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8기 청년기자단 활동은 서울시 소재 협동조합의 신축년 꿈을 담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갑작스런 코로나19로 청년기자단의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지만, 서울시 곳곳의 협동조합을 만나는 현장 취재에 몸을 사리지 않았습니다. 서울시 소재 협동조합을 찾아가는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청년기자단 활동은 2021년에도 계속됩니다.

해방촌은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 대표적인 공간이다. 해방촌에서 오래 활동했던 지역사회단체들도 덩달아 타격을 입었다. 지가가 급상승하면서 금전 문제를 겪고, 한 팀 두 팀 찢어지며 동네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많은 활동가는 건물주 호의로 공간을 유지하고 버티면서 무기력을 느꼈다. 더커먼즈0099협동조합(대표 김종훈, 이하 더커먼즈0099)은 이런 현실과 정면승부를 각오하고 만들어졌다. 2019년 4월, 동네 안에서 오랜 시간 촘촘하게 쌓여왔던 관계망이 타격을 입으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보자고 해방촌에 둥지를 틀었다.

더커먼즈0099는 용산구에서 자산화 이슈로 모인 6개의 팀(용산나눔의집·인사랑케어·해방촌마을기록단·리얼랩·세상을바꾸는금융경제연구소·우리실험자들, 조합원 186명)으로, 단체와 단체 대표자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더커먼즈0099은 2021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을 추진한다. 시민 자산화의 길은 어렵고 멀 수 있지만, 한발씩 그 걸음을 딛고 있다. 심수림 사무국장을 만나 시민 자산화 배경과 2021년의 포부를 들었다.

아래는 심 국장과의 일문일답.


더커먼즈0099 심수림 사무국장./사진=청년기자 이경원
더커먼즈0099 심수림 사무국장./사진=청년기자 이경원

Q. 더커먼즈0099라는 이름이 독특하다.

A. 99는 콜링메시지다. 한 사람의 참여로 완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공간은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한데, ‘00’에는 ‘땡땡’으로 읽히는 ‘누구나’라는 의미와 공공으로 읽히는 발음에서 ‘공공성’을 담았다. 공공성을 지향하는 주체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용산에서 활동하는 단체들 모두 우리를 중심으로 모여라, 네트워킹할게’ 라는 메시지보다는 ‘우리가 필요해서 만들었는데, 우리와 같은 욕구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모여’라는 의미로 만들었다.

더커먼즈0099./출처=더커먼즈0099
더커먼즈0099./출처=더커먼즈0099

Q. 시민 자산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떤 활동을 펼쳤나.

A. 우리가 정의하는 시민 자산화는 공공성을 추구하는 단체들이 공간적 안정성을 누릴 수 있는 환경 조성이다.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중간지원조직의 힘이나, 프로젝트로 헤쳐모이는 게 아니라 용산 시민사회가 구심점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공간을 만드는 한 축은 관계자산, 네트워킹이고 또 다른 축은 실제 공간을 구하는 것이다. 공간 이야기와 관계 이야기를 50대 50 비율로 한다.

홈페이지에는 네트워킹 사업들을 중점으로 게시했다. 용산에 있는 개별단체들을 소개(사람책)하고 활동가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자리(활동가 교육, 네트워킹 파티 등)를 만든다. 지역사회에 어떤 팀들이 있는지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 우리 스스로가 용산에 중요한 자원이란 인식이 필요한데, 같은 지역 내에 ‘시민 활동이 이렇게 많구나’를 느끼면 좋다고 생각해 지역자원을 지도화하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지역단체 활동가 한 명이 소화해야 할 업무가 다양한데, 이에 대한 조언이나 도움을 구하는 자리가 잘 없다. 예를 들어, 도시계획을 전공했어도 디자인업무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좋은 취지와 목적을 갖고도, 눈이 가지 않는 디자인을 하는 경우도 많다. 돈을 들여 외주를 줄 여유는 없어, 무료 디자인 툴키트나 소스(공유가 가능한 라이선스가 풀린 이미지나 문서나 양식)를 공유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활동가들 각자가 활동하면서 도움을 받거나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책을 돌려보는 북커먼즈 활동을 하기도 했다. 소소하지만, 활동가들의 욕구에서는 크게 배제되지 않은 공유 활동을 실험하고 있다.

Q.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첫해 활동이 쉽지 않았을 텐데.

A. 우리의 활동은 마을 단위다. 코로나19로 새로운 발견을 했다. 그것은 지역적으로 그리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공간에서 주로 활동을 하고, 소규모로 면대면을 하기에 팬데믹이 오히려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사업의 규모가 축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한 단체 한 단체 알아가고 이야기 들으면서 네트워킹을 이어갈 수 있었다. 소규모로 찾아가서 만나는 방식으로 네트워킹 전략을 수정한 것인데, 사람들의 이야기에 감동하고 움직이고 있다고 느꼈다.

더커먼즈0099 정기위원회./출처=더커먼즈0099
더커먼즈0099 정기위원회./출처=더커먼즈0099

Q. 지난 9개월간, 시민 자산화를 추진하면서 뿌듯했던 점이 있다면.

A. 네트워킹 사업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고, 해도 티가 잘 나지 않는다. 공모사업에선 배제되거나 지원사업에선 기피되고는 한다. 물론 우리도 네트워킹을 빌미로 교육이나 프로그램을 진행하지만, 1~2시간으로 엄청난 걸 얻어가진 못한다. 하지만 이 자리를 통해 관심 있던 단체와 만날 수 있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이런 것에 목말랐던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체 간 협업의 경우, 대표자를 중심으로 연대가 이루어지는데, 중간자라던가 신입 활동가도 동료가 필요하다. 소속된 단체에서뿐 아니라 지역적 차원에서 소속감과 연대감을 느끼는 자리가 필요한데, 프로그램이나 교육이 그러한 기반이 된 것을 관찰했다. 프로그램은 종료됐지만, 사람들끼리 협업을 한 것이다. 앞으로도, 유사한 단체들을 모아, 여기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한다. 또 가까운 거리의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킹을 구상하고 있다.

Q. 힘들었던 점도 있었을 텐데.

A. 일단 외부적으로, 용산의 지가가 급상승하고, 그 급상승을 일으키는 이들이 자본을 가진 주체들이다 보니 모든 과정에서 앞섰다. 자본을 가지고, 매물 정보를 가진 개발업자들과 경쟁하기엔 모르는 게 많다. 활동가들은 금융과 관련해서 상대적으로 무지하다. 부동산은 자본과 타이밍의 싸움인데, 싸움을 준비하기에 앞서 가장 큰 장애는 내부 구성원들의 합의 과정이다. 주체별로 자산화에 대한 간절함이나 절실함, 타이밍이 다르다. 이러한 속도의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은 사실 썩 유쾌하진 않다. 이러한 속도 차이를 인식하는 데는 우선 자기 점검과 자기진단의 시간이 필요하다. 시민 자산화의 기본적인 프로세스가 없다 보니, 이 정도 논의로 발전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고, 또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하고 나서야 깨닫는다. 지나온 길들을 잘 정리하는 게 필요한데, 보이기엔 어설퍼 보여도, 이런 선행사례들이 만들어지면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지역의 여러 단체가 함께하기 때문에, 수많은 논의와 협의 그리고 원칙을 세우는 게 필수다. 우리의 과정들이 누군가에게 가이드가 되면 좋을 것 같다.

더커먼즈0099 지역자산화 간담회./출처=더커먼즈0099
더커먼즈0099 지역자산화 간담회./출처=더커먼즈0099

Q. 지난해 더커먼즈0099의 성과를 정리한다면.

A. 약 1년간의 논의를 거쳐,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가는 것에 대해 동의했다. 우리가 사업을 진행하는 데 사회적협동조합이 타당한 방법이고 효율적이라는 합의가 큰 성과다. 우린 결국 자본을 갖고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할 것인데, 자본으로 생겨나는 권력 구조를 내부적으로 잘 푸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협동조합은 영리다. 잉여 자본이 생기면 배분 방법이 이슈가 되는데, 이를 합리적으로 또 지혜롭게 풀 방법을 연구하고, 시뮬레이션했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인증받고 전환하기까지 쉽지 않겠지만, 내부에서 잉여자본들을 지역사회에 환원하자는 협의가 나왔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Q. 2021년이 밝았다. 바람과 포부를 말해 달라.

A. 2021년은 사회적협동조합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이후에는 큰 자본과 큰 공간을 만들어 내야 한다. 공간을 만드는 것은 시작인데, 그 시작이 너무 어렵다. 그래서 작년에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라고, 북커먼즈와 툴키트 공유 같은 활동을 했다. 이런 활동을 발견하고 또 이를 수행하면서 성장하는 경험을 하면 좋을 것 같다. 공간이 활성화되려면 경험이 축적돼야 (서로 다른 단체 간의 협업은) 도움이 되고, 재미있는 일이라는 걸 깨닫기 때문이다. 자기 경험과 주변의 경험, 시민 주체의 경험이 누적되어야 환영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안정적인 공간을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엔 사회연대기금이나 자조 기금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회투자가치를 위한 금융 플랫폼들이 법적으로, 또 시스템적으로 활성화되면 좋겠다.

더커먼즈0099 지역자산화 간담회./출처=더커먼즈0099
더커먼즈0099 지역자산화 간담회./출처=더커먼즈0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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