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피엔텍(공동 대표 하현정, 김경훈)은 2021년 현재 (중증)장애인과 고령자로 대표되는 취약계층을 정규직으로 고용해 온 인천 소재의 지류 생산 사회적기업이다. 복사용지, 중질지, 신문용지 등 종이 제품을 생산해 종합쇼핑몰 '함께가게' 등을 통해 유통한다.

총인원 중 취약계층의 비율은 70%를 넘는다. 현장을 감독하는 중간관리직을 비롯한 직원 대부분이 창립 초기부터 함께한 장기 근속자로, 대표가 추구하는 사회적가치에 대해 깊은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 모든 직원이 정규직이라는 고용 안정성을 바탕으로, 신성피엔텍은 '취약계층에 대해 지금보다 더 많은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사회적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9년 I-SEIF(인천 사회적경제 활성화 기금) 2기 펠로우 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2년이 흐른 지금, 기업과 스스로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하현정 공동대표에게 물었다.

하현정 공동대표가 회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인천광역시사회적경제지원센어 청년공감기획단
하현정 공동대표가 회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인천광역시사회적경제지원센어 청년공감기획단

장애인 지속 고용위해 I-SEIF 신청

"회사 내의 한 장애인 근로자의 집에 방문한 경험이 있어요. 그 친구는 알고보니 장애인 부모님과 한 집에서 지내고 있었고, 그 집의 위생환경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청결한 관리는 커녕, 언제 먹었는지도 모를 음식들이 상한 채로 주방에 놓여져 있던 것이 생각이 나요.”

하 대표는 정식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던 날 아이처럼 기뻐했던 그 친구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그는 돌아오는 차안에서 김경훈 대표와 펑펑 울었던 기억이 있다며 ‘장애인 고용은 그 장애인 한 명만의 자립이 아닌, 한 가구의 자립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장애인을 꾸준히 고용해온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고, 고용을 지속적으로 보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I-SEIF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창립초기부터 꾸준하게 사회적가치 실현에 있어 탄탄한 기반을 닦아온 신성피엔텍이었지만, 기금에 선정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여러 번의 인터뷰 심사가 있었는데요, 그때마다 심사위원들께서 미처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하셨던 것이 생생해요.:

‘신성피엔텍 정도 규모의 기업이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지 않느냐’는 심사위원의 의견도 있었다. 취약계층 고용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전과 다른 운전자금의 운용이 필요하고, 또 이를 위해서는 I-SEIF의 지원과 컨설팅이 절실하다 하 대표는 호소했다.

하 대표는 심사를 준비하면서 회사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질문과 대답을 깊게 생각하다보니 그간 '발산'만 하고, '확장'에 몰두하느라 중요한 것을 잃고 있지는 않았는지를 곰곰히 돌아보게 됐다고 털어놨다. 하 대표는 당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신성피엔텍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에 대한 비전도 생각하게 됐다.

이후 계속된 심사에서 하 대표는 지금까지 신성피엔텍이 실현해 온 가치들, 앞으로의 비전을 확실하게 제시했다. 결국 2기 펠로우로 선정돼 2500만원 규모의 무이자 대출을 지원받았다.

사회적경제 활성화기금 2기 펠로우로 선정된 기업들에 기금을 전달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출처=인천항만공사
사회적경제 활성화기금 2기 펠로우로 선정된 기업들에 기금을 전달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출처=인천항만공사

지원자금 활용해 브랜드 구축 등 경쟁력 강화

하 대표는 I-SEIF 자금을 활용해 가장 먼저 생산 설비 전체에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 반자동 시스템이 현장 근로자들의 신체적 부담을 가중화 시키고, 이는 장기적인 노동환경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어요. 자동화 시스템을 새로 도입하는 데에 있었던 상당한 비용적 부담을 먼저 해결했죠.”

현장 근로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중증)장애인과 고령의 중간관리자들에게 이같은 변화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소중했다. 현장에서 생산력이 향상됐다. 더불어 비교적 자금운용에 여유가 생기며 고용의 안정도 다시 확립할 수 있었다. 

하 대표는 I-SEIF의 컨설팅에도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말 뿐인 컨설팅’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I-SEIF의 매니저의 컨설팅을 정기적으로 받으면서 판로 개척, 브랜드 강화에 도움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하현정 공동대표가 상표등록을 앞둔 독자적 브랜드 ‘하랑’에 대한 설명을 하고있다. 하랑은 ‘함께 높이 날다’라는 의미로, 점자를 형상화한 디자인을 품고있다./사진=인천광역시사회적경제지원센어 청년공감기획단
하현정 공동대표가 상표등록을 앞둔 독자적 브랜드 ‘하랑’에 대한 설명을 하고있다. 하랑은 ‘함께 높이 날다’라는 의미로, 점자를 형상화한 디자인을 품고있다./사진=인천광역시사회적경제지원센어 청년공감기획단

하 대표는 지원 자금의 일부를 독자적인 브랜드 구축과정에 사용했다. 신성피엔텍의 독자적 브랜드 ‘하랑’은 상표등록을 앞두고있다. 그는 독자 브랜드로 신성피엔텍의 시장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의 삶은 혼자 갈 수 없어요. 모두의 다양한 경험과 삶의 방식들이 세상과 부딪히는 과정을 통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I-SEIF'와의 연결은 그 과정을 매개시켜주는 소중한 창구에요.”

하 대표는  I-SEIF 펠로우를 고민하는 조직들에게 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특히 준비 과정에서 비전을 세울 수 있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냐고 물었다. 하현정 대표는 현재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영진 씨가 생각나네요.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부터 많은 눈물을 보였던 친구에요. 특히 이 친구한테는 세상의 궂은 일들이 참 많았던 것도 같아요.”

최영진 씨는 스마트폰도 과도하게 비싸게 사기도 했고, 이가 아파도 치과에 못가 발치를 하기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 대표는 전했다. 최 씨의 얘기를 듣고 그동안 좁은 세상에서 살았다고 반성을 했다고 전했다.

하대표는 “최 씨와 같이 약자들을 착취하는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꾸는 것이 꿈”이라고 강조했다.

"최종 목표는 신성피앤텍의 이름으로 주택을 구입해서 장애인 친구들이 회사를 다니는 동안이라도 편하게 제공하고 싶어요. 제 꿈도 소박하지만, 장애인 친구들의 꿈은 말할 수도 없이 소박하거든요. 그 꿈들도 꼭 이뤄주고 싶어요. 제가 다 이뤄줄 수 있는 꿈들이에요"

I-SEIF(인천 사회적경제 활성화 기금)는 △인천공항공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인천항만공사 △한국환경공단 등 인천시에 소재한 국가출연 4개 공공기관이 공동 조성한 사회적 경제 기금이다. 

매년 사회적 가치 창출 지향성과 지속가능성을 보유한 인천시 소재 사회적 경제 조직을 펠로우 기업으로 선정·지원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사회가치실현에 기여하고 있다. 

펠로우 기업에는 기금 무상지원 혹은 무이자대출을 I-SEIF지원하며, 작년 3기 펠로우 기업에는 3억원, 1기부터의 총 누적 28개의 기업에 약 6억 5천만원을 지원했다.

4기째를 맞은 I-SEIF는 현재 신청을 마무리하고, 펠로우 기업 선정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내년에는 기금 출범 5주년을 비롯해 기념식 또한 예정되어있다. 이같은 지자체, 지역 공공기관 주도의 사회적경제 기금이 자리잡는 것은 인천 지역의 사회적경제에 있어 큰 버팀목 그 이상의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신성피엔텍과 같은 사회적기업들이 더 공고히 자리잡아 지역 전체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라도, 더욱 다양한 채널의 사회적경제 기금의 조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신성피엔텍의 하현정 공동대표와 청년공감기획단이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출처=청년공감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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