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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를 말할때 지역을 빼 놓을 수 없다. 지역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전국 곳곳에서 활동하며 고용 창출, 환경 보전, 사회적약자 돌봄 등 다양한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이제 사회적경제 영역은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며,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이로운넷>은 주민과 소통하고 지역자원과 연계, 지역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노력하는 풀뿌리 지역 자치단체장을 만나, 사회적가치 창출 전략을 들었다.

전라북도 전주시는 ‘해고 없는 도시’ 선언, 착한 임대인 운동, 재난기본소득 시행 등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상생 활동을 모두 처음 이끈 지방자치단체다. 전주 뿐만이 아니라 전국 각지로 확대됐으며, 그 결과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전주시를 모범사례로 언급했다.

그 중심에는 김승수 시장이 있다. 김 시장은 민선 6기부터 전주시를 이끌어오며 상생, 복지 분야에 힘써왔다.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에도 각별하다. 후보 시절 ▲전주형 사회적경제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지원조례 제정 ▲민관협력 중간지원조직 구축 ▲행정지원체계인 ‘사회적경제지원단’ 신설을 대표 공약으로 세웠으며, 당선 후 전국 최초로 사회적경제 국(局)단위 행정조직을 신설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사진=전주시

지난해 11월에는 두 번째 소통협력공간 ‘사회혁신전주’ 문을 열었다. 2018년 행정안전부에서 추진하는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조성사업 차원이다. 첫 번째 공간은 ‘성평등전주’였다. 김 시장은 “‘사회혁신’의 의미를 ‘주민주도의 지역사회 의제 발굴 및 참여’라고 했을 때 사회적 가치를 우위에 두는 사람 중심 경제를 의미하는 ‘사회적경제’ 또한 사회혁신의 의제로 대두될 수 있다”고 사회적경제와의 연관성을 부각했다.

전주시는 그동안 사회적경제 활성화 정책을 뒷받침할 조례를 제정했고,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5개년 기본계획도 2차례 수립했다. 이런 역량을 인정받아 최근 전주시는 고용노동부에서 주관한 사회적기업 육성 우수 자치단체로 선정돼 대상을 받았고, 사회적경제 친화도시에도 선정됐다.

김 시장은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3·4기 임원진으로 활동하며, 이런 활동의 모법이 될 사회적경제 3법 제정을 촉구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김 시장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들은 전주시 사회적경제는 관련 조례부터 학생들이 쓰는 교과서에까지 일상 속에 배어 있었다.

다음은 김 시장과의 일문일답.


전주시가 지난 21일 팔복예술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 없는 도시’를 선언했다. 김승수 전주 시장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전주시
전주시가 지난 21일 팔복예술공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 없는 도시’를 선언했다. 김승수 전주 시장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전주시

Q. ‘해고 없는 도시’ 선언, 착한 임대인 운동, 재난기본소득 시행 등을 선도했다. 전주시가 코로나19 세계적대유행(팬데믹)이라는 위기 시대에 상생 전략을 발 빠르게 펼칠 수 있던 동력을 알려달라.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경제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가장 깊게, 가장 늦게까지 고통을 받는 층이 바로 저소득층을 포함한 취약계층이다.

위기 때 찾아오는 공동체 파괴를 어떻게 막아 낼 것인지, 멈춰버린 지역경제를 어떻게 재작동 시킬지 깊이 고민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결단과 상식을 깨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당시 처음 시작하는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이 바로 그런 일이었다. 막대한 예산 소요, 엄청난 행정력 낭비와 소모, 현실적 기준 마련의 어려움, 제외된 시민들의 불만 등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렇지만 그때 우리가 겪을 고통과 상처, 후회보다는 지금 결단하는 게 훨씬 현명하고 가치 있다고 봤다.

Q. ‘성평등전주’에 이은 두 번째 소통협력공간 ‘사회혁신전주’가 지난해 11월 6일 문을 열었다. ‘소통협력공간’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을 조성하는 게 어떤 효과가 있나.

일단 기존에 방치되거나 부정적인 기능을 하던 유휴공간을 재생한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성평등전주는 성매매 집결지인 선미촌에서 불법영업 중이던 건물을 시민 공간으로 탈바꿈해 인권의 공간으로 변화하는 주요 거점이 됐다.

또 사회혁신을 낯설어했던 전주시민들이 소통협력공간 사업 추진 후 이해가 높아졌다. 공간을 중심으로 사회혁신 커뮤니티 사업, 리빙랩 사업 등 주민주도의 지역사회 문제해결 참여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2019년에는 전주시민 2만4973명이 사회혁신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Q. 장소만 있고 사람은 없다면 의미가 퇴색될 듯하다. 찾는 사람들이 많은가.

2년 남짓 짧은 기간에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다양한 시민참여 채널 및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성평등전주와 사회혁신전주에 연 6만8040명 정도 방문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관이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월평균 260여 차례 이용됐다. 코로나 상황으로 대규모 공간보다 작은 공간을 찾는 분위기가 생겨 앞으로 더욱 활성화되리라 기대한다.

2020년 11월 8일 진행된 사회혁신전주 개소식. 가운데가 김승수 시장./사진=전주시

Q. 전주는 민관협력으로 사회주택이 탄탄히 자리 잡은 지역이다. 이로운넷이 지난 10월 전주에 직접 찾아가 현장을 탐방하고 사회주택팀을 만났다. 주거복지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전주형 사회주택의 경우 사업 시행 이전인 2016년부터 민·관 주거복지 네트워크를 통해 여러 차례 주거복지 포럼과 정책 모니터링을 했다. 청년, 장애인, 고령자, 예술가를 비롯한 1인 가구 급증 등 다양한 주거복지 수요를 확인했다. 기존의 공공임대주택은 재정부담으로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고, 민간임대주택은 임대료가 높고 거주 가능 기간이 짧다. 공공적 측면에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따른 정부의 재정부담을 완화하고, 수요자 측면에서는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적절한 품질의 주택에서 주거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주택의 성격을 가진 사회주택이 꼭 필요하겠다고 확신했다.

2017년 중앙정부가 처음으로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사회주택 활성화 의지를 밝힌 후 2022년까지 매년 사회주택을 2000호 이상 공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전주형 사회주택은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최초로 추진됐다. 전국적으로도 상징적인 주거모델로서 앞으로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의 협력관계를 위해 관심을 두고 노력할 예정이다.

전주형 사회주택은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전주시와 사회적경제주체가 협력해 저렴한 임대료, 안정적 거주기간 보장, 공동체 활성화를 특징으로 하는 장기임대주택이다. 공급자 중심의 일방적인 주택 공급이 아니라 주거 당사자들의 필요에 따라 공급되는 사회적 자산이 될 수 있도록 지속 확대할 예정이다. ‘단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집 걱정 없는 전주’로 갈 방법이다.

Q. 전주시에서는 주거복지지원 조례에 사회주택 내용이 들어있더라. 사회주택 조례를 따로 제정할 계획이 있는지.

사회주택 공급사업을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려면 조례가 제정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 차원에서 사회주택 공급과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관련법률(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이 진행 중이라, 이후에 이러한 법안의 내용을 담아 조례를 제정할 계획이다.

Q. 시장으로써 보는 전주시 사회적경제는 어느 정도 단계에 와있나.

2020년 7월 20일 진행된 사회적경제 기본계획 수립용역 중간보고회 현장./사진=전주시

2020년 기준 519개 사회적경제조직이 활동 중이다. 시 차원에서는 사회적경제 구매실적을 부서별 행정성과평가에 지표로 반영했다. 2015년 공공기관 사회적경제기업 제품의 구매액은 40억 원에 달해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3위를 기록했고 2020년 9월 말 89억원의 구매기록을 달성해 초창기 대비 구매액이 2배 이상 증가했다.

2015년부터 생태·문화 국제협의체인 로컬퓨쳐스와 ‘행복의 경제학 국제회의 전주’를 개최해 지역화, 지역금융, 로컬푸드, 행복지표 등 전주시정에 반영할 수 있는 상생 정책을 발굴하고 논의해 왔다.

교육사업 역시 활발하게 진행해왔다. 2015년부터 사회적경제 청년캠프와 사회적경제 아카데미가 운영되고 있다. 관내 전주초등학교 지역화 교과서인 ‘우리고장 전주’에 사회적경제 내용이 수록돼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찾아가는 사회적경제 교실’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이외에도 내세울 게 많다. 사회적경제 관련 조례는 현재 15개 정도 있다. 2016년 5월에는 전북 최초로 전주시 사회적경제조직 ‘크라우드펀딩 대회’를 개최해 242명의 시민으로부터 1223만원을 모금하기도 했다. 앞으로 2023년까지 사회적경제 활성화 기금 20억원을 조성해 지원하고자 한다.

Q. 최근 관내 사회적경제 주체가 낸 성과나 진행한 활동 중 눈에 띄는 게 있었다면 소개해달라.

사회적경제 태동기에 등장했던 ‘전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전주의료사협)’을 들 수 있겠다. 시초는 한의학과 출신들의 지역사회 운동이다. 평화동 주공아파트에 밀집해 거주하는 장애인과 영세민들을 위해 꾸려진 의료생활협동조합이었다. 처음에는 기본적인 수익구조조차 확보하기 어려웠다가 협동조합 기본법 통과와 함께 체계를 잡아가면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전주의료사협은 작년 행정안전부 ‘지역자산화 지원사업’ 예비대상에 선정됐다. 방치된 유휴공간을 지역을 위한 활동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주민에게 공간 매입 자금을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이게 더욱 기대되는 건 전주시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 통합돌봄 사업과 관련이 있다. 보건소, 도시재생부서와의 협업을 이룰 수 있는  사회적경제 영역이 통합돌봄에서도 필요한데, 전주의료사협은 통합돌봄과도 파트너쉽을 형성하고 있다. 만성질환이 있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질병을 예방, 치료하는 ‘마을주치의 사업’은 ‘집수리 지원사업’을 비롯한 복지 연계로 이어져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전주의료사협은 지역 내 각종 기관과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부족한 자원을 연계했다. 또, 코로나19 영향으로 건강 의료 안전망과 비상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시너지를 창출했다.

전주의료사협 건강 의료 안전망 구축 사업 '건강지킴이' 교육 현장./사진=전주의료사협 블로그 캡처
전주의료사협 건강 의료 안전망 구축 사업 '건강지킴이' 교육 현장./사진=전주의료사협 블로그 캡처

Q. 현 시점에서 사회적경제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전주는 대한민국 ‘문화 수도’다. 그 중심에는 전주 한옥마을이 있다. 한옥마을의 규모가 커지면서 기존 거주민들이 거처를 옮기는 일이 생겼다. 또,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임대사업자 및 부동산 사업자가 유입되면서 지가와 임대료가 크게 올랐다. 젊은 세대와 고급 인력이 지방을 빠져나가고, 소득의 지역 외 유출 현상은 전주 같은 지방 중소도시의 공통적인 문제다.

특히 지난 1년 코로나라는 초유의 상황을 겪으면서 경제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급격하게 많아졌다. 지역 주민과 공동체가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경제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사회적 연대를 통해 ‘사람의도시, 품격의 전주’에 걸맞은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김승수 전주시장 약력

現 제 39대 전라북도 전주시 시장

제 38대 전라북도 전주시 시장

행복실현지방정부협의회 회장

전라북도 정무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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