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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를 말할때 지역을 빼 놓을 수 없다. 지역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전국 곳곳에서 활동하며 고용 창출, 환경 보전, 사회적약자 돌봄 등 다양한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이제 사회적경제 영역은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며,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이로운넷>은 주민과 소통하고 지역자원과 연계, 지역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노력하는 풀뿌리 지역 자치단체장을 만나, 사회적가치 창출 전략을 들었다

서대문구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모범적으로 이끄는 자치단체다. 2015년에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 조례를 신설하고 2018년 사회적경제과를 만들고, 올해는 사회적경제위원회를 구성해 서대문 사회적경제 기본계획 수립을 추진 중이다.

구 차원에서 찬찬히 활성화 기반을 쌓았던 과정에는 문석진 구청장이 있다. 문 구청장은 공인회계사로 시작해, 1995년 서대문구 제1선거구 시의원을 거쳐 민선 5기부터 서대문구청장으로 역임했다.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창설 구성원으로서 그는 관내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10년 가까이 노력하고 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사진=진재성 기자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전국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1·2·4기 임원진이다./사진=진재성 기자

<이로운넷>은 이달 1일 서대문구 구청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문 구청장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이 성장하려면 사회적경제 3법 통과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Q. 사회적경제를 사회문제를 해결할 ‘대안 경제’라고도 한다. 최근에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도 활성화되고, 사회적경제기업이 양적으로도 많이 성장했다. 현시점에서 사회적경제가 갖는 역할이나 기대는 무엇이라고 볼 수 있나.

▶ 코로나19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기후위기 대응’과 ‘불평등의 해소’ 문제를 가시화하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 사회적경제는 더욱 활성화되고 지원돼야 할 필요가 있다.

‘대안’보다는 ‘보완’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시장경제를 대신하는 게 아니라, 부의 불균형 문제, 소득의 불균형 문제를 보충하는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주류 경제를 엎을만한 세력은 안 된다.

Q. 사회적경제에 관심 가진 계기가 궁금하다.

▶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으로 입문했다. 노동자들이 회사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경영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노동자생산협동조합이다. 고용창출과 기존 조합원의 이익이 부딪칠 때면, 언제나 조합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양보하고 고용을 창출하며 협동조합의 정신과 원칙인 연대를 끝까지 놓지 않으면서 혁신과 발전을 이뤄내는 모습을 보면서 관심 가졌다.

구청장이 된 것도 한몫했다. 구청장이 되기 전에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영역에서만 사회적경제를 이해했을 거다. 지자체장으로서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힘을 쏟다 보니, 조직 유형뿐 아니라 여러 운동을 포함해 시장경제 논리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 영역을 사회적경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가 11일, 확대임원회의를 열고 사회적경제 3법 제정을 촉구했다./사진제공=화성시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가 지난달 11일, 확대임원회의를 열고 사회적경제 3법 제정을 촉구했다./사진제공=화성시

Q. 사회적경제 활성화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나.

▶ 민선 5기 때 사회적경제에 공감하는 자치단체장들이 송경용 신부(현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이사장)를 중심으로 모였다. 송 신부가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고, 당시 임정엽 전 완주군수, 김영배 전 성북구청장 등 몇몇 자치단체장을 주축으로 협의회 출범을 논의했다. 그렇게 2013년에 1기 출범식을 개최했다.

지방정부의 노력이 없었으면 사회적경제라는 의제가 활성화되기 어려웠을 거다. 지금은 청와대에 사회적경제비서관이 생기는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극 밀고 있는데, 이는 지방정부가 사회적경제 의제를 중앙으로 끌어올렸기에 가능했던 거다. 지방정부가 몇 년 동안 지역에 뿌리내린 사회적경제 조직들과 협의하고, 포럼을 개최하고, 연대하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사진=진재성 기자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사진=진재성 기자

Q. 구청장 3번째다. 10년 전 비교해 서대문구 사회적경제 생태계는 어떤가?

▶ 10년 전에는 정말 미미한 수준이었다. 당시 나는 협동조합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2013년에 서대문구청 직원들과 함께 협동조합 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 볼로냐와 스페인 몬드라곤으로 연수를 갔다. 다녀와서는 '협동조합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개회식을 구청 대강당에서 하고, 각종 포럼을 성공회대에서 열었다. 성공회대는 협동조합경영학과로 유명하다. 당시 영국 맨체스터, 이탈리아 볼로냐, 스페인 몬드라곤 등에서 연사를 초청해 해외 선진 사례를 들었다.

또 구청에 지원조직을 설치하고, 세계적인 협동조합 도시들을 벤치마킹하면서 사회적경제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서대문구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본격적인 지원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후 예비 및 인증 사회적기업 수가 51개로 10배 이상, 협동조합 175개로 200% 정도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물론 서울시 전체적으로 많은 성장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지리적인 여건상 제조업이 자리 잡기 힘든 서대문구로서는 괄목할 만한 양적 성장이다.

다만 기업 규모나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사회적경제에 대한 성장 지원이 절실하다. 지금 발의된 사회적경제3법이 통과되면 자치구 차원의 지원이 더 탄력을 받지 않을까. 예를 들어 구가 청소 위탁업체 선정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경제기업에 우선권을 주고 싶을 때, 근거법이 있다면 큰 힘이 된다.

Q. 구차원에서 내세울 만한 사회적경제 육성 노력이 있다면?

▶ 서대문구에는 사회적경제조직의 창업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여러 공간이 마련돼 있다. LH와 협력해 만든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에는 55개 사회적경제기업 입주 공간과 6개소 청년상가가 있다. 1달에 한두 번꼴로 내가 직접 방문한다. 또, 서대문구가 코레일에 제안해 마련한 가좌역·신촌역 소셜벤처 육성공간은 사회적경제와 코레일을 연계한 전국 최초의 사례다. 곧 신촌에 소셜벤처창업센터도 건립할 예정이다.

사회적경제기업을 돕는 사회적기업들이 센터를 중심으로 입주해 구와 협력한다. 사회적경제기업을 위한 기금을 운용하는 ‘재단법인 밴드’나 협동조합을 연구·육성하는 ‘쿱비즈협동조합’ 같은 기업이 서대문구 중간지원조직과 함께 일한다. 또 지역사회 주도의 도시재생 사업과 협력하면서 지역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기업을 육성하고, 네트워크를 만들어간다. 내년에는 이들 기업과 함께 본격적으로 지역 기반 ‘로컬벤처(local venture),’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그린벤처(green venture)’를 육성하려 한다.

판로확대를 위한 최대한의 행정력을 투입하고 있다. 우리 구 사회적경제 공공구매 실적을 살펴보면 2019년에도 40억원이 넘는다. 3년 연속 사회적경제 공공구매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 1층에 자리한 로렌츠 매장(왼쪽)과 지난해 9월 문을 연 가좌역 소셜벤처 허브센터 개소식./사진=이우기 사진작가, 서대문구

Q. 코로나19로 많은 사회적경제기업이 위기에 처해있다. 서대문구에서도 타격이 클 텐데. 지역 차원에서는 이러한 사회적경제기업을 돕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 서대문구는 대학가가 밀집한 청년도시라,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전체 사회적경제기업의 30%를 웃돈다. 그렇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자 대면 제약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신촌 연세로 문화마켓, 홍보박람회, 프리마켓 등 수년간 개최됐던 서대문구의 대표적인 사회적경제 행사들도 개최하지 못했다.

구 차원에서는 행사 취소 등으로 쓰이지 못했던 예산의 활용처를 바꿔, 공모를 통해 선정된 관내 사회적경제기업들의 홍보영상 제작을 지원하는 중이다. 이 영상을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에 올려 영상 조회 수, 시청자 현황, 콘텐츠 노출 빈도 등을 측정·분석할 예정이다. 관내 사회적경제기업의 홍보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가 될 거다. 또, 지역 내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온라인 전시 판매 플랫폼을 만드는 등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마케팅활동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약력

現 제 41대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구청장

제 39·40대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구청장

유엔환경계획(UNEP) 한국위원회 감사

서울시의원(재무경제위원장)

서울세무회계사무소 대표(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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