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제학회(A.E.A)가 남녀회원 9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거의 1백명의 여성경제학자들이 또래나 동료로 부터 성폭행을 당했으며 2백여 명은 성폭행 미수사건의 희생자였고 수백 명이 스토킹에 시달렸거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즈(NYT)가 보도했다. 47개 문항 조사에 응답한 이들 중 약 3분의 1이 여성이었고, 약 5분의 1이 백인이었으며, 약 4%는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밝혔다고 한다. 다만, A.E.A는 그 조사결과가 전체 직업에 대표성이 아닐 수도 있다고 밝혔다.

NYT가 최근 인용 보도한 이 조사결과는 그 분야에서 성차별과 인종 차별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설문에 응한 여성의 절반이 성관계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답했으며(남성은 3%), 그들은 괴롭힘이나 "무례한 대우"를 가능한 받지 않기 위해 회의나 세미나에서 말하는 것도 피했다고 한다.

이에 학회는 경제학자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불만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옴부즈맨을 임명하는 것과, 새로 정한 무례방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진 경제학자들은 수상대상자에서 제외시키는 등 의 조치를 포함한 대책을 내 놓았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현재 이 학회를 이끌고 있는 벤 버냉키(Ben S. Bernanke)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내용에 대해 "걱정스럽고 불안하다. 유능한 인재의 진출을 막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소외감은 여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조사 대상인 흑인 경제학자들 중 14%만이 "내가 이 분야에서 존경받고 있다"는 문항에 동의했다고 한다. 동성애 경제학자들은 단지 25%만이 "자신과 같은 성적 지향의 사람들이 이 분야에서 존경받고 있다"고 했으며, 20%는 성적 성향에 따라 차별을 받았다고 답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내년에 A.E.A.의 회장으로 취임할 엘런(Janet L. Yellen)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경제학계에서 그 문제가 어느 정도인지를 분명히 알게 되었고 이는 용인될 수 없는 문화"라고 말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NYT는 여성들이 다른 이공계 분야에서 상당한 위치를 차지했으나, 경제학계는 여전히 백인 남성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특히 경제하계의 여성들이 고용, 발표, 승진에 있어 차별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하버드대가 조사 한 바에 따르면 경제학회의 가장 명석한 간부 중 한 명이 직원들을 성추행하고 적대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런 불만이 더욱 커졌다는 게 단적인 예다. 그는 사건이 알려진 후 A.E.A. 집행위원으로 선출됐다가 나중에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학회는 더 일찍 혹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았다고 NYT는 꼬집었다. 이에 대해 버냉키는 "이번 A.E.A.의 조치는 그 사건에 대한 하나의 대응"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집행위원회는 회원들의 투표로 행동강령을 위반한 간부들을 해임하거나 추방토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회원들이 간부가 되거나 수상을 할 때 에는 새로운 규정을 준수한 것을 증명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새로 만들어진 옴부즈만제도는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시도인데, 괴롭힘과 학대의 사건이 종종 제도적인 선을 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A.E.A 간부들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대학원생과 연구생들은 비행을 기록하는 '징벌 전반 보고제도'를 요구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NYT는 미시건 주립대학의 저명한 흑인여성 경제학자인 쿡(Lisa D. Cook)의 발언도 인용했다. 그는 "특히 흑인 여성들의 의견이 무시되고 있다고 오랫동안 느껴왔으나 자기는 이를 무시했다"면서 "나는 끝까지 열심히 착하게 살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나를 믿어 줄 것"이라는 자신의 일관된 초심을 지켰다"고 말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NYT는 이 조사 결과는 괴롭힘과 차별이 그 직업에서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흑인 경제학자의 3분의 1은 괴롭힘이나 차별을 피하기 위해 특정 취직자리를 지원하거나 맡지 않았다고 절반에 가까운 여성들이 같은 이유로 회의나 학교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질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미시간 대학의 경제학자이자 A.E.A. 집행위원인 베일리(Martha Bailey)는 "자신이 그들 중 한 명"이라고 말하고 "그러한 생각이 내가 후회스러운 슬픈 일"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NYT는 "여성들은 그 조사결과가 어떤 면에서는 그리 놀랍지 않다고도 말했으나, 이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것을 확인시켜 주었으며 이 문제가 얼마나 만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치 있는 숫자"라고 꼬집었다.

출처 :

https://www.nytimes.com/2019/03/18/business/economy/women-economics-discriminatio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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