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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를 말할때 지역을 빼 놓을 수 없다. 지역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전국 곳곳에서 활동하며 고용 창출, 환경 보전, 사회적약자 돌봄 등 다양한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이제 사회적경제 영역은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며,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이로운넷>은 주민과 소통하고 지역자원과 연계, 지역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노력하는 풀뿌리 지역 자치단체장을 만나, 사회적가치 창출 전략을 들었다.

#양천구 신월동에서 가방을 제조하는 소공인들이 모여 설립한 양천가방협동조합은 독자 브랜드 및 제품 개발, 일자리 창출, 주민참여 마을공방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매출도 꾸준히 상승해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다양한 기부활동으로 지역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베드타운이자 지역간 균형발전이 시급했던 양천구에 사회적경제 인프라가 만들어지면서 도시가 살아나고 있다. 오래된 주민센터를 리모델링한 양천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장애인 바리스타들이 일하는 카페(1층), 기업성장공간(2층), 개방형 창업공간(3층)으로 구성돼 주민들이 자유롭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마당이 됐다.

양천구에 사회적경제 인프라가 만들어진 데에는 김수영 양천구청장의 노력이 있었다. 김수영 구청장은 제1대 시흥여성희망일터지원본부 본부장을 지냈고, 2014년부터 두 번에 걸쳐 서울시 양천구 구청장을 지내고 있다. 현재는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5기 수석부회장을 맡아 지역 사회적경제기업들의 육성과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로운넷>은 지난달 26일 양천구 구청장실에서 김수영 구청장을 만났다. 김 구청장은 “지자체에서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사회적경제기업을 육성, 지원하기 위한 중간지원조직이 확대됐고, 자연스럽게 사회적경제기업도 양적, 질적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수영 양천구청장과의 일문일답.

현재는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5기 수석부회장을 맡았다./사진=양천구청
현재는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5기 수석부회장을 맡았다./사진=양천구청

Q.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구청장을 하기 한참 전에 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구. 여성희망일터지원본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때가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되던 시기였는데, (경력단절)여성들이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과 관련된 일을 하면 잘 맞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관심을 갖게 됐다.

Q. 구청장 2번째다. 과거와 비교해 양천구 사회적경제 생태계는 어떻게 변했나.

양천구는 2011년부터 구의 유휴공간에 청년 사회적기업가를 육성하는 ‘소셜벤처인큐베이팅센터’를 유치하고 사회적경제기업을 배출했다.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경제조직이 양적, 질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로 양천구 사회적경제의 활약과 필요성을 체감했다. 지난해 마스크 대란 당시 양천구와 지역에서 마스크를 제조하는 협동조합은 마스크 32만장을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우선 보급했다. 가방 협동조합은 숙련된 봉제기술을 바탕으로 긴급하게 천마스크를 제작해 취약계층에 전달했다. 서점협동조합, 집수리협동조합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부했다.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양천구와 사회적경제기업의 협업으로 지역 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도시재생이나 찾아가는 복지서비스, 골목상권 분야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이 발굴 및 육성되며 지역의 활력과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4월 23일 열린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5기 출범식 및 정책토론회에 참여한 김수영 구청장./사진=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4월 23일 열린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5기 출범식 및 정책토론회에 참여한 김수영 구청장./출처=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Q.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법과 제도정비, 지원체계 구축 등 사회적경제의 성장기반을 꾸준히 다져왔다.

이제는 사회적경제가 더욱 성장하기 위한 마중물 지원은 하되, 사회적경제기업이 공공의 지원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도록 적절한 균형감각을 갖춰야 한다.

사회적경제가 제안하는 현실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지방정부 정책에 수용하면 지자체와 사회적경제가 상생할 수 있다고 본다. 주민들이 지역사회에서 사회적경제가 긍정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게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Q. 양천구와 사회적경제기업의 협업 사례를 소개해달라.

양천구와 사회적경제기업의 협업은 △공동주택 같이살림 △양천 주민기술학교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공동주택 같이살림'은 아파트 주민들과 사회적경제기업이 함께 생활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발굴·기획·실행해 지역 비즈니스 모델로 육성하는 사업이다. 대표적으로 양천구 목동현대A아파트는 취약계층 아동과 어르신들이 소외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돌봄 전문가를 양성한다. 이를 통해 어르신들의 일자리 문제까지 함께 해결한다. 목동2차우성아파트는 단지 내에서 북카페를 조성 및 운영하는 것을 지원해 주민들이 경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양천 주민기술학교'는 주민들의 수요가 높은 분야에 전문기술교육을 진행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해 새로운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하는 지역 사회적경제 생태계 육성사업이다. 지난해 6~11월에는 사회적경제기업이 ‘에너지 효율과 집수리’에 대한 기초 심화과정과 ‘영유아 어린이식 및 암환자식 등 케어푸드 조리 전문교육’을 진행했고, 현재까지 56명이 교육을 수료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사진=양천구청
김수영 양천구청장./출처=양천구청

Q. 올해 양천구는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공정무역도시를 인증받았다. 이것은 어떤 의미인가.

양천구는 지난 4월 12일 서울시 자치구로서는 첫 번째로 공정무역도시로 인증받았다. 이에 앞서 △양천구 공정무역 지원 및 육성에 관한 조례 제정(2020년 7월) △주민정책간담회 및 공정무역 위원회 개최 △공정무역제품 신규 판매처 확보 △지역활동가 양성 교육과 온·오프라인 공정무역 캠페인 실시 △공정무역제품 홍보관 설치 및 개관 △지역 내 구립어린이집 2곳에 대한 공정무역 실천기관 선정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공정무역의 목표는 윤리적 소비를 통해 제3세계의 불공정무역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공정무역마을운동은 관이 주도하는 사업이 아니라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주도해,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의미가 있다.

Q. 양천구는 지역 특성에 맞게 재건축과 도시재생을 진행중이다. 양천구가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게된 이유는 무엇인가.

양천구는 목동아파트로 대표되는 고층아파트와 저층 주거지역이 혼재된 지역으로, 전체 면적의 70%가 주거지역이다. 지역의 주거환경 개선과 기반시설 정비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지역특성에 맞게 각각의 장점을 살린 재건축, 재개발, 도시재생 등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그중 도시재생은 재개발과는 달리 물리적 환경과 경제, 사회, 문화 등 지역사회에 필요한 여러 영역을 종합적으로 개선해 해당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다.

양천구 도시재생 사례는 고도제한으로 사업성이 부족해 재개발 사업이 추진되기 어려웠던 신월동 지역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목욕탕으로 이용되던 신월3동의 목욕탕 ‘청수탕’을 매입해 트렌디한 마을문화공간으로 바꾸는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중이다. 신월3동은 문화시설이 없어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곳이었는데, 청수탕을 마을문화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기존 목욕탕을 살려 카페 마을전시관, 문화예술공연장 등을 만들고 문화소비공간을 확대할 예정이다. 나아가 주민들 뿐만 아니라 다른지역에서도 찾아올 수 있는 핫플레이스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

Q. 양천구는 현재 H-Plan을 추진하고 있다. H-Plan 사업을 사회적경제와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

처음 구청장으로 취임할 때 가장 고민했던 것이 지역의 균형 발전이었다. 이를 위해 중장기계획으로 H-Plan을 추진하고 있다. H-Plan은 목동과 비(非)목동 간 격차를 줄이고, 동반 상승 효과를 위해 진행되는 사업이다.

그중 서부트럭터미널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 사업은 윤곽이 나왔다. 그동안 많은 토론을 거쳐 양천구가 제안한 내용이 많이 반영됐다. 다목적 공연장과 첨단 미래교육센터 조성이 확정됐는데, 향후 지역에 활력이 더해질 것으로 본다.

4월 16일에는 7.53km의 신월여의지하도로가 개통됐다. 기존의 국회대로는 지하화(2024년까지 완료)되며 지하화 공사가 완료되는 구간별로 지상구간의 공원화(2025년까지 완료)도 함께 순차적으로 진행될 계획이다.

H-Plan 성과를 더욱 효과적으로 도출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 마을공동체 등 다양한 지역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역의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H-Plan을 통해 문화공연 시설 및 물류단지 인프라가 구축되면 지역사회 사회적경제기업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본다. 예를들어 뮤지컬과 공연예술을 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의 무대가 확장될 것이고, ‘양천가방협동조합’처럼 제조업 분야 사회적경제기업의 판로도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Q. 양천구의 사회적경제 발전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

포스트코로나 시대, 도시가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갖추기 위해서는 혁신성과 포용성을 갖춘 사회적경제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

양천구는 지역구성원 간 사회연대경제를 기획하고 선도할 것이다. 청년과 소상공인의 연대를 위해 청년디지털 서포터즈 사업으로 디지털에 익숙한 청년들이 소상공인의 디지털 화를 도와, 벼랑 끝에 놓인 자영업자와 일자리가 필요한 청년이 연대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지역과 소상공인의 연대를 위해 착한 선결제 및 SNS 릴레이 운동도 진행할 계획이다.

주민이 체감하고, 지역을 대표하는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공동체 복원을 주도하는 도시재생기업을 육성할 것이다. 또 지역산업을 대표하는 제조 및 소공인들의 협동조합화를 지원하고 공동기반 시설을 조성하는데도 힘쓸 예정이다.

김수영 양천구청장 약력

現 민선7기 서울특별시 양천구 구청장
민선6기 서울특별시 양천구 구청장
더불어민주당 전국기초자치단체장협의회 사무총장
여성이 만드는 일과미래 이사
제1대 시흥여성희망일터지원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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