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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를 말할때 지역을 빼 놓을 수 없다. 지역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전국 곳곳에서 활동하며 고용 창출, 환경 보전, 사회적약자 돌봄 등 다양한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이제 사회적경제 영역은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며,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이로운넷>은 주민과 소통하고 지역자원과 연계, 지역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노력하는 풀뿌리 지역 자치단체장을 만나, 사회적가치 창출 전략을 들었다.

작년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성남시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율은 63.48%. 2019년 성남시가 구매한 전체 제품에서 사회적기업 제품이 그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는 거다. 이 수치는 전체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 등 공공기관 842개 중에서 1위다. 성남시는 5년 연속 전국 1위를 달렸다.

배경에는 성남시의 자체적인 노력이 있었다. 성남시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기존 청소용역업체 20개소를 모두 시민참여형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했다. 우선구매와 조례를 통해 구매실적도 꾸준히 관리해왔고, 사회적기업 관련 핸드북 제작, 사회적경제 홍보관 운영, 사회적경제 한마당 개최 등 판로개척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 결과다.

은수미 시장.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민선 7기 성남시장이다./사진=성남시
은수미 시장.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민선 7기 성남시장이다./사진=성남시

지난 1월 28일 성남시청에서 만난 은수미 시장은 공공구매뿐 아니라 더 다양한 영역으로 사회적경제가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경제의 10% 정도는 사회적경제로 굴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은 시장과의 일문일답.


Q. 사회적경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인생에서 “이게 사회적경제다”라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나.

강화도에 ‘우리마을’이라는 발달장애인 공동체가 있다. 발달장애인들이 독립적으로 살면서 일할 수 있는 시설이다. 그곳 촌장이 김성수 전 대한성공회 대주교님이다. 당신이 물려받은 재산으로 2000년에 설립했다고 들었다. 그 안에 작업장이 있는데, 콩나물 제조, 전자부품 조립공장 등이 있다. 직원 전원이 발달장애인이고, 콩나물은 무농약이라 아이쿱생협에 납품하는 걸로 안다. 성공회 신자로서, 이런 모습을 지켜보며 “이게 사회적경제구나” 했다.

성남시 내 사회적경제조직은 약 400개, 종사자는 1500명, 조합원은 9만 6000여명이며, 출자금은 약 184억에 달한다./사진=성남시
성남시 내 사회적경제조직은 약 400개, 종사자는 1500명, 조합원은 9만 6000여명이며, 출자금은 약 184억에 달한다./사진=성남시

Q. 지역에서 주목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이 있나.

성남시에서 성남환경운동연합과 신흥 2동 마을 기획단을 중심으로 ‘신흥이 마을광산’이라는 자원 순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들이 투명 페트병이나 우유갑 등을 깨끗이 비우고 분리해 가져오면 지역화폐로 바꿔주는 사업이다. 잘 돼서 소문도 많이 났다.

비슷한 일을 ‘수퍼빈’이라는 소셜벤처가 하더라. 인공지능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을 만드는 걸로 유명한 기업인데, 분당구에 사무실이 있다. 자원 순환 사업에 네프론을 도입하려 했는데, 고민이 생겼다. 공개 경쟁 없이 특정 기업에서 특정 제품만 구매하면 특혜로 여겨질 수 있어서다. 문제는 네프론 같은 기계를 만드는 기업이 관내에 수퍼빈 하나라는 거다.

Q. 딱 맞아떨어지는 사업 모델인데, 아쉽다.

그래서 협업 방법을 모색 중이다. 대표와 직접 대화도 나눴다. 자세히 알아보니 수퍼빈은 네프론 제작만 하는 기업이 아니더라. 네프론으로 모은 플라스틱을 깨끗한 섬유로 뽑아내야 하는데, 이 과정을 담당할 생산공장 설립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시에서는 자원순환을 위해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공동체를 만들어보고 싶다. SK케미칼 등 대기업들도 이런 문제에 관심이 있더라. 그래서 단순히 시가 네프론을 구매하는 차원을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함께할 경로를 찾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정부가 사회적경제기업을 지지하는 방식도 다각화돼야 한다. 공공구매도 중요한데, 생각을 확대해 본다면 여러 가지 협업 방식이 있을 거다. 중앙정부에서 굵직한 제도 개선을 맡는다면, 지방정부는 사회적경제기업을 발굴하고, 공적 서비스와 연계하는 방식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2019년 '신흥이 마을광산' 사업 현장에서 재활용품을 하나로 모으는 모습./출처=성남시
2019년 '신흥이 마을광산' 사업 현장에서 재활용품을 하나로 모으는 모습./출처=성남시

Q.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부 지원이 너무 많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 지원이 많다는 분들께 지금까지 시장경제가 어떻게 형성돼왔는지 묻고 싶다. 우리나라는 국가가 나서서 시장경제에 정말 많이 투자했다. 그런 지원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재벌이 어떻게 탄생했겠나. 온갖 감세, 수출 지원 등을 해줬는데, 그에 비교한다면 사회적경제 지원은 아직 부족하다. 그동안 정부의 역할이 효과적이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지만, 역할이 너무 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혜적 성격으로 하는 지원이 아니다. 사회적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는 거다. 사회를 존재하게 하고 발전하게 하는 대가다.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10% 정도는 사회적경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거다. 기존 경제 구도에서 경쟁하기 어렵거나, 그런 경쟁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 나만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가치를 위해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분명 있다. 이들이 모두 다 똑같은 시장경제 체제로 모일 이유는 없다.

은수미 시장은 공공구매 방식만이 아니라, 사회적경제기업과 협업할 다양한 방안을 발굴하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성남시
은수미 시장은 공공구매 방식만이 아니라, 사회적경제기업과 협업할 다양한 방안을 발굴하고 싶다고 말했다./사진=성남시

Q. 사회적경제 방식을 통한 향후 성남시 발전 계획이 있다면 말해달라.

‘아동 돌봄’ 영역에 관심이 무척 많은 편이다. 신규 국공립어린이집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설립하게 한다. 역점 사업 중 하나인 다함께돌봄센터의 경우도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사례가 있다. 특히 올해는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으려 한다. 돌봄이 공공의 과제를 넘어 부모들과 지역주민들의 과제인 만큼 시민참여와 협동, 민주적 운영을 기반으로 힘을 모아가겠다.

'환경' 문제에도 집중한다. 생활폐기물 처리와 자원순환 분야에서 실험을 지속한다. 최근에는 골목에 녹지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과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그린(green)’이라는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면서 도시문제를 해결해주는 사회적경제기업들과 협업을 더 많이 하고 싶다.

‘집’ 문제에도 관심 있다. 입주자를 모으면 끝인 기존 공공주택과 달리,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사회주택을 도입하려 한다. 판교 등지에 청년이 많으니, 이들을 중심으로 말이다. 창업이나 예술 등 테마를 정해서, 청년들이 주거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만들고 다양한 문화생활을 하는 데 지원을 하고 싶다. ‘주택 공동체’ 하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같은 이미지를 쉽게 떠올리는데, 사회주택은 이와는 다른 성격의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 거다.

다양한 분야에서 자발적인 모임과 운동들이 일어나 성과와 역량이 모이길 기대한다. 이러한 시도들이 쌓이다 보면 시민이 주도하고 시민에 의해 완성되는 ‘하나의 성남’으로 발돋움할 수 있지 않을까.

◇은수미 성남시장 약력

現 제 21대 경기도 성남시 시장

대통령비서실 여성가족비서관

민주당 원내부대표 (노동담당)

제19대 국회의원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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