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에 애정을 갖고 일하는 청년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일의 의미'를 찾는 청년들이 모여서 고민을 나누기 시작했다. 중간지원조직,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분야도 다르고 연차도 다른 청년들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내친 김에 사회적경제에 대한 의문을 담아 '왜요레터'를 발행하기로 했다. 오는 12월까지 매월 마지막주 일요일 노동환경, 전문성, 일의 진행 방식, 젠더, 정치 등을 주제로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을 이야기 할 예정이다. <이로운넷>은 이들 청년의 고민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옛날 사경, 요즘 청년] 코너를 마련했다. 날것의 싱싱함을 유지하기 위해 익명을 택했다. 다소 거칠지만 솔직하고 생생한 청년들의 대화를 살짝 엿볼 수 있다. 대화 전문을 보려면 '왜요레터'를 신청(클릭)하면 된다.

마지막 [옛날 사경, 요즘 청년]을 맞이하며

튼튼 : 내가 프로불편러이거나 예민보스여서 문제라고 느꼈던 것이 아니었다. 생태계와 업 자체와 이를 통해 이루려고 하는 '의미'들이 정리되고, 외로운 섬처럼 고립되어 있던 마음이 연결되었다.

별별 : 일을 하면서 불편이 치밀어 오르는 순간마다 “왜요?”라는 질문을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어왔었다. 봉인을 해제하고 함께 떠들며 우리의 언어가 구체화되고 용기가 더해지는 걸 느꼈다.

지지 : 내가 경험한 일을 꺼내어 이야기하고, 공감되는 과정을 통해 위로받았다. 동시에 이 분야에서 보편적인 일이라는 게 슬퍼지기도 했다. 앞으로 내가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을까? 길을 찾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

카롱 : 비영리와 사회적경제 분야는 '왜?'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구조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또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없는게 아니라 지쳐있거나 어떻게 말해야하는지, 나만 그런건 아닌지 생각하는 청년들도 많았다는 것도 알게됐다. 입속에서 '왜'가 멤도는 사람들이 더 많이 모이다면, 우리의 일터가 좀 더 좋은 환경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달달 : 사회적경제의 여러분야와 직무에서 일하는 분들과 이야기 할 수 있고 또 그동안 마음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 놓을 수 있는 자리였다. 이런 동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힘을 내 일할 수 있는 하나의 동기가 됨을 느낀다. 앞으로도 솔직한 이야기들이 이곳저곳에서 활발하게 논의될 수 있으면 좋겠다!

슈슈 :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조직 안에서 머물던 고민이 밖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했고 서로를 응원하는 동료가 생겨 더 이상 외롭지 않다. 담화를 통해 내 안에 문제의식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문제를 단지 현상이나 사건으로 치부하지 않고 왜? 이런 문제가 생겼고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고민하며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이제 내가 속한 조직과 사회적경제영역의 문제를 건강하게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되었다.

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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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와 비영리 분야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은 업무나 대외활동에서 주도적인 참여가 보장되지 않고 정형화된 ‘청년다움’을 요구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청년을 하나의 주체로 보지 않고 선배 세대의 담론을 재생산 해내는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이 가장 큰 문제로 꼽혔다.

담화에 참여한 청년들은 직장 상사나 선배 세대와 다른 의견을 제시했을 때 업무와 개인관계에서 배제되는 경험을 한 경우가 많았다. 카롱(닉네임)은 “기성세대의 방식과 생각을 의심하거나 보완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선배 세대가 해결하지 못한 한계도 그대로 물려받게 된다”며 “청년을 하나의 주체로 인지하고 청년들이 가진 다른 의견을 수용해야 기존의 사회적경제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방식이 나올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업무와 대외활동 등에서 주도적으로 의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자체가 적다고 체감하고 있었다. 그 이유로 ▲2030세대에게 보조하는 역할을 당연하게 부여 ▲탑다운 방식으로 청년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구조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고정적인 청년의 이미지로 인한 역할과 발언에 대한 한계 등이 꼽혔다. 달달(닉네임)은 “‘청년’이라는 단어가 붙지 않는 행사를 제외하면 청년 패널을 본 적이 없다”며 “청년스러운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면 청년들에게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롱 역시 “청년들이 참여하는 행사도 기성세대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표출한다”며 “청년이 주제인 행사여도 기성세대가 좋아하는 주제거나 청년이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없도록하는 제한적인 상황이 설정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패널이 많이 나와 관심을 가지고 간 행사에서 기성세대의 이야기와 비슷한 흐름으로 행사가 진행돼 위화감을 느낀 적도 많다”고 말했다. 

또한 청년에게 제한된 역할만을 요구하며 ‘청년다움’을 강요하는 경우도 많았다. 청년다운 역할은 기능만 있고 권한은 주어지지 않았다. 청년들이 강요당한 기특한 청년의 상(像)으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아이디어 뱅크 ▲기성세대에게 친절하고 기존과 다른 의견을 내지 않는 순응적인 청년 ▲적은 인건비로 열심히 일하는 청년 ▲조직문화에 만족하고 문제제기를 해 ‘갈등’을 만들지 않는 청년 ▲노력과 긍정적인 마인드로 상황을 견뎌내는 청년 등이 꼽혔다. 지니(닉네임)는 “대부분의 조직과 선배세대는 부여한 역할을 벗어나는 청년들의 고민이나 필요에는 관심이 없다”며 “이를 요구하면 기특하고 대견하다는 말로 기성세대와 청년의 위계를 만들고 청년이 할 수 있는 역할의 범위를 축소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주체적인 활동과 대상화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기특한 어른 찾아 시상하기 ▲임금 및 노동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모임이나 장치 마련 ▲HR 교육을 통한 상식적 인사평가 기준 마련 ▲청년의 의견개진을 돕는 외부 연대체 구성 ▲‘부검메일’ 같은 조직문화를 통해 조직의 문제를 살피려는 시도 등이 제안됐다. 달달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칭찬하는 경우는 없다”며 “칭찬하는 순간 위계가 생기기 때문에 무의미한 칭찬은 오히려 정형화 된 기준을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튼튼(닉네임)은 “누군가를 기특하다고 정의할 수 있는 것도 권력차가 있기 때문”이라며 “청년인 우리만 기특함을 부여 받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기특함을 선물해주는 방식을 고민해봐도 유쾌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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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비영리와 사회적경제에서 청년들의 주도적인 참여가 보장된다고 생각하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 어떤 방식으로 청년들이 배제되고 있을까.

지니 : 많이 배제되고 있다. 젊은 실무자들은 ‘주도적인 참여’에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속한 조직의 역사가 오래되기도 했고 구성원들의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여성 조합원이나 여성 리더가 타 조직에 비해서 많은 편이기 때문에 여성친화적이다. 반면 나이 위계는 더 강하게 느껴진다. 20대 직원이 들어오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업무보다 보조하는 역할이 더 많이 부여된다.

별별 : 사업이나 의사결정 방식에서 탑다운 방식이 너무 많다. 탑다운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청년들이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슈슈 : 맞다.  일을 주도적으로 끌어가는 듯 보이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정해진 것밖에 할 수 없다. 정말 단순한 역할의 손과 발로 밖에 기능하지 못한다. 

달달 : ‘청년’이라는 단어가 붙지 않는 행사를 제외하면 청년 패널을 본 적이 없다. '청년스러운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면 청년들에게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물론 내가 모든 행사를 다녀본 건 아니지만, 우리 분야를 다루는 기사만 살펴도 그렇다. 

튼튼 : 생각해보니 그렇다. 청년의 이야기를 소모적으로 다루는 소위 청년을 파는(?) 행사가 아니면 청년이 없다.

카롱 : 그나마 청년들이 참여하는 행사도 청년들의 주도적인 참여보다는 어른들이 상상하는 청년의 모습을 표출하는 경우가 더 많다. 청년이 아닌 기성세대가 좋아하는 주제가 선정됐거나 청년이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없도록 제한적인 상황이 설정 돼 있다. 청년 패널이 많아 관심을 가지고 간 행사에서 기존 기성세대가 나와서 하는 이야기와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 위화감을 느낀 적도 많다. 어떤 날은 40대 중반이 다 된 패널이 본인이 청년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좀 뜨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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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성세대가 기대하는 청년의 모습이 있는 듯 하다. 우리는 이를 ‘기특한 청년’이라고 정의하자. 기성세대가 이야기하는 기특한 청년의 기준이 있다면 무엇일까. 

튼튼 : 유교의 나라 한국은 조직 내에서 청년이 존재로 독립하기 쉽지 않다. 나를 둘러싼 공동체에서 인정과 좋은 평가, 사랑을 받는 게 중요한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기성세대가 ‘기특함’을 느끼는 부분에 직무역량도 포함되겠지만, 그보다는 태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듯 하다. 기성세대에게 친절하고, 그들과 다른 의견을 내지 않고 순응하는 청년들을 기특해 하는 것을 많이 봤다. 이전에 일하던 조직에서 젊은 실무자 사이에서는 평가가 좋지 않은 동료가 있었는데, 기성세대에게 아부를 잘했다. 결과적으로 업무역량이나 동료들의 평가 등과 상관없이 그 친구가 조직 내에서 포용력이 있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오는 일도 있었다. 

지지 : 적은 인건비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기특한 청년 중 하나 인 듯 하다.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하는 나를 비롯한 동료 청년들이 연봉계약을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런 환경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 이상한 조건들이 정말 많다. 사전 채용공고와 다른 연봉이거나, 명확한 연봉을 제시하지 않는 것, 업무용 컴퓨터 미제공, 각종 지원사업에서 인건비를 가져와 조각보처럼 받아야 하니 여러장의 계약서 쓰기 등등.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들도 저임금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며 기특한 프레임 안에서 소진되는 경우가 많다. 

별별 : 조직의 고질적인 문제 같은 문제제기는 말하지 않고 참거나 이야기하더라도 굉장히 부드럽게 전달하기. 그리고 사업수행에 있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같은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묵묵하게 수행하기. 낮은 연봉으로 많은 일을 하는 사람을 기특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카롱 : 지금 우리 담화처럼 ‘왜요?’라고 반문하면 보편적으로 기특함에서 멀어진다.(웃음)

슈슈 :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는 사람을 좋아했다. 스스로 판단해서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거나 목소리를 내면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직의 문화가 좀 더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 이야기지만 갈등을 일으키는 사람으로 평가당하는 경우가 많다.

지니 : 특히 기성세대가 우리의 담화를 칭찬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의 이야기에 부끄러움을 느끼기보다 ‘기특하다’고 평가한다. 청년들의 진지한 고민과 의견을 받아들이고 성찰하지 않는다. 이런 평가는 이를 '기특하다'는 프레임에 가두면서 진지하게 이를 살피기 보다 통제가능한 비판으로 만든다.

달달 : 지니의 의견과 비슷하다. 내가 속한 조직에 변화의 필요를 이야기하면. ‘이야, 그런 생각까지 했어? 기특하네’하고 끝난다. 기특함을 부여받는 순간 내가 움직이고 변화시킬 수 있는 범위 자체가 줄어든다. 또 정해진 구역에서만 머물게 만드는 것 같다. 

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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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청년다움’을 강요받은 사례가 있다면

카롱 : 20대 중반에 다니던 직장에서 새로운 일거리만 생기면 그렇게 나를 찾았다. 홈페이지를 수정해야 할 때도, 기존과 다른 새로운 사업이 들어와도, 영어를 해야 할 때도. 대표님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런 거 잘하지 않아?’하면서 맨날 ‘카롱씨~’했다. 처음엔 진짜 그런지 알고 엄청 힘들어 했던 기억이 난다.  

튼튼 : 청년도 사람인지라 기질이나 역량이 다르다. 사업명을 세련되게 짓거나, 피피티 제작 같은 일에 모든 청년이 두각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이라서 이런 기대를 받은 적이 있다. 사업을 직접적으로 기획 할 업무에선 배제되지만, 갑자기 ‘센스있는’ 사업명을 요구한다. 청년의 역할은 기능만 있고 권한은 주어지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지니 : 청년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한정해 놓는다. 예를 들면 ‘MZ니까 이런거 잘하지?’같은 것. 나는 청년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 조직 자체에 굉장히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임을 꾸리면 굉장히 기특해 하며 ‘에너지가 많네’, ‘좋은일이네’ 같은 말뿐이다. 청년에게 부여한 역할을 벗어나는 청년들의 고민이나 필요에는 관심이 없다.

별별 : 조직에서 일하면서 청년이라는 이름이 붙은 사업이나, 청년 관련된 일자리만 봐도 홍보, 영상제작, 카드뉴스를 만드는 업무 등 뭔가를 쌈빡하고 세련되게 만드는 업무를 요구했던 기억이 있다. 청년은 기성세대와 대등한 존재로의 존중보다 평가를 받는 단순한 역할이 부여된다. ‘제안해봐라’, ‘(새로운거)추진해봐라’ 같이 아이디어 창고 취급이다.

슈슈 : 내가 계획하고 있는 커리어 성장이 어떤 건지 물어본 적도 없으면서, 갑자기 조직 입맛에 맞춰 내가 하던 일과 다른 성격의 팀으로 이동을 시킨 일이 있었다. 그래서 의지했던 직장 상사에게 솔직하게 커리어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그래도 너는 극복 할 수 있을지 알았다’, ‘너는 열정적이니 일의 가치를 찾을 줄 알았다’고 이야기 하더라. 나를 사람으로 보기보다 어디에 배치해도 그냥 잘 기능해야 하는 부품으로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노력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무적의 무기는 아니다. 

Q. ‘기특한 청년’이 청년에게 어떤 억압으로 작용할까. 또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지니 : 기성세대는 청년을 하나의 주체로 보기보다 자신의 담론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재생산해는 도구로 바라보는 경향이 크다. 특히 가치적인 지향점이 있는 비영리나 사회적경제의 특성상 그런 일들이 더 많다. 기성세대의 지지를 받는 ‘기특한 청년’이 각종 토론회나 조직에서 인정받아 청년의 표본으로 보여지는 상황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결과적으로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게 한다. 또 생태계 내에 새로운 의견이 나타날 확률이 줄어든다.

카롱 : 기특한 청년들이 많아지는 것이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청년이 꼭 새로운 의견을 내고 톡톡 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청년과 기성세대는 분명 ‘다름’이 있다. 청년은 기성세대와는 사회문화적으로 다른 경험을 했기 때문에 기성세대가 편안하다고 느끼는 방식이나 방법에 익숙함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에 의문을 품고 비슷하더라도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조금은 바람직한 청년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어른들과 비슷한 말과 생각, 행동을 하는 2030세대들은 이미 기성세대의 방식에 젖은 생물학적 청년이라고 본다. 

이런 기특한 청년들이 많아지면, 사회적경제의 한계를 넘을 수 없다. 기성세대의 방식과 생각을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기성세대가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한계도 물려받는다. 기특한 청년보다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청년들이 더 많아져야 기존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방식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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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하면서 이해되지 않던 ‘기특한 청년’을 만난 적이 있는지, 그리고 청년의 모습을 규정하는 분위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이 있는지.

별별 : 기특한 동료에는 관심이 없고, 기특한 청년에만 관심이 많았던 한 동료가 생각난다. 동료들의 업무 요청에는 협조가 정말 안됐고, 일정을 지키는 일도 없었다. 그렇지만 직급이 높은 사람들의 요구는 사소해도 바로바로 처리했다. 그렇다보니 당연하게 동료평가는 좋지 못했고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또 근태도 좋지 못했는데 조직의 결정권자는 ‘집과 회사의 거리가 있으니 봐주라’는 이야기를 하고 감싸주더라. 뭘 잘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무너지면서 그 때 정말 허탈했다.   

카롱 : 자기 생각없이 기성세대가 말하는 생각을 앵무새처럼 이야기하고 그게 정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하는 걸 듣다보면 어떤 어른이랑 친한지도 얼추 알 수 있을 정도다. 청년을 자신의 담론을 재생산하는 도구로만 바라보는 일부 기성세대의 시각에 답답함을 느낀다. 청년을 기성세대의 활동과 의견에 힘을 북돋아 주고 응원하는 치어리더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문제제기를 하는데 망설이게 되는 상황이 많다.

지니 : 기성세대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불편한 행동으로 규정하고 그런 이야기를 하면 배제된다. 더 심한 문제는 그게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불편한 존재가 되면 업무에 필요하더라도 회의에 부르지 않기도 한다. 분명 A가 지속적으로 주장하던 이야기인데 A가 불편한 사람이 되면 B를 불러 그 이야기를 하게 시키기도 한다.

튼튼 : 이전에 속했던 조직에서 조직문화에 대한 건의를 했다. 상사는 ‘잘 말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말미에는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할 말로는 건방지다고 말했다. 나중에 그게 소문이 났는지 나를 만나보지도 않은 타 조직의 사람이 나를 ‘나대는 애’라고 이야기 하는 걸 듣기도 했다. 

별별 : 과도하게 사랑받거나 과도하게 미움받는 사례를 보면서 나의 의견을 숨기고 연기하게 되는 순간 괴리감을 느낀다. 이게 가장 큰 억압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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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청년들이 좀 더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어떤 고민들이 필요할까

튼튼 : 누군가를 기특하다고 정의할 수 있는 것도 권력차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만 기특함을 부여 받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기특함을 선물해주는 방식을 고민해봐도 유쾌할 것 같다. 청년의 의견과 방식을 존중해주는 기특한 어른(?)을 찾아내자.

달달 : 함부로 평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칭찬도 함부로 하지 않아야 한다. 어느날 일을 하면서 ‘오, 나이거 잘 한 거 같은데’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래서 조직원들이 나를 칭찬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아무도 나를 칭찬하지 않아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그게 편안해졌다. 내 행동 하나하나를 평가하려 들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칭찬하는 경우는 없다. 칭찬하는 순간 위계가 생긴다. 무의미한 칭찬은 오히려 정형화 된 기준을 만들 수 있다. 남의 시선을 보지 않으면서 일할 자유가 필요하다. 내 일은 내 방식으로 잘 해내면 된다. 내가 칭찬해 줄 수 있는 대상을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카롱 : 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하는 청년들이 기특함을 부여 받는 건 실무자 간 정보공유가 부족한 것도 있다고 본다. ‘우리 조직이 그나마 대우 해주는 거야’라는 근거없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에 기반해 이를 감각하고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비슷한 업무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 비슷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 같은 작고 소소한 청년실무자들의 모임이 더 많아져야 한다. 

별별 : HR 교육을 통해 최소한의 상식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 연장을 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서로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계약연장이 필요한 사람은 조직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지니 : 조직에 영향받지 않는 연대체가 외부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부에서 문제제기를 할 때 이를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내 문제제기가 타당한지 아닌지를 떠나 무조건 함께 해달라고 권유하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폭력일 수도 있다. 또 동료가 내 의견에 동의해 내부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더라도, 나는 내 동료들을 지켜줄 만큼의 권한이 없다. 조직의 영향을 받지 않는 외부 조직이 있다면 활발한 활동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튼튼 : 조직은 노동자의 퇴사이유를 조직의 문제로 보기보다 개인의 이유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조직의 문제를 바꿔보려고 하다가 조직에 실망하거나 지쳐서 퇴사하는 사람을 ‘조직의 인정을 받지 못해서’. ‘일을 못하는 사람이라서’로 규정하는 것을 보기도 했고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에는 ‘부검메일’이라는 조직문화가 있다. 사회적경제조직도 조직의 문제를 살피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부검메일 : 넷플릭스의 기업문화. 퇴사하는 직원이 퇴사 당일 남은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것. 이 메일에는 회사를 떠나는 이유와 회사에서 배운 것, 회사에 아쉬운 점, 앞으로의 계획, 직원을 떠나보내는 넷플릭스의 메시지 등이 담긴다.

[편집자주]

그동안 [옛날 사경, 요즘청년] 코너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2월을 끝으로 코너를 종료합니다. 패널구성 등 궁금한 사항은 이메일(whyyoletter@gmail.com)로 문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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