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에 애정을 갖고 일하는 청년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일의 의미'를 찾는 청년들이 모여서 고민을 나누기 시작했다. 중간지원조직,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분야도 다르고 연차도 다른 청년들은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내친 김에 사회적경제에 대한 의문을 담아 '왜요레터'를 발행하기로 했다. 오는 12월까지 매월 마지막주 일요일 노동환경, 전문성, 일의 진행 방식, 젠더, 정치 등을 주제로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을 이야기 할 예정이다. <이로운넷>은 이들 청년의 고민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옛날 사경, 요즘 청년] 코너를 마련했다. 날것의 싱싱함을 유지하기 위해 익명을 택했다. 다소 거칠지만 솔직하고 생생한 청년들의 대화를 살짝 엿볼 수 있다. 대화 전문을 보려면 '왜요레터'를 신청(클릭)하면 된다.

❓카롱 : 대외협력이 도외시되는 사회적경제의 분위기에 아쉬움을 느낌. 연대와 협력이 없는 사회적경제와 비영리 생태계에 대외협력팀의 역할이 중차대하다고 생각하나, 돈만쓰는 조직으로 구박받는 현실이 아쉬움. 

❓슈슈 : 부족하더라도 진정성 있는 기업에 대한 애정이 많은 실무자. 하지만 정해진 시간과 달성해야하는 성과의 거대한 벽앞에서 자괴감도 많이 느낌. 사회적경제조직이 가진 정체성의 기조가 흔들리지 않으면서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 위한 장치의 필요를 느낌.
❓지니 : 사업성에만 집중하는 사회적경제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에 정체성의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함. 지금은 아슬하게 정체성과 수익성이 유지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균형이 붕괴돼 수익성으로 힘이 쏠릴 듯 하다고 느낌. 시장논리에 사회적경제조직이 무너지는 시기가 다가오는 것을 경계하고 대응해야한다고 생각함. 
❓달달 : 아직은 조직이 내부 사업에 집중하고 있어서 이번 담화에서는 사업의 흐름을 배우는 것에 목표를 뒀음. 다만 나의 활동이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믿음이 있음.
❓산적 : 사업의 성과에서 사회적경제조직의 공익성을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KPI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함. 또한 사업에 있어 조직의 결과 맞지 않는다면 단호하게 거절하는 배짱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느낌.

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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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조직 사업 중 공익성이 사전적으로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이 모였다. 사회적경제조직의 사업은 표면적으로는 생태계의 성장과 일자리 등을 창출한다. 하지만 내부에 속한 구성원들은 나의 일이 사회문제해결에 일정 부분 기여하나 대부분의 사업이 조직을 유지하거나 운영하기 위한 역할에만 그친다고 느꼈다. 

그 이유로 ▲현장의 필요보다 기부처 및 공공의 입맛에 맞는 사업 다수 ▲조직의 전문성이 담긴 사업 전무 ▲자본에 휩쓸려 2,3년마다 유행하는 사업 흐름 발생 ▲다양한 방식의 사업을 고민하기 보다 비슷한 포맷을 지속적으로 반복 ▲생태계의 성장과 임팩트보단 조직의 유지와 안정성을 위한 관성적 사업이 다수 ▲진정성 및 성장가능성이 있는 기업보다 사업의 정량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업 지원 선호 등이 거론됐다. 또한 실무자들은 ▲연속성을 알 수 없는 환경 ▲사업을 단편적으로 바라보는 조직의 시각 ▲관성적으로 운영되는 사업방식 등으로 사업진행에 어려움을 느꼈다.

슈슈(닉네임)는 “수치나 숫자로 보이는 아웃풋은 있지만 내 일이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같은 아웃컴을 확인 할 수 없다”며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일을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정말 미미하고 영업사원 같다는 정체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카롱(닉네임)은 “어느 순간 사업의 목표와 효과를 생각하기 보다 ‘5000만 원 짜리 사업하면 뭐가 남냐’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장사꾼 같은 내가 있었다”며 “그 때는 일도 너무 많고 힘들어서 그런 생각을 스스럼 없이 하고 동료들과 말했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부적절한 언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한 사업에서 정체성보다 수익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사회적경제조직만의 특성과 변별력이 사라지는 것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었다. 최근 지니(닉네임)는 “조직 내 사회의제를 설정하고 조합원 간 연대활동을 실현하는 활동보다 수익이 중요하다는 게 너무 당연한 분위기여서 의사결정에서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시장논리에 의해 조직이 무너지는 것은 금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력 채용에서도 사업이익을 늘리기 위해 영리기업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영리조직이 이해하는 경영으로 조직이 채워질 듯 하다”며 “사회적경제나 협동조합이 어떤 이유로 우리 조직이 시작됐고 왜 우리가 이런 활동을 하는지 고민하기 보다 경쟁속에서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해져 정체성을 담당하는 조직의 인력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당연시 되고 장기적으로는 정체성과 수익성의 균형이 붕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담화 참여자들은 ▲때로는 단호하게 거절하는 배짱장사 필요 ▲실무자의 시각이 담긴 좋은 사업 규정 ▲조직 간 공동 대응 가이드라인 제작 ▲새로운 시각을 가진 사람들의 연대체 진출 ▲단순지표를 벗어나 공익성의 효과를 제시할 수 있는 KPI 전환시도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Q. 어떤 사업들을 담당해봤나. 가장 길게 운영됐던 사업과 가장 짧게 운영됐던 사업의 기간을 비롯해 담당했던 사업의 특징이 있다면. 

슈슈 : 마이크로크레딧, 사회적경제조직 성장지원 사업 두 가지가 큰 축이다. 마이크로크레딧의 경우 소속된 조직이 10년 넘게 담당한 경우도 있었지만 짧으면 1년 미만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또 성장지원사업의 경우는 늘 불안하게 2년 정도 운영됐던 거 같다. 크라우드펀딩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도 했었는데 1년을 채 하지 못했다. 기부처가 다른 흐름을 따라가고 싶어했기 때문에 그 예산으로 아예 다른 사업을 기획해야 했다. 

카롱 : 한 조직에서 6개월 정도 지원사업 업무를 진행했는데 그동안 4개의 지원사업을 직간접적으로 담당했다. 4개 사업도 IT, 배분, 물품제작 등 다양했다. 딱히 사업 간의 연관성은 없었고 그때 그때 사업이 들어왔을 때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이 나여서 담당하게 됐다.

별별 : 주민들이 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을 돕거나, 사회적경제조직 및 비영리 조직을 육성하는 사업 등을 담당했다.   

지니 : 생협과 같이 오래된 조직에서는 사업의 연속성은 있는 것 같다.

산적 : 임대주택이나 오피스 리테일 공간 개발 및 운영 프로젝트를 하기 때문에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20년까지 기간이 다양하다. 

Q. 사업을 하면서 어려움을 느낀 점이 있다면.
  
별별 : 주민이 협동조합을 만드는 사업의 경우 애초에 공공과 3년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그것도 1년 단위로 확정 돼 다음해에 우리가 확실하게 사업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불투명했다. 그래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고 지원에 있어 연속성을 고려해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지니 : 오래된 조직 같은 경우에는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기 힘들다는 것이 좀 어렵다. 연속성이 있다고 해서 새로운 결과가 도출되거나 확실한 변화나 효과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것들도 꾸준히 시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다.

슈슈 : 조직이 사업을 단편적으로 바라보는 시각 때문에 힘들었다. 조직이 지향하는 목적사업이 있어서 기금처가 바뀌더라도 사업이 지속되는 케이스가 거의 없었다. 사회적경제조직의 성장이나 일자리라는 큰 틀이 유지되면 사업의 주제가 펀딩, 대출, 창업지원, IT기기지원, 해외진출 등으로 분야를 뛰어넘어 계속적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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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소속조직이 공익법인이나 사회적경제조직이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사업의 공익성이 크지만 조직 내부에서 소속되어 있는 노동자의 입장에선 다를 수 있다. 담당하는 또는 참여했던 사업의 공익성과 수익성이 어느 정도 비율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나. 또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슈슈 : 정확하게 비율을 따지긴 어렵다. 하지만 사업 방식의 다양성이나 사업 참여자들에게 더 큰 효과를 주기 위한 고민보다 똑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하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만 공익을 좇는 느낌이 있다. 더해 보람이나 효능감을 느끼기보단 쳐내야 하는 일로 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많았다. 공공이나 기부금은 사업비의 10%가 인건비 등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0억~20억 정도하는 규모가 큰 사업은 인건비가 크지만 사업비 규모 자체가 작으면 인건비라고 부르기 민망한 금액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일이 많아지고 사회에 새로운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조직 입장에서는 수익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이 많아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너의 인건비 세배는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카롱 : 슈슈의 의견에 동의한다. 공익성이 있는 척을 하는 사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기계적이고 사무적으로 일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어느 순간 사업의 내용을 보지 않고 ‘5000만 원 짜리 사업하면 인건비도 안남는데 왜하냐’고 동료들과 이야기 하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사업을 숫자로만 바라보고 있었던 내 자신이 충격적이다. 

지니 : 두 번의 생협 활동을 통해 느낀 것은 실무자들 사이에서 ‘돈을 버는 게 먼저고 의제활동을 나중’이라는 인식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 경쟁에서 한계를 계속 마주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운동의 영역을 줄이고 사업을 확장하려는 논의가 매년 진행되고 있다. 

Q. 조직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수익성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내가 속한 조직의 전체적인 사업 비율에서 공익성과 수익성이 적절하게 분배되고 있다고 생각하나. 적절하거나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와 또 이 비율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니 : 공익성을 사회운동이라고 본다면, 적절하게 분배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운동성 보다는 사업성을 키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게 너무 당연한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의사결정에서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시장논리에 의해 조직이 무너지는 것은 금방이다. 사회적경제나 협동조합이 어떤 이유로 우리 조직이 시작됐고 왜 우리가 이런 활동을 하는지 고민하기 보다 시장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해져서 앞으로도 운동영역은 계속 축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히려 활동은 돈을 ‘쓰기만’하는 영역으로 인지돼 해당 영역의 인력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당연시 될 거다. 그런 부분들은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에서 중대한 정체성의 위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아슬하게 유지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붕괴돼서 수익성 쪽으로 힘이 쏠리게 될 것 같다. 조직의 리더들이 이런 것들을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수익에만 집중해 조직의 방향성을 설정하니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다.

카롱 : 이전에 대외협력업무를 한 적이 있었는데 무슨 사업만 할라치면 ‘너네는 돈만 쓰지 하는게 뭐냐’는 말을 들었다. ‘우리(사업조직)가 벌어오는 돈으로 월급 받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다. 사회적경제 내에서 대외협력의 중요성은 크다. 아무래도 사업 담당자들은 사업에 매몰되기 쉬워 다른 조직과 교류할 수 있다는 생각자체를 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부분들을 각 조직의 대외협력 담당 조직이 해결 할 수 있을거라고 본다. 대외협력이 줄어들면 타 조직의 특성을 이해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적어지고 그렇다 보면 비슷한 사업으로 서로 경쟁하면서 생태계 자체가 과열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역할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별별 :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담당했던 사업에 공익성은 항상 있었지만, 이 공익성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나타낼 수 있을지, 어떤 방식으로 더 표현해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같이 이야기 해본 적이 없고 필요한 적절한 자원과 연대를 끌어오는 과정을 경험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 ‘내년에 이 사업을 우리 조직이 또 해야 한다’는 게 제일 중요했다. 지역마다 사회적경제조직의 네트워크가 있다. 사업을 위해 연대나 상생을 도모하긴 했는데 사업이 있어야 연대와 상생이 되는 경향이 더컸다. 그러다보니 이미 연대했던 조직, 이미 익숙한 주체들과 사업을 위한 연대만 하게 돼 그 부분에서 고민이 있었다. 공익이나 사회적 임팩트를 위한 연대라기 보다 ‘너도 살고 나도 살아야지’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렇다보니 굉장히 관성적으로 운영되기 쉬웠던 환경이 아니었나 싶다. 

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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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내가 담당하는 사업이 사회문제해결에 어느 정도 기여한다고 느끼는지. 해결한다고 느낀다면 어떤 부분이 그런지, 아니라면 어떤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끼는지. 또 외에도 진행하는 사업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부분들이 있다면 무엇인지.

슈슈 : 수치나 숫자로 보이는 아웃풋은 있지만 내 일이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같은 아웃컴을 확인 할 수 없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일을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정말 미미하게 느끼고 영업사원 같다는 정체성이 더 크다. 또 사업의 정량적 성과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다보니, 진정성과 성장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다독여서 함께 가기보다 퍼포먼스를 잘 내주는 기업을 택해야 하는 순간들도 있다. 퍼포먼스를 잘 내주는 기업이라 하면 어떤 기준에서는 사업을 잘 이해하는 기업일 수 있지만, 다른 기준을 들이대면 우리가 말하는 사업비 사냥꾼이 되기도 한다. 이런 지원으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별별 : 조직의 유지와 안정성만을 위해 사업을 하는 부분이 커 아쉬움을 느낀다. 그 부분에 무게를 더 두게 되면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것인지’, ‘어떤 부분을 더 발전시키면 좋을지’가 아니라 ‘이 사업을 내년에도 따야하고 맡아야한다’는 관점에서 진행하게 된다. 정말 전문성을 가지고 지원 받는 조직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하기 보다 돈을 주는 사람이나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급급해진다. 그래서 지원사업으로 생태계가 웃자란다는 느낌을 받는다. 또 사회적경제가 너무 지원에만 의존해 지원이 없으면 유지되지 않는 상황을 맞닥뜨리지 않기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

지니 :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바라보는 경제가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의식을 던지는 것에 기여했다. 하지만 ‘어떤 문제를 해결할거냐’에서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사회문제라고 생각하는 의제자체가 너무 옛날 주제들이다. 새로운 의제들을 만들고 이를 해결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달달 : 내 일이 사회문제 해결이라고 표현하기엔 아직 큰 거 같다. 하지만 지금 당면해 있는 문제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더 나음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은 확신한다. 우리가 개개인으로 흩어져 있지만 이런 방식을 통해 함께 하면서 사회문제 해결에 맞닿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은 기여는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수익성과 공공성에 대한 경계가 조금은 부족하다. 어떻게 보면 내 일과 봉사활동이 근원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하는 생각도 든다.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인 만큼 조직적으로 공익성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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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생태계가 조성된지 10년이 넘었지만 진정성 있는 기업이 수가 시간과 비례하지 않음을 느낀다. 지원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이 사업에도 해당되고 저 사업에도 해당되는 꾼(?) 같은 기업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진정성이 부족한 기업들이 계속적으로 살아남게 되는 이유에는 지원사업의 방식이나 흐름에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카롱 : 지원사업의 방식과 흐름 자체가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단기적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어떤 때는 해외판로지원사업을 이 조직 저 조직에서 지원한다. 그리고 2년이면 끝난다. 그 후에는 크라우드펀딩이 갑자기 붐이다. 또 그 이후에는 ESG가 유행하면서 환경을 다루는 사회적기업들을 지원하는 사업이 우후죽순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자립준비청년 이슈가 주목받아서 이 주제로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조직이 없을 정도다. 10년 간 꾸준히 한 분야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없다. 휙휙 바뀌는 지원의 트렌드에 맞춰 사업비를 딸 수 있는 기업만 살아남는다.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지원사업을 따내기 위해 피봇을 위한 피봇을 거듭하거나 기업이 만들어진 목적에 맞지 않더라도 적당히 서류를 맞춰서 지원금을 얻어낸다. 

슈슈 : 사업 자체의 시각이 공급자적이다. 기업은 지원한다고 해서 공산품처럼 확확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사업에는 시간 제한이 있고 이 기한에 맞출 수 있는 기업과 함께 할 수 밖에 없다. 돈을 버는 방법을 모르는 기업을 성장시키기 보다는 빤짝하는 성과를 내 줄 수 있는 기업, 목표한 성과를 지킬 수 있는 기업을 찾게 된다. 애초에 사업의 셋팅 자체가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되어 있어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짧으면 1년, 길면 2년인 사업이다. 게다가 제한적이고 단기적인 성격으로 기업을 지원하면서 매출과 고용이 얼마나 느는지 체크하는 KPI도 적합하지 않다. 인과관계를 생각하지 않고 좋은 기준은 다 가져온다. 사업의 성과에 대해 굵직한 흐름을 잡고 있지 않다.

지니 : 연대는 회의를 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경제하는 사람들만 잘 사는게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새로운 경제가 지역사회의 변화나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 연대를 만드는 목소리에는 장기적인 고민과 비전이 없다고 느낀다. 또 지원을 해주고 받는 관계를 잘 살피면 인맥이 가장 많이 작동한다. 사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본다. 사업의 진정성이 부족한 이유에 이 부분도 크게 작동한다고 본다. 우리 안에서 자금이 지속적으로 돌 수 있는 방식을 점검해야 한다. 사회연대기금이나 사회연대신협이 왜 실패했을까 하는 것을 꼼꼼히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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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회적경제 및 비영리 분야의 중간조직 중간지원조직의 사업은 길어야 4-5년 짧으면 2-3년의 기간을 가진 사업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유행 또는 기부처의 요구에 따라 탑다운식으로 급하게 사업이 준비되다보니 조직만의 특성을 살린 사업도 적다. 또한 기업 및 개인기부 모두를 포함하더라도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조직도 많지 않은 편이다. 왜 이런 상황이 만들어질까. 

슈슈 : 한국은 경제도 압축성장하고 사회적경제도 압축성장 한 것 같다. 중간지원조직의 경우에도 각 조직의 특색이 살아있다기 보다 비슷비슷한 사업을 하는 조직이 많다. 진정성을 가지기 보다 미래먹거리로 보고 뛰어든 사람들이 더 많아보인다. 조직이 운영되어야 하기 때문에, 내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같은 굉장히 개인적인 이유가 과도하게 중요한 사람들이 더 많다.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도 필요를 고민하기 보다 ‘어, 이 사업 너도해? 우리도 할 수 있어!’라는 식이다. 세상이 변화하는 속도에 우리 속도를 찾지 못하고 휩쓸리고 있다. 

카롱 : 비영리나 사회적경제는 시장자체가 작은데도 불구하고 조직 간 연대와 협력이 되지 않는다. A 조직이 꽤 오래 진행하던 사업을 운영하기 힘든 상태가 됐는데, 서로 돕기보단 그 조직의 사업을 옆 조직이 낼름 가져간다. 서로 사업을 뺏고 뺏기는 살벌한 경쟁인 셈이다. 다만 그 경쟁을 질적으로 하기보다 ‘우리는 해당 금액으로 10팀 더 지원할께요’, ‘인건비를 더 깎아볼께요’ 하는 양떼기(?) 경쟁이다. 그 과정에서 공공과 기부처들이 사회적경제조직에게 과도한 기준을 요구해도 방어는커녕 사업을 놓칠세라 요구대로 끌려다니는 상황이 발생했다. 또 10년 이상의 경험이 쌓였지만 중간지원조직이 진행하는 사업의 형태와 성격은 그대로다. 그렇다보니 지원을 받던 기업이 성장해서 중간지원조직의 사업을 뺏어가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Q. 이런 흐름을 끊어 내려면 어떤 고민과 시도가 필요할까.

카롱 : 이것만은 제발 하지 말자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이라도 만드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원래도 자본이 적은 사회적경제와 비영리 섹터인데, 치킨게임처럼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은 전체적인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 시중에는 사회공헌 대상 같은 평가나 시상이 많다. 그러나 내부 실무자들이 시각이 담긴 시상식이나 평가방식은 없다. ‘실무자들도 인정한 좋은 사업이 있다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무자들의 시각이 담긴 새로운 평가의 흐름을 만든다면 우리가 일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지니 : 문제의식이 잘 드러나야 한다. 문제들을 계속해서 이야기하는게 중요하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사람들인 연대체에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연대체에 있는 어른들은 경로 의존성도 있고, 공공이나 타 조직간 관계성도 있어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들로 구성원이 바뀌어야한다. 새로운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슈슈 : 자원 공급 시작이 대부분 외부의 영리조직이다 보니, 뭐가 중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도 주도권을 뺏기기 쉽다. 사회적경제 내에서 사업 진행에 제약을 받지 않는 기금이 필요하다. 

산적 :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일반시장경제 방식에 의해서 공급된 재화보다 어떤 지표에서 뛰어난지 증명해낸다면 우리도 당당히 ‘우리를 값싸게 쓰지마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KPI 전환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이는 영리에도 공공성을 추동해내는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지표가 없더라도 우리가 하는 일은 분명 영리적인 가치를 우선순위로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쟤네가 좋으면 쟤네랑 해라’라고 이야기하는 배짱장사(?)도 필요하다. 또 기준이 명확치 않으면 영리기업에 흡수되어 버리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함부로 시도해선 안되겠지만, 기준이 명확하다면 함께하는 것도 통제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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