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플랫폼 노동자는 플랫폼의 지시, 명령을 받지만 부당함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 라이프매직케어 가사노동자 협동조합은 자체 플랫폼을 만들어 이 문제를 극복한다. 부당노동, 고용불안 문제에도 집단적으로 대응한다. 

#2.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은 고용안정지원금 신청법, 소득 증명 방법 등을 안내하며 조합원들이 원활하게 지원금을 받도록 했다. 또 ’내일키움일자리‘ 공모사업에 참여해 4개월간 40명의 조합원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플랫폼·프리랜서 노동 문제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다” 김활신 쿠피협동조합 연구원의 말이다. 협동조합을 만들어 집단으로 움직이면 안정적 일자리 확보, 사회안전망 보완이 가능하다는 맥락이다. 안창용 한국프리랜서협동조합 이사장 역시 “(협동조합 방식은) 프리랜서에게 일감을 조달하고 실업 시 지원을 해준다”고 밝혔다.

11일 한국노총에서 '프리랜서 노동자협동조합 활성화 토론회'가 열렸다./사진=박미리 기자
11일 한국노총에서 '프리랜서 노동자협동조합 활성화 토론회'가 열렸다./사진=박미리 기자

프리랜서는 주로 의뢰인과 직접 계약을 맺어 노무를 제공한다. 의뢰인-프리랜서 구조고, 그래서 법은 둘을 동등한 지위로 본다. 즉 프리랜서는 ’사업자‘로 취급된다. 

그러나 현장을 살펴보면 의뢰인의 명령·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프리랜서가 태반이다. 그런데 사업자라는 신분 때문에 4대보험의 혜택도 받지 못한다. 안창용 이사장은 “협동조합이 중간에 끼어 조합원의 계약을 대행하는 식이면 직접 계약 형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의뢰인-협동조합-조합원‘ 구도가 기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협동조합이 의뢰인에게 용역을 받고, 다시 조합원과 근로계약을 체결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형태면 4대보험 등의 안전망 제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협동조합 설립이 프리랜서의 본업 집중에 도움이 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프리랜서는 사실상 1인기업이다. 본 업무 외에 하도급 관리·영업·세무 등의 일까지 떠맡는다. 협동조합 내 인력이 프리랜서의 행정 업무를 대신 처리하면 이를 타파할 수 있다. 안창용 이사장은 “(협동조합의) 공유행정은 클라이언트의 만족도를 높이고 프리랜서의 능력 계발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영배·민형배·이수진 국회의원실, 일하는사람들의협동조합연합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프리랜서 노동자 협동조합 활성화’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프리랜서에게 협동조합 결성이 필요한 까닭, 프리랜서 노동여건의 실태, 정책 및 제도는 어떻게 기능해야 하는지 등이 발표됐다.  

안창용 한국프리랜서협동조합 이사장은 협동조합 방식이 프리랜서에게 유효할 것이라 설명했다./사진=박미리 기자
안창용 한국프리랜서협동조합 이사장은 협동조합 방식이 프리랜서에게 유효할 것이라 설명했다./사진=박미리 기자

소득 줄고 지원금 받지 못한 프리랜서...방치하면 빈곤 문제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의 ’플랫폼노동 증가, 보호를 필요로 하는 노동에 대한 정부정책 검토(2020)‘에 따르면 한국은 플랫폼 노동자의 65.5%가 플랫폼 노동으로 소득의 대부분을 얻는다. 네덜란드(25%), 영국(33%), 독일(25%) 등 해외보다 월등히 높다. 김활신 연구원은 “이 수치는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의 대다수가 소득 불안정에 노출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이같은 소득불안정의 수준을 더욱 심화했다.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협동조합 협의회는 프리랜서 노동자 40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소득 변화 여부를 물었다. 82.1%가 소득이 줄었다고 답했다. 40%이상 감소했다고 응답한 비율만 41%를 넘었다.

이들은 정부 지원금 또한 받지 못했다. 고용안정지원금을 수령했다고 표시한 이들은 28.7%에 불과했다. 이유를 따져보니 ‘소득감소를 증명하지 못했고, 신청했으나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소득 증명’ 자체가 지원요건으로 설정돼서는 안됐다고 주장했다. “정부 지원은 특정 구간의 소득이 적다는 것을 증명해야 이뤄진다. 프리랜서 노동자의 수입은 매달 들쑥날쑥하다. 그 기간동안 특별히 소득이 많았던 노동자는 지원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사회보험 가입률도 저조하다. 가입률은 고용보험 23.2%, 산재보험 15.2%, 국민연금 52.8%로 나타났다. 전체 임금노동자와 대비되는 수치다. 고용노동부의 2019년 통계에 따르면 특수고용 노동자를 제외한 전체 임금 노동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고용보험 90.3%, 산재보험 97.7%, 국민연금 91.1%다. 김활신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가입률이 낮다는게 특히 문제”라며 “이대로 가면 플랫폼 노동자 10명중 4명 이상이 연금 없는 생활을 하게되고, 이는 노인빈곤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노동자성’에 대한 재검토 선행돼야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정부가 펼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지원이 ‘일시적’이라고 진단했다. 지금부터라도 지원을 시스템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말도 이었다. 그는 “(그러나) 지금의 사회안전망 체계를 ‘재편’하는 방식에는 회의적이다. 취약 노동자가 그 체계 속에 ‘편입’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활신 연구원은 그러기 위해선 ‘노동자성’을 다시 정의하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 이를테면 정부는 산재보험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포함될 수 있게 했지만,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는 퀵서비스·대리운전 기사는 ‘전속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지원 대상에서 배제했다. 즉, 정부는 한개 플랫폼을 이용하는 노동자만 ‘노동자’라고 보는 것이다. 김활신 연구원은 “거대 플랫폼 기업이 계속 등장하고, 임금 노동의 성격과 다른 노동 형태가 계속 출현할 게 뻔하다. 그런데 정부 지원은 ‘임금 노동’의 노동자성에만 주목해서 이뤄진다. 전향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안창용 이사장은 프리랜서 대상 국비 지원 교육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의 국비 지원 교육사업은 근로계약서를 쓰는 분야에 치우쳐 있다. 그는 “가사, 연예, 음악, 미술 등 분야에서도 교육이 이뤄지면 프리랜서도 더욱 전문성을 획득할 수 있다”며 “일자리 증대효과도 있을 테니 정부에게도 이롭다”고 밝혔다.

또한 프리랜서 지원을 담당하는 부처·근거법이 없는 현실을 문제삼았다. 프리랜서가 어느 부처에 적합하냐는 논의만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있다. IT·예술·방송 등 다양한 직종의 프리랜서가 존재하고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관련 부처로 거론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관은 드물다. 안창용 이사장은 “프리랜서 협동조합이 계속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협동조합 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먼저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지영철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장(왼쪽) 주평식 기획재정부 협동조합과장이 참석했다./사진=박미리 기자
이날 토론회에는 지영철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장(왼쪽) 주평식 기획재정부 협동조합과장이 참석했다./사진=박미리 기자

기재부·고용노동부, “공감하지만 속도 이해해달라”

이날 토론회에는 지영철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과장, 주평식 기획재정부 협동조합과장이 참석해 오늘 논의된 내용을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전했다. 

지영철 과장은 노동자성에 대한 재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했다. 정부 역시 노력하겠는 뜻을 드러냈지만, 다른 부처와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기에 임의로 속도를 낼 수 없는 현실을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정책을 발굴하는 것만큼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앞서 언급된 설문조사에서 ‘정책을 알지 못해’ 고용안정지원금을 받지 못했다고 답한 사람은 11%를 넘었다.

주평식 과장은 정책이 모든 이해관계자의 뜻을 반영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창용 이사장의 주장에는 각 프리랜서 군의 직종 별 특성으로 담당 부처를 나누겠다고 응답했다.

임병덕 씨엔협동조합 이사장은 주평식 과장의 설명에 반박했다. “담당 부처를 정하겠다는 이야기를 2015년부터 들었다. 그 사이에 담당자가 바뀐게 수차례다. 말만 있고 이뤄진 건 없다. 언제까지 이런 소모적 논쟁을 지속할 생각인건가”라고 했다. 이어 직종별로 소관 부처를 나누는 방식이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고용형태의 프리랜서가 나올텐데 그 때마다 계속 담당 부처를 정할 거냐”고 목소리 높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이 축사를 하는 모습.
 토론회에 참석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이 축사를 하는 모습./사진=박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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