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4차산업혁명과 포스트코로나 시대. 새 시대의 대안으로 기본소득이 급부상했다. 국내에서도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이 활발하다. 기본소득론자들은 다양한 모델과 실현방안을 제시하고 있고, 반대론자들은 기본소득보다 나은 대안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로운넷은 새시대에 맞는 모델이 무엇인가 돌아보기 위해 대표적인 기본소득 찬반론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국책연구원의 보고서 하나가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은 지난 15일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역화폐가 다양한 손실과 비용을 초래하고, 경제적 효과를 상쇄하는 역효과도 다수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올해 지역화폐로 인한 경제적 순손실만 226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조세연의 보고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지사는 “왜 이들은 부실하며 최종결과도 아닌 중간연구결과를 다급하게 내놓으면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주요 정책을 비방하는가”라며 “정치적 주장에 가까운 얼빠진 연구결과”라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기본소득 실험 및 지급을 지역화폐를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사의 강력 반발은 지역화폐 효과가 부정되는 순간 지역화폐는 물론이고, 경기도 주요의제인 기본소득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 기본소득 연구를 책임지는 경기연구원 유영성 기본소득연구단장 역시 지난 24일 이로운넷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역화폐를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경기연구원 입장에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연구결과”라며 “우리도 연구한 결과가 있어 이를 바탕으로 반론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연구원(이하 경기연)은 지난 16일 보고서를 통해 조세연의 주장을 비판했다.

경기도는 기본소득을 경제정책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 유영성 기본소득연구단장은 "기본소득은 '복지형 경제정책'"이라며 "기본소득이 시장에서 소비되면서 경기선순환을 이끌어 경제시스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단장은 기본소득 재원마련 방안으로 국토보유세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소수의 자산가가 토지를 과도하게 소유하면서 토지·자산 불평등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토지는 본래 우리 모두의 것이다. 이를 일부라도 배당을 하는 등 기본소득으로 나누는 방식이 국토보유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토보유세는 토지에 의한 소득·자산 불평등 문제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국토보유세 부과로 과열된 부동산시장을 가라앉히고, 투기문제로 발생하는 비효율을 해소할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본소득과 사회적경제 연계방안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지역화폐처럼 기본소득 중 ‘사회적경제화폐’를 발행해 사회적경제 영역의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하면 인센티브를 주도록 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사회적경제 영역이 공동부를 만들고 있는만큼 기여분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유영성 단장과의 일문일답.

유영성 경기연구원 기본소득연구단장은 24일 이로운넷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은 복지형 경제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유영성 경기연구원 기본소득연구단장은 24일 이로운넷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은 복지형 경제정책"이라고 강조했다.

Q. 경기도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해졌다. 기본소득이 전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주된 요인으로 꼽히는 건 4차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불안정문제다. 특히 정보통신기술분야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기업이 플랫폼기업 형태로 바뀌면서 소위 안정된 직장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 설령 취직을 하더라도 특수고용·임시직·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를 갖게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거에는 대부분 사회 구성원이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얻어 삶을 꾸렸다. 부족한 부분은 복지서비스로 충당했다. 그런데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는 추세에 접어드니 문제가 발생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불안정한 위치에 있던 사람들은 더 불안정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인간의 존엄을 기반으로 기본적으로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자산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고민을 하다 기본소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Q. 기본소득의 정당성은 어디서 나오나?

- 기본소득은 모든 사회구성원 전부가 당연히 가져야 하는 권리다. 원래 국민 모두에게 있던 공유부에서 각자 지분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 노력을 통해 소득이 생기면 온전히 내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든 소득은 100% 자신의 노력만으로 얻을 수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타인·국가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심지어는 자연으로부터도 도움을 받는다.

특히 공기와 자연은 사람이 만든 게 아니지 않나. 따라서 구성원 전부가 일정정도 내 지분을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 개별 구성원이 일부라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Q. 중앙정부의 2차 재난지원금 선별지급 결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 재난은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고소득자도 재난으로 피해를 입었다. 당연히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는 것이 맞다.

다만 정부 입장대로 재정 여력이 별로 없다면 전국민에게는 적은 액수라도 보편적으로 지급하고, PC방·노래방 등 재난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업종은 따로 구분하는 ‘업종에 따른 선별’ 지원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래도 고소득자와 대기업에까지 보편지급을 하는 것이 찜찜하다면, 연말정산을 통해 고소득자에게 지급된 재난지원금을 환수하면 된다.

경기도는 지난 18일부터 오는 11월 17일까지 두달간 경기지역화폐를 충전할 때 지급하는 10% 인센티브 외에 추가로 5%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가령 기간내 20만원 이상 사용하면 3만원(15%)을 선착순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유 단장은 "작더라도 경기도 차원에서 도민들에게 도움을 주기위해 마련한 방안”이라며 “도민들의 가계에 보탬이 되는 것을 물론이고, 지역경제·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Q.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소득은 경제정책”이라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을 통해 어떤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 이재명 지사와 경기연구원은 기본소득을 복지와 경제를 연결할 수 있는 ‘복지형 경제정책’이라고 보고 있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의 생계문제 해결에 초점을 두지만, 나아가 경제시스템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기본소득을 받은 전국민이 이를 시장에서 사용하면 경기가 선순환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본소득을 지급받은 국민(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와 판매자도 함께 수혜를 입는 것이다.

지난 10일 열린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경기도
지난 10일 열린 기본소득 지방정부협의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경기도

Q. 경기도의 기본소득 모델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 경기도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다만 한 번에 모든 걸 하기는 어려우니, 단계별로 차근차근 접근해보자는 입장이다. 지급규모가 작다면 작은대로 먼저 진행해보자는 것이다. 

기본소득 지급을 해보면 국민들이 각자 느끼는 바가 있지 않겠나. 국민들이 기본소득 지급금액 인상에 동의하면 순차적으로 금액을 올리는 '점진적 확대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지급횟수 역시 유동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급횟수 및 시점에 대한 논의 역시 지급금액 결정과 마찬가지로 국민들의 의견을 모아 판단하자는 입장이다.

Q. 다양한 정치인·학자들이 기본소득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들 주장을 평가해본다면?

- 우선, 도입시점부터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을 지급하자는 방안’은 현실이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리고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지원금을 선별지급하는 ‘국민의힘 경제혁신위원회 기본소득안(윤희숙안)’은 기존 복지정책과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이 방안은 소득이 생기면 지원금 지급요건에서 탈락하기 때문에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일 안하는 사람이 수십만명이 생기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될 것이다. 사중손실(재화나 서비스의 균형이 최적이 아닐 때 발생하는 경제적 효용의 순손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중위소득 이하 가구대상 차등지급을 들고나온 오세훈 전 서울시장(국민의힘)의 안심소득제 역시 중위소득 이상 가구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Q. 다른 기본소득 모델과 비교했을 때 경기도 모델의 강점은 무엇인가? 

- 선별지급보다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보편지급 방안이 소득 불평등 문제도 훨씬 잘 해소할 수 있으며 경제적 비효율문제도 줄이는데 유리하다. 경기도 모델은 단계별로 기본소득 지급액을 늘려가며 국민의 동의를 얻어가는 방식이다. 재원부담 논란·국론분열 등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Q. 경기도는 지난 2018년부터 청년기본소득을, 올해 3월에는 재난기본소득을 지역화폐를 통해 지급했다. 현금 지급과 비교했을 때, 지역화폐 지급은 어떤 강점이 있나?

- 기본소득을 전부 현금으로 지급하면 대부분의 소비가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영세소상공인이 받는 혜택은 줄어든다. 그래서 경기도는 지역경제와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기본소득을 지역화폐와 접목한 ‘지역화폐형 기본소득’을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지역화폐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게끔 이끌어 세수도 늘리고, 자영업자·소상공인 당사자의 삶의 질도 개선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지역화폐는 지역내에서 정해진 기한 내에 다 써야 한다. 이런 특성은 지역화폐 이용자들이 대부분 사용할 수 밖에 없게끔 한다. 지역화폐의 현금 대체효과가 얼마나 되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추가소비가 늘어나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지난 11일, 제2회 경기도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 세션2 '기본소득 재원조달 전략'에서 발표하고 있는 유영성 연구단장./사진제공=경기도청 유튜브 갈무리
지난 11일, 제2회 경기도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 세션2 '기본소득 재원조달 전략'에서 발표하고 있는 유영성 연구단장./사진제공=경기도청 유튜브 갈무리

Q. 조세재정연구원이 “지역화폐는 국고낭비”라며 지역화폐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간하자 경기연도 반론에 나섰다.

- 이번에 경기연은 ‘지역화폐의 경기도 소상공인 매출액 영향 분석(2019 1~4분기 종합)’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 내용의 핵심은 지역화폐 결제액이 증가할 때 추가소비 효과가 57%에 달한다는 것이다. 지역화폐가 도민의 소비욕구를 자극해 추가소비를 하게끔 만든 격이다.  

조세재정연구원 보고서는 연구에 활용한 자료가 부실하다. 2010년~2018년 자료를 갖고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2019년 자료를 포함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연구결과가 확연히 달라진다. 지역화폐 발행량 및 사용량은 전국적으로 2019년부터 대폭 늘어났다. 경기도의 경우도 전체 지역화폐 발행의 40.6%를 차지하는 정책발행을 2019년부터 시작했다. 

조세연 측은 연구자료를 발간할 때, 2018년까지의 자료를 기반으로 한 조사라 제약이 있음을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 이런 설명이 없으니 반박을 위해 우리 자체적인 연구결과를 공개한 것이다. 연구자 개인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향후 조세연과 학술토론회를 통해 지역화폐 관련 논의를 이어가는 것도 긍정적이다.

경기연은 지난 16일, ‘지역화폐의 경기도 소상공인 매출액 영향 분석(2019년 1~4분기 종합) 보고서’를 통해 “지역화폐 결제액이 증가하면 소상공인 매출액은 추가로 57% 증가한다”며 지역화폐의 효용이 크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지역화폐 결제액(100만원 기준) 증가가 있는 점포와 없는 점포간 매출액 차이는 535만원에 달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유 단장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조세연 보고서는 비용만을 강조할 뿐 지역화폐 활용으로 인한 편익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지역화폐가 주는 소상공인·자영업자·골목상권 활성화 효과는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Q. 경기도 기본소득모델은 전국민 기본소득도 지역화폐 지급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인가?

- 확정된 건 없다. 구체적인 데이터를 보고 검토한 후에 정책적 판단을 내릴 것이다. 다만 전국적으로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했을 때도 지역경제 활성화 및 영세소상공인 매출증대 효과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Q. 경기도형 기본소득에 대해 ‘적은 액수의 기본소득으로 무슨 효과를 보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는 비판도 나온다.

- 기본소득의 정당성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우리는 기본소득을 현금복지로 주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복지는 복지예산으로 하면 된다. 기본소득은 권리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금액은 크건 작건 상관이 없다. 배당을 받는 개념인데 10원이든 1000만원이든 무슨 상관인가? 모든 사회구성원이 공유부 배당을 받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Q. 기본소득을 확대하면 복지예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 경기연은 기본소득 도입과 별개로 복지예산은 그대로 두자는 입장이다. 기본소득 관련 재원은 특별회계로 구성해 목적세 명목으로 별도로 마련하면 된다.

기본소득은 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아니다. 기존복지를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기존복지에 기본소득을 얹어주는 것이다. 기본소득을 자꾸 기존 복지적 관점에서 바라보다보니 잘못된 비판이 나오고 있는 듯하다.

Q. 기본소득과 사회적경제의 연계방안은?

- 사회적경제는 사회적 관계를 전제로 공익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영역이다. 기존 시장경제가 다루고 있지 못하는 영역을 도맡아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공동부를 만들어내고 있다. 

시장경제나 국민들이 사회적경제 혜택을 받고있는 만큼 그들 수익 일부를 ‘공동부 이용료’ 명목으로 사회적경제 영역에 전해주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또한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지역화폐처럼 ‘사회적경제 화폐’를 신설해 기본소득을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소비할 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수 있다. 이처럼 기본소득을 사회적경제 영역과 연계해 사회적경제 활성화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Q. 향후 계획은?

- 경기연은 기본소득 연구를 전세계에서 가장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한국 사회도 기본소득 논의를 활발하게 하고 있는데 우리도 빠질 수 없다. 

우선 지난 3월부터 지급된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효과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내년에는 농촌·농민기본소득 등 사회실험에 돌입한다. 실증연구를 바탕으로 정책 도입 가능성을 계속 연구해나갈 계획이다. 기본소득을 실현하는데 중요한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한다거나, 특정모형을 설계하는 등 노력을 끊임없이 이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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