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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열린 ‘더블유바이더블유협동조합 함께 가실래요?’ 행사에서 더블유바이더블유를 소개하고 있는 남영주 조합원./사진=이승하 청년기자
지난 11월 열린 ‘더블유바이더블유협동조합 함께 가실래요?’ 행사에서 더블유바이더블유를 소개하고 있는 남영주 조합원(앞)

지난 11월 11일, 서울 동작구의 더블유바이더블유협동조합(이사장 김유미) 건물 지하 1층에 마련된 교육장에는 조금씩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참석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을 하며 방역수칙을 지키는 모습이었다. 

긴장감과 활기참이 동시에 느껴지는 분위기 속에 진행된 이날 행사는 ‘더블유바이더블유협동조합 함께 가실래요?’다. 이 교육은 (협)한국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2020 서울소상공인협업아카데미 4번째 현장 체험교육이다.

우수 소상공인협동조합 현장견학을 통해 생생한 성공 노하우를 배우고 싶은 소상공인 및 (예비)소상공인협동조합 조합원 10여 명이 참여했다. 아카데미 소개 및 참가자 간 소개 나누기, 더블유바이더블유협동조합 사업현황 및 운영전략 소개, 원목 휴지걸지 만들기 등 목공 체험, 점심식사 및 소감 나누기로 진행됐다. 

더블유바이더블유(W by W) 협동조합은 무엇이든 만드는 여자들(Whatever handmade by Woman) 핸드메이드 연구소, 수공을 하는 여자들만 가입할 수 있는 협동조합이라는 뜻이다. 지난 2018년 서로 다른 분야의 수공예를 업으로 하는 소상공인 대표들이 모여 설립했다.

현재는 목공, POP 및 페이퍼토퍼, 가죽공예, 한지공예, 프랑스자수, 생활나전칠기 수공예가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모두 각 공방의 대표로, 더블유바이더블유는 이업종간 소상공인협동조합이다. 작은 공간이라도 자유롭게 작업을 하고 제품을 창작하며, 수업을 진행하고자 핸드메이드 작가들이 함께 모이게 됐다. 현재는 공간 공유, 장비 공유를 넘어 함께 협업하며 다양한 방향으로 작업의 영역을 확장 중이다.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유미 더블유바이더블유협동조합 이사장./사진=이승하 청년기자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유미 더블유바이더블유협동조합 이사장(앞).

“저는 그냥 나전칠기가 아니라 생활나전칠기를 하는 달조각공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생활나전칠기는 제가 이름 붙인 건데, 원래 나전칠기는 작업속도도 느리고 여러 요소 때문에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분야였어요. 그런데 조금 더 쉽고 빠르게,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다는 뜻에서 생활나전칠기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생활나전칠기 달조각공방 대표 남영주 조합원이 달조각공방에 대해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남 조합원은 올 3월에 가입한 신입이다. 공예를 하는 소상공인의 고충, 협동조합에 대해 알게 됐는지, ‘따로 또 같이’ 하는 협동조합에 대해 알아온 신입 조합원의 입장에서 협동조합 적응기를 들려줬다. 

기회가 돼 나전칠기 귀걸이를 가지고 참여했던 박람회에서 6시간 만에 50만원 어치를 판매했던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소상공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빠른 시간 안에 대량 생산이 어려운 수공예의 특징과 사업에 대한 경험 부재로 이 길로 가는 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는 두 가지 고민을 안고 새로운 작업실을 찾고 있던 중이었다.

“첫 번째 바람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은 없을까?’였습니다. 수공예 분야여야 저랑 공감을 할 수 있으니 같은 종사자이면 좋겠는데, 같은 나전칠기 분야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 바람은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이 방향이 맞는 건지를 확인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어요.”

2020년 3월 더블유바이더블유를 만났다. 그는 “상상이 현실이 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협동조합이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남 조합원에게 협동조합의 개념을 알아가고 적응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달조각공방이라는 온전한 사업체를 운영하면서도 더블유바이더블유라는 울타리 안에 있기에 지켜야 할 규칙이 있었기 때문이다. 차근차근 배우고 적응을 해나가던 중, 금방 끝날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았던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이 많았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2020년을 맞았어요. 코로나19 감염증 때문에 공방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직격탄이었고, 개인적으로도 슬럼프가 왔어요. 하지만 이 시기에 ‘6명’의 저력을 알게 됐어요.” 

6명이 함께 힘을 합쳐 같이 코로나의 벽을 뚫었다. 혼자였으면 못했을 줌(zoom)으로 공예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남 조합원은 “zoom 수업을 가르쳐주시는 분을 섭외해서 같이 교육 받고, 같이 장비 구입하고 같이 시도해보면서 ‘함께 있으니 같이 판을 벌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더블유바이더블유를 합리적, 투명함, 원활한 의사소통, 배려, 추진력, 책임감 그리고 함께 가고자 하는 의지의 7가지 핵심어로 설명했다. 신입 조합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들려준 덕분에 더블유바이더블유의 꾸며진 모습이 아닌 한 단면을 잘 알 수 있었다. 

가죽 수제화를 만드는 하마공방의 대표이자 더블유바이더블유협동조합에서 회계를 담당하는 하나영 이사.

더블유바이더블유 김유미 이사장과 청중 간의 질문과 답변 시간에서 깊은 이야기가 오갔다. 설립 계기를 묻는 질문에 김 이사장은 “혼자 일해 온 여성 소상공인이고 직업이 목수인데, 어렵게 1층 공방과 2층 쇼룸을 운영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혼자 운영하기에는 공간이 너무 남아서 여성분인데 혼자 일하기 어려운 분을 모집해 작업실을 쉐어(공유) 했어요. 반응은 좋았는데 타격도 있었습니다. 에어컨만 필요한 분은 여름만 왔다가고, 쇼룸인데 쓰레기를 가득 채워놓고 여행 가시는 분도 있었어요. 그래서 더 이상 내가 쉐어를 해서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는 있지만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하마공방 대표이자 현재 더블유바이더블유의 회계를 맡고 있는 하나영 이사와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이 같이 소상공인대출 상담을 하러 갔다가 소상공인협동조합을 위한 지원 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퇴근길이었지만 두 사람은 돌아왔다. 맥주 한 잔을 하며 하 이사가 제안했다. “성수동에서 협동조합까지 만들어 봤다. 할 수 있으니까 협동조합 해보자”라고. 하 이사의 결정적인 이 말이 더블유바이더블유의 첫 시작이었다. 하 이사가 회계를 맡고, 조합원을 더 영입해 2018년 더블유바이더블유를 설립했다. 

김 이사장은 “현재 목표는 매출이라기보다는 지속가능한, 진정한 협동조합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수익 창출방식은 협업해서 발생하는 수익과 조합을 통해서 들어오는 교육 의뢰, 제품 제작 등에 대한 수수료 수익 2가지다. 수수료 수익의 경우, 출자금 대비 수수료를 책정했고, 출자금을 가장 적게 낸 조합원의 수수료가 20%가 안 넘도록 더블유바이더블유만의 공식을 만들어 적용했다. 

원목 휴지걸이 완성한 교육 참가자들의 모습.
원목 휴지걸이 완성한 교육 참가자들의 모습.

공방에 왔는데 체험을 안 하고 가면 아쉽다. 나무 냄새가 공방을 가득 메웠다. 목공공예 공방 왓에버우드의 대표이기도 한 김 이사장의 지도로 참가자 전원이 원목 휴지걸이를 만들었다.

“뚝딱 뚝딱, 샥샥.” 망치질 소리와 사포로 나무 표면을 가는 소리가 공방을 채웠다. 온 정신을 오롯이 나무와 자신에게만 쏟는 시간이었다.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교육 진행하는 동안 가장 환하고 순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목공 체험 후, 공방 내부 소개가 이어졌다. 현장 체험교육이 진행된 지하 1층은 평소에는 생활나전칠기 달조각공방의 작업 공간으로 사용되다가 교육 일정이 잡히면 교육장으로 사용된다. 1층은 목공 공예공방인 왓에버우드, 2층은 수제화 공방인 하마공방과 예쁜손글씨 POP, 페이퍼토버 공방인 팝핀피오피의 공간이다. 

한편, 한국협동조합창업경영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2020 서울소상공인협업아카데미 현장 체험교육은 우수 소상공인협동조합 현장견학을 통해 생생한 성공 노하우를 배우고 싶은 소상공인 및 (예비)소상공인협동조합 조합원에게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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