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사회적경제를 말할때 지역을 빼 놓을 수 없다. 지역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전국 곳곳에서 활동하며 고용 창출, 환경 보전, 사회적약자 돌봄 등 다양한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이제 사회적경제 영역은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며,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이로운넷>은 주민과 소통하고 지역자원과 연계, 지역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노력하는 풀뿌리 지역 자치단체장을 만나, 사회적가치 창출 전략을 들었다.

“사회적경제조직이 확대·성장한다면 지역사회가 더욱더 튼튼해질 것입니다. 공생과 화합의 힘에 기반해 사회적경제기업을 이룬다면 그것이 곧 지역사회의 성장을 돕는 일입니다.”

인천광역시 서구는 최근 ‘자원순환 신경제모델’을 발표하며 쓰레기 감량 및 재활용 중심의 자원순환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2025년 종료를 앞두고, 소각과 매립을 최소화하고 감량과 재활용 중심의 쓰레기 선진화 처리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수도권매립지 및 유해시설 밀집 문제로 환경이 열악한 지역으로 꼽혔던 서구를 국제 환경도시로 탈바꿈해놓는 것이 목표다. 환경전문가인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은 “민간이 개발한 고급기술에 공공의 힘이 더해진다면 재활용품을 고품질 자원화할 수 있다”며 “폐비닐, 폐플라스틱 물량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까지 ‘일석삼조’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원순환 신경제모델에 있어 사회적경제기업이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은 과거 환경부에서 근무하며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사진=김주연 인턴기자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은 과거 환경부에서 근무하며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사진=김주연 인턴기자

이재현 구청장은 과거 환경부에서 근무하며 자원순환 분야와 사회적경제의 연계를 시도했다. 그러면서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는 “인천 서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 평소 관심있던 사회적경제를 꽃피우고자 노력하는 지자체장들이 모인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를 알게돼 가입했다”며 “지방정부간 우수 정책과 모델을 상호교류하며 사회적경제를 더 많이 익히고 구상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서구는 ‘사회적경제 선도도시’로 부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19년 9월, 인천 최대규모로 사회적경제마을지원센터를 설립해 2018년 18개였던 사회적기업 수를 40개로 늘려 122% 성장을 이끌어 냈다. 

지난 4월에는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우선구매 촉진을 위한 '매칭데이' 행사를 진행해 450여 건의 상담과 매칭을 성사해냈다. 이재현 서구청장은 “이는 서구청 직원들부터 사회적경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동시에 민간차원 사회적경제 제품·서비스 구매 활성화도 추진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서구의 지역화폐인 ‘서로e음’ 플랫폼에 사회적경제 카테고리를 추가할 계획이다. 시민들이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착한 소비도 하고, 사회적경제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로운넷>은 지난달 28일 이재현 서구청장을 만났다. 올해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5기 부회장으로 선임된 이 구청장은 “지역공동체에 기반해 환경, 돌봄, 경제 등 각 분야의 고민을 끌어내고 사회적경제를 접목한 선순환 해결책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재현 서구청장과의 일문일답.

Q. 최근 기후위기, 불평등 심화 등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사회적경제가 갖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협동과 나눔’을 모티브로 하는 사회적경제 방식은 전세계가 직면한 팬데믹 시대에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사회적경제는 환경, 일자리, 복지, 문화 등 우리 삶의 모든 영역과 연결돼 있으며, 공공경제와 시장경제가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서구의 사회적기업 중에는 직원 7명으로 시작했지만 성장을 거듭해 현재 9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직원의 90% 이상이 중증장애인 등 취약계층인 ‘한국근로장애인진흥회’라는 곳이 있다.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 수익금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사업 개발을 통해 질높은 제품을 판매해 지역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물질적 가치와 달리 사회적가치는 쓰면 쓸수록 플러스가 되는 특성을 가진다. 사회적경제는 지역경제 활성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일자리 제공 등 사회적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며 지속 가능한 발전의 지렛대 역할을 한다. 전 세계가 위기 극복에 나선 지금이야말로 상생과 협력, 연대에 기반한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도전에 맞서나가야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지난 4월 23일 열린 ‘자원순환 경제의 실현과 전망’ 정책토론회에서 사례발표하는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출처=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지난 4월 23일 열린 ‘자원순환 경제의 실현과 전망’ 정책토론회에서 사례발표하는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출처=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Q. 서구는 ‘자원순환 신경제모델’을 발표하며 감량과 재활용 중심의 자원순환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자원순환 신경제모델은 한 마디로 수도권매립지 종료 실현과 함께 소각과 매립을 최소화하고, 감량과 재활용 중심의 쓰레기 선진화 처리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민간이 개발한 고급 기술에 공공의 힘이 더해진다면 재활용품을 고품질 자원화할 수 있다. 가장 많이 배출되지만 가장 재활용이 안되는 폐비닐, 폐플라스틱 물량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데다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까지 ‘일석삼조’가 가능하다.

재활용률은 57.1%에서 80%까지, 실질 재활용률은 24.8%에서 8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은 19%에서 무려 95%까지 획기적으로 자원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렇게되면 소각은 19%에서 8.6%로, 매립은 23.9%에서 11.4%로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매립지 매립반입량의 22.3%를 차지하는 건설폐기물은 100% 전부 재활용이 가능하다. 그야말로 새로운 경제모델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환경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자원순환 선도형 순환경제 커뮤니티 구축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일회용기를 최대한 감량하고 다회용기를 생활화할 수 있도록 공유용기 서비스, 폐플라스틱이나 폐비닐을 통해 연료나 물질을 만들어내는 재활용센터, 쓰레기종량제 봉투까지 파봉해 재활용품을 과학적으로 선별하는 ‘스마트 에코리사이클링 센터 구축’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양한 노력을 통해 전국에서 가장 환경이 취약한 서구를 국제 환경도시로 탈바꿈시키려 한다. 가령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과 넓은 유휴부지에 스마트팜과 시민공원, 태양광 발전시설 등을 조성해 매립지라는 부정적인 공간을 환경과 경제 상생의 기적이 일어나는 긍정의 매력밸리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Q. 자원순환과 사회적경제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사회적경제조직이 자원순환경제 기반을 마련하는데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경우 오래 전부터 자원순환을 실천하는데 앞장서왔고, 새로운 기술과 혁신으로 무장한 사회적경제기업들 역시 이미 새로운 자원순환 방식을 구현해내고 있다. 

서구에도 정서진에 위치한 ‘중소기업 및 사회적기업 제품 홍보관’에 이어 지난해 말 제로웨이스트 상점인 지구수호대가 문을 열었다. 국내 친환경제품과 착한 사회적기업의 제품을 홍보 및 판매하는 곳인데, 지역주민이 이곳에서 여러 사회적기업과 친환경기업을 만나고 있다. 

지난 4월,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주최로 열린 ‘자원순환경제의 실현과 전망’ 토론회에서 ‘자원순환 신경제모델’을 주제로 서구가 추진 중인 감량과 재활용에 기반한 자원순환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전국에서 가장 환경이 열악한 서구가 선보이는 첨단화된 자원순환 시스템, 공공형재활용까지 추진하며 서구가 온 힘을 들여 완성해가는 ‘클린 서구’의 청사진을 소개했다. 앞으로도 자원순환 선도도시를 완성하기 위한 서구의 다양한 정책을 널리 알릴 생각이다.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사진=김주연 인턴기자
이재현 인천 서구청장./사진=김주연 인턴기자

Q. 서구의 사회적경제 어느 정도 단계에 와있다고 보나.
건강한 생태계를 이루기 위해선 기초가 튼튼하게 뿌리내려야 한다. 튼튼한 공동체가 형성돼야 사회적경제가 꽃을 피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구청장 취임 후 2019년 9월 서구 ‘사회적경제마을지원센터’를 설립해 분절된 자원을 연결하며 생태계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2018년 사회적기업 수가 40개로 증가해 122%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본다.

올해 서구는 ‘사회적경제 선도도시’로 비상하고 있다. 지난해엔 사회적경제 전담팀도 새로 만들어 보다 전문적이고 깊이있는 정책 실현을 위해 조직도 토대부터 튼튼히 꾸렸다.

서구가 지향하는 사회적경제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보편적 사회적기업의 범주를 넘어선다. 지역공동체에 기반해 환경, 돌봄, 경제 등 각 분야 고민을 끌어내고, 사회적경제를 접목한 선순환 해결책을 찾고자 고민하고 있다. 

Q. 먹거리 순환체계를 사회적경제 모델로 형성하려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순환경제 ‘서구형 푸드플랜’을 사회적경제의 완성형 모델로 만들고자 한다. ‘푸드플랜’은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이나 가공품을 주민에게 제공하는 생산·유통·소비 등 먹거리 선순환 체계를 아우른다. 

먹거리는 누구나 매일 마주하는 문제지 않나. 먹거리를 민과 관이 연대하고 협력해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풀어낸다면 기대 이상의 많은 가치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구형 푸드플랜’은 먹거리의 공공성 확보, 지역 일자리 확대, 취약계층 먹거리 지원, 마을공동체 강화 등 민관이 연대하는 사회적경제 모델을 접목할 계획이다. 또한 수도권매립지 내 ‘스마트팜’ 조성과 연계한 생산체계를 구축해 미래형 친환경 농업과 자원순환, 사회적가치를 융합한 먹거리 선순환 체계를 만들어갈 것이다.

인천 서구 사회적경제마을지원센터 내부사진./출처=인천 서구청
인천 서구 사회적경제마을지원센터 내부사진./출처=인천 서구청

Q.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명칭에 마을이 포함된 사례는 생소하다. 
사회적경제와 마을공동체는 모두 둘 다 공생, 상생, 공동체의 테두리 안에서 성장한다. 이에 주목해 사회적경제와 마을공동체를 융합한 선순환 생태계 플랫폼을 구축해 지원업무를 통합·운영한다면 큰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봤다.

센터는 통합지원기관인만큼 300평 이상의 인천 최대규모로 주민소통공간, 협업 공간, 입주사무실 등 다양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 자치역량을 키우고, 마을공동체를 이루며, 사회적기업을 키워낼 수 있도록 생태계 전반을 함께 고민하는 중심허브인 셈이다.

실제 센터 입주기업 중 6곳이 사회적기업으로 전환됐다. 코로나19로 겪는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사업비와 사회적기업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했다. 또한 센터가 한국형 뉴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사회적경제 지역생태계 자원조사를 진행하는 등 지역자원을 활용해 지역 문제를 발굴·해결에 나가는데 앞장서고 있다. 

Q. 사회적경제기업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기 위한 계획이 있다면?
지역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려면 공생과 상생의 지역공동체가 되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 주민이 다양한 지역자원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통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소득과 일자리를 만들며, 지역공동체의 이익을 실현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이 활성화돼야 한다. 사회적경제기업의 성장이야말로 지역경제 발전은 물론이고, 일자리 창출, 사회공헌 활동까지 더해져 상생경제를 이루는 주춧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사회적경제기업 제품 우선구매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4월 진행한 ‘매칭데이’ 행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한 이유다. 450여 건의 상담과 매칭이 이뤄졌고, 4600여만원의 구매실적을 달성했다. 좋은 실적도 냈지만, 서구에 이렇게 다양하고 질높은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사회적 가치까지 담아내는 사회적경제기업이 있다는 것을 구청 직원들부터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는 서구 지역화폐인 서로e음 플랫폼에 사회적경제 카테고리를 추가해 가치있는 소비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착한 소비도 하고, 쌓인 캐시백으로는 나눔플랫폼인 ‘서로도움’을 통해 기부에도 동참할 수 있다. 사회적경제기업의 성장은 물론이고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까지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선순환 플랫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울러 발전전략에 따라 사회적경제 고도화를 위해 힘을 쏟으려 한다. 대표적으로 ‘서구 골목형상점가’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6.8%에 달하는 소상공인이 전통시장과 상점가가 아닌 골목형 상점가에 속해있는 인천 서구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사회적경제마을지원센터가 민간 전문가로 나서 지역공동체를 이루고, 나아가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으로의 성장을 기대하며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재현 서구청장 약력

現 민선7기 인천광역시 서구 구청장
제7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환경부 상하수도정책관
제22대 영산강유역환경청 청장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