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11주년] "지역이 돌본다" 서더크의 의료·돌봄 통합서비스
[창사11주년] "지역이 돌본다" 서더크의 의료·돌봄 통합서비스
  • 이로운넷 영국(런던)=라현윤 기자
  • 승인 2019.07.24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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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힘, 영국을 가다]③인터미디엇 케어 서더크...공급자→이용자 중심
국립의료원+지자체 등 4개 기관 협력 모델...서비스 후 노인 60% 독립 생활 가능
지역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힘은 어디로부터 오는 걸까? 사회적경제 2.0을 준비하는 지금, 우리 모두에게 던져야 하는 화두다. 본지에서는 창사 11주년을 맞아 근대 협동조합의 발생지인 영국의 사회혁신 현장들을 방문해 오랜 기간 변화를 만들어가는 그들의 동력이 어디로부터 오는지를 살펴봤다. 브렉시트로 혼란기를 겪으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사회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그들의 앞선 경험과 고민 속에서 우리가 가야할 길을 고민해본다.

 

전 세계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병원 및 요양기관을 찾는 노년층은 매년 늘어나지만 이를 감당하기엔 개인도 정부도 역부족으로 보인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국가의 초석을 이룬 영국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은 주치의 제도에 정부가 세금으로 국민의 의료비를 무상으로 지원하다 보니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늘어나는 수요가 더 부담이다. 의료와 돌봄이 분리되어 이용하는 시민들 또한 복잡한 의료전달 체계에 불편함을 호소해왔다. 

 
# 늘어나는 돌봄 수요에 공급은 한계...지역의 새로운 의료·돌봄서비스 실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런던 서더크 지역에서는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국립의료원, 지자체 등 4개 기관이 협력하에, 의료와 돌봄 연계·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더크통합돌봄지원팀(Intermediate Care Southwark, 이하 ICS)’을 구성하고 지난해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ICS는 의료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간지원팀으로, 중증환자 또는 퇴원 후 돌봄이 필요한 환자에게 6주간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며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ICS팀으로 돌봄 요청이 오면 요양보호사 또는 사회복지사가 지역에 사는 노인의 집을 방문해 재활치료와 생활을 돕는다. 매일 건강관리에서부터 이동 등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돕고 혼자 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등의 전문 인력을 투입한다. 

ICS팀이 일하는 건물./사진=이로운넷

과거에는 환자가 혼자서 진료 따로, 돌봄 따로 신청하고 서비스를 받았다면, ICS팀이 생기면서 모든걸 원스톱으로 제공 받는 셈이다. 무엇보다 병원이나 시설로 격리되지 않고 자신이 사는 집에서 진료와 돌봄을 제공받아 노인들의 만족도가 높다. ICS팀은 이 모든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사전에 노인의 가족관계, 취미활동 등 각종 정보를 파악해 돌봄계획을 세우고, 다양한 전문인력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한다.   

특히 암과 같이 중증질환의 경우 특수팀인 ‘NHS 소속 스페셜케어팀(@Home·Pal@Home)’을 연계하며, 6주 간의 통합돌봄지원서비스가 끝난 후에도 도움이 필요한 노인에게는 NHS와 계약 형태인 민간돌봄업자로 구성된 ‘사회복귀지원팀(Rehab suppport worker)’에서 추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 오브라이언(Jar O’Brien) ICS팀 총괄책임자는 "국가보건서비스와 민간 돌봄서비스가 통합된 모델로, 우리팀은 중간에서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조정하고 책임지는 역할"이라며 "이 서비스를 통해 노인들이 병원이나 민간 요양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 내 자신이 거주하던 공간에서 살아가도록 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ICS팀은 노인들이 스스로 거주하던 공간에서 살아가도록 하는게 목표다./사진출처=Southwark Council Adult Social Care

# 의료돌봄 통합 정책 펼치는 영국...독거노인 많은 서더크 특성 반영    

서더크가 이러한 실험에 나선 데는 영국 정부가 펼치는 의료돌봄 서비스 통합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 영국도 10년 내 초고령사회로 진입이 전망되면서, 정부에서는 일찍이 의료와 돌봄을 통합하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의료비를 국가가 부담하는 영국의 의료체계 상, 늘어나는 노인 인구는 국가 재정에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자 오브라이언 총괄책임자는 "인구 감소, 고령화로 높아지는 복지 수요 대응에 한계가 있으면서 영국 정부에서는 대안을 찾는 다양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라며 “그 중 서더크는 체계를 바꾸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더크 지역은 영국 잉글랜드 그레이터런던에 있는 자치구 중 하나로, 32개구가 있는 그레이터런던에서도 가장 오래된 지역이다. 인구 수는 31만 명이며, 2030년까지 30%의 인구 성장률이 전망된다. 서더크 내에서 ICS팀의 긴급 대응 서비스를 받는 노인층의 나이는 평균 75-85세다. 사별했거나 다른 가족과 떨어져 혼자 거주하다 보니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이 많다. 문제는 향후 10년 간 이런 노인층이 크게 늘어날 거라는 점이다. 

서더크 지역은 인구가 31만 명에 달하며, 2030년까지 30%의 인구 성장률이 전망된다./이미지제공=ICS

# 이용자·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혁신 모델 

ICS팀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며 역점을 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기존의 '공급자' 위주의 의료·돌봄 시스템을 ‘이용자’ 중심으로 변화시켰다. 환자 입장에서는 받아야 할 서비스가 많은데 각각 다른 전달 체계로 받으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서류 절차도 복잡해 불편함이 컸다. 환자가 한 곳에서만 서비스를 받도록 원 스톱 서비스(one stop service)로의 개편을 꾀했다. 

자 오브라이언 총괄책임자는 "원스톱 서비스로의 개편을 위해 중복서비스는 없는지, 환자 입장에서 제공되어야 하는데 안 되는 부분은 어딘지 등을 책상에 모두 올려놓고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했다"며 "큰 서비스만 보는게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동네에서 제공되는 것도) 보며 큰 그림을 구상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ICS팀이 목표 하는 것은 ‘예방’이다. 자 오브라이언 총괄책임자는 “그동안 제공해온 의료·돌봄이 아픈 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예방이 핵심”이라며 “조기에 개입해 간병 시스템으로 유입되는 환자를 최소화하고, 지역의료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관리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 노인들이 병원에 가지 않고도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생활 패턴을 바꾸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4개 기관의 인력들이 어떻게 ICS팀에 참여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자 오브라이언 총괄책임자./사진=이로운넷

# 4개 기관 협력 구조 마련...준비 기간만 3년  

ICS팀이 ‘통합’과 ‘예방’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이 필수다. 현재 ICS팀에서는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공무원, 요양보호사 등 다양한 전문 인력들이 일한다.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전문기관들이 협력에 나선 이유기도 하다. ICS팀 구성에 참여한 기관은 △서더크성인사회복지회(Southwark Council Adult Social Care) △가이스&세인트 토마스 영국국가보건서비스 파운데이션 트러스트(Guys and St. Thomas’ NHS Foundation Trust) △서더크 국가보건서비스 CCG(NHS Southwark CCG) △서더크 자문위원회(Southwark Council Commissioners) 모두 4곳이다. 

4개 기관이 ICS팀을 구성하기 위해 처음 자리를 마련한 것은 2015년 5월이다. 팀 구성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비전, 목표를 합의하는 일이었다. 서로 너무 다른 성격의 조직이 한 팀을 만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습과 논의를 이어가며 문제점, 과제 등을 검토했다. 시스템 개발에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공동의 운영 모델을 개발했다. 새로운 모델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와 조정 작업도 이루어졌다. 이 과정은 단순히 프로세스와 시스템의 변화뿐 아니라 각자 조직이 가진 문화의 변화까지 요구되었기에 이 논의를 이어가는데 꼬박 3년이 걸렸다.

자 오브라이언 총괄책임자는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다른 문화를 가진 4개 기관이 각자가 보유한 자원을 최적화하고 통합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며 “준비 단계가 꽤 길었지만 반드시 필요했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ICS팀을 이끌어가는 폴리 헬러 돌봄 분야 대표(왼쪽)와 자 오브라이언 총괄책임자./사진제공=스프레드아이

# 목표 달성 위해 지속적인 비전 공유·새로운 조직문화 중요 

4개 기관은 총 4단계의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해 4월 ICS팀이 운영하는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러나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도,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유지시키는 일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ICS팀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적 원칙을 내부적으로 마련하고 이를 계속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내부적으로 세운 원칙은 △상위 리더십을 통합된 리더십으로 가져간다 △새로운 시도에는 늘 실패가 따른다 △비전이 일상적으로 공유되어야 전체 직원들이 흔들리지 않는다 △현장 스탭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듣고 의사결정을 한다 △혁신 서비스라는 생각으로 실험해보고, 잘못된 것은 배우고 성찰하는 등 당장 성과를 내기 보다는 실험한다는 마음의 모험정신 문화를 중요시한다 등이다. 

4개 기관은 ICS팀 구성을 위해 3년간 4단계에 걸쳐 준비기간을 거쳤다./이미지제공=ICS 

또한 조직운영에서도 서로 이질적인 분위기를 통합하기 위한 환경 조성에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폴리 헬러 돌봄 분야 대표는 “기존 다른 조직에서 모여 하나의 서비스를 만드는 일이기에 일부러 한 공간에서 함게 일한다”며 “일하는 이들이 새로운 공간을 최대한 편안하게 느끼도록 자리 배치 하나까지도 신경쓴다"고 밝혔다. 이어 팀 전체가 긍정적 변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비전을 지속적으로 공유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여러 조직이 결합해 만들어진 팀이기에 조직 간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팀 총괄책임자의 급여는 각각 다른 기관에서 50:50으로 받고 있다. 어디로든 휘둘리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나온 발상이다. 

의사결정 구조에서도 다양한 조직이 함께하기에 조심스럽다. 의료와 돌봄쪽 각 대표가 주요 의사결정을 하지만, 2명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팀 총괄자를 포함해 3명이 함께 최종 의사 결정에 나선다. 그 외 중요한 의사결정은 3개월마다 열리는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이사회에는 4개 기관이 함께 참여해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 ICS팀이 서비스를 제공한 노인의 60%가 서비스 종료 후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는 의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 오브라이언 총괄책임자는 여전히 ICS는 실험 중임을 강조했다. 

“조금씩 성과가 보이는걸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실험은 없던 서비스를 새롭게 만드는 과정이다. 새로운 실험에는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위기에 투자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해외 탐방은 사단법인 씨즈가 주관하고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와 한화생명이 후원하는 '2019 SEEKER:S(씨커스) 청년, 세계에서 길을찾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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