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에 애정을 갖고 일하는 청년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일의 의미'를 찾는 청년들이 모여서 고민을 나누기 시작했다. 중간지원조직,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분야도 다르고 연차도 다른 청년들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내친 김에 사회적경제에 대한 의문을 담아 '왜요레터'를 발행하기로 했다. 오는 12월까지 매월 마지막주 일요일 노동환경, 전문성, 일의 진행 방식, 젠더, 정치 등을 주제로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을 이야기 할 예정이다. <이로운넷>은 이들 청년의 고민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옛날 사경, 요즘 청년] 코너를 마련했다. 날것의 싱싱함을 유지하기 위해 익명을 택했다. 다소 거칠지만 솔직하고 생생한 청년들의 대화를 살짝 엿볼 수 있다. 대화 전문을 보려면 '왜요레터'를 신청(클릭)하면 된다.

❓카롱 : 정책과 정치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의 참여라고 생각함. 그러나 사회적경제의 정책과 정치는 그런 부분들은 감안하고 있지 않아 아쉬움을 느낌. 다양한 구성원들이 필요성을 이해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

❓지지 : 참여했던 사업에 감사를 당한 경험이 있음. 또 만들던 이미 만들었던 사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직감 중. 조직 내 의사결정 구조 경직이 정책과 정치에 대한 세대간 단절을 만드는 이유 중 하나로 판단하고 있음.

❓지니 : 정치적 변화로 사업들이 사라지는 것들을 보며 회의감을 느끼는 지인들이 많았음. 뚜렷한 정체성 없이 사회적경제가 정치와 정책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음. 
❓슈슈 : 사회적경제에 거는 기대가 큼. 특히나 협동조합 덕후. 더해 10여년의 사회적경제 경력을 자랑하지만 여전히 정치와 정책은 너무 어려움.
❓튼튼 :  제도가 근본적인 현장의 괴리를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현장의 관심이 적다고 느낌. 
법안과 제도에 생각을 얹어서 개인적인 의견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텍스트와 언어가 좀 더 다양해져야 한다고 느낌.

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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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워요", 사회적경제3법이요? '별다줄'이네요.", "굳이 정책을 알아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책과 제도 분야는 활동가들의 이해까진 바라지 않는 거 같아요.", "필요하니 필요하다는 것 외에 구성원들에게 필요를 이해시키지 못하는 것 같아요."

사회적경제 분야 내 청년과 기성세대의 온도차가 가장 심한 부분 중 하나는 정책과 제도다. 청년 활동가들은 정책과 제도를 이해하지 못해도 실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해도가 낮고 관심이 적다. 기성세대는 실무나 현장에서 거리가 멀고 정책과 제도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서로 간 소통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사회적경제 내 정책과 제도를 다루는 협의체들에는 수적으로 청년이 적고, 청년의 의견이 반영 될 수 있는 제도가 부족하다. 

청년들은 기본적으로 정책과 제도에 대해 ▲일단 어려움 ▲활동과 법안의 연관성을 느낄 수 없음 ▲정책의 필요성을 현장의 언어로 이해할 수 없음 ▲전반적인 의견에 동의하지 않음 ▲실무자들에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없는 경우가 많음 등 부정적이거나 장벽을 느끼고 있다는 방향의 발언이 많았다. 

그러나 정책과 제도에 관심이 적었던 청년들은 보궐선거와 지방선거를 치르며 ▲애정을 가지고 진행했거나 진행하던 사업이 사라짐 ▲협업하는 공공 담당자와 협조가 어려워짐 ▲소속되거나 협업하던 기관의 존립 불투명 ▲사업예산 삭감 ▲갑작스런 사업방향성 변경으로 인한 어려움 등을 겪고 정책과 제도가 일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했다.

더불어 이런 상황을 겪으며 ▲정치적 이유로 진행되는 대대적인 축소와 예산 삭감을 방어할 수 없는 구조 ▲공공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현장 부분에서 실망감과 회의감을 느꼈다. 이어 ▲사업의 필요를 주장하기 위한 언어와 논리의 부재 ▲적극적인 대처없음 ▲영역의 피해임에도 연대하지 않고 각자도생함 등도 이유로 거론됐다.

지니(닉네임)는 "사회적경제는 뚜렷한 정체성이 없다"며 "사회에 비전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말이 되는 좋은 건 다 사회적경제'라는 태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정당의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면서 경쟁정당의 무조건적 반대를 받게 된 것 같다"며 "이념적 갈등을 넘어 모두가 합의해야하는 이슈도 정치적 선전에 이용당하고 구성원들도 그런 기능에 이용당해주면서 고유한 정체성을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정책과 제도에서 각자가 매몰된 부분을 자각해 소통의 방식을 고민하고 정책과 제도를 최종 목적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카롱(닉네임)은 "실무자만 일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리더들도 정책에만 매몰되 경우가 많다"며 "각자 무엇에 매몰되어 있는지를 인지하고 소통의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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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보궐선거와 지방선거를 치르며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하며 체감하는 것들이 있다면.

지니: 사람들이 오랜 기간 공들여 쌓아놓은 인프라들이 하루아침에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들을 보며 회의감이 많이 든다고 이야기한다. 갑자기 사업이 없어지거나, 예산이 대폭 축소되어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는 모습들을 많이 봤다.

지지: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했던 적이 있다. 당선된 기초단체장이 예산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뒤, 3년 전 진행한 사업을 대상으로 감사가 진행됐다. 담당자들이 이전 자료를 뒤지며 예결산 내역을 소명하느라 애를 먹었다. 또 이미 진행이 결정된 사업인데 지역 주민들에게 사업의 당위성을 희석시키기 위한 의도가 담긴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다. 질문을 봤는데, 불만족을 유도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미 준공된 시설을 철거하려고 하는 시도들도 있었다. 당장 철거하진 않겠지만, 이런 움직임을 보며 내가 해왔던 일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슈슈: 자치구마다 존재하던 사회적경제팀이 통폐합 되는 것을 봤다. 자치단체장 성향에 따라 보전된 곳도 있지만 예산이 삭감되는 분위기다. 자치구 주무관들을 만났는데, 다음 달에 팀이 없어질 예정이라 몇 년 동안 해오던 고유 업무를 담당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 ‘서울혁신파크’도 용도가 변경될 예정이라 입주해있던 많은 단체들이 방을 빼야 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시장이 지난 시장의 업적 지우기에 몰두하며 ‘서울시는 시민단체의 ATM기였다’라는 발언을 하는 하는 등 근거없이 사회적경제와 시민사회 영역 전반을 부정하는 것을 보며 10년 넘게 쌓아온 의미나 가치들의 실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다. 그나마 지금 민간 조직에 속해 있어서 직접적 타격은 덜했지만, 공공 영역에서 일하는 분들은 많이 허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지: 올 해 혁신파크에 입주한 기업이 내야할 임대료가 올랐다는 얘기를 들었다. 입주 기업으로 선정되고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은평구로 거주지를 옮긴 분이었는데 임대료의 메리트가 없어져서 난감하다고 했다.

튼튼: 사회적경제와 유관한 시민사회 쪽의 변화를 체감했다. 시민사회와 연관된 기본법안과 서울시 수탁기관 운영을 논의하는 회의체에 참여했다. 기초단체장이 바뀐 후 담당 주무관들이 바뀌고 회의 소집이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예산 삭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위원회의 역할 자체가 부정당했다고 느꼈다. 위원들의 요청으로 겨우 회의가 열렸지만 일정을 급하게 통보해 참여율이 저조했다. 회의 방식과 논의 내용을 정비할 것을 요청했지만 회의는 추가로 열리지 않았다. 원래 2회 연임이 가능함에도 임기가 종료됐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 그나마 작년까진 새로운 시장의 추진 방향이 의회에서 방어가 됐는데, 이젠 시의원도 시장과 같은 정당 사람들이 많이 당선되면서 사회적경제와 시민사회, 마을과 도시재생 사업쪽은 축소의 절차를 밟을 것 같다. 

이런 과정을 보며 크게 두 가지가 아쉬웠다. 첫 번째는 한 영역이 정치적인 이유로 대대적인 축소와 예산 삭감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구조 자체라는 것. 두 번째는 공공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현장에 대한 회의감이다. 오랫동안 보수 정당이 집권하던 지역의 필드는 선거 영향이 크게 없다고 들었다. 애초에 공공의 지원으로 성장할 수가 없었기에 풀뿌리 생태계가 탄탄하다는 얘기를 들으며, 공공 지원을 통한 성장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됐다.

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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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련의 과정에서 실망하거나 힘들었던 부분들이 있다면 어떤것이 있나.

카롱: 어른이라고 존경받는 사람들이 문제상황에 직접 나서거나 의견을 모으지도 않고 중구난방으로 행동을 하는 것을 봤다. 그동안 이분들은 협의를 위한 활동을 한다고 했었는데, ‘도대체 어떤 것을 해온걸까’, ‘왜 연대체나 협력체가 목소리를 모으거나 대응을 하는 등의 기능을 하지 않을까(못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필드에 최악의 상황이 닥쳤지만,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려는 시도 자체가 소극적인 것 같아 아쉬웠다.

지니: 사회적경제 테두리 안에 있는 조직들이 개별조직들의 힘든 일에 연대 하지 않는 것에 실망했다. 정치적 변화로 힘든 건 매한가지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다른 기관의 일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을 봤다. 정권이 바뀌며 대놓고 비방을 받았던 기관이 있었다. 기관 대표가 홀로 기자회견도 하고 방어를 위해 고군분투를 하는데, 제 주변에 있는 사회적경제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그 이슈를 모르기도 했고 ‘아이고. 저런…’ 수준으로만 공감했다.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주제를 다루는 기관이었고, 삶을 지탱하는 방식을 사회적경제로 택한 활동가에겐 실망을 준 사건이었다. 나서지 않았던 선배들이 계속 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생각하니 더 화가 났다. 선배들 중 ‘시민사회가 정부 의존적이다’라고 비난하는 사람은 많지만, 근본적인 원인과 이슈는 찾아보지 않고 실제로 현장의 어려움엔 공감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실망스럽다. 

카롱: 사회적경제와 비영리 일의 성과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아직 성장을 하는 단계여서 그럴 수도 있겠으나 의제들이 빈약하고 적다는 생각이 자주든다. 우리 일의 가치가 복합적이기 때문에 명료한 언어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맞다. 그러나 꽤 오랜시간 운영을 해왔는데 아직도 필요를 증명할 수 있는 언어가 부족하다는 것은 놀랍고 아쉽다. 일을 추진하는데만 급급했던 태도들이 이런 위기 상황에서 밑천없음으로 드러난다는 생각이 든다.

또 민간 외에 공공 중간지원조직 같은 경우는 거의 사라지겠다고 예상을 하고 활동을 하는 것 같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곳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어쩔 수 없다’라는 자세로 임하고 있는 듯 보인다. 예산이 축소되더라도, 가장 중요한 사업을 남겨 명맥을 이어가려는 고민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좀 더 혁신적이거나 지속가능한 사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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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회적경제는 정책과 제도 분야에서 어떤 점이 취약할까.

지니: 사회적경제가 취약한 이유는, 사회적경제가 뚜렷한 정체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 어떠한 비전을 던져주지 못하면서 이렇게 해도 말이 되고, 저렇게 해도 말이 되는 그냥 좋은 건 다 사회적경제라는 태도로 임해왔다. 

그리고 영역 자체가 정부 정책에 편리하게 셋팅됐다. 사회적경제가 진짜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는 합의보다 정치적 도구로만 이용당했다. 유승민 의원이 사회적경제에 대해 최초로 발언하며 좌우를 넘어 함께 이야기 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특정 정당의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면서 경쟁 정당의 무조건적 반대를 받게 된 것 같다. 물론 이론 자체가 보수 정당에서 지지할 만한 내용이 아닌 부분도 있지만, 이념적 갈등을 넘어 모두가 합의해야 되는 이슈도 정치적 선전에 이용당하고, 종사자들도 그런 기능에 당연하게 이용당해주면서 우리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못 만든 것 같다.  

슈슈: 이전에 맡았던 사업 중 민간단체에서 하던 일을 공공의 영역으로 이전한 사업이 있었다. 기존의 사업기금은 기부로 조성됐다. 그런데 공공이 재단을 만들고 민간단체로 기부되던 기업의 예산을 공공재단에 기부하도록 조정했다. 결국 공공이 예산을 배정하고 민간에 위탁을 주는 방식이 만들어졌다. 정책 사업이 되자 영역의 확장이라는 이점도 있지만, 정책의 공백을 메꾸며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던 민간단체의 역할이 축소됐다. 그래서 사업의 정체성 자체가 흔들렸다. 공공주도가 되자 복잡한 절차들이 생기며 사업의 본질을 추구하기보다, 안정적인 운영과 체계있는 행정이 주가 돼 진짜 지원을 받아야 하는 대상이 소외되는 일도 있었다.

자생적으로 잘 커오던 단체들과 공공의 거버넌스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3섹터가 존중받지 못하고 독립성을 상실한 채 제1섹터의 업적에 이용되었다고 생각한다. 민간단체들에게 공공 의존도가 높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애초에 거버넌스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다.

지니: 지역화폐 같은 개념도, 공공이 가져가서 시혜적인 정책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비판도 많다.

슈슈: 시민단체 출신의 시장이 재임하던 시절, 그런 일이 유독 많았던 것 같다. 민간의 영역을 존중하며 지속가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어야 하는데, 공공 의존도를 높이고 ‘000표’라는 이름을 붙여 성과로만 만들었던 것 같다. 공공의 업적이 되면 더 빨리 확산되고 유명해지지만, 정권이 바뀔 때는 그만큼 업적 지우기의 대상이 쉽게 되는 것 같다. 공공이 하는 일과 민간이 하는 일의 구분이 필요하다.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카롱: 협의체나 많은 조직을 대표하는 단체들의 역할이 미흡하다. 현장의 고충에 귀를 기울이고 참여하려는 사람은 없고, 본인이 현장을 잘 이해한다는 착각만 남아있다. 자리 욕심이 있다든지, 과거에 이룬 멋진 업적을 아직도 말한다든지. 지금의 현장에 취약하다는 성찰이 없다. 현장과 더 이상 소통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는 것 같다. 

슈슈: 사회적경제가 공공에 의해 제도화되면서 관련 기관과 사업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 같다. 요즘 사회적기업 진입자들을 보면, 그냥 인증 마크나 지원금을 받으려고 하는 분들이 많다. 요건 맞춰 2~3년 지원금 받고, 이후에는 사회적경제 영역을 떠나는 분도 많다. 물론 진정성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양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며 본질을 잃은 느낌이 든다.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생겨나고 성장한 조직이 부족하다. 성장한 규모에 비해 내실과 자생력이 부족하다.
 
카롱: 물론 판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긴 한데, 규모에만 집착하다 보니 덩치만 큰 물 주먹(?)이 된 것 같다.

슈슈: 그래서 아예 가치 중심으로 활동하는 단체는 지원이나 인증을 안 받는 것도 봤다.

카롱: 지원을 받지 않으면, 잘 활동하는 단체의 현황파악과 홍보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진정성 있는 단체들이 더 지원을 받고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어서 아쉽다. 

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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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리가 법안과 제도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롱: 정책 및 제도를 주제로 담화를 나누니 모두 말수가 줄었다.

슈슈: 일하면서 법안과 제도에 대해 이야기 해본 적이 없었다. 제도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니면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정책이나 제도는 어렵기도 하고 너무 멀게 느껴진다.

지니: 제도와 정책이 활동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직접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사회적경제 기본법 초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선 자세히는 모른다. 하지만 전문가들 중심으로만 만든 것 같다. 그리고 기본법 제정을 위한 캠페인은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본법안이 뭔지는 모르는 상황이다. 기본법이 만들어지면 내가 하고 있는 활동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감이 안 온다. 

달달: 담화를 위해 법안에 관한 기본정보를 찾아봤다. 그런데 기본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은데 ‘필요하니까 필요하다’같은 것 말고 왜 필요한지에 공감할 수 있는 설명은 찾지 못했다.

지지: 이야기를 들을수록 조직 내 의사결정 구조 경직이 원인으로 보인다. 의사결정과 협업 기획을 하는 리더십들은 제도를 알지 않을까 싶은데, 그게 실무자에게까지 내려오지 못하는 것은 조직의 문제도 어느정도 있다. 

튼튼: 사회적경제가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발전한 것인데, 신자유주의의 부작용들을 많이 보완하기보다 목적 달성을 위해 부분적으로 이를 용납해도 된다고 착각한 게 있던 것 같다. ‘청년 활동가들이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더라도, 우리 단체가 일단 존속해서 좋은 일을 더 하는 게 나을거야’ 라는 식으로. 

제도가 이런 괴리를 보완치 못하게 만든다는 점도 관심을 떨어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또 사실 사회적경제에서 나오는 아티클 같은 걸 읽으면 현장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재미가 없을 때가 많다. 아티클의 범위가 좁다. 사업계획서처럼 딱딱한 개조식 언어이거나 너무 원론적인 어려운 개념서만 있다던지 하는 식이다. 법안과 제도에 내 생각을 얹어서 개인적인 의견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텍스트와 언어가 좀 더 다양해져야 한다. 

Q. 사회적경제3법에 대해 들어본적이 있는지? 또 정책 관련한 이슈에 대해 조직이나 개인이 얼마나 신경쓰고 있다고 느끼나

슈슈: 솔직히 이번에 찾아봤다. 그래도 기본법은 들어봤지만 사회적경제3법이라고 말하는지 몰랐다. 익숙한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별다줄(별걸 다 줄인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튼튼: 개인적으로 법안에 대해 잘 몰랐다. 또 법을 살피니 사실 ‘왜 알아야되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자치구마다 조례는 거의 다 있다. 조례 제정에 의한 이득도 많지만 부작용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앙정부 차원으로 기본법이 제정되는 타이밍이 옳은가에 대한 회의가 있다.

카롱: 나도 개인적으로는 잘 몰랐다. 속한 조직에서 다 같이 법안 읽기를 해서 알게 됐다. 법안이 생기면 앞서 제도와 정책 관련해 이야기 한 문제점들이 터져나올텐데 ‘이걸 감당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법안 제정이 꼭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은 아니다. 

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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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책과 제도 부분에서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

카롱: 실무자만 일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리더들도 정책에만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각자 무엇에 매몰되어 있는지를 인지하고 자각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장 활동가들은 이 법안 자체를 잘 모르고 관심을 가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제도와 정책을 주로 다루는 사람들은 법안의 필요와 효과를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를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튼튼: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정책과 제도를 현장 중심으로 정비하기 위해 현장의 컨디션과 필요를 읽어낼 수 있는 인재가 있나?하는 궁금증이 든다. 행정이 품을 들이더라도, 사람과 콘텐츠가 발굴되면 희망이 있는 건데 과연 그게 있나 싶다. 

지니: 정책과 제도는 진짜 사회적경제를 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런데 정책과 제도가 오히려 목적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정책이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최종 목적처럼 보일때가 많다. 이를 바꾸기 위한 풀뿌리 생태계 조성에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튼튼: 이건 뻔한 얘기긴 하지만, 공공에 대한 자금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지원이 끊기면 단체가 무너지고 갑자기 사람을 잘라야 되는 조직들이 많다. 이렇게 근간이 흔들리는 게 아니라 안정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을 살피면 민간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해 기금이 만들어진 곳이 안정적인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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