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에 애정을 갖고 일하는 청년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일의 의미'를 찾는 청년들이 모여서 고민을 나누기 시작했다. 중간지원조직,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분야도 다르고 연차도 다른 청년들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내친 김에 사회적경제에 대한 의문을 담아 '왜요레터'를 발행하기로 했다. 오는 12월까지 매월 마지막주 일요일 노동환경, 전문성, 일의 진행 방식, 젠더, 정치 등을 주제로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을 이야기 할 예정이다. <이로운넷>은 이들 청년의 고민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옛날 사경, 요즘 청년] 코너를 마련했다. 날것의 싱싱함을 유지하기 위해 익명을 택했다. 다소 거칠지만 솔직하고 생생한 청년들의 대화를 살짝 엿볼 수 있다. 대화 전문을 보려면 '왜요레터'를 신청(클릭)하면 된다.

❓카롱 :  부모님이 사회적경제 N년차 월급을 아시고 분야를 떠나는 것을 권유하고 있음.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했을 때 대안을 생각하는 것도 좋지 않겠냐는 반응. 영리에 다니는 동생은 두배에 가까운 월급을 벌고 있어 마음이 착찹함. 

❓별별 : 사회적경제조직을 두 번 거치는 동안 모두 비정규직으로 일했음. 프로젝트 이후 노동자의 삶을 고민하거나 배려해주지 않는 조직의 모습을 보고 '수동적으로 업무를 하는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는 중. 외에도 조직이 나를 장기적인 시각으로 성장시키기보다 소모적으로 사용한다고 느낄 때가 더 많아서 알 수 없는 회의감에 시달리는 중.

❓지니 : 사회적경제조직이 운영적인 측면에서 노동자를 비용으로 바라보면서 구성원으로 배려해주지 않는 것에 어려움을 느낌. 그렇지만 조직이 힘들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도와야한다는 모순적인 요청도 동시에 받아서 분노할 때가 많음. 
❓슈슈 : 노동조합은 더 나은 조직을 위한 하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만, 소속됐던 조직들이 노조를 갈등의 불씨로 바라보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낌. 노조를 조직내에서 만들기엔 노동자 개인이 짊어지는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 비영리 및 사회적경제 산별노조가 있다면 해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음. 
❓튼튼 :  사회적가치평가에 관심이 많음. ESG에서 S는 인권과 노동을 주로 다룸. 이를 살피면 노동자의 복지와 교육을 비롯해 은퇴 이후의 삶까지 회사가 신경써야 함. 건강한 노동환경에서는 이런 것들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불건강한 노동환경에서는 노동자들이 계속 공부하고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낌.

출처=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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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활동가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주요 요인은 '월급'.

사회초년생을 벗어난 사회적경제 활동가들은 영리 분야를 포함한 타 분야와 급여를 비교했을 때 배수의 차이가 나타나는 현실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더불어 ▲저임금 및 복지없음 ▲별도의 야근수당 없음 ▲비정규직 고용 등 연속성의 부족 등의 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카롱(닉네임)은 "부모님이 내 월급을 듣고 이제 나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다"며 "내가 좋다면 좋은 거긴 하겠지만 나이도 있으니 이제 현실적인 부분도 생각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조직의 노동자들은 노동자와 활동가 사이의 역할에서 혼돈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경제적 보상에 대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함 ▲법적 권리를 지키지 못해도 조직의 입장으로 이해하는 등 노동자로의 권리를 제대로 챙기거나 논의하지 못하는 경향이 컸다. 또 조직 역시 그런 분위기가 고착된 곳이 많았다. 지니(닉네임)는 "노동자가 조직에서 잘 활동하는 것을 고민하기보다 '비용'으로 생각하는 것을 많이 느꼈다"며 "이에 반해 경영적 측면에서 조직이 어려울 때 당연히 도와야한다는 모순적인 이야기를 동시에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경제가 노동자를 존중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비정규직 고용 ▲노동자를 도구로 보는 시각 ▲업무에서 주체적인 결정 어려움 등을 사례를 들며 존중받고 있지 못하다는 답변이 대다수였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사회적경제 분야의 유입 감소 및 분야 떠나는 청년 증가 ▲노동자 및 조직의 업무의 연속성 및 전문성 감소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업무자세 ▲자본 제어 능력 퇴화 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사회적경제 구성원들은 사회적가치를 지향하는 조직에서 일하지만,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 또한 조직안팍에서 직간접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접해 노동자 개인도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또 많은 조직들이 노동조합을 노동자의 권리라고 생각키보다 갈등 유발로 인식하고 있다. 담화참여자들도 노동조합을 떠올리면 ▲투쟁, 삭발, 법적대응 등의 이미지 ▲노동조합을 조직 할 경우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노동조합은 갈등유발이라는 인식 등이 있었다. 또한 노조 결성을 결심하더라도 방식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슈슈(닉네임)는 "노동조합을 만드는 활동을 조직 안에서 하는 건 다양한 어려움에 처할 요인이 많은 것 같다"며 "조직을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기 위해서인데 노동조합을 갈등유발로 인식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경제를 비롯한 비영리분야의 산별노조가 생긴다면 서로 연대하고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경제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일이나 인식변화를 위한 노력으로 ▲지속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생각하고 의논 ▲조직의 입장에 몰입하지 않기 ▲가치지표 평가 내 노동 평가 부분 학습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튼튼(닉네임)은 "사회적가치 지표에 관심이 많은데 이를 기반으로 살피면 사실 노동 분야에서 노동자가 직접적으로 해야할 것이 없다"며 "업무를 위한 교육 및 훈련과 은퇴 후 노동자의 삶을 위한 역량계발 교육까지 회사가 담당해야하는 부분으로 ESG 내 S지표의 평가값이 구성 돼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왜요레터 9월 모임에서 참가자들이 나눈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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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평소 나의 '노동'에 대한 인식은 어떤지

튼튼 : 노동이라고 하면 육체노동으로 분류되는 블루칼라가 생각난다. 내가 하는 일이 노동이라는 생각을 많이 안했다. 그리고 소명이나 책임감 같은 것들이 반영되는 이유도 있는 듯 한데, 일을 할 때 내 권리를 잘 챙기면서 적당히 일 하는 것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목표로 하는 의미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했던 거 같다. 그래서 이전에는 자기 과업의 범위를 정하고 그 이상을 안하는 사람 등을 마음으로 좋아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주제를 생각하다보니 노동에 대한 관념이 잡혀있지 않다는 증거인 거 같다. 

별별 : 노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숭고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노동이나 노동자라는 단어가 낯설기도 하다. 물론 나도 노동자지만, 일상에서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인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를 의식적으로 생각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또 사회적경제조직이 다 그렇진 않겠지만, 사업을 담당하면서 지원했던 기관의 대표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조직 구성원 중 한사람이 ‘우리 기관은 노조 싫어해’라는 이야기를 해서 당황했던 기억도 있다.  

지니 : 갓 20살이 됐을 땐 편견이 많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너 나중에 공부 안하면 저런일 하는 거야’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듣지 않나. 그래서 육체노동은 안타까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랐다. 대학 입학 후 청소노동자 투쟁에도 함께 했다. 투쟁에 어느정도 공감은 했지만 내가 왜 같이 해야하는지 무엇을 위해 이것을 하는 것인지를 잘 몰라서 어머님들께 상처를 드리기도 했던 것 같다. 또 최근 노동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다. 최근 가족 중 한명이 노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을 겪고 있다. 노동을 할 수 없으니 이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받게되는 걸 느꼈다. 그러면서 노동이라는 것이 도대체 뭘까. 내가 사회에서 다른 누군가와 어울려서 살아가기 위한 행위들이 노동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Q.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하며 느낀 노동환경은 어땠는지.

카롱 : 사회적경제조직을 약 3군데 거쳤다. 근데 그 중에서 추가근무수당, 휴가비, 복지비 등을 지급하는 곳은 한 곳밖에 없었다. 또 복지도 타 조직과 비교하지 않아도 열악했다. 지금 소속된 조직이 비교적 유연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탄력적으로 출퇴근을 조절하고 업무 장소 등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튼튼 :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하면서의 공통점은 저임금이라는 점이다. 성과급 같은 건 바래본 적도 없다. 사회적경제조직에서 일하면서 초과근무 수당을 돈으로 받아본 적도 거의 없다. 대체휴무라도 주면 감사한 수준이었다. 정부수탁기관에서 일했을 때 사업을 마무리 하면서 과정의 오류(?)로 초과근무 수당을 받게 됐다. 수기로 연장근로 기록을 남기긴 했지만 조직도 나에게 줄 거라고 말한적이 없고, 나도 줄거라고 생각도 안했다. 근데 초과근무 수당을 받아 놀라고 기뻤다. 

카롱 : 내가 일한 정당한 값을 받은 건데도 기쁨과 놀람을 느끼는게 아이러니하다.

튼튼 : 또 영리에서 나랑 비슷한 연차를 가진 사람의 연봉을 들으면 차이가 엄청 커서 충격을 받는다. 물론 경제적인 목적보다 다른 가치를 더 중요하게 보고있고 조직의 수익구조 등의 차이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너무 차이가 크다. 그렇다고 업무의 강도가 낮은 것도 아니다. 특히 주니어일수록 업무강도가 더 높다. 

슈슈 : 사회적경제에 처음 진입할 때 비정규직으로 시작했다. 놀랐던 건 시간외 근무수당이 없었다. 차라리 야근 할 일이 없다면 어쩌면 다행(?)이겠다. 하지만 1년에 6개월 정도는 야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직 구조상 자본은 적고 일의 강도는 높았다. 힘들다고 이야기해도 ‘이정도는 기본으로 해야한다’, ‘이것 이상을 해야 한다’, ‘또 우리 때는 덜 받고 더 일했다’, ‘비영리의 임금이 낮은 건 어쩔 수 없고 다른 곳도 다 이 정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비정규직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면 '정규직이랑 월급이나 처우 같은 게 똑같으니 차별이 없는 것'이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도 들었다.  

Q. 사회적경제에서 일하면서 노동자와 활동가 사이의 이질감을 느낄 때가 있나. 또는 조직이나 내가 두 가지 정체성에서 모순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하고 있던 때가 있는지. 

지니 : 나는 생협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조직에서 활동하면서 노동자들을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이들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기보다 노동자들을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이런 생각은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보이지만 조직이 어려울 땐 ‘재고 따지지 않고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는 논리에 안맞는 말도 동시에 한다. 경영하는 사람들은 노동자를 비용으로 대하면서 아쉬울 땐 조직의 구성원으로써 우리도 어려움을 함께 짊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튼튼 : 사회적경제조직은 아닌데, 어떤 시민사회단체는 ‘운동가 스피릿’을 잃지 않도록 한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에 미달되는 금액으로 월급을 줬었다. 여기를 직장으로 생각하고 다니면 안된다는 것이다. 초반에 활동가나 봉사자들이 급여를 받지 않고 헌신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단체긴 했다. 물론 이후 그 부분은 직원과 논의해 조율됐다고는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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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회적경제의 노동환경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

카롱 : 나를 비롯해 사회초년생에서 벗어나 경력과 나이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급여에 대한 압박이 많을 듯 하다. 개인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월급에 대한 고민이 들기도 한다. 동생은 영리에서 일을 하는데 내 월급보다 약 1.8배 정도 많다. 월급으로 치자면 걔가 언니(?)다. 또 주거나 청년우대금리 같은, 월급이 일정금액 이하일 때 받을 수 있는 지원을 받는 나를 보면서 부모님이 나를 걱정어린 시선으로 보기 시작했다. 내가 좋다면 좋은 거긴 하겠지만 현실적인 부분도 생각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걱정섞인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슈슈 : 급여문제 심각하다. 미래를 생각 할 수 있는 급여는 아니다. 사회적경제에서 일한지 10년이 되어가는데 뒤돌아보니 모인돈이 없다. 명품을 산다던지 브랜드 옷을 즐겨산다던지 하는 (월급에 비해)과소비를 한 것도 없다. 급여가 너무 낮아서 최저임금과 차이도 거의 없다. 알바생이나 인턴과 내 월급의 차이가 근소한 것을 볼 때 씁쓸한 기분을 느낀다.

기부처의 직원들과 내 월급 차이는 거의 두 배 이상씩 나는 경우도 있다. 어쩌다가 월급의 차이를 유추할 수 있는 상황이 생겼다. 반응은 ‘이 돈 받고 일하시는 지 몰랐다’며 미안함 반 놀람 반으로 말하는 반응도 있었고 ‘그래도 좋은 일 하시니까 보람이 있어서 괜찮죠?’라는 질문을 듣기도 했다. 비아냥거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기분이 이상했다. 

튼튼 : 사회적경제로 진입했던 어린시절의 나는 저임금이 내 인생에 무슨 영향을 끼칠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그와 별개로 의미지향, 가치지향은 내 길이 됐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만족스러운 생활도 어렵다. 또 몇 개월 쉰 것을 포함해도 경력이 12년차다. 나이가 들수록 내 경력에 비해 적은 월급이라는 것을 느낀다.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이사회 구성원들은 외부인이다. 운영비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으면서 임금 인상을 말하면 무책임한 발언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안정적이나 보수적으로 의결을 하게 된다. 그래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반영 할 수 있는 이사회 구성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별별 : 앞서 말해준 월급을 비롯해, 노동환경 개선을 고민할 수 있는 프로세스 자체가 없는 것이 힘들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욕심내서 때마다 건의하지 않으면 개선되지 않는 구조다. 개선방식이나 구조도 주먹구구식이다. 최근 갑자기 ‘재택근무’가 사라졌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사회에서 어떤 말들이 나왔고 그래서 없어졌다고 했다. 있어도 언제든 다시 바뀔 수 있고 만드는 것도 사라지게 하는 것도 건의 할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가 없다는 게 스트레스다. 그렇다보니 어느 선까지 요구할 수 있는지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조직의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게 된다.

Q. 사회적경제는 노동자를 존중할까? 

별별 : 업무를 하면서 배려를 많이 해줬고 그런 면에선 나를 존중해주는 것 같지만, 사실 전체적인 부분을 살피면 나를 소모적으로 대하고 있다고 느꼈다. 프로젝트 내에서는 나를 존중해주지만 그 이후는 알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한다.

사회적경제에서 일한 건 얼마되지 않았고 두 개의 조직을 거쳤는데 다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이전에 일했던 조직도 좋은 조직이었다. 하지만 식사할 때 정규직은 정규직끼리 비정규직은 비정규직끼리 밥을 먹었다. 대놓고 차별하는 게 아니라 정규직들은 오래 일했고 비정규직들은 들고남이 잦으니 자연스래 그렇게 됐다.

또 1년 단위의 사업을 진행하는 A 조직에서 해당 사업이 내년에도 진행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그런데 사업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한 달의 공백이 생기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럼 그 기관에서 한 달 정도는 그 친구의 인건비를 지급하면 좋을텐데 ‘한 달 만 나갔다가 들어오면 안되냐’는 요청을 했다고 한다. 결국 그 사람은 영원히 그만두는 것을 선택했다. 조직에도 이런저런 제약이 있다는 건 알지만 마음을 주기 어려운 채로 일하게 되니 불안정함을 느낀다.  

그런 미묘한 차이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나도 결국에는 정해진 기간동안 내 과업 범위인 그 프로젝트만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왜냐면 내가 다른 일을 더 열심히 하거나 담당 프로젝트에서 기대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더라도, 회사가 계약기간이 종료된 1년 이후의 내 미래까지 함께 고민해주지 않을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튼튼 : 비정규직의 처우에 대한 부분을 살피면 존중하지 않는다고 느낀다. 대부분의 청년 상근자들은 개인의 진로고민이나 기관 자체가 건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한 조직에서 오래 일하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규직 채용이 주는 장점은 안정성이다. 유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청년들은 비정규직 형태의 고용에 불만이 없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계약종료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조직이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채용이라는 조건으로 갑질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과도한 업무를 강요하면서 ‘(하지 않으면 또는 맘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나중에 정규직 전환할 때 좋게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봤다. 이건 제도를 이용하는 척하면서 노동자를 학대하는 것에 가깝다. 결국 아무리 노동자들이 이런저런 요구들을 잘 해내도 다음해 사업이 연장되지 않으면, 정규직 전환이 어려울 수도 있다. 노동자가 불안까지 감수해야하는 구조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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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회적경제생태계가 노동자들을 존중하지 않음으로 어떤 값을 치루고 있을까.
 
슈슈 : 조직이나 분야자체를 떠나는 사람은 많고 유입은 적다. 이탈하는 청년들을 보면서 내 일에 대한 자긍심이 떨어지고 동기부여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사회적경제 분야는 사람의 경험이 쌓이면서 일이 고도화 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경제의 일은 서비스 형태의 성격도 있기 때문에 사람이 중요하다. 그런데 들고나는 것이 잦다보니 전문성이 쌓일 겨를이 없다. 일을 하면서 1년 만에 팀원 전체가 바뀌는 일도 있었다. 3개월마다 팀원 한 명이 나간 셈이다. 2~3년이 지나면 장급을 빼고 모든 구성원이 바뀌어 버리는 조직도 있다.

카롱 : 노동자의 퇴사가 빈번하거나 계약직 직원을 고용하는 것은 노동자와 조직 둘 다에게 전문성이나 사업역량이 쌓이지 않는다. 계약직 직원은 장기적인 계획을 고려하며 일할 수 없는 환경이니 상황을 고려하면 근시안적으로 판단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B 조직의 경우 4~5년이상을 진행한 연속사업이지만 담당자가 계속 바뀌면서 보고서 양식도 매년 달랐다. 또 사업에 대한 역량도 쌓이지 않아 매해 첫 사업과 비슷한 복제수준의 사업을 진행했다.

별별 : 조직이 나를 대하는 태도에서 나의 업무역량을 키워주거나 같이 성장하자는 느낌이 없다. 그저 사업을 하기 위한 소모품으로 나를 대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실무자들의 발전이 가능할까?’ 하는 고민과 동시에 수동적으로 일을 하게 된다. 그냥 시키는거나 하자. 문제 안생기게 일하다가 나가자는 마음이 든다. 

나는 지금 조직에서도 비정규직이다. 근데 들어가자마자 한 사업의 PM이 됐다. 주로 모든 행정실무가 내 일이다. 처음엔 중요한 일이니까 열심히 해달라는 말을 듣고 정말 열정적으로 열심히 했다. 근데 사업이 진행될수록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정말 중요한 사항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어떤 프로그램으로 커리큘럼을 구성할지, 멘토링의 방식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같은 것은 내 의견은 묻지도 않는다. 오래된 직원만 불러 의논하고 나에겐 정해진 내용을 수행하라고만 이야기한다. 귀찮고 손가는 일은 내가 하고 발언이나 실질적인 권한의 기회는 주지 않는 상황이 답답하다. 조직이 나를 키울 생각이 없고 나를 써먹기 위해 뽑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Q. 좋지 못한 노동환경에도 사회적경제분야에 '노동조합'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롱 :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이 낮고 더해 호의적이지도 않다. 일단 노동조합을 다루는 기사, 영화, 드라만 봐도 정신이 혼미하다. 내가 한다고 생각하면 머리털이 다 빠질 것 같다. 최소한 머리를 깎는다던지, 고소고발전을 당한다던지 같은 버거운 일들이 많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물론 현실적으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조직에 필수적인 ‘구성요소’로 노동조합이 소개되는 것을 본적이 거의 없다.

법적으로 권리가 규정되어 있지만 가볍게 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이 안든다. 또 영세한 규모의 조직이 많다보니 노동조합을 만들기도 어렵다. 규모가 큰 생협이나 사회적기업 정도에서만 노동조합이 있는 상황이다. 또 노동조합의 존재 자체를 쉬쉬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별별 :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의 하나로 노동조합에 대한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물론 우스개소리로 ‘노조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야?’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왜 갈등을 유발하려하냐'는 주변의 지인, 상급자들의 반응이 돌아왔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노조는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노조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의 진입장벽이 높다. 오늘 대화로 노동조합에 대한 지식도 없고 관심을 갖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튼튼 : 또 주변에 비영리나 사회적경제조직이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고민하는 사례의 공유 자체가 적어서 노동조합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알 수 가 없다. 또 노동조합의 활동과 성과를 볼 수 있는 자료도 거의 없다.

지니 : 노동자들이 권리를 가질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은 법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자신의 권리를 찾는 목소리를 내면서 바꿔온 문화들이 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사회적경제조직에 속한 노동자들이 내는 목소리를 조직이 따라갈 수 없다면 사회적경제를 대안적인 섹터라고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Q. 더 좋은 노동환경을 위해 더 나아져야 할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

튼튼 : 사회가치지표에 관심이 많은데 사회적경제조직들이 지표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지표들이 다루는 노동관련 항목들을 살피면서 조직 내에서 스스로 점검하면서 학습하고 개선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노동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만 살펴도 내부노동환경을 점검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이제 주식회사들이 가치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ESG에서 S는 노동과 인권에 대한 요소를 다루기 때문에 영리기업이 이를 고려하는 상황이다. 영리기업은 S분야에 대한 평가를 준비하면서 노동측면에서 (사회적경제조직보다)레벨이 좋아질 것이 뻔한 상황이다. 사회적경제조직은 작고 영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평가를 받아야한다는 인지가 없다. 결과적으로 사회적경제가 경쟁력이 더 없어지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부터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슈슈 : 사회적경제분야의 노동환경은 열악하다. 사회적으로 청년실업이 심한데 개별 조직들이 구인난에 시달린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선 노동환경개선을 위해 급여조건에 대한 개선은 무조건 있어야 한다. 물론 자원이 한정적이어서 어차피 많이 못줄거라는 것도 안다. 10만원을 올리는 것도 부담일 것이다. 그렇다면 비금전적인 보상을 그만큼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업무 스트레스가 심하기 때문에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해주거나 탄력적인 근무조건이나 역량강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비용을 지원해주는 등 방법은 다양하다.

노동자의 권리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인 우리도 계속적으로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노동조합도 사실 조직을 없애거나 갈등을 만드려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방법이다. 그렇지만 조직 내에서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은 노동자 개인이 짊어져야하는 리스크가 크기도 하다. 그래서 사회적경제를 포함한 비영리분야 산별노조가 생기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별별 : 노동자들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으면 한다. 무엇 하나가 나아져야 한다기보다 구조 확립이 됐으면 좋겠다.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곳이니 어려움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 내가 감수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했다. 조직에서 비교적 괜찮은 부분이 있으면 그래도 이런것은 잘해주니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버텼던 것 같다. 비영리와 사회적경제판 잡플래닛, 블라인드 같은 곳이 있으면 좋겠다. 조직이 눈치 볼 수 있는 평가들이 공유됐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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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노동문제에서 노동자가 할 수 있는 것 또는 가져야할 마음가짐은 무엇이 있을까.

튼튼 : 사실 노동자가 해야 할 게 없다. 다양한 가치평가의 기준들이 말하고 있기도 하다. 교육 및 훈련을 비롯해 은퇴 후 노동자의 삶을 위한 역량계발 교육까지 회사가 해줘야한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정신을 차리고 내 권리가 무엇인지 우리가 보장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을 바꾸어 나가야하는지 공부하고 배우고 말하고 기억하는게 중요하다.

별별 : 사실 튼튼 말처럼 노동자가 해야하는 건 별로 없는데 우리가 책임지면서 일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우리가 찾아야 하는 권리가 무엇인지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의 필요를 느꼈다. 

지니 : 사회적경제 노동자들이 작은 변화더라도 이를 만드는 것을 시도했으면 좋겠다. 지키지 않던 법적규범을 지키게 하는 것들처럼. 이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다. 조직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만든 변화의 성과다. 이를 조직이 복지나 배려로 포장하는 것을 경계했으면 한다.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찾아가는 것을 조직이 포장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동자 권리를 누리는 것을 조직에게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없어져야 한다.

카롱 : ‘일하기도 바쁜 노동자들이 도대체 뭘 해야할까’라는 생각이 들어 답을 생각키 어려웠다. 근데 튼튼의 이야기를 듣고 좀 놀랐고, 조직이 해야 할 역할이 떠올랐다. 정부지원 의존도를 줄여나가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사회적경제조직들은 공공이나 기부처에게 일방적인 지시를 받는 상황을 탈피하기 어렵다. 지금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는 자본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딱 잘라 말하면 협상이라는 것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시키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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