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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도 협동조합이 있다?

비어랩협동조합(대표 구충섭, 이하 비어랩)은 맥주를 주제로 한 협동조합이다. 지난 2014년 맥주를 좋아하는 19명이 전국에서 모여 맥주 양조장을 만들고 비어랩을 설립했다. 모두가 좋아하는 맥주라는 하나의 주제로 모인 이들은 새로운 맥주 조리법을 개발하기도 하고, 수제 맥주 만들기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수입 맥주를 판매하기도 하는데 종류가 꽤 다양해서 고객의 재방문율이 높다는 설명이다.

비어랩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맥주들. 사진=이기동 청년기자
비어랩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맥주들. 사진=이기동 청년기자

코로나19로 친구들과 맥주 한잔 기울일 술집에 가는 것도 부담이 돼 집에서 맥주를 즐기는 일이 많아졌다. 일반 슈퍼, 편의점에서 구매한 맥주는 이미 여러 차례 맛을 봤기에 새로운 맥주를 찾고 있던 참이다. 비어랩을 알게 돼 직접 가서 새로운 맥주를 추천받기로 했다. 맥주 협동조합? 비어랩은 이래저래 궁금하다.

양재동에 위치한 비어랩협동조합. 사진=이기동 청년기자
양재동에 위치한 비어랩협동조합. 사진=이기동 청년기자

2020년 연말. 양재동에 있는 비어랩을 찾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큰 대로변에 있어 한 번에 찾을 수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 비어랩을 만났다. 비어랩에는 종업원 한 분이 있었다. 그는 2014년 8월 비어랩협동조합 창립총회 14인 발기인 중 한 명이라고 했다.

“주말에 홈파티를 하려해요, 적당한 맥주가 뭐가 좋을까요.”

마침 고객 한 명이 맥주를 추천받고 있었다.

빠르고 능숙하게 맥주를 고르는 걸 봐선 한두 번 온 것 같지 않다. 여러 차례 방문한 단골손님이겠군.

맥주를 만들고 판매하는 공간. 비어랩 공간은 크게 두 공간으로 나뉘어있다. 한쪽은 수제 맥주를 직접 만드는 공간이고, 나머지는 다양한 맥주를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다.

비어클래스를 운영 중인 비어랩협동조합./사진=이기동 청년기자
비어클래스를 운영 중인 비어랩협동조합./사진=이기동 청년기자

수제맥주를 만드는 공간엔 다양한 장비들이 보였다.

“와, 맥주 만드는데, 장비가 이렇게나 많이 필요하군요.”

수제맥주 만들기에 쓰이는 다양한 도구들./사진=이기동 청년기자
수제맥주 만들기에 쓰이는 다양한 도구들./사진=이기동 청년기자

완전곡물양조라 하면 대략 5~6시간 정도 소요된다. 간단한 공정은 이렇다.

맥아 분쇄 → 당화 → 여과 → 스파징 → 보일링 → 칠링 → 효모넣기 → 발효 및 숙성.

“파쇄된 곡물을 60~70도 사이로 끓이면서 당분을 뽑는 당화 과정은 곡물이 타지 않도록 계속 저어줘야 합니다.”

수제맥주 만들기에 쓰이는 다양한 도구들./사진=이기동 청년기자
수제맥주 만들기에 쓰이는 다양한 도구들./사진=이기동 청년기자

마지막 과정은 발효 및 숙성이다. 하얀 발효통에 옮겨 서늘한 곳에 두면서 발효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맥주 향기를 가장 잘 맡을 수 있죠.”

비어랩에서 완전곡물제조 수제 맥주 만들기 과정에도 참여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든 맥주를 내가 마시는 날이 오길!

네이버 카페를 통해 수제맥주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다./사진=이기동 청년기자
네이버 카페를 통해 수제맥주 만들기에 참여할 수 있다./사진=이기동 청년기자

완전곡물양조 클래스는 강의를 듣고자 하는 이들 신청하면 연다. 비어룸 네이버 카페에서 완전곡물양조 클래스를 신청할 수 있다.

건너편으로 넘어오니 다양한 맥주가 반긴다. 한쪽 가득하게 맥주가 열 맞춰 서 있었다. 그간 다양한 맥주를 마셔봤다고 생각했는데, 난생처음 보는 맥주투성이였다. 톡톡 튀는 개성 넘치는 맥주병들에 금방 호기심이 갔다.

사진=이기동 청년기자
사진=이기동 청년기자

“비어랩이 일반 맥주집과 다른 점은 뭔가요?”

그는 “비슷해 보이지만 협동조합이니까, 일반 맥주집과 차이가 있다”고 운을 뗐다. 우선 맥주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모여 협동조합 형식을 택했다. 대표는 있지만, 서로 돌아가면서 가게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한다.

“사장이 한 명이 아닌 셈이네요.”

그는 더불어 “크래프트맥주를 연구, 교육, 실험 그리고 생산하는 것까지 모두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또, 단순히 맥주를 만들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맥주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크래프트 맥주 레시피 개발까지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크레프트 맥주에 대한 상담이라던가 교육, 훈련 등 정보를 제공하고 맥주를 판매하는데 맥주 공방을 이용하면 조금 더 저렴하게 수제 맥주를 구매할 수 있다고 했다.

비어랩은 다양한 맥주를 판매하기 위해 국내외 여러 유통사를 알아보고 그에 맞는 맥주를 선택한다. 이런 과정을 꾸준히 하는 탓에 국내서 쉽게 맛볼 수 없는 수입 맥주도 꽤 있었다. 고객의 재방문률 역시 높다.

“이 맥주는 뭐예요?”

“요즘같이 추운 날 추천할 맥주는 뭐예요?”

“과자를 좋아하는데 비스킷과 잘 어울리는 맥주는 뭐예요?”

질문이 끝없이 나왔다. 그는 귀찮은 기색 없이 다양한 맥주를 추천해줬다. 모두 마셔보지 못한, 처음 보는 맥주들로 골랐다.

추천받은 다섯 종류의 맥주 (람빅맥주 분 크릭(Boon Kriek), 더블 잭(Double Jack), 세송 듀퐁(Saison Dupont), 로스트 룸(Lost Room), 라 트라페(La Trappe)./사진=이기동 청년기자
추천받은 다섯 종류의 맥주 (람빅맥주 분 크릭(Boon Kriek), 더블 잭(Double Jack), 세송 듀퐁(Saison Dupont), 로스트 룸(Lost Room), 라 트라페(La Trappe)./사진=이기동 청년기자

[시음기] 언택트 시대 겨울에 집에서 마시기 좋은 맥주들

체리 향이 풍성하게 났던 분 크릭 맥주./사진=이기동 청년기자
체리 향이 풍성하게 났던 분 크릭 맥주./사진=이기동 청년기자

람빅맥주 분 크릭(Boon Kriek), 더블 잭(Double Jack), 세송 듀퐁(Saison Dupont), 로스트 룸(Lost Room) 그리고 라 트라페(La Trappe). 비어랩에서 가져온 맥주는 총 다섯 종류다. 돌아오는 길에 맥주 시음을 염두에 두고, 맥주랑 잘 어울릴만한 음식을 몇 개 샀다.

'무슨 맛일까.'

첫 번째 만난 맥주는 벨기에 람빅맥주 분 크릭(Boon Kriek)이다. 파티를 즐기기 전 식전주로 마시는 맥주로 추천받았다. 다양한 음식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고 했다. 곁들일 음식으로 간편한 김을 준비했다.

사진=이기동 청년기자
사진=이기동 청년기자

분 크릭을 처음 마셨을 때 체리 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향긋한 향 때문인지 식감도 살아났다.

‘이래서 식전주에 맞다고 한 건가? 분 크릭 맥주 도수는 4%인데 그보다 낮은 것 같아. 향긋한 체리향 때문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와인의 맛도 나네?’

한 번으로 정의하기 상당히 어려운 맥주란 느낌이다.

캔 형태로 시원하게 마시면 더 맛있는 더블 잭./사진=이기동 청년기자
캔 형태로 시원하게 마시면 더 맛있는 더블 잭./사진=이기동 청년기자

두 번째 맥주는 더블 잭(Double Jack). 유일한 캔 맥주면서 유일하게 냉장고에 들어있던 맥주였다. 표지에 그려진 그림이 청포도인 줄 알았는데 맥주에 들어가는 홉이다. 치킨이나 피자, 특히나 피자랑 궁합이 잘 맞다 했는데, 피자 대신 귤을 준비했다.

포도향처럼 달콤했던 더블 잭./사진=이기동 청년기자
포도향처럼 달콤했던 더블 잭./사진=이기동 청년기자

더블 잭 맥주의 색을 보고 난 뒤에 알았지만 딱 귤색이랑 맞았다. 색깔로 봐서는 상당히 연해보였다. 하지만 알코올 함량은 9.5%로 만만치 않았다. 9.5% 알코올 함량으로 취기가 금방 올라왔다. 단순히 진한 맛만이 아니라 포도처럼 달콤한 맛도 같이 났다.

'진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짠맛이 강한 피자랑도 잘 어울렸겠구나!'

벨기에 대표 맥주라 불리는 세송 듀퐁./사진=이기동 청년기자
벨기에 대표 맥주라 불리는 세송 듀퐁./사진=이기동 청년기자

세 번째 맥주는 세송 듀퐁(Saison Dupont) 맥주다. 치킨이랑 잘 어울린다는 추천을 받아 특별히 치킨도 준비했다. 분 크릭 맥주와 같은 벨기에 맥주다. 우리로 치면 일종의 막걸리와 비슷한 맥주란다. 벨기에에서는 농사일을 하다가 목을 축일 때 요 세송 듀퐁을 마셨다고 하더라.

벨기에 농부들이 농사를 하다가 목을 축였다는 세송 듀퐁./사진=이기동 청년기자
벨기에 농부들이 농사를 하다가 목을 축였다는 세송 듀퐁./사진=이기동 청년기자

세송 듀퐁은 묵직한 맛이 났다. 알코올 함량은 6.5%로 다소 낮은데 그보다 더 강하게 느껴졌다. 상당히 깔끔한 맛이 났는데 끝 맛은 신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아, 이래서 막걸리랑 비슷하다고 한 것인가?' 중간중간 달콤한 과일의 맛도 느껴졌는데 요런 과일의 맛이 치킨의 느끼한 맛을 상쇄시켜주는 것 같았다.

비스킷과 잘 어울린다는 로스트 룸./사진=이기동 청년기자
비스킷과 잘 어울린다는 로스트 룸./사진=이기동 청년기자

네 번째 맥주는 로스트 룸(Lost Room) 맥주다. 맥주 색깔로는 잘 쓰지 않는 보라색을 사용해서 호기심이 갔던 맥주다. 비스킷과 잘 어울린다고 추천받아 비스킷을 준비했다.

흑맥주의 진함이 느껴졌던 로스트 룸./사진=이기동 청년기자
흑맥주의 진함이 느껴졌던 로스트 룸./사진=이기동 청년기자

알코올 도수가 무려 11.5%나 됐다. 2자리 수 알코올 함량이라니, 금방 취하는 것 아닌가 긴장했다. 맛은 생각보다 가볍게 느껴졌다. 초콜릿, 캐러멜 향이 느껴졌는데 이런 달콤함이 비스킷의 짠맛과 잘 맞았다. 여러 차례 반복해서 마시니 흑맥주의 맛도 났다. 흑맥주의 무거움, 묵직한 맛이 느껴졌다. 자꾸 마셔보니 커피 맛도 나는 것 같았다. 로스트 룸은 마실 때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는 신비로운 맥주였다.

숙성 와인의 느낌이 났던 라 트라페./사진=이기동 청년기자
숙성 와인의 느낌이 났던 라 트라페./사진=이기동 청년기자

마지막 맥주는 라 트라페(La Trappe)다. 라 트라페 쿼드러플은 네덜란드 맥주로 알코올 도수가 10도나 됐다. 개인적으로 다섯 맥주 중 가장 진하게 느껴졌다. 향도 정말 진하게 느껴졌는데, 와인에서 느껴지는 오크통 향이 났다.

묵직하고 힘쎈 느낌의 맥주랄까? 바디감 또한 상당히 강하게 느껴졌다. 요즘 같은 가을, 겨울에 마시기 딱 좋은 맥주란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기동 청년기자
사진=이기동 청년기자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 맥주를 마시고 후기까지 남기니 맥주 전문가가 된 기분이다. 이름하여 맥주 소믈리에? 실제로 비어랩에선 비어소믈리에로 활동하는 분들이 많다고 했다. 역시 맥주 전문가들이 추천해준 것들이라 그런지, 요즘에 맞는 특색 있는 맥주를 다 만난 기분이다.

코로나 19로 언택트가 대세인 요즘, 집에서 다양한 맥주를 즐길 환경은 충분했다. 맥주가 고픈 날, 양재동 비어랩을 방문해 추천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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