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11차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직후 노란봉투법(노조법 2, 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사진=뉴시스)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11차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직후 노란봉투법(노조법 2, 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사진=뉴시스)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개념을 더 확대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합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2·3조 개정안을 말하는 해당 법안은 2014년 법원이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에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자 시민들이 이를 돕기 위해 성금을 모아 노란 봉투에 전달하면서 '노란봉투법'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노란봉투법 갈등의 핵심은 2조와 3조로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 범위를 원청업체 등으로 넓히고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제한하는 내용이다.재계는 이에 대해 "불법 파업으로 산업현장이 일대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반발했고, 노동계는 "헌법 정신의 실현"이라며 환영 입장을 보였다. 노동계와 재계의 반응이 엇갈리며 이제 공은 거부권을 가진 대통령에게 넘어간다.

정의당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거리현수막(사진=정의당 홈페이지)
정의당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거리현수막(사진=정의당 홈페이지)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해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사용자의 범위가 모호해 하나의 원청이 수백 개의 하청 노조와 교섭을 해야 할 수 있다. 쟁의행위의 대상도 기업의 투자 결정이나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등으로 확대돼 사용자의 경영권을 침해할 여지도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대한상공회의소(상의) 등 경제 단체는 벌써부터 이 같은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지난 9일 이들 단체는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에 대해 일제히 "산업현장 혼란과 국내외 기업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노란봉투법이 발효되면 "원·하청 간 산업생태계가 붕괴하고,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어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계는 또 "노동쟁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노사 간 갈등이 심화해 파업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며 "손해배상책임 개별화로 노조가 불법 파업을 하더라도 사용자는 사실상 손해배상의 청구가 어렵게 돼 기업의 재산권 침해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계는 환영의 뜻을 분명히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모든 노동자의 바람이 국회를 통과했다"며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하청 비정규직을 비롯한 모든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을 지키는 법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삼권을 명시한 헌법 정신을 실현한 것으로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역사의 진전"이라고 덧붙였다.

민노총은 9일 성명을 내고 “노동자는 노동조건의 향상을 위해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며 "정부여당이 해야 할 것은 노조법 개정 저지가 아니다. 오늘도 정치와 제도가 외면하며 무너지고 있는 노동자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고자 분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귀 담아듣는 것이 정부여당의 책임이며 의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여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즉각 공포하고 시행하라"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수요 집중선전전 현수막(사진=민노총 홈페이지 캡처)

한편, 한덕수 총리는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6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어제 국회에서 야당은 여당과 충분한 협의 없이 우리의 경제와 국민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며 "민생과 거리가 있는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안건들이 충분한 숙의 없이 처리되는 상황이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정부ㆍ재계와 노동계의 입장이 엇갈리며 이제 공은 거부권을 가진 윤석열 대통령으로 옮겨가게 됐다. 경총과 한경협, 상의 등 경제 6개 단체는 오는 13일 오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반대로 노조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 대통령 퇴진 운동 등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온 법안이 다시 가결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해당 법안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이에 노란봉투법을 둘러싸고 경제계를 포함한 정치·사회적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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