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자는 1953년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이래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근로기준법 제11조에 명시된 ‘가사사용인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조항 때문이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이하 가사근로자법)이 통과되면서 68년 만에 가사노동자가 비로소 노동자성을 인정받게 됐다. 4대보험, 유급휴가, 퇴직금 등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완전한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한 과제는 아직 남아있다. 사회보험료 지원과 세제 혜택, 정부 인증기관에 대한 지원, 공익적 제공기관 육성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16일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는 제10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16일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는 제10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한국노총과 한국가사노동자협회, 한국YWCA는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인 16일을 맞아 한국노총 회의실에서 가사근로자법 제정과 ILO 가사노동협약 채택 10주년을 기념하는 ‘제10회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기념식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내년 시행을 앞둔 가사근로자법 제정을 축하하고, 향후 과제에 대해 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기념식에는 가사근로자법을 발의했던 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도 참석해 가사노동자 단체와 회원들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법안 발의에 기여한 3명의 의원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법안 발의에 기여한 3명의 의원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백정옥 사회적협동조합 행복한돌봄 가사관리사는 “가사노동자는 코로나19 속에서도 한 가정의 평화로운 일상을 위해 일하고 있다. 안정적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라며 “어렵게 제정된 가사근로자법이 모두에게 소중한 법이 되길 바란다”는 소회를 전했다. 

이수진(비례) 민주당 의원은 축사를 통해 “가사노동자들이 추운 겨울에 국회 밖에서 농성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컸다”면서 “법안 제정과정에서 뜻대로 되지않아 속상해 울기도 했는데, 여러분이 함께 해주신 덕분에 가사근로자법이 제정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사실 아직은 부족한 법이다. 개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나가겠다”며 “우리의 노력이 대한민국 노동의 역사를 만들었다. 앞으로도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국회 안에서 역할을 다하겠다”며 마쳤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 역시 “3당 의원이 함께 발의해 통과됐지만, 가사노동자 당사자의 노력 덕에 가능했다”며 “여전히 미해결과제와 새로운 이슈가 남았다.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달라. 국회에서 화답해 개정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가사근로자법 시작으로 노동자 처우 개선”

가사근로자법 주요내용과 향후 과제를 논하기 위해 자리한 토론회 참석자. (왼쪽부터) 조현경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센터장,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 윤정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 최준하 고용노동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장, 이윤아 여성가족부 여성인력개발과장.
가사근로자법 주요내용과 향후 과제를 논하기 위해 자리한 토론회 참석자. (왼쪽부터) 조현경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센터장,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 윤정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 최준하 고용노동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장, 이윤아 여성가족부 여성인력개발과장.

이날 토론회에서는 가사근로자법의 주요 내용과 향후 과제에 대해 논했다. 

먼저 발제를 진행한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가사근로자법은 노동자, 제공기관, 이용자 의무를 모두 담았다는 점에서 특별한 법이라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이는 확대될 가정내 돌봄에 있어서 굉장한 시사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호출근로와 1인근로, 가정내노동이라는 특성으로 아무런 법적 장치와 명시적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지 않던 영역을 양성화해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초의 시도”라며 “따라서 향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전형노동, 호출노동에도 커다란 시사점을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번 법에서는 입주가사근로자 보호를 주요내용 중 하나로 거론했다. 입주가사근로자란 가사근로자 중 이용자의 가구에 입주해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를 말하는데, 대부분은 이주노동자인 경우가 많다. 

가사근로자법 제4조와 17조에 입주가사근로자 보호를 명시했다. 그는 “입주노동, 이주노동 문제는 ILO 협약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사안”이라며 “최초로 입주가사노동자 보호를 명시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언급했다. 

“가사근로 제공기관 육성에서 사회적경제조직 역할 중요”

최영미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출처=한국노총 유튜브
최영미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출처=한국노총 유튜브

최 대표는 가사근로자법의 후속과제로 크게 3가지를 꼽았다. 먼저 제공기관 확대 및 육성을 거론했다. 가사노동자들이 정식으로 고용되고 안정적 노동을 영위할 수 있는 제공기관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것. 다만 법에서 공익적 제공기관 육성이 포함되지 않는 것은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제공기관 확대 및 육성과정에서 특히 사회적경제조직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우선 정부에는 가사근로자 권리보장협 협동조합 육성 및 가사서비스 지역바우처 도입 등을 촉구했다.

현장에는 “제공기관은 노동자단체이자 사용자다.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 자신의 포지션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적극 제공기관으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제공기관협의회를 구성해 대정부 정책파트너이자 시장 선도자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두 번째 후속과제는 ’미해결 과제 및 새로운 이슈 대응‘이다. 제공기관이 아닌 직업소개와 개인간 거래에 남아있는 미고용 노동자에 대한 보호책을 마련하고, 입주가사노동자 및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언급했다. 

그는 이를 위해 △적극적 실태조사 △전국민고용보험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가사서비스 공공플랫폼 도입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노력 및 정부 적극적 지원 이어져야
마지막으로 협의체 구성과 조직화를 과제로 꼽았다. 최 대표는 “가사근로자법이 만들어져 가사노동자의 권리가 명시됐다는 것은 노동조합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는 뜻”이라며 “후속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운동주체인 가사노동자가 노조로, 공제회로, 노동자협동조합으로 적극 조직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법 시행에 따른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법제정 목적에 부합하도록 정부지원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직접고용에 따르는 사회보험료 일부를 정부가 지원해 서비스 제공기관 및 가사노동자의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준하 고용노동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장은 “가장 중요한 건 세제 및 재정지원”이라며 “가사근로자법에 사회보험료 지원 규정이 마련된만큼 두루누리 지원 사례 등 가사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준하 고용노동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장이 발언하고 있다./출처=한국노총 유튜브
최준하 고용노동부 고용문화개선정책과장이 발언하고 있다./출처=한국노총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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