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입이 아닌 콧줄(비위관 삽입)을 이용해 먹는다면 어떨까. 노인생활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 중 일부는 입이 아닌 콧줄을 통해 음식물을 섭취한다. 대부분은 음식물 삼킴에 장애가 있는 노인들로, 섭취한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갈 위험성이 높아 콧줄을 이용해 강제로 식사를 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장성오 복지유니온 대표는 과거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이같은 노인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 봤다. 그는 “과거 사회복지사로 근무했던 요양원에 40명의 노인들이 콧줄을 꽂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멀쩡한 분들도 삼킴장애 때문에 콧줄을 끼울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노인들은 우울해 하고, 치매가 쉽게 오죠. 치매가 시작되면 콧줄을 손으로 잡아 뜯는 경우가 많으니 (최악의 경우) 손을 묶기도 해요. 정말 우울한 일이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인 음식물을 씹어먹는 것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장 대표는 복지유니온을 시작했다. 복지유니온은 삼킴장애 노인들을 위한 연하도움식 ‘효반’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흡인성 폐렴으로 돌아가시는 분들 많죠”

통계청에 따르면 폐렴은 2018년 노인사망원인 3위가 폐렴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관지 및 폐로 이물질이 들어가면서 생기는 흡인성 폐렴은 음식물을 삼키는 속도가 늦은 노인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복지유니온이 개발, 판매하는 '효반'은 삼킴장애가 있는 노인들을 위한 식품이다./ 사진=복지유니온

“음식물이 식도로 넘어갈 때, 후두개가 기도를 완전히 막아야 안전하게 식도로 넘어갈 수 있어요. 하지만 노인이 되면 근육이 쇠퇴하기 때문에 후두개 근육기능도 약해지는 거죠. 자칫하면 기관지나 폐로 이물질이 들어가는데, 그게 노인 사망 원인 중 하나인 ‘흡인성 폐렴’이에요.”

복지유니온이 개발, 생산하는 효반은 음식물의 삼킴 속도가 늦은 노인들을 위한 식품이다. ‘케어푸드’로 통용되는데 씹고, 먹고, 마시기 편한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케어푸드는 음식물을 씹는 기능을 돕는 연화식과 음식물을 삼키는 기능을 돕는 연하식으로 나뉜다.

효반은 연하식이다. 죽 보다는 되고, 밥 보다는 묽은 형태다. 죽과 같은 물성은 입안에서 흩어지기 때문에 흘리기 쉽고, 혀로 말아 삼키기 어렵다. 하지만 효반은 점성과 부착성이 뛰어나 입 안에 넣어도 고체 형태가 유지되고, 삼킨 뒤에도 구강 내에 잔여 음식물이 거의 없다. 9종의 다양한 맛으로 취향까지 고려했다.

효반은 기존에 콧줄을 통해 음식물을 공급받던 노인들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질감의 음식이다./사진=이로운넷

노인 무료급식VS노인영양 돌봄…근본적 접근 달라

복지유니온은 ‘노인영양 돌봄'을 진행한다. 기존에 진행됐던 노인무료급식, 식사배달 등과는 다른 방식의 돌봄이다. 장 대표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먹거리 돌봄은 소득지원에 가깝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노인 영양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영양돌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돌봄이라고 설명했다.

복지유니온은 2013년부터 전문가(박사)와 함께 효반을 개발하면서 본격적으로 영양돌봄을 진행하고 있다. 음식물 섭취가 어려운 노인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질감의 음식물을 개발해 부족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실버스크리닝이라는 영양돌봄 툴도 개발했다. 노인의 식생활 환경, 물리적·정서적 환경 조사, 식사 장애요인 파악, 질환 조사 등을 통해 노인들이 식사를 할 수 있게 지원한다.

2016년에는 광진구에 영양돌봄 기지 역할을 하는 식당 ‘열린밥상’ 문을 열었다. 열린밥상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도시락과 대체식을 배달하고 있다. 장성오 대표는 “향후 열린밥상을 소셜 프랜차이즈화 해 지역에서 양질의 농산물이 순환되고, 지역 노인들에게 영양돌봄을 진행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복지시설 식재료 배송도

복지유니온은 효반 외에도 복지시설에 식재료를 배송하는 업무도 진행한다.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주문 물량이 작은 시설은 식재료를 배송받는 것이 어렵다는 기존의 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이다. 예를들어 규모가 큰 시설의 경우 영양사, 조리종사자 등의 직원이 영양성분에 맞춰 노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지만, 작은 규모의 시설은 그렇지 않다.

장 대표는 “소규모 시설도 평균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환경이 그러지 못한 경우가 있다"면서 "기존의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소하지 못하면, 우리(사회적기업)가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복지유니온은 효반과 함께 100여곳의 복지시설에 식재료를 배송하고 있다.

효반은 총 9종의 맛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사진=이로운넷

대한민국에 부는 고령화 바람, “가능성과 희망 보여”

장성오 대표에게 ‘효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묻자 “2014년에 출시했는데 여전히 마이너스”라며 웃었다. 그는 “최근 대한민국에 고령화 바람이 불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2018년부터 보건사회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등에서도 우리회사를 찾아오기 시작했다”면서 “돈은 벌지 못했지만, 가능성과 희망이 생겼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체 사회 분위기가 자녀가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입니다. 앞으로 노인은 사회가 돌봐야 합니다. 그래서 노인식품시장과 공공급식은 뗄 수 없어요. 공공에서 개입 해야하는 사업이죠”

그러다 보니 B2C 시장진출에도 크게 욕심내지 않는다. 취약계층 노인들을 대상으로 영양돌봄을 진행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장 대표는 “제품을 만들 때 프리미엄으로 이익을 많이 내겠다는 생각 보다는 소득이 적고, 생활이 어려운 취약계층이 주요 타깃”이라며 “그래서 이 사업이 공공에서 개입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장성오 대표에게 향후 계획을 묻자  해외 진출 계획을 조심스레 밝혔다. 장 대표는 “쌀 문화권이나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이 한식에 대한 요구가 있다”며 “제품의 기준을 고도화 시키고, 종류를 확대해 해외로 진출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목표를 전했다.

장성오 대표가 말하는 강소 사회적기업의 포인트

①비즈니스에 대한 자기비전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 시련이 온다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이때 ‘내가 하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인가’, ‘그 일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강한 자기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흔들리지 않는다.

②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가설

사회문제를 보고, 해결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강한 신념이 필요하다. 돈을 벌거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설득력 있는 가설을 가져야 한다. 현실성 있는 가설이 있으면 관계자들이 합류해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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