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 소멸문제 및 도농 빈부격차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위기로 곡물 수확량이 줄어 농가소득까지 감소하는 실정이다. 농촌은 국가적으로 식량안보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면에서 중요함에도 외면 받아왔다.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고자 각 광역지방자치단체는 농민수당 또는 농민기본소득을 도입했거나, 논의 중이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올해부터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농민기본소득은 기존 ‘직불금’ 제도나 ‘농민수당’과 달리 농가가 아닌 개별 농민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다. 

3일 비대면으로 진행된 제2회 농촌기본소득 정책포럼 발제자 및 토론자 모습./한겨레TV 유튜브 캡처
3일 비대면으로 진행된 제2회 농촌기본소득 정책포럼 발제자 및 토론자 모습./한겨레TV 유튜브 캡처

농촌기본소득은 지급대상을 농민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농촌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에게 매달 지급하는 방식이다. 농민기본소득과 농촌기본소득은 농민의 기본생존권 및 농촌의 지속성 보장을 목적으로 한다. 

3일, ‘기후위기 시대의 농촌과 농촌기본소득의 역할’을 주제로 ‘제2회 농촌기본소득 정책포럼’이 온라인으로 열렸다. 이날 포럼은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사회실험을 주관하는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을 비롯해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지역재단,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 경기도의회 기본소득 연구포럼 등 기본소득 논의에 앞장서고 있는 여러 기관이 함께 주최했다.

각각 국회와 경기도의회에서 기본소득 논의에 앞장서고 있는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경기도의회 기본소득연구포럼 회장인 박관열 경기도의원이 축사를 보내기도 했다.  

“농촌, 기본소득으로 친환경 전환 유도해야”
먼저 기조발제에서는 저탄소·지역뉴딜 정책에 대해 논의가 진행됐다. 최재관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업분과 위원은 기후위기 때문에 향후 농촌에 △식량먹거리 위기 △에너지 위기 △일자리위기 △환경위기 등이 도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선 기후변화에 가장 큰 피해를 받는 존재가 바로 농민이라고 지적했다. 최 위원은 “하늘이 농사를 짓는다는 말이 있듯이 날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 농업”이라며 “세계적으로 식량 부족문제는 이미 시작됐고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기후위기에 따른 ‘식량먹거리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5대 전략작물(밀·옥수수·김치·쌀·콩) 자급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로컬푸드를 전면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략작물을 확충해 식량주권을 실현하고, 로컬푸드를 육성해 전세계적 식량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미래농업을 이끌어갈 청년농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귀농·귀촌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프랑스·독일 같은 경우, 청년농부들에게 농지를 지급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했다. 최 위원은 나아가 청년농부와 태양광사업의 연계를 거론했다. 

그는 “청년들에게 농지를 나눠주고 태양광사업을 하게하면 월소득 70만원 정도는 벌 수 있을 것”이라며 “수익이 기본소득처럼 작용해 청년들이 생존할 수 잇는 여건을 마련해주면, 무분별하게 농촌에 태양광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방지하고, 농촌에서 에너지와 청년 일자리를 함께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촌이 에너지 전환 및 탄소중립의 열쇠를 쥐고 있다면서도 기후위기의 주범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산업화한 농업은 기후위기의 주범”이라면서 “축산분뇨와 논에서 메탄이 발생하고, 화학비료에서 아산화질소가 많이 나오는데, 이는 온실효과를 내고 있다”고 거론했다.

농촌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농촌기본소득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농민들의 소득 보장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친환경적 전환을 강요하는 건 무리”라며 “공익형 직불제 확대, 농민기본소득 등을 통해 생태적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재관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업분과 위원은 농촌이 기후위기의 주범이 될수도 있다고 경고했다./한겨레TV 유튜브 캡처
최재관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업분과 위원은 농촌이 기후위기의 주범이 될수도 있다고 경고했다./한겨레TV 유튜브 캡처

농민단체 “농민기본소득 지급이 농업을 지키는 길”
김미경 전 전국여성농민회 총연합회부회장은 농민 입장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전개했다. 먼저 김 전 부회장은 우리나라의 농업정책이 대농·수출농·법인 중심으로 마련됐다고 비판했다. 농업보호·육성적 관점보다는 시장방임주의적 농정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부회장은 “농업은 식량주권과 사회의 근본이기 때문에 돈으로 환산해 바라보면 안된다”며 “시장주의적 관점보다는 지속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여성농민회 등 농민단체는 지속적으로 농민수당 등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고민이었다는 것. 그는 “농민기본소득 및 농촌기본소득 논의는 정책전반에서 농민들이 배제된 환경 속에서 대두됐다”며 “모든 농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해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 농업과 농촌을 지키는 기본”이라고 역설했다. 

농촌·농민기본소득, 대안적 모델만들 수 있어
송원규 녀름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부소장은 공익직불제와 농민기본소득, 농촌기본소득을 비교분석했다. 우선 공익직불제는 농민단체 및 시민사회단체가 중소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소득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서 논의가 시작됐다. 반면 정부는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있는 농업경영체를 육성하기 위해 공익직불제를 도입했다는게 송 부소장의 설명이다.

현행 공익직불제는 지급면적이 넓은 농민이 현저하게 많이 지급받는 구조다. 2019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ha 미만 농가가 72%에 달하는데 직불금 수령은 전체의 29%에 그치고 있는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기본형 직불제’라는 개념으로 일정요건만 충족하면 면적과 상관없이 연 12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적 성격의 제도를 도입해 보완했다. 

송원규 녀름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부소장이 발표하고 있다./한겨레TV 유튜브 캡처
송원규 녀름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부소장이 발표하고 있다./한겨레TV 유튜브 캡처

하지만 여전히 직불제가 중소농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농민수당과 농민기본소득은 중소농에게도 대농과 같은 액수를 지급한다. 송 부소장은 “농민수당은 농업의 가치를 인정하고, 국가적 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며 “이는 중소농을 육성하고 마을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는 재원이자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관련 공약이 제안된 바 있다. 정의당과 민중당(진보당 전신)은 각각 농민기본소득과 농민수당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역시 이와 비슷한 농어업민 연금제를 제시했다. 

농촌기본소득은 농촌이라는 공간이 가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됐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농촌기본소득은 고령화와 지역소멸 등 농촌의 현실을 고려하며 지급하겠다는 논의”라며 “동시에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확대하기 전에 축소된 지역판 기본소득을 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농민기본소득과 농촌기본소득이 최소한의 소득보장을 해줌으로써 다양한 방식의 대안적 농업모델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그는 “농민수당, 농민기본소득, 공익직불제 등 현금성 지원을 어떻게 하나의 제도로 연계해낼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동시에 도시민들에게 필요성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해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동조합으로 농촌 일자리 창출하고, 환경지키고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협동조합 방식으로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한겨레TV 유튜브 캡처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협동조합 방식으로 필요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한겨레TV 유튜브 캡처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협동조합 방식을 통해 농촌의 일자리와 소득도 늘리고, 친환경 흐름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농촌의 핵심과제는 결국 일자리다. 돌봄·교육·문화·환경·경관 등 농촌에서 필요한 일거리를 일자리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공공근로가 아닌 자생적 동력을 갖춘 사회적 일자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의 경우, 농민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해 경관관리 및 생태농업 등 활동을 하고, 정부가 이들에 지원금을 건네준다. 사실상 농업소득만으로 생계를 영위할 수 없는 농촌현실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다만 그는 “협동조합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을 맺어 일정한 자율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인건비 등 비용을 지원받는 방식”이라며 “공익적 활동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므로 기본소득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농촌기본소득, 농촌 문제 해결에 도움돼
발제 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학자, 청년농부, 경기도의원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모두 농촌 현실에서 농촌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먼저 박선미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농촌기본소득이 농촌 주민들에게 시간 재량권을 제공해 물질적 토대 위에서 활발한 활동이 벌어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기본소득 위에서 시도되는 다양한 노력이 농촌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농촌의 진정한 생태적 전환을 만드는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는 농촌기본소득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했다. 그는 “농촌이 기본적 생산과 재생산이 가능한 공간이 되려면 소득 및 사회서비스 확충이 중요하다”며 “농촌기본소득 지급을 통해 지역에 돈이 돌게해 소비행위가 일어나면 사회서비스 시장 등이 넓어질 것이고, 생산활동 등에 있어 안정적인 계획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농부인 손모아 청년농업인연합회 전라지부장은 “최소한의 기본소득이 보장된다면, 많은 사람이 농업에 도전하고,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이 자연스레 실현될 것”이라며 청년농업인 입장에서도 농촌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호 경기도의원은 농민수당보다 농민기본소득 지급이 더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농민수당은 가구에 지급하는 체계로 보완적 성격이 강하다”며 “공공농업으로 전환해 급여개념으로 전환하는 방향에서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대면으로 발표하고 있는 손모아 청년농업인연합회 전라지부장./한겨레TV 유튜브 캡처
비대면으로 발표하고 있는 손모아 청년농업인연합회 전라지부장./한겨레TV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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