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하면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여성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려니 하지만, 육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 여성 본인은 아쉬울 따름이다.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 제공하고 또 일을 해 돈을 버는 여성들이 있다. '찬찬히 방앗간'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건강한 참기름과 들기름을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씨드밀이다. 장명아 씨드밀 대표를 만나 창업 과정과 앞으로의 목표를 들었다.

(주)씨드밀의 장명아 대표/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씨드밀 장명아 대표./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Q. 씨드밀은 어떤 곳입니까?

▶씨드밀은 건강한 먹거리, 안전한 식단, 행복한 공동체를 꿈꾸는 아기 엄마들의 회사입니다. ‘찬찬히 방앗간’이라는 브랜드로 운영을 하고 있고요. 영유아 아이들을 양육하는 엄마들이 일과 육아를 둘 다 포기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하고자 만든 사회적기업입니다. 주요 사업으로는 참기름과 들기름, 우유에 타먹는 그래놀라 등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Q. 시작하게 된 계기는?

▶원래 제가 사회생활을 했었는데 아이들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6년 정도 경력단절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문화예술 관련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로 저녁 시간이나 주말에 일을 했었는데요. 아이들을 계속 키우면서 일을 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저뿐이 아니라 대부분의 여성들이 겪는 일입니다. 사회적 보육으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보내는 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인데, 보통 직장이 오전 9시~오후 6시까지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결국 일자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사회적 보육시간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보자 해서 시작했고, 2019년 10월 창업을 했습니다. 3명이 시작을 했는데요. 일단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가 가장 큰 관심이었고, 저의 부모님이 방앗간을 하셔서 기술적 도움을 받아 참기름과 들기름을 생산하게 됐습니다. 

(주)씨드밀의 들기름/사진=(주)씨드밀
㈜씨드밀의 들기름./사진=(주)씨드밀
(주)씨드밀의 참기름/사진=(주)씨드밀
㈜씨드밀의 참기름./사진=(주)씨드밀

Q. 제품의 차별성이 있나요?

▶사실 한식의 많은 부분에 참기름이 들어가지만, 대부분 수입산을 사용하거나 유통기한 등을 등한시하더라고요. 특히 중국산 등 원산지에 대해 많은 불신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 더 위험한 것은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이나 오랫동안 참기름을 보관하면 빛깔이 변하는 등 참기름이 산패됐을 때 위험성이 더 큽니다. 

그래서 저희는 발암물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조과정을 변경하고, 산패의 위험성을 덜기 위해 작은 병의 참기름을 국산 깨로 생산했습니다. 이와 함께 아이들이 잘 먹을 수 있게 과자처럼 먹을 수 있는 그래놀라를 친환경 원료를 사용해 만들었습니다.

Q.  창업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처음에는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가 사회적협동조합 살림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을 통해 창업하게 됐습니다. 창업 교육과 식품 유통 관련 컨설팅, 멘토링을 받고 시제품 생산비용까지 지원받아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가장 컸던 것은 주변에 저와 같이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에게 문의를 했을 때, 일과 아이 양육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었는데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를 하면 이런 문제점이 해결되더라고요. 이후 지인 2명과 함께 창업해 지금은 아이도 보고 돈도 버는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Q. 성과는 어떻습니까?

▶일단 저희 제품은 아이 엄마들을 주 소비대상으로 시작했어요. 입소문을 통해 상당히 반응이 좋았어요. 특히 명절 선물로 상당한 양이 판매됐고, 한번 드신 분들이 다시 찾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에 그렇게 시작하다가 지난해 코로나가 터지면서 타격을 받았는데요. 빠르게 온라인 판매로 전환해 지금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매출 역시 2020년 1분기 대비 4분기에는 6배 정도 성장한 거 같아요. 

주부 이지선씨가 친환경 약밥을 만들고 있다. /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주부 이지선씨가 친환경 약밥을 만들고 있다. /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Q. 사회적기업으로서 역할은?

▶가장 큰 것은 안전한 먹거리 생산에 대한 것입니다. 주부들을 위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러한 일자리가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경력단절이라는 게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코로나 시대에 이런 비대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경력단절 여성들이 재교육을 받고도 취업이나 창업을 하려고 해도 쉽지만은 않거든요. 이런 일자리들이 많이 늘어나 우리 사회에 경력단절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이 있다면?

▶저희가 최근 조금 큰 공간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돌봄 공백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사무공과 제조공간 이외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작은방을 하나 만들었어요. 올해도 혹시 돌봄 공백이 생기면, 엄마와 아이가 같이 와서 일도 하고 아이도 돌볼 수 있는 공간을 준비 했습니다.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또 하나는 저희가 처음 창업할 때 '만약에 회사가 성장하면 우리가 더 많이 가져가지 말고 우리 같은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하나 더 만들어 주자'고 약속했거든요. 이런 결과로 작년에 직원 한분을 고용해 6개월 동안 호남대에서 새로운 먹거리아이템 개발 교육을 받도록 했어요. 올해 이 직원 분의 브랜드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려고 준비 중이고요. 또 다른 직원분의 교육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제가 참깨와 들깨로 '찬찬히 방앗간'이라는 브랜드 상품을 개발해 판매 중인데요. 올해는 다른 직원들이 약밥과 누룽지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선보일 계획입니다. 제품이 잘 팔려 성장하면 그 비용으로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고, 새로운 직원은 교육을 통해 본인의 브랜드를 가질 수 있는 식품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작년에는 온라인 판매에 집중했는데요. 올해는 새로운 공간으로 이사를 와서 새로운 매장을 꾸밀 계획입니다. 저희 제품을 포함해 지역 내 비건 식품들을 모아 채식 위주로 '비건 마켓'을 만들려고 하는데,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좌로부터 이지선, 장한솔, 장명아 대표/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좌로부터 이지선, 장한솔, 장명아 대표/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우리사회에서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여성'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장명아 대표. 새로운 직원들을 뽑아 재교육과 함께 각자의 브랜드를 가질 수 있게 하는 모델은 어느 누가 봐도 존경할 만하다. 지속적으로 성장해 많은 주부들이 참여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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