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7기에 사회적경제를 주요 구정 방향으로 설정한 대전광역시 대덕구. 3년 동안 조례 제정, 거버넌스 구축, 창업지원과 재정지원 등을 통해 대덕구 사회적경제기업 수는 2배로 늘었고, 예비 사회적기업 증가율은 무려 350%에 달했다.

변화를 이끈 박정현 구청장은 환경 운동가 출신이다. 대전YMCA에서 소비자 운동, 선거감시 운동, 지역이슈 대응 등 사회참여 운동을 하다가 1997년부터 대전충남녹색연합 창립멤버로 관여하며 본격적으로 지역에서 환경 운동을 시작한다. 이어 2010년부터 2018년까지는 대전시의회 의원을 역임하고, 2018년 7월 구청장이 됐다. 대전시 첫 여성 지자체장이다.

환경 운동가답게 박 구청장은 대덕만의 그린뉴딜 사업을 추진했다. 2019년에는 대덕구 에너지 기본 조례를, 올해 4월에는 대덕구 탄소인지예산제 조례를 제정하며 제도를 꾸렸다. 또, 에너지 카페 조성, 10만 탄소다이어터 양성 캠페인, 주 1회 ‘채식하는 날’ 운영 등 주민 주도 활동을 뒷받침했다.

<이로운넷>은 지난달 28일 박 구청장을 만났다. 올해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5기 부회장으로 선임된 그는 남은 임기에 기후위기 대응을 중심 과제로 설정하고, 사회적경제를 통해 ‘그린뉴딜’과 ‘휴먼뉴딜’을 실천할 거라고 밝혔다.

다음은 박정현 대덕구청장과의 일문일답.

박정현 대덕구청장. 그는 내년에 구청장 재선에 도전한다./사진=대덕구청
박정현 대덕구청장. 그는 내년에 구청장 재선에 도전한다./사진=대덕구청

Q. 민선 7기 정책 3대 핵심 키워드로 ‘사람,’ ‘도시재생,’ ‘환경’ 등을 내세웠다. 각각을 설명해달라.

대전 내 5개 구 중 대덕구 인구가 제일 많이 줄고 있다. 이유는 집값, 교육 문제 등 다양하다. 정주 인구 20만명을 목표로, 보육과 교육 사업 등 ‘사람’에 투자하는 정책을 펼쳐온 이유다.

또, 1000년 역사를 가진 도시라는 점을 살려, 신탄진·오정동·석봉동 등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데 힘썼다. “뭘 새로 만들까”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까”를 고민한다.

남은 임기에는 환경 부문에 좀 더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대덕구 지형은 ‘동환서산’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동쪽으로는 계족산과 대청댐 등 자연환경이, 서쪽으로는 평촌동, 신일동 등 산업단지가 있어,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기업이 있는 산단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고민이 있다.

Q. 지역화폐 정착에도 힘쓴 걸로 안다. 지역화폐로 어린이 용돈수당도 지급할 계획이라고.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2019년 7월 지역화폐 '대덕e로움' 출시 이후 6개월 간 발행 효과를 분석했더니, 점포당 평균매출은 1.9%, 일 평균 7만2000원, 월 평균 133만원 매출이 증가했더라. 대덕e로움이 소비촉진의 마중물 역할을 담당하고, 소상공인 매출도 증가시키는 효과를 발휘했다는 증거다.

지자체 최초로 초등학교 4~6학년 아이들에게 매월 2만원씩 용돈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다. 조례가 갓 통과했고, 10월부터 지역화폐로 지급한다. 약 4300명이 받을 예정이고, 연 10억원 정도 예산이 든다. 돈만 주는 게 아니다. 경제교육을 동반한다. 내가 가진 자산을 어떻게 써야 합리적인지 배우며 자기결정권도 연습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할 경제효과는 약 40억원으로 추정된다.

박정현 대덕구청장. 환경 운동가 출신인 그는 개인적으로 일상에서 실천 중인 환경 보호 사례로 집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사진=대덕구청
박정현 대덕구청장. 환경 운동가 출신인 그는 개인적으로 일상에서 실천 중인 환경 보호 사례로 집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사진=대덕구청

Q. 대외적으로 사회적경제 활성화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사회적경제'를 무엇으로 정의하는지 궁금하다. 구청장으로서 느끼는 사회적경제의 역할은.

기존 시장에서 저평가하던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자본주의 경제하에서는 시장의 평가를 기준으로 삼다 보니 가사노동이나 돌봄노동 등 수많은 사람의 노동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그런데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그동안 평가 절하됐던 필수노동의 중요성이 드러나지 않았나. ‘사람’ 중심의 사회적경제는 이를 이미 인정하고 있었다. 지역경제를 튼튼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경제이기도 하다.

사회적경제는 시장경제의 효율성은 살리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연대와 협력으로 기후위기, 양극화, 고령화 등 지역사회 공동의 문제를 사회적경제를 기반으로 풀어가고자 한다.

Q. 대덕구의 사회적경제는 어느 정도 단계에 와있나.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민선 7기 들어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주요 구정방향으로 설정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성과를 거두는 시점에 도달했다. 2018년과 올해를 비교해보면 사회적경제기업은 69개에서 143개로, 예비사회적기업은 9개에서 41개로 늘었다.

2025년까지 사회적경제기업 500개, 고용창출 2000명 달성을 목표로 한다. 수치에 매달리기보다 의지를 제고하려는 거다.

공공영역의 역할은 개별 기업 지원보다는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 활동을 위한 ‘장’을 형성하는 거로 생각한다. 이러한 역할을 구체화하기 위해 올해 초 사회적경제 활성화 중장기 기본계획도 수립했다. 사무실 공간 지원, 교육훈련, 판로 개척 등을 고민 중이다.

Q. 대덕구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경제조직과 협업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대덕형 사회적경제모델’을 축으로 사회적 가치 실현, 그린뉴딜, 휴먼뉴딜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린뉴딜은 환경, 휴먼뉴딜은 돌봄으로 해석할 수 있다.

휴먼뉴딜의 예로는 사회적경제조직과 협업을 통한 ‘대덕구형 동네돌봄’을 추진 중이다. 대덕구는 현재 노인인구 비율이 15.8%로 전국 평균 14.2%보다 높은 고령화 도시다. 정부의 재가서비스로는 많이 늘어난 돌봄 수요를 100% 충족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사회적경제조직과 연계한 ‘경증 치매 어르신 웰라이프 돌봄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의 4개 사회적경제조직과 협력해 경증 치매노인의 건강, 일상생활, 먹거리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서비스다. 지역사회가 직접 하는 어르신 통합 돌봄으로 사회적 비용절감, 돌봄 사각지대 감소, 치매 어르신 부양자 부담 완화 등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

대덕구에서 진행한 '경증치매어르신 웰라이프 돌봄서비스' 사회적경제조직 컨소시엄기관 종사자 역량강화 교육 현장./사진=대덕구청
대덕구에서 진행한 '경증치매어르신 웰라이프 돌봄서비스' 사회적경제조직 컨소시엄기관 종사자 역량강화 교육 현장./사진=대덕구청

그린뉴딜 측면에서는 '대덕구 넷제로 햇빛발전소' 구축에 관내 6개 신협과 사회적협동조합 등이 참여한 사례가 있다. 공공유휴 부지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면,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 및 에너지복지사업을 맡는 거다. 신협이 저리대출상품과 주민참여형 예금상품을 운용해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자금 마련에 나선다. 주민들은 신협에서 출시한 예금 상품에 가입하는 것으로 탄소중립에 동참할 수 있다.

Q.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를 통해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기본법이 왜 필요하다고 보는가.

코로나19 종식 후 사회적경제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이윤’과 ‘효율’이 아닌 ‘사람의 가치, 공동체의 가치’를 지향하도록 국가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은 사회적경제기업이 다양한 형태의 분야에서 조직형태별로 개별법 적용을 받아보니 업무를 지원하는 지자체나 조직들의 혼선이 많다. 기본법이 제정되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될 거다. 사회적경제 정책을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안정적 기반이 확보되면, 다양한 정부정책과 연계해 우리 사회 내면에 '착한 시너지'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기본법이 없는 정책은 잠시 잠깐의 이벤트일 뿐이다.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조속히 제정되기를 바란다.

◇박정현 대덕구청장 약력

現 민선7기 대전광역시 대덕구 구청장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
제6·7대 대전광역시의회 의원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
대전YMCA 간사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