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문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과거와 단절하고 획기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자료사진
기후위기 문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과거와 단절하고 획기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자료사진

이로운넷 = 남기창 기자

실존적 위협이 된 기후위기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란 보고가 속속 전해진다. UN에 따르면 산업혁명 때 보다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 더 오르면 전 세계 인구 약 5억 명이 물 부족 피해를 입고 폭염에 노출되는 인구 숫자는 무려 45억 명에 달할 전망이다.

현 상황대로라면 늦어도 2040년에는 1.5도를 넘어서고 금세기 2.7도까지 오르게 된다는 보고다.

기후위기는 경제 위기라는 산업계 환경에 대응해 우리 기업들이 기후위기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와 정책금융기관, 5대 시중은행이 민관 합동으로 452조원의 금융 지원에 나선다. 저탄소 전환에 대비한 금융지원이다.

유럽연합(EU), 미국 등 주요국 ESG 공시 의무화 계획 진행

앞서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탄소배출 품목에 대한 규제강화, 기업공급망 전반의 탄소중립요구 등 탄소중립 관련 규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수출주도의 우리 경제에 악영향이 예상된데 따른 지원인 셈이다. 

미국 상장 기업들에게도 기후위기 관련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기후 공시' 규정이 제정됐다. 주요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잠재적 자연 재해 리스크를 재무제표에 기재해야 한다. 기후위기가 기업 운영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만큼, 기후변화 관련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취지다.

앞서 지난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날 일정 규모 이상 상장 기업이 기후 관련 정보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위원 표결 3대 2로 승인했다. 공시 책임은 2026년부터 적용된다. 

규정 핵심은 기업이 기후위기 관련 '책임'과 '리스크'를 투자자에게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기후위기가 단순히 ‘환경 파괴 문제'가 아니라 기업 영리 활동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투자자에게도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취지다.

블룸버그통신은 "SEC 규정은 기업들이 기후위기 관련 위험과 기회를 논의할 수 있도록 미국 최초로 연방 차원의 기준선을 제시한 것"이라며 "규제 당국은 '투자자들이 같은 업계 회사들의 환경 영향을 더 쉽게 비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다만 환경단체 측에서는 한계라는 불만도 제기한다. 당초 SEC는 기업 공급망에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스코프 3)까지 추적해 공시하도록 규정을 만들 방침이었으나, 반대 진영의 반발 및 소송 위협 탓에 결국 철회됐다. 

스코프 3는 기업 배출량의 70%를 차지하지만 이를 공개한 기업은 극히 드물다. 이 탓에 국제회계기준(IFRS)에서 기후 공시 기준을 제정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각국에 기후공시를 제정할 때 스코프 3를 포함하라고 권고했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차 ESG 경영위원회에서 위원장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2023.12.07./자료사진=뉴시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차 ESG 경영위원회에서 위원장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2023.12.07./자료사진=뉴시스

정부 ESG 공시 제도 곧 발표…이르면 2026년 도입 후 3년 면제

우리 금융당국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에 '스코프3'를 적용하더라도 제도 도입 후 3년 동안은 면제해주는 방안을 검토한다. 공시 도입 시점은 2026년 이후다. 스코프3는 해외 법인을 비롯해 기업의 공급망 전체로 범위를 확장한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다. 

공시 대상 범위와 관련해서도 기업의 자율성에 무게를 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연결 기준으로 공시를 작성하되, 종속 기업 중 어떤 곳을 포함할지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ESG 공시 제도 초안을 이르면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이다.

그간 기업이 각기 다른 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공개한 ESG 관련 사안을 공시 기준에 맞춰 비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자산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40여 곳이 의무화 대상이며 이후 순차적으로 전체 상장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 산업계의 가장 큰 관심은 ESG 공시 도입 시점이다. 당국은 당초 2025년이던 도입 시점을 2026년 이후로 미룬 바 있다. 국내 기업은 2029년 도입을 희망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EU에 진출한 역외국가 기업에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해가 바로 2029년이다. 결국 2029년 이전까지는 국내에서 별도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ESG 관련 데이터 취합·검증, 대응 체계 마련 등을 위해 시간을 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앞서 정부가 올해 산업계·투자자·민간 전문가 등의 의견수렴을 통해 2025년부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를 의무화하기 위한 세부방안과 ESG 공시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민관합동 ESG 정책협의회' 1차 회의를 주재했다. ESG 정책협의회는 국제기구·유럽연합(EU)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ESG 제도화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설치된 민관합동 컨트롤 타워다.

올해 EU의 공급망 ESG 실사법 도입 추진으로 국내외 협력사의 ESG 요구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망 실사 법에는 기업이 인권 및 환경에 관한 실사 의무를 이행할 것을 의무화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를 가하는 내용 등이 담길 전망이다.

이미 애플·BMW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ESG 경영 수준이 미흡한 협력사들과 거래를 중단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ESG 평가에 있어 투명성·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산업계·투자자·민간전문가 등의 의견수렴을 통해 올해 중으로 ESG 공시의 의무화 세부방안을 확정해 발표한다. 회계기준원 내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운영 등을 통해 국내 ESG 공시기준(안) 마련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해외 주요국(EU, 미국 등) 등의 글로벌 ESG 공시 논의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ISSB 한국인 위원 활동, SSAF(ISSB의 공식 자문기구) 참여 등을 통해 ISSB 공시기준 논의에 참여할 예정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서울에너지드림센터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지원 관련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상암동 서울에너지드림센터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지원 관련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

◆ 2030년까지 기후위기대응에 452조 민관금융지원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19일 서울에너지드림센터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5대 시중은행장과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지원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전례 없는 기후변화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꼭 풀어야 할 과제"라면서 "정부, 정책금융기관, 은행이 협업을 통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마를 내딛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기업의 저탄소 공정 전환을 위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들은 2030년까지 420조원의 정책금융을 공급한다는 게 골자다.

연평균 자금공급량은 지난 5년 평균인 연 36조원 대비 연 60조원으로 67% 확대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이 약 8천597만t 감축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030년까지 국가 감축목표의 29.5% 수준이다.

태양광, 풍력,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증설을 위해 KB, 신한, 우리, 하나, NH 등 5대 시중은행과 산업은행이 9조원을 출자해 미래에너지펀드를 조성하고, 정책금융기관들은 14조원의 후순위대출을 공급한다.

정부는 20%를 출자하는 산업은행의 위험 흡수 역할을 감안해 위험가중치를 현행 400%에서 100%로 인하, 펀드 출자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부담을 경감, 시중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의 적극적 투자를 유도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증설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는 자금 188조원 중 자체 조달분을 제외한 160조원을 조성하기 위한 모험자본의 일부를 공급, 연기금이나 보험사, 공제회들의 자금이 들어올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현행 9.2%에서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대로 2030년 21.6%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이밖에 민관 합동으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탄소포집, 수소에너지, 온실가스 고정, 친환경패키징 등 기후기술 분야에 9조원을 투자한다. 

기후기술 분야는 향후 연평균 24.5%의 시장 성장이 예상되는 유망한 분야지만, 초기 경제성이 부족해 개발이 더딘 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기후기술 산업분야에서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최대 3년 벌어져 있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행과 5대 시중은행이 출자해 2030년까지 3조원 규모의 기후기술펀드를 조성하고, 혁신성장펀드에서 5조원을, 성장사다리펀드에서 1조원을 각각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기후금융 지원을 위한 제도 정비에도 나선다. 은행이 여신에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적용할 수 있도록 연내 금융권과 공동으로 녹색여신 관리지침을 만들고, 국내 금융권의 기후 리스크 관리 강화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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