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주 서울시의원이 이번 토론회를 열게 된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사태를 겪으며 ‘사립유치원의 공공성’ 문제에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습니다.”

전병주 서울시의원의 일성이다. 지난해 불거진 한유총 사태는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개학연기 투쟁, 에듀파인 도입 반대 등 진통은 보육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케 하는 계기가 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한유총 사태로 유치원의 중요성을 느꼈다. (유치원은)단순한 보육기관을 넘어섰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대안으로 협동조합형 유치원 모델이 새롭게 떠올랐다. 협동조합형 유치원은 학부모·교직원·후원자·자원봉사자 조합원 중 둘 이상의 조합원 유형이 필수적으로 포함된 사회적협동조합이 설립·운영하는 유치원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은 “협동조합형 유치원은 참여와 협력, 민주적 운영과 의사결정으로 교육공동체가 아이들을 함께 키우며, 유아교육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시교육청 교육감이 협동조합형 유치원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시 협동조합형 유치원 제1호 모델로 지난 3월 꿈동산아이유치원이 설립됐고, 내년 경기도에 제2호 설립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정책 초기인 만큼 현장에는 다양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다가 기존 사례가 없어 제대로 된 지원도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지영 서울꿈동산아이유치원 이사장은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게 힘들다"며 "교육청에서도 충분한 이해와 선례가 없었고, 우리조차 어떻게 인식하고 운영해야 할지 어려웠다”고 말했다. 장성훈 (사)아이가행복한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도 “도움을 요청했을 때 ‘제도가 없고, 기존 사례가 없어서 도와줄 수 없다. 하지만 응원은 하겠다’는 말이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20일 서울시의원회관에서 '협동조합형 유치원 제도화 및 정책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제2대회의실에서 협동조합형 유치원 확대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협동조합형 유치원 제도화 및 정책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서울시의회가 주최하고, 전병주 서울시의원, 육아정책연구소가 주관했다.

협동조합 유치원 ‘공동체’ 방식, 아이·어른 성장에 영향

이날 토론회에서는 협동조합형 유치원이 단순히 사립 유치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송지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이사 및 컨설팅 사업단장은 “협동조합형 유치원은 기존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서의 기능은 물론, 부모와 교사가 협력해 운영하기 때문에 아이는 물론 어른들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송지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이사 및 컨설팅 사업단장은 협동조합형 유치원이 아이와 어른이 함께 성장하는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향후 미래를 디자인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 이사는 “공동체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장해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또다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할 것”이라며 “이것이 협동조합형 유치원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교육공동체 속에서 민주주의가 살아 움직일 수 있다는 것도 협동조합형 유치원이 필요한 이유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협동조합형 유치원의 민주적 운영 모델이 대표 사례로 자리잡아 국내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협동조합형 유치원 법제 정비 시급

협동조합형 유치원은 시민이 운영하고 부모가 주체가 되는 유치원으로, 양육 주체의 당사자성이 확보되고 인권이 보장된다. 더불어 부모들의 참여 보육과 협력적인 교사회 운영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이같은 운영 원리는 유치원의 민주적 운영을 가능케 하고, 자율성도 강화되어 높은 공공성을 보장할 수 있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이 협동조합 유치원 확대를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하지만 공간 및 인력 확보, 설립 비용 및 예산, 협동조합형 유치원의 특수성 인정 범위(공영형 유치원 지정 문제) 등 한계점도 있다. 박창현 부연구위원은 협동조합형 유치원의 안정적 확대를 위해 △협동조합형 유치원에 대한 법제 정비 △공간 마련 및 설립 초기 비용 위한 지원 체계 마련 △교사 양성 과정의 개설과 운영 △조합 특수성을 감안한 행정 절차 간소화 등의 정책과제를 제안했다.

특히 지금은 협동조합형 유치원 시행 초기로 법령 제정이 시급하다. 박창현 부연구위원은 “법령에 협동조합의 문구가 있어야 재정·교원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협동조합형 유치원은 부모들이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수요가 있으면 이들을 충분히 지원해 유치원을 설립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새로운 모델 도입을 위해 여러 사업을 통해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협동조합형 유치원을 천천히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은애 서울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협동조합 유치원 추진단 꾸리자” 제안

이은애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이 협동조합형 유치원 추진단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이은애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은 “토론회가 끝나면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함께 협동조합형 유치원 추진단을 만들자”고 깜짝 제안했다. 이 센터장은 “서울꿈동산아이유치원을 설립할 때 교육청을 통해 돕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며 “이런 과정을 공개적으로 제안한다.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과거 아이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겼던 중고등학교 매점을 교사-부모-청소년이 함께 참여하는 협동조합으로 변화시킨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이후 교육청 안에 학교협동조합 민간협의회가 만들어졌고, 조례 제정, 공증면제 등의 성과가 나왔다”며 협동조합형 유치원 역시 힘을 합쳐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

오필순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장이 서울시 교육청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

이날 발표한 의견에 대해 교육청은 현재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필순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장은 “TF를 통해 공영형의 새로운 패턴을 조합하면서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면서 “공공성에 대한 인식과 요구가 있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책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오필순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장이 서울시 교육청에 대한 입장을 설명했다.

1호 모델이 나오면서 사회적 주목을 받았던 ‘협동조합형 유치원’. 더 건강한 확산을 위해 이제 법제 정비·지원 체계 마련 등의 과제를 함께 고민할 때다.

?사진. 박재하 이로운넷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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