곡해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김활란 이대 초대 총장이 학생들을 미군에 성상납을 했다는 보도내용에 대해 민주진영을 향해 비분강개해온 전여옥 씨는 자신이 "이대나온 여자"라며 이대에서 김준혁 후보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는 김활란 초대총장의 친일행위에 대한 역사적 재조명으로 비화되는 형국이다. 한쪽에선 '김활란의 악행과 결별하자'고 했고 또 다른 쪽에선 '김준혁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화여대 동문들이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김활란의 친일-반여성 행각을 직시하며 역사 앞에 당당한 이화인을 바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4.08./뉴시스
이화여대 동문들이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김활란의 친일-반여성 행각을 직시하며 역사 앞에 당당한 이화인을 바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4.08./뉴시스

이화인들 "김활란 악행과 결별, 역사 앞에 당당하고 싶다…우리가 심판" 동문 438명 서명

"진정으로 이화의 역사에 부끄러운 일은 무엇인가. 김활란의 악행을 덮고 초대 총장이라 칭송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화의 얼굴에 먹칠하는 뻔뻔스럽고 치욕스러운 일일 것이다."

이화여대 재학·졸업생으로 구성된 '역사 앞에 당당한 이화를 바라는 이화인 일동' 9명은 8일 오후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활란은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공인된 친일반민족행위자다. 이화여대의 진정한 자부심과 자긍심은 김활란의 잘못을 규명하고 그의 악행과 결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김준혁 후보의 '김활란 이화여대 총장 이대생 미군 성 상납' 발언의 문제점과 별개로 김활란의 친일 행적이 은폐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회견 뒤 김활란 동상 사진에 '김활란의 친일 반여성 행위 이화인이 심판하자'는 내용이 적힌 손 팻말을 붙이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이들은 성명에서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김준혁 후보가 한 김활란, 낙랑클럽 발언을 문제 삼아 정치적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전투표를 이화여대 앞에서 하는 쇼까지 했다."면서 "이화여대를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인 일동 공동 성명에는 8일 오후 12시 30분 기준 이화여대 동문 438명이 동참 서명을 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이들은 "김활란은 일본군 징집을 칭송하며 조선인을 전장으로 내몰았다."면서 "이화여대 학생들까지도 '황국 여성으로서 다시없는 특전'이라며 애국자녀단에 가입시켰고, 애국자녀단은 전쟁터에 나가 '정신대'가 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방 후 김활란은 모윤숙과 함께 낙랑클럽을 만들어 한국 여성들이 미국 고위 관료와 미군 장교들을 접대하게 했다"면서 "그럼에도 이화여대 초대 총장이라는 감투를 쓰고 여성 선각자인 양 포장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화여대 민주동우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김활란 초대 총장의 반민족 친일행위를 감추거나 왜곡하며 정치 선동 도구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화여대 총동창회와 학교 측이 김 후보 발언에 대응하면서 김활란 초대 총장의 일제 및 미군정 시기 친일·친미 행적조차 부인하며 '이화인'이라는 이름으로 김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을 보고 우려와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후보의 발언과 그를 옹호하는 무리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들은 "김 후보의 행위를 옹호하며 그의 발언에 충격과 분노를 느끼는 이화인을 조롱하고 멸시하며 총선 국면의 정쟁 소재로 삼는 상황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면서 "김 후보가 보여준 여성혐오적 발언과 태도를 옹호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준혁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김준혁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이화여대 동문들 "'성상납 발언' 김준혁 후보 사퇴해야"..김준혁 "깊이 사과"

이와 반대로 앞서 김준혁 후보의 '미군 성상납' 발언 논란과 관련해 이화여대 동문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캠퍼스 대강당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고 김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역사와 진실을 왜곡하고 이화의 참된 가치를 훼손한 김준혁 후보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한다", "김준혁 후보는 사퇴로서 사죄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손팻말을 들고 항의 구호를 외쳤다.

이명경 총동창회장은 김 후보가 SNS에 올린 사과문에 대해 "여론이 악화하고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한 우려로 당이 사과를 권고하자 입장문을 게시했다"며 "진정성이 있는 사과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발단은 김준혁 후보가 지난 2022년 8월 유튜브 채널 '김용민TV'에서 "종군 위안부를 보내는 그런 것에 큰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김활란"이라며 "미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들에게 성 상납시키고 그랬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불렀다.

이에 총동창회는 "김 후보의 발언은 이화의 역사를 폄하했을 뿐 아니라 재학생과 동창생 모두에게 극심한 모욕감을 안겨주었다"며 "김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총학생회도 김 후보 발언에 대해 "이화의 구성원에게 모욕과 상처를 준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 비판하면서 "앞으로 이화여대에 대한 부적절한 내용으로 정쟁을 확산시키는 일을 만들지 않기를 요구한다"고 입장을 냈다.

논란이 일자 김 후보 측은 "앞뒤 맥락 없이 자극적인 부분만 편집한 거"라며 근거 논문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 근거가 빈약할뿐더러 표현도 왜곡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이화여대는 검증되지 않은 자료와 억측으로 학교와 구성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민주당 김민석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과거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해당 학교와 구성원들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했고 결국 김준혁 후보는 본인의 SNS를 통해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김 후보는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이대 재학생과 교직원, 동문의 자긍심에 상처를 입힌 점에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낙랑클럽 회원들./온라인커뮤니티
낙랑클럽 회원들./온라인커뮤니티

낙랑클럽과 김활란 모윤숙…역사적 사실 톺아보기

낙랑클럽은 외국인 대상으로 6.25 전쟁 시대에 존재했던 고급 사교클럽이다. 이승만의 지시로 김활란과 모윤숙이 6.25 전쟁이 지속 중이던 시기 1951년에 만들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미군정기에 설립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낙랑클럽에 소속된 인물 중 하나가 김수임인데 김수임은 6.25 전쟁 직전에 리강국 사건으로 총살되었기 때문이다. 미군 CIC 보고서에 의하면 낙랑클럽의 설립 시기는 1948년에서 1949년으로 추정된다.

낙랑 클럽의 자세한 실체는 90년대 중반 중앙일보가 미국 국립문서보관소가 비밀해제한 문서에서 발견해 폭로하면서 널리 알려졌는데 당시 한국에 주둔하던 미군의 정보기관인 CIC가 작성한 비밀 문서에 기록된 이 단체의 실체는 다음과 같다.

"낙랑클럽은 서울에 거주하는 여성들에 의해 48년이나 49년께 사회단체로 조직됐다. 이 단체의 목적은 외국귀빈, 한국정부 고위관리 및 미군장성, 주한 외교사절 등을 접대하기 위한 것이다.

이 단체의 회원은 한국의 일류 여대를 졸업한 교육받은 여성들에 주로 국한됐다. 이들은 대개 영어를 할줄 아는 매력적인 여성들로 교양있는 호스티스였다. 특히 부산 피난 시절에는 송도(松島) 돌산 위에 세워진 '시 사이드 맨션' 등이 파티장으로 이용됐다.

낙랑클럽 회원들은 기혼, 미혼, 무직, 직업 여성등 다양한 인적구성을 보이고 있으며, 초기에는 회원수가 1 50명에 달했다. 외국인 접대행위는 몇몇의 경우 외국인의 정부(情婦)가 되는 일로 발전되기도 했다. 실례로 낙랑클럽 조직 구성에 참여했던 한 여성은 부산지역에 주둔하고 있던 미군 영관급 장교의 정부(情婦) 노릇을 했다."

문제의 역사적 사건에 등장하는 낙랑클럽은 현재 서울 중구에 자리했었다. 명동 28호텔은 과거 증권회관이었고 그 이전의 소유자는 낙랑클럽 대표인 모윤숙이고 명동의 터 가운데 많은 곳이 낙랑클럽에서 활동한 사람들이 이승만 정권에서 특혜를 받아 소유했다.

낙랑클럽의 총재는 김활란이고 대표는 모윤숙이고 구성원은 소수의 숙명과 다수의 이화출신이었다. 수많은 방계자료들이 있기에 이는 사실이라고 믿어도 된다는 게 김준혁 후보를  포함 역사학자들의 전언이다.

미국의 공식 문서로 교차검증을 해 보면 당시 여대생들이 미군을 접대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미군 산하 방첩기관 CIC가 작성한 문건에서 영어가 능통한 고학력자 여성을 모집해 국내외 유력자들을 상대로 로비활동부터 유력자들에게 접대를 통해 정보를 빼내오는 등 고급 호스티스 단체로 간주했던 부분이 존재한다.

이 문서가 해금 된 후 중앙일보에서 1995년에 특종으로 보도한 부분에 따르면 "이승만 정부 외교 사절, 미군 등에 낙랑클럽 이용해 정보 빼냈다". 낙랑클럽은 이화여대 등 당시 명문 여대생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조직이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낙랑클럽은 48년께 시인이자 정치인이였던 모윤숙의 주도로 결성돼 국내 모 여대 출신의 용모단정한 영어가능자 150여 명을 회원으로 두고 주로 주한외교사절, 미국 고위관리, 미군 고위 장성 등을 위한 접대행위를 했으며, 이 과정에서 얻은 정보들을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 측과의 협상에 이용되었다고 전해진다. CIC 보고서에는  유흥업소를 강하게 연상시키기도 한다. 

일부 보수매체들을 중심으로 김준혁 후보가 과거 유튜브에서 말한 것이 근거 없이 한 것처럼 보도하지만 김 후보가 이런 논쟁이 이번 총선에 악역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해 적극 소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학자인 김후보는 김활란 모윤숙의 친일행적에 대해 더 많은 자료를 갖고 이야기 했을 것으로도 추정된다. 이 논란은 김 후보가 총선 이후 이슈로 제기할 수도 있어 보인다.

이승만 정부가 남쪽에서 단독으로 설립되자 당시 많은 사람의 입에서는 '건국의 아버지는 인도 외교관 크리슈나 메논이고 건국의 어머니는 모윤숙이다'라고 회자됐다.

남북 통합정부를 선호한 유엔 한국위원단 단장인 메논이 입장을 바꾸어 1948년 3월 12일 남 단독정부안에 표를 던지면서 4대 2의 찬성표로 남한 단독정부안이 통과된 것이 메논에게 로비한 모윤숙의 로비결과물이었다.

모윤숙 스스로가 신동아 1983년 2월호 인터뷰에서 '만일 나와 메논 단장과의 우정 관계가 없었더라면 단독 선거는 없었을 것이며, 따라서 이승만 박사가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에 계셨다는 것도 생각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라고 말했다.

메논 자신도 그의 자서전에 "외교관으로 있던 오랜 기간 동안 나의 이성(reason)이 심정(하트)에 의해 흔들렸다는 것은 내가 유엔 조선 임시 위원단 단장으로 있던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1974년 영국에서 발간된 자서전에서 "나의 심정을 흔들었던 여성은 한국의 유명한 여류 시인 매리언 모(모윤숙)였다."고 밝혔다. 

이런 로비의 효력을 알게 된 이승만과 김활란 모윤숙은 영어가 가능했기에 미 군정청에 있는 장교와 외교관들을 연결해 파티를 열고 개인 관계를 유도해서 이승만이 원하는 방향으로 미 군정청이 정책을 갖도록 했을 수 있다.

펜클럽 회장을 했던 문인 전숙희 회장은 낙랑클럽의 핵심그룹과 친밀했고 모든 과정을 알고 있었다. 전회장은 '사랑이 그녀를 쏘았다'라는 책에서 낙랑클럽이 매춘이 허용된 고급 사교클럽이라고 하기도 했다.

책 내용에 따르면 클럽의 주 회원은 미 군정청의 실력자들인 고급 장교와 각국 외교관과 유엔 산하 각종 단체장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화 출신으로 이들 중에는 장관급에 오른 주요 정치인의 부인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고 적혀 있다.

이번 4·10총선이 김준혁 후보발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 총장의 과거 행적에 대해 재조명되는 계기가 될지 지켜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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