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마지막 금요일 아침, 신촌에 있는 한 제과제빵 및 바리스타 교육학원에서 ‘루센상회’ 임원들이 모두 모였다. 이곳은 래미안루센티아아파트(이하 루센티아아파트)의 루센상회 카페테리아 창업을 위한 실습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루센티아아파트 커뮤니티 센터
루센티아아파트 커뮤니티 센터

올해 같이살림프로젝트 1단계에 참여한 루센티아아파트의 프로젝트명은 '루센상회'다. 아파트 단지 내의 커뮤니티센터 내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여 주민들 교류의 허브로 활용하는 것이 목표다.

운영위원 7명, 단지주민참여자 18명 정도로 이루어진 루센상회 사람들은 아직 카페나 꽃집의 운영경험이 없다. 이번 준비 단계에서는 로스팅, 바리스타, 제과, 가드닝, 분야의 베이직 과정을 수강해가며 창업을 위한 경험을 쌓고 있다.

이날은 바리스타 2급과정이 이제 막 시작된 수업 현장으로 가보았다. 커피를 직접 만들기에 앞서, 카페의 운영에 관한 현실적인 설명이 진행 중이었다. 카페 운영의 노하우가 필요한 루센상회로서는 무엇보다 필요한 정보다.

커피 수업
커피 수업

"카페는 다른 사람 채용하지 않고 직접 해도 크게 남기가 힘들어요. 주인이 하루 종일 근무해도 직장인 월급 수준을 막연하게 기대할 수는 없어요. 납품받은 커피 1kg에서 약 55잔 정도의 커피가 나올 수 있다고 했을 때, 다 팔수 있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에 컵, 리드, 홀더 이런 금액을 합치면 몇 백원이 나갑니다. 컵도 디자인에 따라서 색이 한가지인지 두 가지인지에 따라서 가격차이가 많이 나고요. 그럼 남는 돈이 얼마인지 계산을 해보시겠어요?"

"수익이 그렇게 밖에 안되나요?"

"로스(손실)가 그렇게 많이 나와요?"

"아...저기에서도 비용 차이가 발생하는 군요!"

루센상회 임원들은 열정적으로 수업을 들었고, 처음 마주하는 구체적인 경영현실에 눈을 반짝였다. 현실을 정확히 알아야 카페 운영도 잘할 수 있는 법이다.

베이킹 수업
베이킹 수업

오후에는 베이킹 수업을 수강한다. 학원의 다른 교실에서는 오전 베이킹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제과제빵 이라하면 막연히 달콤한 빵 냄새만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사실은 무거운 밀가루, 설탕 포대와 씨름하고, 단단한 반죽을 끝없이 치대야 하는 작업이다.

루센상회의 임원들은 대부분 아이와 돌봐야 할 가족들이 있지만, 같이살림 프로젝트의 소중한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성실하게 1단계 과정에 참여 중이다. 7명의 임원이 시간이 닿는 한 커피, 베이킹, 플로리스트 3개의 수업을 모두 참여하다 보니, 1주일이 꽉 찬다.

베이킹 실습 결과물.
베이킹 실습 결과물.

오전과 오후 꽉찬 수업일정 사이에, 잠깐 짬을 내어 루센상회 양지우 회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루센티아아파트는 주민들의 커뮤니티 허브가 절실한 곳이다. 2020년 2월에 새로 입주한 신규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아직 공동체가 결성되지도 않았고, 외지에서 이사 온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다.

대부분은 아직 얼굴을 아는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층간소음이나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도 다른 단지들보다 더 예민할 수도 있고, 아파트의 쓰레기 분리수거 규칙 등도 홍보가 돼야 한다.

"아파트 커뮤니티센터의 루센상회에 사람들이 모여 커피나 다과를 하면서 얼굴도 익히고 정보도 교류하고, 공동체 교육도 진행하면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루센티아의 공동체모임은 유독 빠르게 결성된 편이었다. 입주 10개월 차의 주민들이 이렇게 빠르게 단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우리는 좀 좋은 케이스에요. 처음에 아파트 분양받은 사람들이 네이버에 카페를 만들었어요. 아파트가 지어지는 2년 5개월 동안 공동체가 이미 결성된 셈이죠. 약 850명 정도가 입주민들 모임에 가입돼 있어요. 그곳에서 활동하던 중 입대위 회장님이 공유경제를 추구하는 같이살림 프로그램을 소개해줬습니다. 카페에서 의견을 모아서 도전해보자고 모인 사람이 18명이 넘고 그 중 7명의 임원이 구성된 거에요."

양 회장은 까페나 꽃집의 경험은 없지만, 십여년간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했던 경험이 이번 일을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평소 아파트 온라인 카페 소통방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같이살림 프로젝트의 추진이 마냥 쉽지만은 않겠지만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비용 집행이나 복잡한 부분은 서대문구와 루센티아아파트의 중간조직인 '공생'이 회계처리를 해주니 편하다고 생각해서 선뜻 응하게 됐어요."

프로젝트는 순항 중이다. 루센상회는 현재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공식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승인을 받았다.

물론 우여곡절도 있었다. 먼저 같이살림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진행을 도와주는 매니저와 코디네이터가 중간에 변경돼 사업방향을 잡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한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사업 견학 워크샵과 다양한 주민대상 강좌와 입주민 전체와 함께하는 반려식물 식재행사 등도 모두 취소됐다.

"새로 바뀐 코디 분이 자율성도 많이 주시고 좋은 활동도 많이 소개해줘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 사업 견학지인 강릉 카페 방문이 취소돼 유명 원두를 공급받아 커뮤니티 카페테리아에서 소분해서 판매하기로 협약하려고 했는데 아쉽습니다."

루센티아는 향후 아파트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하고 싶은 일도 많고, 꿈도 크다. 내년에 카페테리아를 실제로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반려식물을 나누는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번에 임원들이 플로리스트 베이직 과정을 수강하는 이유다.

플로리스트 과정 수강
플로리스트 과정 수강

"아파트 베란다가 삭막하잖아요, 식물이 주는 힐링 효과가 있거든요. 정원을 가꾸지는 못하더라도 치유식물, 공기정화 식물 에 대한 수요가 꾸준해요. 입주민들을 위해 집에서 쉽게 키울 수 있는 식물, 공기정화 식물들의 분갈이라던 지 키우는 요령, 허브를 활용한 요리, 플랜테리어 등 강의도 하고 싶어요."

생화 꽃다발 실습 결과물
생화 꽃다발 실습 결과물

루센상회의 프로젝트는 다양한 선순환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아파트에서 짬짬이 시간을 내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자리가 만들어 질 것이다. 또한 아파트에 새로 입주한 젊은 엄마들이 공동육아나 정보공유를 하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주변의 사회적기업들과 협력해서 식자재를 구입하거나 판로를 개척하는 상생도 기대 중이다.

이들의 소망처럼 루센상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다른 아파트에게 '사회적경제의 모범 사례'로 소개될 그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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