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각무침과 외조>
1.
“당신을 보면 정말 신기해.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는지. 나로서는 도무지 상상도 못할 일이거든.” 며칠 전 동갑내기 지인을 만났는데 그런 얘기를 한다.
아내를 대하는 내 모습에 대한 얘기다. 아내를 대하는 방식이라면 그동안 책과 신문매체에 실렸기에 다들 잘 알고 있지만, 동세대 남성들에게는 여전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아내, 가족을 위해 정성껏 식사를 마련한다.” “아내, 가족이 편안하도록 집안 분위기를 유지한다.” “집안일 모두에서 아내를 해방시켜준다.” “아내가 원하는 바는 뭐든 따르기 위해 노력한다.” “집에서 절대 화, 짜증을 내지 않는다.” 등등. 오래 전 난 그렇게 결심을 하고 지금껏 잘 지켜오고 있다.
2.
따지고 보면 신기할 일도, 특별할 일도 아니다. 오래 전 우리 어머니들이 했으며 또 지금도 어느 정도는 아내들이 하고 있는 일이다. 늘 집안을 청결히 하고 남편이 귀가하면 웃는 얼굴로 맞이한다. 여자는 남자의 바깥일에 관심을 두지 말아야 한다. 거안제미(擧案齊眉), 밥상을 눈썹 높이에 맞추어 공손히 남편에게 가져간다……우리 또래의 남자, 여자라면 다들 귀에 박히도록 듣던 얘기들이다.
여성이 남성을 받들어 모시면 당연하고 자연스럽고, 그 반대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고 비정상적으로 보여야 하는 걸까. 얼마 전 누군가 그런 얘기를 했다. 이제는 여필종부가 아니라 남성이 여성을 뒤따르는 것도 어색하지 않아야 할 때라고. 내 생각도 그렇다. 내조든, 외조든, 누가 어떤 일을 하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정말로 평등한 사회일 것이다. 내조도 되고 외조도 된다.
3.
<노각무침>
요리는 남자의 몫이다. 웍 같이 무거운 조리도구도 많지만 노각의 물기를 짜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4.
<재료>
노각 1개, 양념장(고추장 2t, 고추가루 1T, 다진마늘 1T, 식초 2T, 매실청 또는 설탕 1T, 가는소금 1/2T, 참기름 약간)
5.
<조리법>
1. 노각은 껍질을 벗기고 길게 2등분을 한 뒤, 숟가락 등으로 씨앗을 긁어낸다.
2. 3mm 정도로 썰어 소금 2스푼 정도에 15분 정도 절인 뒤 물을 꼭 짠다.
3. 양념장에 고루 버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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