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디렉터’의 도전...세상을 바꾸는 맛있는 ‘기획’
‘소셜 디렉터’의 도전...세상을 바꾸는 맛있는 ‘기획’
  • 이로운넷 제주=조보영 기자
  • 승인 2019.05.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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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로컬 기획자 양성 과정 ‘소셜 디렉터 스쿨’ 개원
5월 2일까지 모집...5월9~6월13일 6회 간 콘텐츠‧브랜딩‧마케팅 등 실무교육 진행
26일 오픈 포럼…소셜 디렉터 사례 발표 및 네트워킹 행사 ‘성료’

#1. 널빤지의 양쪽에 각각 한 개의 공이 올려있는 시소의 지렛대를 상상해보라. 왼쪽 끝에는 크기가 큰 A공이, 오른쪽 끝에는 크기가 작은 B공이 놓여 있다. 시소의 한가운데에 세모꼴 C가 받침점을 이루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 시소의 수평을 맞추는 나만의 방법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2. 사람들이 떠난 마을에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청년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그들은 노래를, 요리를, 이야기를, 밤하늘의 별을 좋아했다. 누구도 그들의 놀이를 손가락질 하지 않았다. 그러자 점점 엉뚱한 실험들이 이어졌고, 작은 성공이 쌓여갔다. 사람들은 그곳을 ‘○○○’ 마을이라고 불렀다. 그들에게 필요한 딱 한 마디의 말은 ‘○○○’였던 것이다.

#3. 구운 고등어, 삼각 김밥과 컵라면, 따뜻한 밥상… 이 세 가지 메뉴로 인생이 바뀐 소녀가 있다. 백화점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로 ‘고등어’를 굽던 소녀는 매일 ‘삼각 김밥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 어느 날 소녀는 생애 처음으로 ‘따뜻한 밥상’을 받았다. 그리고 한 끼의 식사가 주는 위로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지난 26일 오후 3시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1층 몬딱가공소에서 열린 '지역 혁신의 시작, 소셜디렉터 비전 포럼'
'소셜디렉터 스쿨' 오픈 포럼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접시에 담긴 기획안을 만찬으로 준비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월 26일 오후 3시.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 1층에 위치한 '몬딱가공소'에서 아주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 은은한 조명과 꽃들로 세팅된 테이블의 식기 위에 정성스럽게 놓인 기획안, 와인 잔과 소스 통에 담긴 형형색색의 파쇄된 종이가루….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된 '맛있는 기획이 최고의 만찬'이라는 메시지를 '더 맛있는 기획'으로 전했다.

이날 전시와 함께 열린 오픈 포럼은 사회적 영역 내 기획자 양성을 위한 ‘소셜 디렉터 스쿨(social director school)'의 사전 행사로 진행됐다.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오는 5월 9일부터 6월 13일까지 로컬 기획에 관심이 있는 취업 준비생과 예비 창업자, 기업 내 기획자를 대상으로 총6주 간의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소셜 디렉터 스쿨’은 도내 최초로 로컬 기반 소셜 디렉터를 발굴하고, 지역 내 기획자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와 로컬 문화마케팅기획사 하스카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콘텐츠 기획과 브랜딩, 마케팅까지 기획 실무의 전 과정을 실습하고 현장에서 적용하는 실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26일 열린 사전 포럼은 ‘지역 혁신의 시작, 소셜 디렉터 비전 포럼’을 주제로 홍유정 하스카 대표가 행사의 진행을 맡았다. 제주 서귀포시 무릉외갓집 김순일 실장, 전남 목포시 공장공장 박명호 대표, 서울시 성수동 소녀방앗간 김민영 대표의 소셜 디렉터 사례발표에 이어 관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됐다.

무릉외갓집의 대표 상품 '월간꾸러미'/ 사진 제공=무릉외갓집
무릉외갓집의 대표 상품 '월간꾸러미'/ 사진 제공=무릉외갓집

기울어진 시소의 수평을 맞추는 나만의 방법 - 김순일 무릉외갓집 실장

서귀포시 대정읍에 위치한 무릉2리는 인구 약550명이 모여 사는 작은 중산간 마을로, 제주 올레11코스의 종점이자 올레12코스의 시작점이다. 2009년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지역사회공헌사업으로 올레길이 지나는 마을과 기업을 연결하는 ‘1사(社)1올레 마을협약’을 추진했고, 독일계 공기청정기 전문회사인(주)벤타코리아와 무릉2리가 만나 마을기업 ‘무릉외갓집’이 만들어졌다.

무릉외갓집의 근간은 ‘꾸러미 사업’이다. ‘월간꾸러미’의 회원들은 한 달에 한번 무릉리 농민들이 직접 가꾼 과일과 채소, 특산물이 담긴 꾸러미를 정기적으로 배송 받는다. 지난 10년 간 감귤, 토마토, 마늘, 양파, 파프리카, 고사리, 콜라비, 비트 등 약60여종의 제주 청정 농산물이 외갓집을 대신해 전국의 건강한 식탁을 책임져왔다. 1년에 6번 제철 과일을 정성껏 담아 보내는 ‘과일 꾸러미’ 서비스도 인기다.

김순일 무릉외갓집 실장은 기획과 마케팅, 운영, 고객지원, 포장·택배까지 사업의 전 과정을 총괄한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마을 어르신들에게 장수 사진을 선물하기도 하고, 마을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등 지역의 문화 커뮤니티 활성화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지난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다녀가 화제가 되기도 한 무릉외갓집은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최하는 ‘전국 행복마을만들기 콘테스트’ 소득‧체험분야에서 은상을 수상,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한층 더 높였다.

“가장 큰 쾌거는 마을 어르신들의 표정이예요. 자신의 밭을 더 사랑하게 됐고, 마을에 대한 자부심도 커졌어요. 마을기업의 기획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수평을 맞추는 일’입니다. 기획자와 생산자와 하나가 되어, 더 큰 소비자를 움직일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거죠. ‘함께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해요. 신뢰가 쌓이면 마을 어른들께 팥으로 만든 된장을 드셔보라고 해도 맛있다고 말씀해 주시지 않을까요? ”

괜찮아 마을은 괜찮은 집, 괜찮은 학교, 괜찮은 공장으로 구성된 청년들의 대안공간이다./ 사진 제공=공장공장
괜찮은 집, 괜찮은 학교, 괜찮은 공장으로 구성된 청년들의 대안공간 '괜찮아 마을'/ 사진 제공=공장공장

누구나 꿈꾸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던 상상의 현실 공간 ‘괜찮아 마을’ - 박명호 공장공장 대표

서울서 나고 자란 박명호 공장공장 대표는 여행과 공상을 좋아했다. 독특한 이력도 많다. 기업 홍보팀을 사직하고 길 위에서 책을 파는 전국일주 여행을 했고, 제주에서는 여행객들이 쓰레기를 되가져갈 수 있도록 쓰레기를 담는 ‘메아리 통’을 팔았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쓸모없는 시간을 만드는 제주 팝업 게스트하우스 한량유치원을 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기회가 왔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청년들만의 대안 공간을 꿈꾸던 박 대표는 인구 감소로 쇠퇴기를 겪고 있는 전남 목포시 원도심에 터를 잡았다. 2017년 6월의 일이다. 놀랍게도 1년 후, 지역의 빈집과 지친 청년들을 이어주는 실험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그의 구상이 행정안전부의 ‘시민 주도 공간활성화 지원사업’에 공모, 최종 선정되면서 6억6000만원이라는 큰 예산을 지원받았다.

이 마을의 청년들은 ‘함께 노래하고 요리하고 불을 피우고 별을 보다 잠드는 날들’로 일상을 보낸다. ‘괜찮은 집’에서는 쉬는 방법을 배운다. ‘괜찮은 학교’에서는 무엇이든 상상하는 연습을 하고, ‘괜찮은 공장’에서는 자신의 상상을 실험한다. 매월 단 15만원의 주거비와 10만원의 생활비만으로 맘껏 쉬고, 상상하고, 저지르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의 권리를 보장받는다.

2018년 7월과 10월에 걸쳐 총 60명의 1, 2기 청년들이 마을에 입주했다. 6주의 기간 동안 자신만의 작은 성공을 경험한 수료자들은 새로운 자신감으로 일상에 복귀하거나, 지역에 정착 또는 창업을 하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괜찮아 마을은 국내 최초 섬 전문잡지 ‘매거진 섬’을 발행하고, 전국 여행객들의 축제 ‘히치하이킹 페스티벌’ 등을 개최하는 등 지속가능한 로컬 콘텐츠를 끊임없이 개발해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괜찮아 마을’이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제 기획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상상의 범주 안에 있었죠. 공간도 없고 돈도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뭐 중요한가요. 그냥 한다고 생각하면 진짜 이루어지기도 하잖아요. 다음 달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우리들의 이야기가 나와요. 괜찮아 마을의 다큐멘터리 영화 ‘다행(多行)이네요’가 한국경쟁 본선에 진출했어요. 김송미 감독 작품인데 기회 되시면 꼭 봐주세요.”

소녀방앗간은 청정 재료로 만든 정갈한 한 끼로 생산자와 도시의 소비자 모두가 행복한 상생의 식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소녀방앗간은 청정 재료로 만든 정갈한 한 끼로 생산자와 도시의 소비자 모두가 행복한 상생의 식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 제공=소녀방앗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따뜻한 밥상의 위로 - 김민영 소녀방앗간 대표

김민영 대표의 성장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11평의 임대아파트에서 다섯 식구가 부대끼며 살아왔고, 고 3때는 매일 11시간씩 문제집과 씨름하며 가까스로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지만 기쁨도 잠시. 한 달 150만원의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백화점에서 고등어를 굽는 알바를 하고, 삼각 김밥과 컵라면으로 주린 배를 채워야했다. 대학 3학년 때는 홍보팀의 인턴으로 채용, 주 7일 근무를 자처하며 열정을 불태웠으나 1년 11개월 만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더 이상의 휴학이 어려워졌고, 재적까지 당했다. 실의에 빠진 김 대표는 경북 청송에 있는 지인의 농장에 내려가 한 달을 지내기로 마음먹었다. 그곳에서 할머니들이 차려주신 시골 밥상을 받는 순간, 김 대표는 생애 처음으로 소박한 밥 한 끼가 주는 작지만 큰 감동의 위로를 느꼈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티고 있을 그 누군가에게도 이러한  위안이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지역의 건강한 식재료를 도시의 매일의 먹거리로 만들기 위한 김 대표만의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그녀의 열정과 노력을 지켜본 지인들의 소개로 투자자금이 확보됐고, 곧바로 공사가 시작됐다. 인테리어 비용을 아끼기기 위해 손으로 삐뚤삐뚤하게 그린 설계도면을 업자들에게 억지로 들이밀었고,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가장 저렴한 건축 자재를 찾아다녔다. 그 결과 2014년 10월 서울 성수동 서울숲에 ‘소녀방앗간’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청송의 할머니들이 직접 채취한 취나무, 어수리, 곤드레, 다래순, 뽕잎으로 만든 향긋한 산나물밥에, 50년 장인이 만든 발효청과 발효장, 전통 들기름이 더해져 깊은 맛을 낸다. 매일 달라지는 제철 반찬까지 정갈하게 담아 식탁에 올리면 면 음식에 스민 정성만으로도 꽉찬 위로가 된다. 소녀의 방앗간은 2019년 4월 현재까지 서울숲시작점을 포함해 현대백화점 킨텍스점·디큐브시티점, 마로니에점, 홈플러스 중계점, 이화여대점까지 총 6개의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만약 제가 능력이 없어서 소녀방앗간에서 쫓겨나더라도 저는 이 사업이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어요. 소녀방앗간은 저만의 공간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그들을 이어주는 많은 사람들까지 함께 만드는 공간이거든요. 저희는 손님을 맞이하는 매 순간 순간마다 온마음으로 진심을 전해요. 그렇게 하루하루 성실하게 쌓아올린 시간은 고스란히 남겨져서 그 시간들이 세상을 변화시킬 거라고 저는 믿어요.”

왼쪽부터 박명호 공장공장 대표, 김민영 소녀방앗간 대표, 김순일 무릉외갓집 실장
왼쪽부터 박명호 공장공장 대표, 김민영 소녀방앗간 대표, 김순일 무릉외갓집 실장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더 맛있는 기획을 위한 소셜디렉터 스쿨’에 참여할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신청 접수는 5월 2일까지이다.

소셜디렉터 스쿨은 오는 5월 9일부터 6월 13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사회적경제지원센터 1층에서 진행된다. ▲젊은 감각의 문화 기획사 최게바라 최윤현 대표 ▲핫하게 뜨고 있는 착한 밥상소녀방앗간 김민영 대표 ▲놀면서 하는 기획 공장공장 박영호 대표 ▲로컬 문화마케팅기획사하스카 홍유정 대표가 연사로 나선다.

자세한 내용은 제주사회적경제허브지원센터 홈페이지(www.jejuhub.org)에서 확인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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