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인액터스(ENACTUS: Entrepreneurial. Action. Us.)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기업가 정신 실천 공동체입니다. 2004년 인액터스 코리아 출범 이후 현재 전국 약 30개 대학에 지부가 있으며, 5000여 명의 누적회원을 배출했습니다. 인액터스는 지도교수와 기업인들과 함께 경제 개념을 적용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실행합니다. 각 대학의 인액터스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이로운넷에서 확인하세요.

#국내 1호 청각장애인 택시기사 김성민 씨. 그는 올해 택시운전자격시험에 합격해 경주의 택시회사에 취직했다. 하지만 승객의 말이 잘 들리지 않아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필담으로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승객들이 회사에 민원을 여러번 넣기도 했다.

손님들과의 소통이 힘들었던 김성민씨에게 빛과 같은 존재가 돼준 학생들이 있다. 동국대 인액터스의 ‘고요한 택시’ 팀이다. 이들은 작년 말 기사와 승객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앱) ‘GOYOHAN’을 개발했다.

앱의 핵심은 말로 대화하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운전석 쪽과 승객석 쪽에는 ‘GOYOHAN’ 앱이 설치된 태블릿이 하나씩 놓여있다. 승객이 앱에 음성인식 또는 키보드를 이용해 목적지, 결제 방법, 요구 사항 등을 입력하면, 기사가 운전석 앞에 놓인 태블릿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택시에 부착된 '고요한' 앱

한국 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청각장애인들은 한 달 평균 100만원도 안되게 벌며 살아간다. 2017년 1분기 기준 청각장애인 취업률은 36.5%. 그 중 67.2%가 구두수선, 건설일용직 등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비율은 단 0.8%뿐이다. 이들은 대화로 하는 의사소통이 어려워 고객을 즉각 응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고요한 택시팀은 이렇게 청각장애인의 진로가 좁다는 문제점에 주목했다. 도로교통법상 경적소리와 사이렌 소리에 해당하는 55데시벨 이상을 들을 수 있다면 청각장애인도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청각장애인 택시기사’ 직업 활성화에 앞장섰다.

승객은 택시에 타기 전에는 운전자가 청각장애인인지 알 수 없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승객들이 승차를 거부하는 일은 없을까. 고요한 택시의 PM(Product Manager)을 겸하고 있는 동국대 인액터스 송민표 회장은 “오히려 태블릿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것저것 눌러보는 승객들이 더 많았다”고 답했다.

 

 

 

 

동국대학교 인액터스 송민표 회장은 고요한 택시 PM을 겸하고 있다.

고요한 택시팀은 앱 개발 뿐 아니라 직접 택시 회사, 관련 기관과 협력해 청각장애인들이 기사로 취직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6월에는 한국청각장애인협회,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와 ‘청각장애인의 택시운전원 양성과 고용연계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서울시 및 경기도에서 진행하는 장애인 택시운전기사 양성사업을 통해 희망자를 모집했다. 25명이 지원해 11명이 뽑혔고, 그 중 현재 4명이 운전자 면허를 취득한 상태다. 4명 중 2명은 택시운전사 교육까지 마친 상태라 택시 회사에 취업만 하면 된다. 송 회장은 “서울에서 곧 2~5호 청각장애인 택시기사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요한 택시팀은 ‘코액터스(COACTUS)’라는 법인명으로 2017년도 하반기부터 동국대 창업지원단이 지원하는 창업동아리로 선정돼 성장하고 있으며, 한국사회적진흥원이 주관하는 ‘2018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동국대와 중구청이 제공하는 ‘충무창업큐브’에 입주했다. 올해 안으로 청각장애인 택시기사 30명, 내년까지 100명을 배출해내는 게 목표다. 또한 앱에 번역기능을 탑재해 외국인 승객의 유입을 높일 계획을 갖고 있다.

송 회장은 “‘두손컴퍼니’처럼 고요한 택시 사업을 소셜벤처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말한다. 두손컴퍼니는 온라인 셀러들을 위한 이커머스 전문 물류대행서비스 ‘품고’와 크라우드펀딩 전문 배송서비스 ‘두윙’을 운영하는 회사로, 인액터스 프로젝트에서 소셜벤처로 성장한 대표 사례다.

 

 

 

 

인액터스 국내대회 동국대학교 발표 영상에서 국내 1호 청각장애인 택시기사 김성민 씨가 '고요한' 앱에 대해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고요한 택시팀이 이룬 일들은 지난달 2018 인액터스 전국대회에서 동국대가 우승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2009년 동국대 인액터스가 처음 만들어진 이후로 우승은 처음이다. 국내대회 1등을 한 덕에 올해 10월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인액터스 국제대회에 참가한다. 송 회장은 “우리가 협업을 제안했을 때 처음에는 ‘우린 그런거 못한다’던 택시 회사들도 고요한 택시가 주목받고 실제 운행되는 모습을 보고 점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며 성과를 실감했다.

동국대 인액터스는 고요한 택시 이외에도 못난이 과일로 잼을 만드는 사업을 통해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는 ‘루트,’ 발달 장애인들의 일거리를 찾는 ‘비에이블,’ 여성 노숙인들에게 소프트웨어 관련 일자리 창출하는 ‘코넷’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송 회장은 “이번 동국대의 우승이 반짝 우승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수 있도록 앞으로 다른 프로젝트들도 꾸준하게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박재하 이로운넷 에디터, 동국대학교 인액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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