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수동적인, 단순 노동만 할 수 있을까? ㈜인천개항은 사회서비스의 일방적인 수혜자가 아닌 제공자가 되는 장애인 전문 직업인을 양성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장애인의 꿈이 자라는 일터’를 슬로건으로 한다. 

㈜인천개항은 2014년 10월 사단법인 인천 장애인능력개발협회의 사업단으로 시작해 2015년에 사회적기업이 됐다. 소외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장애인 직업훈련과정을 운영하고 지역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월 3일 청년공감기획단이 인천 서구에 위치한 인천개항 정서진점에서 장미진 대표를 만났다.

장미진 대표가 ㈜인천개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인천광역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청년공감기획단
장미진 대표가 ㈜인천개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인천광역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청년공감기획단

Q. 인천개항은 무엇을 하는 기업인가.

인천 중구청 개항장 문화지구에서 카페로 시작해 현재는 지역 관광 사업도 하고 있다. 1호점이 카페, 체험관, 홍보관으로 운영되고 있다면, 2019년 서구 정서진 아라뱃길에 연 2호점은 장애인 훈련생들의 교육에 더 초점을 두고 있는 퓨전분식점이다. 

인천항의 개항과 함께 세워진 한국 최초의 근대 건축물을 테마로 하는 ‘더퍼스트’라는 브랜드로 퍼즐, 팝업카드 등 인천을 주제로 하는 다양한 관광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인천개항은 교육부 인증을 받은 진로체험전문 교육기관으로 학교에서 인천의 역사를 주제로 하는 내고장체험이나 진로체험을 진행하기도 하고, 바리스타, 가죽가방 만들기, 빙수 체험 등 다양한 체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체험도 중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인천개항은 지적 발달 장애가 있는 훈련생들이 전문 직업인이 되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장애인 직업 훈련 기관이다. 바리스타, 쉐프, 가죽공예 체험 강사, 문화해설사 등의 훈련이 진행된다.

인천개항의 공예 상품들. / 사진=인천광역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청년공감기획단
인천개항의 공예 상품들. / 사진=인천광역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청년공감기획단

Q. 왜 서비스업 분야의 장애인 전문직업인 양성을 선택했나.

많은 장애인들이 직업 교육을 받지만 교육이 끝난 후 활용하지 못한다. 장애인들의 직업 현장에서도 비장애인들이 모든 일을 하고 장애인들은 서있기만 하는 것을 많이 보며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특히 서비스업은 교육을 받은 장애인들도 현장에서는 치이고 얼어붙기도 하며 잘 하던 것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가게에서도 직접 장애인을 훈련시키면서까지 고용하려고 하지 않는다.

기술 습득과 함께 사회성을 기르는 것과 현장 훈련도 매우 중요하다. 인천개항이 그런 역할 수행하고자 했다. 서비스직으로 일하는 것은 지적발달장애인이 자존감을 회복하고 사회성을 발달시키며, 독립적으로 떳떳한 사회 진출을 할 수 있는 전반적인 역량을 길러준다. 인천개항이 이곳의 장애인들을 서비스업 전문직업인으로 양성하여, 평생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Q. 2호점에 분식점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장애인 직원들이 조심하며 일하는 것을 보면서, 손님들 입장에서는 편하게 쉬었다 가기 위해 오지만 마음의 부담을 느끼는 환경이 조성된다. 또한 ‘깨끗할까?’, ‘믿고 먹을 수 있을까?’ 하는 편견을 갖고 싫어하는 손님들도 있어, 음식점 운영에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음식점을 하게 된 이유는 장애인 훈련생의 훈련을 위해서이다. 체험의 경우는 손님이 없을 때가 있어서 지속적인 훈련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곳은 매일 음식을 준비하고 장사를 하기 때문에 좋은 훈련의 기회가 된다. 직업인으로서 정기적으로 출근하는 것도 몸으로 터득할 수 있다.

Q. 장애인 외식업종사자 훈련을 위한 업무환경의 차별점은.

이곳에서 장애인 직원들은 가장자리에서 서빙이나 설거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김밥을 싸고 쫄면을 삶는 등 주업무를 맡는다. 라면 봉지를 까는 일부터 손님들이 간 자리에서 휴지만 골라내는 일까지 분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원활한 작업과 일정한 맛을 위해 계량화와 기계화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양념을 하는 등의 일이나 기계로 대체하지 못하는 최소한의  칼질, 불 사용 등 환경적으로 위험한 부분은 비장애인 선생님이 맡고 있다.

인천 서구 정서진 아라뱃길에 위치한 인천개항 2호점의 모습. /  사진=인천광역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청년공감기획단
인천 서구 정서진 아라뱃길에 위치한 인천개항 2호점의 모습. /  사진=인천광역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청년공감기획단

Q. ‘장애인이 즐겁게 일하는 장애인 기업 모델 제시’이라는 비전 실현을 위해 하는 노력은.

직원들의 행동과 생활이 외부 환경에 맞추어 변하는 것을 겨냥해, 즐겁게 직업 개발을 하면서도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천개항에서는 직원들이 휴식 시간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도록 편하게 화장실도 가고 커피도 마시는 환경을 만들었다. 또한 직원들이 서로 견제도 하며 일에 필요한 부분을 놀이처럼 재밌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주고자 한다. 암기력, 집중력이 뛰어난 지적발달장애인 직원들의 특성 상 재밌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만 주어지면 큰 성과가 나온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여가활동을 하면서 직원들이 즐거움을 얻었으면 좋겠다. 합창이나 악기 등의 취미 활동을 함께 하며 새로운 것을 터득하고 도전하는 힘을 주고 싶다. 현재는 구청 측에서 주간활동지원센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새로운 방법을 찾는 중이다.

직원들이 많은 것을 경험하도록 해주는 다리가 되고 싶다.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됐지만 외국도 많이 다녀왔다. 외국의 관광지와 서비스 산업을 견학하는 시간을 통해 직원들이 훨씬 넓은 세상을 체험하고 큰 꿈과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또한 직업캠프와 재능기부캠프로 전국 곳곳을 함께 다녔다. 감사하게도 매번 코레일의 후원이 있어 직원들이 더 많은 경험을 하게 해줄 수 있다.

Q. 장애인 직원들의 삶에서 어떤 역할이 되었으면 하는지.

장애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어려움을 안고 태어났지만 그들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시혜적인 도움보다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소통과 화합을 이루고 싶다. 직원들과 더 가까워질 수록 장애인 직원들이 더 깊이 기댈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졌다. 같이 자고 밥도 같이 먹으며 훈련도 할 수 있는 기숙사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 직원들의 노년을 함께 준비해주고 싶고, 직업 개발 외에도 기본적으로 그 나이에 누릴 수 있는 것들을 누리며 행복한 개인의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인천개항에서 일하는 장애인 직원들 중 정말 결혼하고 싶어하는 커플이 있어, 웨딩쇼를 열어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 결혼까지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숙사에서 같이 자고 일어나며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장애인 직원 부부가 함께 만든 우드DIY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인천광역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청년공감기획단
장애인 직원 부부가 함께 만든 우드DIY를 선보이고 있다. / 사진=인천광역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청년공감기획단

Q. 인천개항의 목표는 무엇인가.

당당하게 사회에 진출해 섬겨주고 나눠주는 사회 서비스 제공 기업이 되고 싶다. 인천에 서비스업의 종착점인 호텔을 세우고 싶다. 마사지부터 음식까지 여러 분야의 서비스업을 훈련하면서 역량을 갖추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긴 시간을 투자해서 최종적으로는 장애인 가족들을 포함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장애 사업 명소가 되고 싶다. 장애인들이 꿈을 이루면서 동시에 그들의 직업을 손님들도 인정해주고 공존하는 기업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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