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조림과 결혼기념일>

1.
며칠 후면 결혼기념일이다. 생일이든, 결혼기념일이든 특별히 챙기거나 하지는 않는다. 
선물은 서로 해본 적이 없고 행사라봐야 가족과 가볍게 외식을 하는 정도다. 
결혼 초 어려운 형편에 현실적으로 살다 보니 습관이 그렇게 굳어졌지만 아내는 지금껏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애초에 왜 아내가 나와 결혼할 생각을 했는지 그것부터 미스터리다. 
나이는 일곱 살이나 많고 직업도 변변치 않은 데다 방을 구할 돈조차 없는 빈털터리. 
장모님조차 식겁하며 고개를 저었다지 않는가. 
나라도 내 딸이 나 같은 놈과 결혼하겠다고 하면 하늘을 원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2.
지금도 여전히 돈 버는 일에 젬병이라 살림도 여전히 넉넉할 리 없지만 아내가 무능력한 남편을 원망하거나 자기 신세를 한탄한 적은 없다. 
오히려 돈은 덜 벌어도 좋으니 내가 좋아하는 일 하라며 텃밭까지 선물하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면 결국 선물은 나만 받은 셈이다. 

“그날 잠실에 갈 일이 있는데 저녁 때 거기서 볼까요?”
“좋아, 그러고 보니 우리 결혼한 곳도 잠실이네.”
석촌호수를 산책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먹잔다. 나도 좋다고 했다. 
잠실이면 백화점도 있고 몰도 있으니 어쩌면 결혼 25년 만에 결혼기념일 선물을 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겠다.

3.
<갈치조림>
갈치조림도 아저씨들이 좋아하는 반찬이자 안주다. 무와 양념만으로도 쉽게 훌륭한 맛을 내니 도전해보자. 

4.
<재료> 
갈치 5~6토막, 큰무 1/3개, 양파 1/2, 대파 1/2개, 청양고추 2개
양념장(고춧가루 3T, 고추장 1T, 다진마늘 2T, 설탕 2T, 간장 2T, 다진생강 1T, 후춧가루 약간)

5.
<조리법>
1. 갈치는 지느러미와 내장을 제거하고 칼로 비늘을 어느 정도 벗긴다. 
2. 무는 1.5센티미터 두께로 토막내고 양파도 썰어놓는다. 
3. 무와 양파를 먼저 깔고 그 위에 갈치를 올린다. 
4. 양념을 갈치 위에 넣고 멸치육수 1리터 정도를 붓고 중불에서 20분~30분 졸인다. 
5. 대파와 참기름 약간, 깨를 뿌린 다음 후루룩 끓면 불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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