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빈부격차 해소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농민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농민기본소득은 기존 ‘직불금’제도나 ‘농민수당’과 달리 농가가 아닌 개별 농민에게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현재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농민수당 및 농민기본소득 도입 움직임이 활발하다. 모든 도 단위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농업종사자 1인당 매월 5만원씩 연간 6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농민기본소득 전국 최초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국민의힘 박덕흠·이만희, 정의당 강은미 의원 등이 농어민수당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농민수당은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보상 성격이 강하고, 농민기본소득은 농민의 기본생존권 및 농촌의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지급된다. 모든 농가(농민수당)와 개별 농민(농민기봉소득)에게 영농규모·형태 등에 상관없이 일정한 금액을 균등하게 지급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위기의 농업을 살리는 길, 농민기본소득 토론회’에서는 급격한 초고령화·소멸화가 진행 중인 농촌을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서 농민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논의가 진행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소병훈·허영 의원, 농민 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 충남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먼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농민기본소득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는 “공익형 직불제의 한계를 넘어 농민의 소득 안전망과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논의와 입법이 필요하다”며 “농민기본소득은 전국민 기본소득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업은 노동 불안정성이 큰 산업으로, 농업인 소득보장을 위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업직불제 확대는 농업과 농촌의 기능에 충분한 보상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분분하다”며 “급격하게 소멸하는 농촌, 이미 초고령화된 농민, 미래가 없는 농업을 살리기 위해 농민기본소득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허영 의원 역시 “우리 농업의 전반적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농민기본소득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기존 제도 한계 뚜렷... “월 30만원 농민기본소득 도입해야”
이날 박웅두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 운영위원은 농업 여건의 변화와 소득지원의 필요성을 넘어 농촌 지역 소멸의 위기가 도래했음을 지적하고 국가예산대비 5% 정률의 농업예산 유지, 농업소득세 과세 등을 통한 월 30만원의 농민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했다. 

먼저 그는 현행 공익형직불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익형직불제란 농업활동을 통한 식품안전, 환경보전, 농촌유지 등 사람과환경을 위한 공익 창출을 유도하기 위해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박 위원은 공익형직불제가 대농 중심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농지면적 중심의 기존체계를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후상박(下厚上薄)의 원칙이 하후상동(下厚上同)으로 후퇴했고, 향후 5년간 현 지급 규모도 동결된 상태”라며 “공익형 직불제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면적지원 중심 직불제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위원은 농어민수당 도입이 면적 중심의 직불제를 사람중심의 직불제로 전환해냈다는 의미를 짚었다. 그는 “농어민수당은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을 최초로 제도화했으며, 중소농 중심의 지속가능성을 확대했다”며 “소득 양극화, 고령화,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차별적 지역농정도 가능해졌다”고 발언했다.

“농업예산 정률로 5% 유지하면 재원 확보 가능” 
이어 농민기본소득 논의 주요쟁점 및 재원확보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 농민기본소득 전국운동본부에서는 농민기본소득 수급권자의 범위를 이주농업노동자뿐만 아니라, 일용직 농업노동자, 장기간 농업을 생업으로 하다 은퇴한 고령농업인까지 대상자로 설정했다. 

농민기본소득운동본부 박응두 운영위원은 월 30만원 농민기본소득 도입을 제안했다.
농민기본소득운동본부 박응두 운영위원은 월 30만원 농민기본소득 도입을 제안했다.

지급액은 월 30만원으로 설정했다. 박 위원은 2019년 기준 도시노동자와 농가 평균소득 격차가 연 1431만원이라는 통계를 소개하며 “농민 개개인에게 매월 30만원씩 지급하면 도농간 소득격차의 2분의 1을 보전하게 된다. 소득격차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농민기본소득 지원대상인 농업경영체에 등록된 인구는 약 244만명(2018년 기준)으로 월 30만원씩 지원하려면 연간 8조9500억원이 소요된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은 15조 8천억원으로 국가 전체예산대비 3.08%에 이른다. 그는 “국가예산대비 농업예산을 정률로 5% 정도를 유지하면 재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며 “아울러 불요불급 농업예산을 재조정하고 농업소득세 등 과세를 통해 필요예산을 확보하면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위원은 농어민수당/공익형직불제와 농민기본소득 연계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공익형직불제와 농어민수당은 농업의 공익적 기능 증진이 목표고, 농민기본소득은 사회구성원으로서 농민의 헌법적 권리를 옹호해 삶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상호 보완하며 발전해나가고 일정 시점에서 단일한 소득 안정망으로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면적기준 아닌 농가·농민 기준 지원금 주어져야”
충남연구원 박경철 사회통합연구실장은 ‘왜 농민기본소득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농촌 공동체의 붕괴와 공멸을 막고 공동체 존속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적 토대 마련을 위해 농민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경철 실장은 먼저 무분별한 농업시장 개방으로 농업을 통한 소득 증대가 쉽지 않고, 농가인구가 급감한 현실을 거론했다. 이어 역대 정부가 농업정책을 펼쳤지만, 여전히 농촌 현실이 암울하다고 짚었다.

박 연구위원은 “농가를 지원하겠다는 농업직불금 제도 역시 비효율성과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토지면적 기준 지급은 대농에게 유리한 구조”라며 “농민의 평균 경지면적이 영세한 현실을 고려하면 면적기준이 아닌 농가·농민기준으로 지원금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도시민의 이해와 지지를 농민기본소득 주요쟁점으로 거론했다. 먼저 그는 “농민기본소득 논의가 진행되면 왜 농민에게만 주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다”이라며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홍보하고, 농촌 전통과 문화가 중요함을 강조하면 설득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농민기본소득에 대한 국민 지지확보 중요

위기의 농업을 살리는 길, 농민기본소득 토론회 패널토론
위기의 농업을 살리는 길, 농민기본소득 토론회 패널토론

주제 발표에 이어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도 각각 공익, 소득 보전, 기후위기 대응,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 전국민 기본소득의 도입 경로로서 농민기본소득의 도입을 주장했다. 

친환경농업인연합회 박종서 사무총장은 농민기본소득 실현을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은 이미 농민·농촌에 많은 돈이 투입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다”며 “도시민을 이해시키려면 지속적으로 시민들과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용혜인 의원실 오준호 비서관은 “농민기본소득은 농촌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공동부의 권리가 있음을 상기시키고 농민과 비농민의 호혜적 관계 속에 가능하다”며 “농민 기본소득 도입과 ‘공통부 기본소득’ 운동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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