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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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를 비롯한 소셜섹터의 선배들은 어떤 상황을 만났고,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왔을까. '사회적경제와 젠더'를 주제로 청년 활동가 8인과 담화를 나눴다. (관련기사: [옛날 사경, 요즘 청년] "보이지 않는 성차별 존재해")

이후 18년째 비영리 분야에서 중간관리자이자 리더십을 가지고 일하고 있는 여성 리더 마이멜로디(닉네임, 40대)를 만나 그동안의 경험과 고민을 들었다.

여성 리더십은 여성의 어려움을 공감함과 동시에 조직을 관리해야 하는 리더십 사이에서 고민을 이어가고 있었다. ▲육아휴직과 업무공백의 사이 ▲리더십에 대한 두려움 ▲2030 후배와 5060 선배사이 낀 세대의 역할 ▲여성 활동가들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마이멜로디는 “나도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활동을 지지해주고 (지지를) 받으면서 동기를 부여한다”며 “더해 조언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네트워킹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동료를 비롯해 누구든지 함께 할 수 있는 그룹을 만들어서 활동해보면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멜로디 : 두 아이의 엄마이자, 15년 이상 운영된 비영리조직의 중간관리자 리더. 놀랍게도 육아휴직 경험이 없다. 소위 말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여성 리더는 아니라고 자신을 평가한다. 여성 활동가로 일하며 일과 가정 사이에서 수많은 고민을 계속적으로 하는 중. 학부 시절, 전망이 밝다는 선배들 말만 믿고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다가, 18년째 비영리영역에서 일하고 있다. 이제는 자신이 전망을 밝혀야 하는 위치에 들어선 느낌도 받는다. 일과 삶의 순간순간은 기쁠 때도 있고 욱 할때도 있지만, 하루하루를 꽤 괜찮게 보내고 있다고 평가하며 40대를 지나고 있다. 40대로 일하며, 동시에 50대의 삶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고민도 하고 있다.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비영리조직에서 18년 간 일했다. 지금은 중간관리자이자 여성 리더십으로 조직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잠깐 조직이 지겨워져서 벤처회사에 취직하기도 했지만 다시 비영리로 돌아왔다. 아이 둘을 낳고 일하고 있는 워킹맘이다. 일과 가정 사이에서 크고 작은 고민들을 하고 있기도 하다.

지금 속한 조직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조직을 떠난 선후배들과도 계속 연락하고 고민을 나눈다. 그런게 도움이 될 때가 많다. 그래서 나도 우리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을 떠나더라도 고민을 이야기하고 찾아 올 수 있는 사람, 조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Q. 비영리분야에서 어떤 성장을 했는지. 또 분야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나

“어떤 사회문제를 바꿔봐야지!” 하고 비영리 영역에 들어온 건 아니다. 정말 우연하게 알게 됐고 들어오게 됐다. 그런데 일도 재밌고 사람들도 좋고 해서 일하면서 비영리에 대해 알아갔다. 내가 하는 일이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킨다. 비영리 분야는 ‘성장’에만 집중한 치열함과는 다른 느낌이 있다. 일하며 만나는 사람들이 수많은 자극이 된다. 나 자신이 좋은 성장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일을 하면서 너무 지친다고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는 새로운 방식을 배우는 일이 많다. 내가 긍정적으로 성장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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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비영리분야에서 경력이 길다. 여성으로 일하며 겪은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었는지. 또 어떤 방법으로 극복하거나 해소했는지

질문을 받고 찬찬히 나의 삶의 궤적을 생각해봤다. 여대를 나왔고, 직장도 다 여성이 많은, 남성 구성원이 10% 미만인 조직에서 생활했다. 지금 속한 조직도 앞서 경험했던 조직과 성비가 비슷하다. 그러다보니 여성이 겪는 불합리함에 대한 경험이 비교적 적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성별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여성 활동가들에 비하면 좁은 경험을 했을 수도 있다. 

일하면서 치열하게 고민한 두 갈래는 커리어와 전문성이다. 나는 30대 초반에 결혼하고 아이도 늦게 낳았다. 아이 낳는 것은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30대 초중반 이직을 경험하면서 아이 계획이 있다고 먼저 이야기 할 때도 있었고, 또는 먼저 물어보면 계획이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일에 있어 출산과 육아를 고려한다는 게 조금 억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 여성이지만, 중간관리자이자 리더라는 정체성이 있다. 어떤 어려움에 대해서는 경험하기도 해서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조직 내부에 제도적으로 뭔가가 필요하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조직의 운영에서 어떤게 정답인지 판단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아이가 둘인데, 육아휴직을 못썼다. 출산 당시 소속되어 있던 조직이 작기도 했고 나도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어서 내 눈에도 업무공백이 보였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조직의 여자 후배가 결혼하고 임신을 고민할 때 "육아휴직 사용하게 해줄게" 라고 말을 못했다. 그 당시에도 이 친구가 1년 간 없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이제는 그때보다 시간이 더 지났고 나도 여유가 생겼다. 이제는 후배들의 휴직에 대해 논의해보고 진행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든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늘 고민이 많고 지금도 순간순간 고민이 있다. 나는 아이를 늦게 낳은 편이어서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경력이 너무너무 아까운 단계였다. 일을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가 좀 더 있었다. 하지만 만약 내가 30대 초반에 아이를 낳았다면? 어쩌면 나도 육아를 선택하려는 생각의 비율이 좀 더 높지 않았을까 한다.

내가 지치면서 까지 '둘 다 꼭 잘해내고 말아야지', 이건 아니지만 둘 다 못할 순 없지 않나. 내가 지치지 않게 어떻게 균형을 맞춰갈까에 대한 방법은 계속 고민한다. 아무래도 일과 가정의 균형은 지키기 힘들다. ‘주중에만 일하고 주말에는 아이에게 집중해야지’, ‘퇴근하고 꼭 1시간은 아이와 놀아줘야지’ 등도 일정하게 지키기 힘들다. 원칙을 세우고 '이걸 꼭 지켜야지' 하지는 않는다. 가족 또는 조직 구성원들과 대화로 풀어나가려고 하는 편이다.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기 때문에 해결을 바라기 보단 가족 구성원들, 아이, 부모님들과 대화를 하려는 노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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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성으로 일하면서 느끼는 변화는

나쁜 게 아니라 '다른' 부분이다. 요즘 직원들은 개별적인 개인이라는 느낌이 있다. 끈끈하고 끈적한 분위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이가 나쁘거나 데면데면한 것도 아니다. 또 이전에 여성 구성원들은 결혼과 육아가 거의 필수 코스였던 것에 반해, 지금은 아니다. 우리 조직만해도 기혼자의 비율이 더 적다. 아이의 이야기보다 반려동물, 취미생활 등이 평소 주제다. 때로는 소외감도 느낀다.(웃음) '젠더를 주제로 하는 선배 인터뷰'를 요청 받았는데 어떤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냐는 이야기를 조직의 후배에게 물었다. 그러니 결혼 생각이 없는 구성원이어서 '결혼하지 않은 여성 선배의 삶은 어떤지' 궁금해 하더라. 고민을 좀 해결해보려고 질문을 했다가 고민이 더 늘었다. 

그래서 지금 내 나이 또래의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윗세대인 50대와 아래세대인 20~30대의 차이가 엄청나다. 중간에 있으니 양쪽 모두와 교류한다. 그러니 세대 간 큰 충돌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해결 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한다고 느낀다.

지금 40대를 지나고 있다. 나도 앞으로 50대로 살아갈 삶이 궁금하다. 또 지금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도. 50대 선배들에게 항상 ‘40대에 뭐 하셨는지’, ‘앞으로 뭐하실 계획인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등을 묻는다. 나도 이렇게 궁금하니 후배들도 이런 부분이 궁금한 건 당연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언이나 도움이 필요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나중에 선배들과 후배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면 좋겠다. 힘들어 하는 것들 고민하는 부분들을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Q. 내가 보는 나의 리더십은? 

이건 조직원들에게 검증받아야 하는거 아닐까?(웃음) 나는 실무자부터 성장해서 중간관리자가 됐다. 조직운영에 대한 고민이나 어려움, 내가 그 시기에 고민했던 것들이 실무자들에게 보여서 소위 말하는 ‘강한 리더십’이 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처음엔 잘 알려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최종 결정권자에게도 "요즘 친구들은 한 조직에 오래 있지 않는다고, 여기서 성장하고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잘 알려주는게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일하다보니 나의 리더십과 호흡이 맞는 친구들을 만나고 함께 일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다. 신뢰가 쌓이는 조직원들이 권한을 갖고, 또 성과를 가져갔으면 하는 욕심도 생겼다. 그런 방향으로 셋팅을 해보려 한다.  

연차가 쌓이고 나이가 드니 사회 초년생인 구성원과는 점점 거리가 벌어진다. 그러다보니 존재 자체가 어려움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가끔 나는 못느끼지만 내 업무 스피드를 상대방에게 밀어붙이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편하고 좋은 리더가 되고 싶었는데, 그건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업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 챙겨야하는 것은 되도록 명확하게 말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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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성 리더십’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비영리 영역에서 18년 째 일하고 있다. 아직도 리더십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조직에서 이제 리더십을 갖춰야한다고 이야기 하면서 중간관리자의 역할 제안을 했을 때 너무 두려웠다. 리더라는 건 나에게도 커보여서 그랬던 거 같다. 그래서 안하면 안되냐고 답하기도 했다. 

고민하는 나에게 남편이 "리더는 타고 나는 게 아니라고, 리더도 훈련이 필요하다고 당연히 지금은 못한다"며 연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러니 "어떤 기회가 왔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보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리더십을 경험하고 배우는 과정에서 성장한다. 경험해보지 않고 염두에 두는 경험이 없으면 배우기 힘든 것들도 있다. 또 그 시기에 배울 수 있는 것들도 있다. 그러니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하는 마음가짐으로 두려움보단 뭐든 도전해보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어려움을 곱씹다보면 우울해지기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조금씩 천천히 변화한다는 것도 염두해 줬으면 좋겠다. 여전히 힘들지만 계속 바뀌고 있다. 지금 후배세대들이 여성 리더십이 됐을 때 그 변화의 크기는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기대한다. 지치지 않고 같이 잘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엄마들이 모인 커뮤니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커뮤니티 모임에서 서로를 지지해주고, 동기를 부여해주는게 큰 도움이 된다. 또 조언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네크워크에 참여하기도 한다. 여성 동료 또는 다양한 사람들도 좋다. 누구든지 함께 할 수 있는 그룹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또 개인에게 온 기회를 철저하게 계산해서 결정하는 것도 추천한다. 꼭 비영리에만 있는 게 정답은 아닐 수 있다. 비영리 분야에 애정을 갖고 현장을 잘 아는 사람이 기업의 ESG나 사회공헌팀에서 활동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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