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노동 여건이 점점 불안해지고 있다. 플랫폼 및 프리랜서 노동자가 늘고 있지만 아직 이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부족하다. 바뀐 환경에서 노동의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동의 안정성을 지켜주기 위해 고용보험 제도가 있다. 지난 1995년 도입된 고용보험은 실직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재취업을 대비하기 위한 사회보험으로 그동안 핵심적인 사회안전망 역할을 해왔다. 그렇지만 오래 전 임금노동자 위주로 설계된 제도라,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에게는 적용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10일 국회에서는 ‘전국민고용보험의 완성과 확대 토론회’가 열렸다.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의 첫 단계인 정부가 발의한 ‘고용보험법 개정안’ 심의를 앞두고 개최됐다. 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우분투사회연대 연구소 등이 주최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노동대변인이 좌장을 맡고 홍경의 고용노동부 고용보험사각지대해소기획단 과장과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회 공동운영위원장이 발제했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민 고용보험 완성과 확대' 토론회가 열렸다./사진=박성빈 인턴기자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민 고용보험 완성과 확대' 토론회가 열렸다./사진=박성빈 인턴기자

정부, 고용보험 대상 예술인부터 시작해 순차적 확대 계획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기획단’을 발족했다. 기획단은 2025년 전국민 고용보험 실현을 위해 2022년 6월까지 2년간 한시조직으로 운영된다. 

홍경의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기획단장은 “(고용보험은) 실업급여 외 고용안정사업, 직업능력개발 사업을 포함하고 있다”며 “실업발생 최소화 및 재취업촉진을 위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도 함께 추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절반 이상의 노동자는 고용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진행한 경제활동 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대비 고용보험 가입률은 50.4%에 불과하다.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대상자를 높혀갈 계획이다.

홍 단장은 예술인을 시작으로 특고, 플랫폼, 프리랜서, 자영업자 순으로 적용대상 단계적 확대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첫번째 단계인 예술인 고용보험은 다음달 10일부터 시행된다. 

전국민 고용보험제도의 의미 및 향후계획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는 홍경의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기획단장./사진=박성빈 인턴기자
전국민 고용보험제도의 의미 및 향후계획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는 홍경의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기획단장./사진=박성빈 인턴기자

소득정보 확인 체계개편과 보험료 부과 방식 전면 개편 필요

홍 단장은 전국민 고용보험 확대를 위한 선결과제로 먼저 취업자 소득정보 현행화 및 국세청·근로복지공단 간 소득정보 공유체계 강화를 꼽았다.

현재는 사업주가 근로복지공단에 신고하는 보수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적용하고 징수한다. 소득이 발생이 일정하지 않은 예술인·특고·프리랜서·자영업자 등을 포함하기 위해서는 용역계약 건별로 보험료를 부과하도록 바꿔야 한다. 또한 사업자가 아니라 취업자가 신고한 소득 정보 등을 기초로 보험료를 받도록 징수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한다. 

홍 단장은 “취업자 소득파악 및 조세-고용보험 연계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국세청·통계청 등 관계부처가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고는 계약 상대방인 사업주나 근로자가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해야 하며, 프리랜서는 계약건별 부과체계 운영시 플랫폼 업체 등이 보험사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용 부담 주체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 개정안, 특고 노동자 업종 중 14개까지만 확대

현재 정부는 연내 통과를 목표로 특수고용 노동자 14개 직종, 약 104만명을 고용보험 적용대상으로 확대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체 특고 노동자는 240만명으로,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절반 이상이 여전히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수진(비례) 의원은 “14개 직종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특수고용노동자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전면적인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특수형태근로자와 노무 제공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을 대폭 확대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노웅래 의원도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대상자 확대가 필요하다며 이 의원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노 의원은 지난달 특수고용 노동자의 산업재해보험 적용제외를 폐지하는 전국민 산재보험법을 발의한 바 있다. 

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수형태근로자와 노무 제공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을 대폭 확대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사진=박성빈 인턴기자
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수형태근로자와 노무 제공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을 대폭 확대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사진=박성빈 인턴기자

다양한 형태 노동자 포함위해 ‘소득기반 고용보험제’ 중요

오건호 위원장은 소득기반 고용보험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고용보험은 안정적인 정규 고용을 토대로 설계됐고, 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면 고용보험의 온전한 보장을 받기 어렵다. 예를 들어 근무시간 변경이 잦은 일용노동자나 월 60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는 산재보험에는 가입할 수 있지만,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등에 가입이 어렵다. 

특고노동자도 마찬가지다. 특수고용, 프리랜서 등은 노동자임에도 사용자에 고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험료의 일정 금액을 본인이 납부한다. 이 비용이 부담돼 가입을 거부하는 특고노동자가 많다. 이렇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까지 사회안전망 내부로 끌어들이려면 고용형태가 아니라 소득을 기준으로 제도 설계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고용지위에 기반한 고용보험이 아닌 소득기반 고용보험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박성빈 인턴기자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고용지위에 기반한 고용보험이 아닌 소득기반 고용보험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박성빈 인턴기자

소득기반 고용보험을 구성하기 위한 쟁점은 2가지다. 정확한 소득파악이 가능한가와 고용보험 지출이 늘어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이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분담할 것이냐다.

오 위원장은 국세청을 통하면 소득파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소득세 신고 등으로 임금노동자의 소득은 대부분 파악되고 특수고용노동자의 소득도 원천징수 금액으로 확인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2018년 국세청에 소득세를 신고한 인원은 3013만명으로, 이는 15~72세 인구의 72%를 차지한다”며 “그만큼 국세청의 소득세 신고망은 잘 발달됐다”고 밝혔다.

그는 자영업자의 소득 역시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소득 확인의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의 사업소득 신고율 역시 지난 2017년 기준으로 91.6%에 달한다.

고용보험 적용대상이 모든 노동자로 확대됐을 때 재원 확보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세금을 인상하면 고용보험 혜택을 받아본 적 없던 자영업자와 임금 노동자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 위원장은 증세보다는 기존의 정부 재원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는 “정부가 제도만 만들고 세금을 거두면 아무도 고용보험에 들어오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용보험 효과 정착을 위해서는 절반 이상의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민 고용보험의 완성과 확대 토론회를 마치고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사진=박성빈 인턴기자
전국민 고용보험의 완성과 확대 토론회를 마치고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사진=박성빈 인턴기자

가족 종사자 가입·단시간 근로자 복수가입 허용 논의도

토론에는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정문주 한국노총 본부장, 이승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위원장, 이훈 한국공인노무사회 전 사무총장 등이 참여했다.

이승은 위원장은 “작년 12월 기준 고용인원이 50명 미만인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1만5549명으로 전체의 0.38%에 불과하다”며 “고용보험법 개정이 조속히 마련돼 임의가입이라도 확대하는 등 가입률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족종사자는 영세사업장에 종사하며 자영업자 보다 고용불안정성에 노출된 취약계층”이라며 자영업자의 가족종사자 또한 고용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훈 전 사무총장은 고용보험의 복수 가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업장 단위가 아닌 소득 단위로 보험료를 부과한다면 고용보험 복수 가입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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