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금호동에는 5호선 신금호역과 응봉근린공원 사이에 5년 전 들어선 아늑한 아파트가 있다. 마법같은 조경으로 입소문이 난 신금호파크자이아파트이다. 직주근접의 초역세권 신축으로 젊은 맞벌이·영유아 세대를 중심으로 입주자들이 구성되면서 다른 신축 아파트들이 그러하듯, 이곳 역시 처음에는 새로 이주한 아파트 단지의 주변 정보도 필요로 하고, 특히나 젊은 부부들이 많이 입주하여 교육과 육아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제대로 된 입주민 공동체가 자리를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적극적인 엄마들을 중심으로 초기 모임이 형성되었으며, 공동 육아에 뜻이 있는 엄마들 중심으로 모임을 시작해 육아 관련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공동체 문화가 하나둘 만들어져갔다.

이러한 자발성을 토대로 2017년 공동체 활성화 공모사업을 시작하여 2020년 까지 다양한 세대가 소외없이 누릴 수 있는 프로그램과 행사로 확장해 나가고 있으며, 서울시 우수사례로 수상하고 자치구 우수단지까지 인정받았다. 2019년 입주민 가을 축제를 할로윈과 연계하여 500여명의 참여자를 이끌어내는 성공적인 행사를 치렀다. 이러한 움직임의 중심에는 ‘신파자 공활단‘이라는 주민단체가 있다. 아파트의 크고 작은 행사를 주도한 이 주민 단체는 2020년에는 새로운 프로젝트에도 뛰어들게 된다.

공동체 문화를 지속해서 만들어나가는 데에는 노력이 들어가야 하지만 우선 사람과 공간이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초기에는 아파트 내에 도서관이나 카페테리아 같은 커뮤니티 공간이 없었다. 입주민의 합의가 있어야 실행해 나갈 수 있는 일이었다. 공간비용부터 모든 것을 수익자부담원칙으로 운영하기에는 사용료가 부담스러운데다 많은 이용객의 지속적인 활동을 기대할 수 없었다.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여러 차례 논의하였지만, 실행 인력과 예산 문제로 매번 답보상태였다.

이런 고민 속에서 서울시의 ‘같이살림프로젝트’를 알게 된다. 공동주택 문제를 사회적 경제 방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장기 3년 계획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미 주도성이 높은 주민 단체를 보유하고 있는 터라 주저 없이 제안서를 낼 수 있었고 아파트 단지명‘신금호파크자이’에서 이름을 따온 ‘같이 살림, 하는 신파자’로 2020년 1차 사업이 선정되어 진행됐다. 

이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운영한 핵심 실행인력인 같이살림 추진단은 단지 내에서 자생한 공동체 활성화 단체 ‘신파자 공활단’ 회원들을 주축으로 구성되었다. 주민 커뮤니티 공간인 카페테리아를 그 본연의 모습으로 활성화하고, 공동체 문화 만들기와 결합하여 입주민간 교류의 중심축으로 만들기 위해 허브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파트 커뮤니티의 특성을 활용하여 다양하고 자유로운 콘셉트의 팝업 카페를 운영함으로써 입주민 공동의 필요를 구체화한다는 것을 1차년도의 사업목표로 삼고, 필요한 컨설팅과 교육, 카페 운영을 계획했다. 같이살림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이 카페는 입주민간 소통과 교류의 장이 되고, 더불어 공동주택 거주에 따르는 공동의 불편한 생활문제들을 의제화하여 함께 해결점을 찾는 자치의 장이 될 것이다.

​맞벌이 부부를 둔 자녀들의 방과 후 간식을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로 제공하고 또 노년층에게 간편식을 제공하는 등의 상호 돌봄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동시에 단지 내 경력 단절 및 취업 취약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렇게 ‘같이살림, 하는 신파자’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같이살림프로젝트 추진단의 구성원들은 카페 개장을 위해 사회적 경제 기업인 트립티에게 바리스타 교육과 디저트 교육, 마케팅 및 서비스 교육, 신메뉴 개발 및 카페 운영에 관한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받았다. 보수교육까지 일주일에 최소 10시간이상, 최소 두 달, 매주 받았다. 개인연습시간까지 따지면 역량 강화를 위해 들인 시간이 상상이상이었다. 게다가 사업의 실효성을 탄탄하게 검증하기 위해 단지 내 60세대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주민들의 수요와 니즈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도 완료하였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카페라고 하더라도 프랜차이즈 카페에 결코 뒤지고 싶진 않았다. 용품 하나하나 가볍게 넘기지 않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생분해제품과, 공정무역과 우리 땅 친환경 먹거리를 사용하였다. 이러한 준비과정을 거쳐 2020년 9월초 ‘신파자 팝업 카페’가 문을 열었다. 몇 가지 커피음료와 가벼운 끼니가 되는 다과를 파는 방식과 함께 테마와 이벤트를 연계하여 온라인 입주자 카페와 엘리베이터 게시판을 활용해 홍보를 해나갔다.

팝업카페는 매회 테마를 바꾸어 진행되었다. 첫 회는 온라인 오픈 카페로, 온라인으로 세대를 제한해 접수를 받아 코로나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진행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같이살림 프로젝트 홍보에 중점을 둔 행사가 되었다. 좋은 재료와 장비를 갖추고 기본 커피 메뉴외에 착한초코라떼와 착한딸기라떼라는 신파자 카페만의 시그니처 음료를 곁들여 팔아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작이었다. 행사를 다녀간 주민들에게 후기를 카페에 올리도록 유도하였고, 올라온 글들을 보며 개선할 점을 찾았다.

두 번째 팝업 카페의 콘셉트는 디저트 카페다. 입주민들이 직접 만든 사이드 메뉴와 함께 유명 베이커리와 떡집의 핫템을 함께 판매하여 관심과 호응을 높였다. 경영 측면에서는 그럴듯한 결제시스템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발전이 있었다. 삼회 차에는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짐에 따라 극복에 필요한 면역력 증강을 테마로 신금호파크자이아파트에서만 먹을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어보고자 ‘신파자 다방’라는 테마로 신메뉴를 개발해 판매했다. 코로나블루로 힘들게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을 응원하자는 마음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다. 홍삼라떼, 대추라떼, 쑥라떼, 가정식오미자차 등 시그니처 건강음료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예년이라면 축제가 한창이었을 핼러윈 시즌엔 기분을 전환하고자 핼러윈 머핀을 직접 만들어 팔았다. 신파자 에코카페는 코로나 상황이 지금의 소비나 생활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공감 아래 텀블러나 용기 할인 이벤트 등을 연계하여 지구 환경에 대한 관심을 고취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층간소음 및 반려동물 관련된 공동주택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 보고자 공동주택 생활문화 캠페인을 연계한 신파자 함께살이 카페가 계획되었으나 지역사회 감염률이 높아짐에 따라 연기되었다. 그렇지만 다양한 테마 속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담기 위한 시도는 계속해서 이루어졌다. 특히 두 차례 진행된 ‘리코타치즈샐러드’, ‘참치연어 브런치’, ‘오픈 샌드위치’등은 좀 더 다듬어 신메뉴로 선보일 계획이다. 여러 가지 신메뉴 개발을 통해 수익모델을 만드는 것과 계속해서 운영해 나갈 수 있는 지속적인 비즈니스 모델 만들기를 고민 중이다.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 상황으로 모든 조건이 달라졌다. 처음 같이살림프로젝트를 지원했을 때에는, 아파트의 축제와 연계하면서 좀 더 다양한 콘셉트를 계획했으나, 코로나로 상황이 급변하여 규모가 작아지게 되었다. 오픈 식 또한 온라인으로 참여 세대를 제한하는 거리두기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또한 꾸준한 매출을 위한 경영시스템을 갖추고, 대량 생산 프로세스 훈련까지 목표로 했지만 코로나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입주민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정소현 대표는 “카페 창업을 위해 바리스타와 브런치 교육을 받는 동안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힘들었고, 팝업 카페 오픈을 앞두고 테마에 맞는 신메뉴를 개발했을 때가 가장 재미있었다”며 “특히 입주민들의 관심과 호응이 높고, 코로나를 이길 힘이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기뻤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일반 주민끼리라면 하기 힘들었을 일이지만, 좋은 사회적 경제 기업이 연계되어 양질의 교육 컨텐츠와 함께, 카페 운영에 관해 여러 가지 유익한 컨설팅을 받을 수 있어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주의 의무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주문과 픽업 대기 중에 안전할 수 있도록 거리두기 스티커 부착 및 손소독제 비치, 방역관리자를 두어 최대한 신경을 썼다. 팝업 카페 홍보물에 QR 코드를 넣어 온라인으로 접수 가능하게 하고 키오스크를 운영할 수 없어서 사업자가 아니기에 설치는 불가능하지만 대신 셀프 접수대를 마련하여 추진단과 참여 입주민 서로의 안전을 도모하고 개인 위생과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같이살림 프로젝트 추진단은 앞으로도 ‘같이살림, 하는 신파자’를 위해 꾸준히 팝업 카페를 열고, 공동주택의 폐쇄적인 주거환경과 개인 위주의 삶으로 공동체 가치가 상실돼 피폐해진 거주 문화에서 소통과 교류의 거주문화로 변화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신파자’ 모임의 활동 비전처럼, ‘신파자’가 이끄는 더불어 활기차고 살맛나는 아파트 공동체, 계속해서 살고 싶은 아파트 공동체, 지역 현안에도 관심을 가지고 함께하는, 마을로 뻗어나가는 아파트 공동체를 기대해본다.​

키워드
#같이살림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