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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주민과 의료인이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됐다.

경기도 안산시에 터를 잡은 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김영림, 이하 안산의사협)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2000년 300여 명의 조합원 발기를 시작으로 현재 2700세대가 참여하고 있다. 2000년대에는 안산지역의 공단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활동하다 현재는 지역사회로 대상을 넓혔다.  

20년 가까이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새안산의원, 새안산한의원, 새안산우리치과, 새안산상록의원과 같은 의료기관부터 재가장기요양센터, 꿈꾸는집요양원, 장애인 활동지원센터와 등 돌봄기관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돌봄이 정착되지 않았던 시기에도 개인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2016년 사회복지공동공모사업에 참여하면서 노인돌봄 네트워크 사업을 3년간 시범 운영했다. 치료뿐만 아니라 문화활동, 재활활동 등을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노년층이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인터뷰에 참여한 안산의사협 관계자들의 모습./사진제공=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인터뷰에 참여한 안산의사협 관계자들의 모습./사진=박수현·이경원 청년기자

안산의사협 출자 인원은 1100명, 출자금만 15억4천만원에 달한다. 지역사회에서 신뢰받는 근거로 볼 수 있다. 이영록 조합사업부 부장은 “의료돌봄뿐 아니라 조합원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소모임이 활성화 돼있다”며 “코로나로 줄긴 했지만, 이전까지 대략 20개의 프로그램에 340여 명이 참여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의사협과 비교했을 때, 조합원들의 자원봉사 참여 수준이 두드러진다. 이 부장은 “자원봉사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어르신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현장에서 직접 보고 공론화했던 경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림 이사장은 “우리 조합에서는 자원봉사 담당 직원이 있다”며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일을 체계적으로 하고자 직원을 두었는데, 덕분에 자원봉사 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활동 기반을 다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어 “참여했던 조합원들이 주위에 다른 분들을 연결해주거나 소개해주는 경우가 많다”며 “보여주기식으로 자원봉사를 하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어렵고 힘든 분들을 찾아서 지원하고자 한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영록 안산의사협 조합사업부 부장./사진=박수현·이경원 청년기자
이영록 안산의사협 조합사업부 부장./사진=박수현·이경원 청년기자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에서 융자나 공모사업비 지원이 아닌, 조합원 자격으로 9천만원을 출자한 것도 안산의사협의 존재가치를 설명한다. 연대기금은 지역사회에 사회가치 활성화 및 확산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안산의사협을 우수 모델로 삼고 있다.

이 부장은 “연대기금이 9천만원을 출자했지만, 협동조합은 1인 1표의 원리로 돌아가기 때문에 특정 지분을 갖거나 권한을 갖지는 않는다”며 “공모사업은 연구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사업이나 활동의 자율성이 보장된다”라고 설명했다.

연대기금에서 출자를 결정하면서 다양한 사회활동으로 돌려받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러한 의미를 살려 안산의사협은 지난 9월부터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봄누리케어센터를 개소해 운영했다. 안산 고려인마을에 방역활동을 하고, 조합원들이 마스크를 직접 제작해서 어린이 공부방에 가져다주기도 했다.

김영림 안산의사협 이사장./사진=박수현·이경원 청년기자
김영림 안산의사협 이사장./사진=박수현·이경원 청년기자

올해 안산의사협은 특히 자원봉사를 매개로 코로나19 사각지대를 찾아다니며 방역봉사 활동에 집중했다.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도시락을 배달하거나 안부 인사를 전하는 말벗 봉사활동도 진행했다. 조합원들의 봉사활동, 방역수칙 관련 경험을 모아 코로나 백서로 제작하기도 했다.

안산의사협은 그동안 건강마을 공동체를 만들고 지역주민의 건강을 위한 활동을 1순위로 해왔지만, 코로나19 방역에 참여하면서 공공 영역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로 삼았다.

지난 2월부터 매주 평일, 답답하고 무거운 방역복을 입고 열심히 방역 봉사를 다닌 임감묵 자원봉사 이사와 우금자 자원봉사대 의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영림 이사장, 이영록 조합사업부 본부장도 자원봉사와 관련해 여러 의견을 덧붙였다. 

안산의사협 조합원들이 자체 제작한 마스크./사진제공=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안산의사협 조합원들이 자체 제작한 마스크./사진제공=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인터뷰] 김영림 이사장·이영록 부장, 임감묵 이사·우금자 의원 

Q. 지금까지 자원봉사를 꾸준히 해왔지만, 방역 봉사는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방역 봉사 활동에 어떻게 적응했습니까?

▶임 이사=병원과 요양원이 있어 어르신과의 접촉이 잦은 조합의 특성상, 방역을 가장 중시합니다. 보건소와 원장 선생님들께 들은 방법을 방역에 참여하는 선생님들에게 교육합니다. 조합에서 관리하는 어르신들이 400가정 정도 되는데, 최소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해서 방역합니다. 평일에는 10명 정도가 담당하고, 주말에는 조합원들과 가족, 자녀들까지 포함해 30명 정도가 참여합니다. 조합 내 산악회 소모임이 주축이 돼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 의원=자원봉사를 하면 봉사자의 행복감이 더 크게 온다고 하는데, 참여 전에는 몰랐습니다. ‘가면 힘들겠지 무슨 행복을 안고 오나’ 생각했습니다. 막상 해보니 정말로 행복감이 더 커서 힘들어도 자꾸 가게 됩니다. 조합에서 봉사자가 오면 대우를 잘해주셔서 민망할 때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이 나이에 어디 가서 대우를 받겠냐’ 하는 생각이 드는데, 자원봉사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우받으니 참 행복합니다.

방역복을 입은 임감묵 자원봉사 이사(오른쪽)와 우금자 자원봉사 대의원(왼쪽에서 두 번째)의 모습./사진진제공=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방역복을 입은 임감묵 자원봉사 이사(오른쪽)와 우금자 자원봉사 대의원(가운데)의 모습./사진진제공=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Q. 봉사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임 이사=어르신들이 코로나로 밖에 못 나가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으니 더 외로워하십니다. 전에는 경로당, 교회를 다녀서 덜 외로워했는데, 못 나가니 매우 힘들어 하시죠. 안부 전화하기 등을 시도했는데 매우 반가워하십니다. 자주는 못 가지만 순차적으로 방문하면, 어르신들이 제 손을 잡고 반갑다며 우시는데 그런 것을 볼 때 마음이 울컥하고 슬픕니다.

▶우 의원=방역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면 소통이 잘 안됩니다. 모자와 안경까지 쓰고 숨을 쉬면 김이 서리는데, 소독통을 들고 3~4층을 올라갔다 내려오면 숨이 차서 공기가 안 통하니까 내려오면 정말 숨이 차고 힘이 듭니다. 제 딸이 어린이집 선생이어서 자원봉사 하는데 눈치를 많이 봤습니다. 행여라도 제가 나가서 위험에 노출될까봐 서로 걱정하는 상황이었죠.

Q. 자체개발 매뉴얼 ‘코로나 백서’를 만들었다고 들었는데요?

▶이 부장=코로나 기간이 길기도 했고 몇 개월간 활동한 기록으로 백서를 제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조합에서 사진과 평가서를 모으고 활동 일지를 작성해 만들었습니다. 요양원이나 의료원 등 대응 방식이 각각 다르니까, 기준에 맞춰 진행한 활동들을 기록했습니다. 방역 운영이나 수칙이 경험을 통해 발전 중입니다. 새로운 변화에 대응을 잘하고, 나중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려고요.

Q. 백서에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정서적 돌봄을 특히 중시했는데, 구체적인 활동들을 소개해주세요.

▶임 이사=해마다 어르신 나들이를 했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못 했어요. 공모사업으로 어르신들을 30분 내외로 모아 같이 만들기 활동을 했습니다. 소풍으로 차에 몇분씩 모시고 안산 대부도 유리섬에 가서 접시, 컵 만들기를 했는데, 밖에 나와서 구경하시고 식사하시고 하니 어르신들이 많이 좋아하셨습니다. 다른 방식으로도 프로그램을 해마다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이사장=어르신들과 화상통화를 하고 있는데, 핸드폰으로는 화면이 작게 보이니, 아예 TV로 크게 보이게 연결했습니다. 화상통화로도 한계가 있다보니, 2층에 면회실을 만들었습니다. 한두 팀 예약을 받아서 면회를 하는데, 절대 음식을 먹지 않고 마스크도 벗지 않고 이야기만 하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만들기 활동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사진제공=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만들기 활동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사진제공=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Q. 자원봉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임 이사=전에 산에 사시다가 지금은 내려오신 자칭 ‘산 할머니’라는 분이 계신데, 그분이 오로지 저한테만 문을 열어주세요. 시청·구청·주민센터 직원들이 아무리 사정을 해도 문을 안 열어주시고, 오로지 저에게만 열어줘서 저에게 수시로 연락이 와요. 그분 찾아뵐 일이 있으면 꼭 저를 통해요.

그분이 방치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보니 건강이 안 좋으신데, 병원에 안 가려고 하세요. 그래서 제가 한번 간호사를 모시고 갔는데 예민하셔서 거부반응이 심하셨어요. 그분이 저를 ‘조카’라고 하면서 먹을 것을 주셨는데, 생감자 같은 것을 호주머니에 넣었다가 잘라 주시는 거예요. 그분 나름대로 반가움의 표시였죠. 전에는 비위가 매우 약했는데 지금은 좋아졌죠. 그분은 잊을 수가 없어요.

▶김 이사장=아무도 접근을 못 했는데 이사님이 반찬도 가져다 드리며 계속 접근하셨습니다. 임 이사님과 우금자 선생님 두 분이 라포(친근감)를 형성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가셨습니다.

Q. 앞으로 기대하는 점이나 포부는 무엇인가요?

▶임 이사=일부 사회복지사들은 현장에 나오면 모든 것을 사무적으로만 대해서 어르신들의 마음을 열기 힘듭니다. 인간적으로 ‘내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면 다르게 대해주세요. 그래서 몇 복지사들과 언쟁도 하고,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바쁘신 건 알지만 기왕 현장에 나오신 거 짧은 시간이라도 내 할머니,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면 대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 이사장=자원봉사는 더 확대돼야 합니다. 저희가 여태 한 것은 독거 어르신에게 도시락을 드리거나 말벗이 되드린 정도지만, 봉사할 수 있는 영역을 다양화하는 것이 중요해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니 의료와 복지를 통합해 선도사업을 하는 것 같이, 그 가치를 점차 넓혀가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안산의사협 자원봉사단의 모습./사진제공=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안산의사협 자원봉사단의 모습./사진제공=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올해 초, 우리를 찾아온 코로나19는 예상보다 길게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사회는 경직되고 가라앉았으며, 어느새 우리는 마스크를 쓴 얼굴이 더 익숙해졌다. 그러나 안산의사협은 이런 암울한 시기에도 타인과 함께 희망을 나누고 있다.

이들은 타인에게 자신의 행복을 주는 것이 아닌, 함께 행복을 키워가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원봉사를 실현 중이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과 따뜻한 손길로 차가운 세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안산의사협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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