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이란 경제·정치, 사회, 환경 등의 연속성에 관련된 개념으로 무분별한 개발 지양, 불평등 완화, 생태계 보호 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우리는 기존의 경제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하고, 사회적 경제는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사회적 기업·협동조합을 소개한다. 

도시 재생이란 물리적 환경 변화를 중심으로 기능, 속도, 지속성 등을 강조한 재개발과는 달리 재활성화, 재창조를 중심으로 하여 물리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 측면을 통합적이고 균형 있게 고려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도시의 주거환경 개선 위주의 하향식 개발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의 상향식 개발로 전환하여 일자리, 교육, 보건, 생활안전 등 지역주민의 관심사를 반영하는 사회문화적 통합 재생방식으로 추진하여 지속가능한 개발을 실현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주민이 함께하고, 주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만부마을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을 소개한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노후화된 마을을 정비하고 공공임대 주택을 제공하며, 도시의 활력을 증진시키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건설업체 및 지역 내 일자리 창출, 기초생활 인프라 공급으로 거주민 삶의 질 향상, 지역 공동체 조직 활성화 및 역량 강화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리적 환경개선을 실현하는 것만큼이나 도시재생사업의 효과가 지속성을 띄며 도시 자체의 자생성을 갖도록 유지?관리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취지로 국토교통부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일원으로 주민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도시재생 뉴딜 사업지를 관리하는 마을관리 협동조합 사업을 실시했다.

만부마을은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1번지에 있는 면적4만8천500㎡의 작은 마을이다. 이곳의 양순식 조합장이 이끄는 ‘만부마을 마을관리협동조합’은 2019년 4월1일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재생 뉴딜사업 국내 첫 번째 마을관리협동조합으로 인가를 받았다.

마을관리 협동조합 인가를 받고 1년이 지난 만부마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양순식 만부마을 마을관리 협동조합 조합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바쁘신 와중에 인터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A 아닙니다. 사실 자랑할 만한 게 없는데 항상 이렇게 찾아오시고 매체에서 오시고 하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Q 먼저 만부마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1950년대 무허가 정착지로 형성되어 60~70년대부터 철거민들이 이주하면서 처음 마을이 형성되었습니다. 80년이 되어서야 아파트가 생기고 주택이 만들어 지면서 주거지역이 되었습니다. 저도 그때 어린 나이로 가족들과 같이 이사 와서 이 곳 주민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조용하고 차도 많이 없어서 어린 아이들이 뛰어 놀기 좋은 동네입니다.

Q 마을관리협동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마을이 시간이 갈수록 계속 낙후되고 마을에 사는 젊은 사람들은 계속 빠져나가고 노인인구는 늘어나서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원도심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하게 되었죠. 개선사업이 진행되면서2014년에 비영리 단체로 주민협의체를 구성했어요. 그렇게 개선사업의 일원으로 참여해서 마을의 골목길도 이곳 저곳 가꾸고, 마을 축제를 열고, 마을대학도 만들었어요. 항상 함께 모여서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 우리의 역할이 무엇인지 공부했어요. 그렇게 하나 둘 하나 보니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이 뉴딜사업의 일부 더라고요.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도시재생지원센터도 그때 지었어요.

만부마을 마을관리소 활동사진

 

Q 마을관리협동조합은 어떤 일을 하나요?

A 우선 크게 주력 사업으로 마을밥상, 문화상점, 마을관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마을밥상은 공용 부엌과 공용식당을 운영하고 마을 내 취약계층 도시락 배달, 결식노인 및 아동 급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마을 밥상은 수익을 내기 보다는 주민들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문화상점은 조합원들과 마을 어르신들이 모여서 천연염색상품을 만들어 팔거나 마을의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을관리는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고 뉴딜사업이 끝난 이후부터 마을 경비를 돌고 택배를 보관하는 일을 맡을 예정입니다.

Q 2020년을 맞아서 새롭게 준비하시는 일이 있나요?

A 저희가 마을밥상 사업을 하면서 계속 반찬을 만들고 있는데 한번 만들 때 많이 만들어서 그걸로 반찬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해서 SNS나 온라인 상점으로 음식이나 즉석식품판매를 시도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최근에는 ‘남동마을학교 공모사업’에 지원하여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마을 주변에 많아서 마을에서 주민분들과 문화체험을 즐길 수 있는 마을문화학교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0년 제1차 인천형 예비사회적기업 지정계획 공고’에도 지원하여 선정되었습니다. 뉴딜사업이 종료되고 나서도 계속해서 마을을 관리하고 새로운 활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주민협의체부터 지금의 협동조합까지 이끌어 오시면서 힘드신 점은 무엇인가요?

A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다양한 말들이 나오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니 그러한 것들의 조율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힘든데 지자체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의견 충돌이 있으면 그것도 마찬가지로 참 힘들죠. 또 이런 협동조합의 사례가 없어서 저희가 보고 배울 점이 없어 방향성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힘든 건 이 일을 하는 걸 보시고 이 일의 본질이 아니라 수익이나 다른 의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시선이 가장 견디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주변에 이해해 주시는 분들이 많고 함께 하는 분들에게 힘을 얻습니다.

만부마을 마을밥상

 

Q 사업에 대한 마을 주민분들의 인식이나 참여는 어떤가요?

A 크게 반대하시는 분들은 없고 오히려 다들 좋아하세요. 어르신분들은 사실 나이가 들면 크게 할 일이 없으셔서 심심해 하시는데 마을에 사람들이 모여서 이것저것 하고 나눠 먹고 하면은 서로 재밌고 소일거리 해서 용돈도 벌어 가시고 좋아하세요. 여기 모여서 같이 활동하면서 하루에 4갑 피던 담배를 끊은 할머니도 계시고, 바느질할 때는 손 떠는 걸 멈추는 할머니도 계세요. 다들 활동하시면서 활력을 찾으시는 걸 보면 저도 좋죠. 그리고 16개 구역 대표들이 모두 참여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 분들 아니어도 모두 다 열심히 참여하여 활동하고 계십니다.

Q 주민협의체부터 마을관리 협동조합까지 활동을 하시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 하시는지?

A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재생사업은 주민들 또는 지자체 단독으로 진행해서는 될 수 없습니다. 제가 재생사업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 전국을 탐방했습니다. 그 때 지자체에서 정말 좋은 건물을 만들어 줘도 주민들이 관심이 없으면 텅 비어 있는 건물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지자체에서 아무리 좋은 사업을 제안하고 좋은 건물을 만들어줘도 주민들이 관심이 없고 참여하지 않으면 어떤 성과도 낼 수 없습니다.

Q 마을관리 협동조합을 준비하는 단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제대로 알고 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 우선 뉴딜사업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시고 자신의 지역이 이 사업에 부합한지 아는 게 중요합니다. 뉴딜사업이 모든 곳에 딱 맞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곳은 도시재생이 아닌 재건축, 재개발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공동체를 운영할 만큼 열정과 뜻이 있는지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잘 판단하고 접근하셨으면 합니다. 단기간의 결과가 나오고 눈에 보이는 수익이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이끌어가는 주민들의 의지가 강하지 않다면 오래 가기 힘든 일입니다.

Q 현대의 파편화된 사회에서 만부마을이 갖는 가치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이웃의 대소사를 아는 것. 즉 ‘함께 하는 삶’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 사업을 하더라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끼리 모여서 회의를 합니다. 그러면서 이웃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같이 살고 있는 마을을 관리하게 된다 생각합니다. 예전에 저희가 모여서 회의할 때 만부마을은 ‘살기 싫은 동네’라고 생각 했는데 지금은 다들 ‘살고 싶은 동네’가 됐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합니다. 주민들이 서로 관심 있고 마을을 사랑하는 함께 하는 삶을 만부마을이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만부마을 마을상점

 

Q 만부마을이 보여주는 지속가능성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마을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주민의 관심과 참여입니다. 주민들이 지역에 관심을 갖고 관리사업에 참여해서 내가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이들에게 찾아오고 싶은 곳, 살고 싶은 곳이 되어 다른 사람들이 찾아오고 새로운 사업도 생기면서 그 마을에 활기가 생기고 지속가능한 마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사회적 경제를 처음 접하는 시민들에게

A 요즘 경기가 어려울 때 젊은 친구들은 사회적 경제를 많이 찾습니다. 그런데, 이 사회적 경제를 확실하게 알고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희 만부마을도 처음에 구성원들과 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희미해질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도 올해에는 사회적 경제를 다시끔 일깨워주기 위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하며 진행할 계획입니다.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공동 목표가 지역의 순환 이라는 점을 잊지말고, 이것을 첫번째 가치로 두는 분들이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사회적 경제의 결과물만 보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개인의 이득만을 생각하고 도전한다면, 결국 의미는 퇴색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만부마을 관계자와 사회적경제 청년공감기획단 1기

 

양순식 조합장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마을협동조합은 주민들의 의식주를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 마을 주민 중에 어떤 이유로든 낙오되는 사람이 없어야 된다는 의미일 것 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공동체의 힘이 필요하다. 우리는 주민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하는 노후 주택 수리를 통해, 어르신들께 따뜻한 밥 한끼를 내어드리는 마을 밥상을 통해, 천연염색제품을 만들며 이웃들끼리 모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문화상점을 통해 그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으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인사 하지 않는 요즘 같은 사회에서 만부마을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만부마을은 우리에게 ‘마을’의 역할, 더불어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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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부마을 천연염색제품 네이버 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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