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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를 말할때 지역을 빼 놓을 수 없다. 지역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전국 곳곳에서 활동하며 고용 창출, 환경 보전, 사회적약자 돌봄 등 다양한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이제 사회적경제 영역은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며,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이로운넷>은 주민과 소통하고 지역자원과 연계, 지역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노력하는 풀뿌리 지역 자치단체장을 만나, 사회적가치 창출 전략을 들었다. 

소셜벤처가 모인 생태계로 유명한 성수동.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일대 첨단기술 연구단지를 ‘실리콘밸리’라고 부르는 것처럼, 성수동이 있는 성동구에서는 ‘소셜벤처밸리’라 부른다. 정부가 이를 '성수동 모델'이라 칭하며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고 할 정도로 특화된 지역으로 꼽힌다.

소셜벤처밸리로 거듭난 데는 민선 6기부터 성동구청장을 역임한 정원오 구청장의 역할이 크다. 정 구청장은 취임 후 소셜벤처에 주목하고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한다. 사회적 가치 확산을 위한 자본조달 필요성에 공감해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상생’을 키워드로 한 도시 발전에도 힘쓴다. 정 구청장은 그간 도시 혁신,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서적을 발간했을 만큼 도시 문제에 관심이 크다.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 제정에 이어 올해는 대한민국 도시대상과 도시재생 광역협치포럼에서 수상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사진제공=성동구

<이로운넷>은 지난 7일 정원오 성동구청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소셜벤처 거점으로서 성동구가 품는 포부와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공동체를 되살리기 위한 그의 노력을 들었다.

Q. 올해 성동구가 사회적경제 분야 정부 평가에서 3관왕(사회적경제 정책평가 우수, 사회적기업 육성 우수, 지역복지 사회적경제활성화 분야 대상)을 차지했다. 그동안의 성과는 무엇이고 어떤 사업 분야에 초점을 두는지 말해달라.

▶ 성동구는 조례 제정과 더불어 2017년부터 올해까지 총 11억8300만원의 사회적경제활성화기금을 조성해 17개 기업에 사업개발비 등 융자금을 지원했다. 특히 봉제 기업의 지속가능한 상생을 위해 마을기업을 발굴하고, 청년 취·창업 지원 등 사회적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해였다. 재난 시에도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는 돌봄 종사자들을 위해 필수노동자 지원 조례를 제정해 인식 개선과 함께 다양한 지원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성동구 관내에도 돌봄, 교육, 보육 등 돌봄 관련 사회적기업이 많은데, 돌봄 경제에 투자해 안정적인 사회적 일자리를 계속 창출해야 한다.

Q. 성수동을 중심으로 ‘소셜벤처밸리’가 펼쳐진다. 소셜벤처는 정부가 인증하는 사회적경제기업 테두리에 들어가지는 않지만,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목적으로 하는 벤처기업으로 그 의미가 굳어졌다. 정부 ‘인증’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는데.

법령을 통한 인증 절차 마련을 비롯해 제도권 안에 들어오면 자칫 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소셜벤처는 대부분 젊은 연령대로 구성된 신생 기업이다. 사업 초반에는 정부·지자체 등 공공기관 지원이 없으면 민간영역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통계로도 뒷받침할 수 있다. 작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셜벤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균 업력이 4.5년, 창업 7년 이하 기업은 79.1%로 나타났다. 경영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재원 마련’을 74.7%로 꼽았으며, 49.2%가 이미 정부 및 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셜벤처는 민간영역에서 공적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 성동구는 성수동 일대 조성된 소셜벤처밸리 육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처음으로 소셜벤처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지원 조례를 제정했으며, 업무 공간도 지원했다.

시너지를 내려면 정부의 관심과 민간과의 소통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기업의 보호와 성장을 적절하게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제4기 지방정부협의회 회장으로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이 선출됐다. 정 구청장은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일자리를 늘려가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8년 제4기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회장으로 선출된 정 구청장.

Q. 최근 자치구 최초로 20억 규모 임팩트 펀드 조성에 나섰다.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확대 계획은.

▶ ‘성동 임팩트 펀드’는 위험을 줄이고 성공적 투자 가능성을 높이고자, 사회혁신 전문컨설팅 임팩트 투자사인 ‘MYSC(엠와이소셜컴퍼니)’와 투자전문기관인 ‘유진투자증권’이 공동 업무집행 조합원으로 운용하게 됐다.

이달 중 결성 총회를 열고 나서, 소셜벤처를 본격 발굴해 투자를 시작할 거다. 총회는 규약과 사업계획 승인, 회계감사 선임 등을 위해 열린다. 아울러 민·관의 다양한 투자처 발굴작업(딜소싱)을 확보해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투자와 회수에 최선을 다할 거다.

펀드 규모를 확대하고, 벤처캐피탈(VC) 네트워크와의 지속적인 협업으로 후속 투자를 연계해 임팩트 투자 활성화 및 유니콘 기업의 탄생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창업허브 성수가 위치한 서울 성수동 일대에는 성동구의 ‘소셜벤처 허브센터’, 고용노동부의 ‘소셜캠퍼스온’을 비롯해 옐로우독, HGI, D3쥬빌리 등 주요 임팩트 투자사들이 모여 있어 '소셜밸리'를 이루고 있다./사진제공=SBA
서울 성수동 일대에는 성동구의 ‘소셜벤처 허브센터’, 고용노동부의 ‘소셜캠퍼스온’을 비롯해 옐로우독, HGI, D3쥬빌리 등 주요 임팩트 투자사들이 모여 있어 '소셜벤처밸리'를 이루고 있다./사진제공=SBA

Q. 젠트리피케이션, 도시재생 등 도시 문제에 대한 관심은 어디서 비롯됐나.

▶ 낙후된 공장지대였던 성수동에 2014년을 전후해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도심·강남과의 편리한 교통 접근성, 서울숲·한강 등 자연환경과 강남 등 주변 지역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사회혁신단체, 청년 창업가, 문화·예술인이 유입되면서 지역의 활력과 매력이 증진되는 등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민선 6기 성동구청장 취임 이후 2014년 10월, 서울숲 인근에서 활동하는 사회혁신가들과 만나 마을만들기, 청년지원책 설계, 사회혁신가 상호 연대와 협력방안 등 다양한 고민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강남에서 홍대로, 다시 임대료를 버티지 못해 여기에 오게 됐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깊은 심각성을 느꼈다. 이들 대다수가 바라는 것은 무엇보다 ‘임대료 걱정 없는 안정적인 사업 환경’이더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국내외 사례들을 수집·분석하던 중 2014년 12월에 성수동이 서울형 도시재생시범 지구로 선정됐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지 못하면 도시재생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판단 아래, 이듬해 9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했다. 이어 전담기구 신설, 자율적 상생협약 체결 등 종합적인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했다.

Q.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는 제정 당시 구의회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 제정 이후 동참하는 임대인도 많았다. 임대료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특히 민감한 문제인데, 건물주 호응을 끌어낸 비결이 궁금하다.

▶ 성동구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의 핵심은 건물주-임차인-성동구 간 자율적인 ‘상생협약’이다. 지역실정에 밝은 6급 이상 구청 간부 48명이 건물주 127명과 일대일로 만났다. 처음엔 문전박대를 당할 정도로 반발이 심했지만, 끊임없이 찾아가 설득하고 이해시키고자 노력한 결과다.

어떤 직원은 도시재생의 선례인 국내 통영 동피랑 마을과 서울의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 사례를 들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당장의 이익을 위해 잡기보다는 건강하게 키워 황금알을 계속 낳는 것이 더 이롭다”라며 설득했다더라. 완강했던 건물주들도 “일단 자료를 두고 가보라”며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어줬다. 2016년 50명의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는 상생협약에 동참한 이래, 지금까지 성수동 지속가능 발전구역 255개소 중 178개소의 건물주가 상생협약에 동참 중이다. 약 70%에 달하는 비율이다.

‘성동안심상가’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현상) 방지 정책을 상징하는 전국 최초의 공공안심상가다. 임대료 상승으로 내몰린 임차인, 소상공인, 청년창업자 등이 맘 편히 장사할 수 있도록 성동구가 주변 시세의 50%~70% 수준으로 5~10년 장기간 임대한다./사진제공=성동구

Q. 도시재생 사업은 여러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다른 지자체들과 비교했을 때 성동구만의 ‘젠트리피케이션 없는 도시재생’ 특징을 소개해달라.

▶ 상승한 지역 가치를 주민 모두가 나누고, 지역 공동체 역량 강화 및 문화적 다양성을 보존해 상권의 급격한 쇠퇴와 문화 백화 현상을 예방한다. 사회혁신가·예술가·지식노동자 등 새로 들어온 창조 인력과 토착 상인, 전통 제조업자 등 오래된 지역주민의 상생 협력이 지역사회의 생활양식이자 문화로 정착하게 만든다.

이를 위해 △건물주-임차인-성동구 간 자율적 상생협약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 및 관리, 대기업 또는 프랜차이즈 신규입점제한 등 도시계획을 통한 정책 시행 △지역 상권을 주민 스스로 지켜내는 상호협력 주민협의체 구성·운영 △자산화 전략을 통한 성동안심상가 조성·운영 △건물주와 임차인을 대상으로 한 상생아카데미 교육 △지속가능 발전구역 내 상가임대차 실태조사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 상생협약과 상호협력 주민협의체 구성·운영 등 주민의 자율적 참여가 특히 중요하다고 본다.

또, 성동구 도시재생사업은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지역(성수동, 마장동, 송정동, 사근동, 용답동)에 추진한다. 성수도시재생지역의 사례를 바탕으로 도시재생사업과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약력

現 제 38대 서울특별시 성동구 구청장

재단법인 성동문화재단 이사장

제 37대 서울특별시 성동구 구청장

국회입법정책연구회 부회장 (現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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