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정기국회가 9월 2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100일간 진행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3번째 열리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주목할 만한 제?개정안 중 하나는 ‘사회적경제 3법’이다.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100대 국정과제로 삼은 정부에서는 이번 국회에서 3법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발의 후 6~7년 이상 국회에서 계류 중인 3법이 깊은 잠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3법 외에도 현재 국회에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발의된 여러 제?개정안이 문턱 앞에 놓였다. 정기국회의 막이 오른 현 시점,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와 현장에서는 어떤 법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며, 실제 추진 경과는 어떤지 짚어봤다.

지난 7월 대전에서 열린 '제2회 대한민국 사회적경제 박람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사진제공=김정호 의원실

실업, 양극화, 금융위기, 환경오염 등 시장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는 보완제로 ‘사회적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해야 하는 현 시점, 사회적경제는 선택이 아닌 생존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사회적경제는 관련 법 제정, 정부 정책 시행을 통해 해당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성장 중이다.

한국에서는 2010년 전후로 사회적경제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사회적기업은 2007년 육성법 제정 당시 55개로 출발해 2013년 1012개, 2019년 7월 기준 2249개로 최근 5년간 약 2배, 10년간 10배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사회적경제 기업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협동조합 역시 2012년 기본법 제정 당시 53개에서 2013년 3150개, 올해 8월 기준 1만 6080개를 돌파해 최근 5년간 5배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지난 10년간 ‘양적 성장’은 이뤘으나 관련 인프라 및 지원 체계가 미비해 문을 닫거나 사업을 중단하는 사회적경제 기업들도 많았다. 더욱이 전체 경제에서 사회적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제 사회적경제 취업자 비중을 보면, 2017년 기준 유럽연합(EU)의 평균은 6.3%인데 비해 한국은 0.92%로 미미한 수치에 머물렀다. 

개헌안 ‘사회적경제’ 첫 언급, 12개 제?개정 법안 발의

사회적경제 법 제?개정은 헌법, 법률, 명령, 조례 등 여러 층위에서 논의되고 있다./디자인=윤미소 디자이너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100대 국정 과제로 채택하면서 전기(轉機)를 맡는다. 양적 성장뿐만 아닌 ‘질적 성장’에 방점을 찍은 것인데,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진출 분야 확대 등에 나섰다. 그러나 정부 정책만으로 한계에 부딪히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사회적경제 관련 제?개정 법안 통과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회적경제 활성화에서 ‘법적 근거’가 중요한 이유는 국정 및 정책의 기본 가치가 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 3월 정부 발의 개헌안을 제출한 바 있는데, 제130조에 “국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보호?육성하고, 협동조합의 육성 등 사회적경제 진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개헌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5월 폐기됐지만, 최상위법 개정안에 ‘사회적경제’에 관한 내용이 처음 언급됐다는 것 자체로 주목을 받았다.

헌법 개정 논의가 일단락되면서 하위법인 ‘법률’ 제?개정 논의가 더욱 중요해졌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4월 당정청 회의 때 발표한 ‘사회적경제 추진 성과 및 계획’에 따르면, 사회적경제 관련 총 18개(법률 12개, 시행령 6개) 제?개정 법령안이 발의됐으며, 이 중 1개 법률과 6개 시행령이 개정 완료됐다. 

개정된 법률은 2017년 3월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소기업기본법’이다. 중소기업 포함 범위에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연합회 등을 포함해 중소기업 지원사업의 형평성을 높였다. 이외에 △국유재산법시행령 △국가계약법시행령 △지방계약법시행령 △공유재산?물품관리법시행령 △자본시장법시행령 △국유림법시행령 등이 개정돼 공포 및 시행 중이다.

그러나 사회적경제 활성화의 제1의 과제로 꼽히는 이른바 ‘사회적경제 3법’을 포함한 12개 주요 제?개정법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기재부 측은 “9월 정기국회에서 3법이 처리될 수 있도록 당정간 긴밀한 협의를 진행했다”며 “지방공기업법, 지방세특례제한법 등 사회적경제 지원 촉진을 위한 여타 법률의 조속한 처리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충청북도는 2014년 10월 '사회적기업 육성지원에 관한 조례'에 이어 지난 7월 '사회적경제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에 관한 조례'를 7월 제정했다./사진제공=충북도의회

지자체에서는 사회적경제 관련 ‘조례’ 제정을 통해 자체적으로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다. 

행안부가 운영하는 ‘자치법규 정보시스템’에서 보면, 광역자치단체 17곳 모두 사회적기업 육성 지원이나 사회적경제 기본에 관한 조례가 마련돼 있다.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공공조달 등 세부 조례 유무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 규범을 만든 셈이다. 기재부가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회적경제 조례는 시도 24개, 시군구 152개, 시도 교육청 7개 등에 마련됐다.

이경호 사회적경제법센터 ‘더함’ 변호사는 “현재 각 지자체에서 각각 사회적경제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라며 “국회에서 사회적경제 기본법이 통과되면, 조례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생겨 보다 체계적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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