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의 주요 원인은 야생 멧돼지이다. 

지난달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이 국내에서 첫 발생했다. 이에 강화, 김포, 연천 등 소재 14개 돼지농장에서 ASF가 확진되었고, 10만 마리가 넘는 돼지가 살처분 대상이 됐다. 해당 농장뿐만 아니라 3km 내 농장에 있는 돼지들까지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할 예정인데,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 ASF가 남해까지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 한다.

ASF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사람과 자동차, 가축 이동을 제한하고 있으며, 가을 행사들도 잇따라 연기ㆍ취소되고 있다. 기자가 영상촬영을 계획했던 사회적경제 행사도 취소되는 바람에 낭패를 겪었다. 피해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전문가들은 ASF의 원인을 야생멧돼지로 꼽는다. 확산을 막는 동시에 원인 제거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한 달 동안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를 기준으로 반경 3km 내 돼지를 살처분 하는 데만 집중하는 분위기다. 살처분이 ASF 확산을 맞는 유일한 방법일까?

ASF를 먼저 겪은 벨기에의 경우 국경에 112km에 달하는 펜스를 설치하고 있으며, ASF 예방구역을 화이트 구역과 관찰 구역 2개로 구분해 야생멧돼지에 대한 방역 조치를 시행 중이다. 이외에도 멧돼지를 사냥하면 한 마리당 100유로(약 13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독일은 ASF 비발생 국가이지만 주변 국가에서 ASF가 발생함에 따라 유럽연합 규정에 따른 남은 음식물 사료 급여를 금지하고 있으며, ASF 감염축에 대한 살처분 후 매몰 정책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 역시 ASF 비발생 국가이지만 ASF 유입 차단을 위해 국경 검역을 강화하는 한편 농장의 차안 방역 점검 등을 통해 유입 차단에 나서고 있다. 특히 매주 1,250편의 항공편(중국, 몽골, 베트남)을 집중 검역하고 있다. 

비발생 국가마저도 ASF 국가와 가깝다는 이유로 대책안을 마련하고 원인 차단에도 힘쓴다. 우리는 인근에 위치한 중국과 북한이 겪을 때까지 이에 대한 충분한 대책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ASF가 발생한 후에도 원인을 제거하기보다 확산에만 집중하는 모양새다. 

ASF 발생 한 달이 지나서야 멧돼지 침입을 차단하기 위한 울타리 설치에 미흡한 점이 많았다며, 철원ㆍ연천 일부 지역에서 멧돼지 총기 사냥을 허용한다는 농림축산식품 장관의 한마디는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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