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청년을 만났다. 그는 지적장애를 가졌다. 몸의 균형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자칫 넘어지기 일쑤다. 얼굴 어디쯤 몇 바늘 꿰매고 치료 받을 때마다 엄마는 청년에게 말한다. “조심히, 넘어지지 않게 잘 다녀야지” 현재로선 신신당부만이 최선이다.
혼자 여행가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다. 하지만 청년은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싶다. 새소리도 듣고 싶고, 바람 소리도 듣고 싶고, 강물 위를 차오르는 두루미도 보고 싶다. 그래서 청년은 자기만의 정원을 만들었다. 청년의 정원에는 사자, 독수리, 원숭이, 고래, 판다 등 다양한 친구들이 매일 찾아온다. 청년의 정원은 그가 작업하는 작업실 공간이다.
그런 청년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광주여성가족재단에서 청년의 작품을 전시하겠다는 것이다.
“너무나 반갑고 고마워요. 마음이 벅차 잠이 오질 않아요.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세상 사람들과 소통할 일이 없는데 그림을 통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좋아요. 그리고 저의 그림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설레요.” 이 청년은 바로 김성민(31) 화가다.
목포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누가 봐도 화가로서의 길을 고집하는 꿈 많은 청년이다. 그는 “이성 친구와 함께 있는 커플만 봐도 너무 부러워서 재빨리 눈을 돌려 버린다”며 그런 자신을 그림을 그리면서 위로한단다. 친구들과 놀고 싶고, 여자친구도 사귀고 싶은 보통의 정서를 가진 청년이다.
“친절한 마음을 가지고 다가가면 사람들이 피해요. 저를 이상하게 봐요. 그럴 때마다 화가 나고 속상해요.” 말도 어눌하고 발음도 좋지 않아 소통이 안 된다는 이유로 친구들은 점점 멀어져갔다.
그런 아들을 지켜보며 엄마는 말했다. “네가 참아야 된다”고.
“아이가 상처 받는 것이 싫고 주변에 피해주는 것이 싫어 자꾸 아이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해요. 그러면 안 되는데 장애 아이를 가진 엄마들은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 체념하듯 자기 탓으로 돌리지요. 계속 제지하는 말에 아이의 의지가 점점 꺾여가는 것이 보여 그럴 때마다 안타까움만 더해가요.”
마음을 다독거리는 것에 그림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 김성민 화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림을 그린다. 칠하고 그리기를 매번 반복하지만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그는 매일 아침 ‘무엇을 그릴까’를 고민한다.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다 보니 그가 주로 보게 되는 것은 SNS를 통한 사물들이다.
자유롭지 못한 자신과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한 사물이 화가에게는 '그냥 사물'이 아니다. 함께 정원을 누비는 친구들이다. 붓끝으로 자신의 온기를 불어 넣어 하나 둘 작품이 되었고 그 작품들은 ‘넓고 깊은 나의 정원’ 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탄생 되었다.
“처음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그림을 그렸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림이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일이 되었어요. 그림은 저의 고통이자 즐거움, 외로움, 심지어 저의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이 길을 쭉 가야겠다고 다짐해요.”
사람들을 만나 작품 이야기 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손을 먼저 내미는 것을 주저하지 않은 청년화가의 다짐이다.
장애인 복지정책 등으로 편견과 차별에 대한 인식이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생활 속 인식 변화나 개선에 있어서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요원하다. 따뜻한 시선과 관심이 아직 더 필요함을 청년을 화가로 성장케한 어머니의 말로 대신한다.
“공동의 과제로 깨우쳐야 하는데 사회인식 변화가 되어 있지 않으니까 자꾸 아이를 숨기려고만 한 것 같아요. 그리고 혼자 다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전시는 5월 10일까지 광주여성가족재단 제 4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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