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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를 말할때 지역을 빼 놓을 수 없다. 지역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전국 곳곳에서 활동하며 고용 창출, 환경 보전, 사회적약자 돌봄 등 다양한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이제 사회적경제 영역은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며, 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이로운넷>은 주민과 소통하고 지역자원과 연계, 지역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노력하는 풀뿌리 지역 자치단체장을 만나, 사회적가치 창출 전략을 들었다.

“사회적경제의 중심은 사람이고,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화성시의 공동체경제 노하우가 정치권과 법에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화성시는 대표적 ’사회적경제 모범도시‘로 꼽힌다. 지난해 사회적경제 친화도시로 선정된데 이어 올해는 사회적기업 육성 우수자치단체 대상을 받는 등 쾌거를 올렸다. 

2021년 사회적기업 제품 우선 구매비율 전국 공공기관 1위를 기록했음은 물론이고, 사회적경제 관련 조례 6건 제정, 사회적경제기금 조성을 통한 각종 지원사업 실시, 전국 최초 화성형 사회적가치 지표(HSVI) 개발 등 공격적인 사회적경제 육성전략을 펼쳐나가고 있다.

서철모 화성시장은 "사회적경제의 중심은 사람"이라며 공동체경제라고 부른다./출처=화성시
서철모 화성시장은 지난달 16일, 인터뷰에서  "사회적경제의 중심은 사람"이라며 공동체경제라고 부른다./출처=화성시

서철모 화성시장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개인 SNS에도 사회적경제에 대해 쓴 글이 다수 있을 정도다. 사회적경제를 공동체경제라고 일컫는다. 서 시장은 "사회적경제에서 사람이 빠지면 일반기업과 다를바 없다. 심지어 일반기업 중에서도 공동체를 중심에 두고, 사람간 신뢰를 형성하면 그것도 사회적경제기업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라며 "공동체라는 가치를 회복해 공동체 속에서 우리의 것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고유 특성을 살린 사회적경제 육성전략을 강조한다. 그는 “일부 학자가 사회적경제 개념을 해외에서 들고 왔지만, 사실 우리 사회에 이미 사회적경제 공동체가 존재한다”며 “예를 들어 어촌계는 우리의 정서가 담겨 있는 ‘한국판 협동조합’”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사회적경제 성격의 조직들도 사회적경제의 일환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화성시의 특색을 살린 사회적경제 육성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화성시는 화성형 사회적가치 지표(이하 HSVI)를 개발해 지역 사회적경제 고유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 시장은 HSVI가 다른 사회적가치지표와 차별화되는 점을 묻는 질문에 “6개월간의 시범사업을 통해 사회적경제 조직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서 수립한 지표로, 지역사회 특성을 반영했다”면서 “HSVI는 특히 비율 위주의 측정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이 유리하도록 평가매뉴얼을 작성해 사회적가치 중심의 성장이 가능하도록 계획을 수립했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화성시는 사회적경제기금을 운용하며 사회적가치는 있으나 재정이 열악한 사회적경제기업에 자금을 저리로 융자해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주고 있다. 서 시장은 “기금은 금융지원 이외에 창업육성, 지속성장, 컨설팅 등 기업이 필요한 곳에 지원하고 있다”면서 “향후 더 많은 사회적경제기업이 지원받을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화성시는 지난 7월 2일, 고용노동부 주관 '2021년 사회적기업의 날' 기념식에서 사회적기업 육성 우수 자치단체 대상을 수상했다./출처=화성시
화성시는 지난 7월 2일, 고용노동부 주관 '2021년 사회적기업의 날' 기념식에서 사회적기업 육성 우수 자치단체 대상을 수상했다./출처=화성시

<이로운넷>은 지난달 16일 서철모 화성시장을 만났다.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5기 사무총장이자, 더불어민주당 사회적경제위원회 정책위의장인 서 시장은 “개인중심, 이익중심의 경제에서 사회공동체를 위한 경제가 우리의 미래경제라는 일념으로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서철모 화성시장과의 일문일답.

Q. 최근 기후위기, 불평등 심화 등 사회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사회적경제가 갖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사회문제에 대비해서 사회적가치 향상을 통한 사람 중심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고도성장 과정에서 양극화라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디서 비롯됐는지부터 고민 해야한다. 1970년대 우리 사회는 잘사는 사회를 지향했다. 먹고살기 어려워 경제성장 고민에 치우쳤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사람을 잃었다. 이게 양극화의 원인인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용, 상생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각자 자신의 가치를 심어주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마음이 풍요롭고 사람을 통해 위안을 삼으려면 중요한 것이 사회적경제다. 

또한 그린뉴딜의 중요한 축인 기후위기와 관련해서도 사회적경제를 통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햇빛발전협동조합이다. 이를 통해 기후위기에도 대응하면서 사람 중심의 경제를 조성할 수 있다. 주차장, 학교, 배수지 등의 공간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에너지 생산, 탄소중립 교육, 일자리 창출 등 지역에서 사회적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

지방정부가 정책을 통해 방향을 제시하고 지역의 사회적경제가 중심이 돼 주민의 참여가 이뤄진다면, 지역기반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기반 마련도 가능하리라 본다.

지난 5월 27일 열린 사회적경제로 실현하는 지역탄소중립 이행 정책토론회에서 서철모 화성시장이 발표하고 있다./출처=화성시
지난 5월 27일 열린 사회적경제로 실현하는 지역탄소중립 이행 정책토론회에서 서철모 화성시장이 발표하고 있다./출처=화성시

Q. 사회적경제를 평소 ’공동체경제‘라고 일컫곤 한다. 자연과 마을 역시 공동체에 해당하는데, 농어촌 공동체경제의 중요성은?
우리 사회에 사회적경제가 처음 소개될 때, 일부 학자와 정치인들이 외국의 사회적경제 시스템을 갖고 들어왔다. 그런데 사실 한국사회에도 모범적인 사회적경제 공동체가 있다. 어촌계와 향약, 계, 두레 등이다.

몇 년 전부터 좋은 공동체 문화가 확립된 어촌계, 향약, 계, 두레 등을 공식적으로 사회적경제로 봐야한다고 주장해왔다. 해외에서 갑자기 수입해온 사회적경제에는 우리의 정서가 담겨있지 않아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반면, 어촌계 등은 우리의 정서도 담겨있는 ’한국판 협동조합’이기 때문이다. 

Q. 화성시 특색에 맞는 사회적경제 활성화 전략은?
화성시는 경기도의 축소판이자,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산업 클러스터와 농촌, 어촌이 모두 공존하는 지역이다. 이를 어떻게 묶어낼까 고민했다.

화성의 경우 동부 지역은 신도시, 산업클러스터를 중심으로 경제 활력이 풍부하지만, 사람과의 교류·관계 등은 다소 부족하다. 반면 농촌의 협동조합이나 어촌의 어촌계 등은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은 덜하지만, 사람과의 교류·관계 등이 잘 형성돼 있다. 농어촌과 도심지를 연결해 사람 중심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면 각각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

예를 들어, 농어촌의 사람중심 가치관을 통해 특색있는 관광상품을 만들어낸다면, 도심 주민이 휴가철마다 찾아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화성시가 정감가는 특색있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 본다.

화성시 사회적가치 지표 세부평가 지표./출처=화성시
화성시 사회적가치 지표 세부평가 지표./출처=화성시

Q. ’화성형 사회적가치 지표‘(HSVI)를 개발했고, 사회적경제지원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HSVI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사회적가치 실현을 통한 지역사회 협력 및 포용성장을 견인하면서, 화성시 사회적경제 고유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마련하기 위해 고안했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있어 사회적경제의 역할을 부각하고, 사회적가치 중심의 사회적경제 지원에 대한 근거를 마련했다.

사회적경제지원기금의 경우, 사회적가치는 있으나 재정이 열악한 사회적경제기업에 자금을 저리로 융자해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주고자 만들었다. 금융지원 외에도 창업육성, 컨설팅 등 기업이 필요한 곳에 지원한다. 화성시는 향후 사회적가치가 우수한 기업이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매뉴얼을 만들어 관내 사회적경제조직이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Q. 화성시의 사회적경제 어느 정도 단계에 와있다고 보나.
2012년 사회적경제 센터를 설립했을 당시, 사회적경제기업은 52개소였으나, 올해 기준 320개소로 큰 폭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은 2015년 사회적경제 전담부서 설치 및 사회적경제지원기금을 조성해 2016년부터 융자사업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실시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양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사회적가치에 대한 고민이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 제가 취임한 이후 사회적경제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모든 지원정책에서 사회적가치 평가를 강화했으며, 그 일환으로 전국 최초로 사회적가치 우수기업 인증제를 도입했다. 사회적가치 실현을 선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시작단계에 있기 때문에 보완할 점은 보완해나가면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화성시 사회적경제조직 현황./출처=화성시
화성시 사회적경제조직 현황./출처=화성시

Q. 사회적경제 육성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경제기업이 사회적가치를 얼마나 실현하고 있는지 평가를 통해 지원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다. 현재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의 사회적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이하 사회적가치법) 제정을 준비하고 있고, 화성시 또한 사회적경제기업의 사회적가치 향상을 위한 사회적가치 인증제를 도입했다. 

사회적가치 인증제는 사회적경제기업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준수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지원함으로써 바람직한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사회적경제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기 위한 계획이 있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적경제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고민할 때다.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과거 1844년, 맨체스터에서는 노동자가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고자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이것이 다른 법으로 보장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사회적경제가 왜 만들어졌으며, 어떻게하면 지역사회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을까 등 본질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한다.

사회적경제 창업교육 뿐만 아니라 학교과정 속에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가르치고, 사회적경제기업 물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교육 등도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적경제 자체의 활성화와 함께 지역시민들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Q. 지방정부 차원에서 사회적경제 관련법 제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나갈 계획인가?
법과 현실의 괴리가 크면 법이 통과됐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화성시 차원에서 지역에 맞는 지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화성시의 경우 기본법 없이도 상당히 많은 사회적경제 토대를 만들어냈다고 자부한다.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 사무총장이자 당 사회적경제위원회 정책위의장으로서 지방정부에서의 경험을 정치권과 법령에 녹아들어갈 수 있게끔 조언하는 역할을 해나갈 계획이다.

◇서철모 화성시장 약력

現 민선7기 경기도 화성시장
現 참여민주주의 지방정부협의회장
더불어민주당 기초단체장협의회 사무총장
문재인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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