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3~4세가 되면 어린이집을 보낸다. 마치 공교육인 초·중·고등학교를 보내 듯 교육기관에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영유아나 미취학 아동들에게 어린이집은 과연 어떤 곳인가? 아동에 대한 돌봄과 교육을 담당한 어린이집이 있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기도 한다.   

부모들이 조합을 만들어 직접 돌아가며 아이들 교육을 하며 어린이집 운영까지 맡아 좋은 결과를 보여준 공동육아체가 있다.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햇살가득 어린이집 - 광주어깨동무 공동육아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조합을 이끄는 배진수 이사장과 엄윤숙 원장을 만났다.   

어깨동무 사회적협동조합’ 배진수 대표와 ‘햇살가득 어린이집’ 엄윤숙 원장/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어깨동무 사회적협동조합’ 배진수 대표와 ‘햇살가득 어린이집’ 엄윤숙 원장./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Q. ‘햇살가득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광주어깨동무 공동육아 사회적협동조합 어떤 곳입니까?

▶어깨동무 공동육아 협동조합은 사회적협동조합입니다. 공동육아를 하다 보니 어린이집 운영 자체를 부모들이 전부 담당하고 있는데요. 기존의 시설이 있었던 게 아니라, 아이를 맡기는 부모님들이 직접 조합원이 되어 조직을 이루게 됩니다. 처음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이 가입하게 되면 보증금 형태의 출자금을 내고, 이후 어린이집 운영을 위한 회비 등을 납부합니다. 

또한 부모님들이 직접 면접을 보며 뽑은 보육교사를 제외하고 어린이집 원장님도 2~3년에 한 번씩 부모님들이 돌아가서 맡습니다. 매주 청소, 교육, 먹거리 등을 직접 부모님들이 돌아가면서 담당하게 되고요. 특히 재롱잔치 등 어린이집의 각종 행사 때도 회의를 통해 아이들의 부모님들의 각자의 임무를 맡아 투명하게 진행합니다.
 
Q. 어깨동무 협동조합이라는 공동육아체를 만든 계기는요?

▶2002년에 광산구 월곡동 한 주택에서 20인 미만으로 아이들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사회생활을 하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여성들이 다시 사회활동을 하려고 보니 그 당시만 해도 돈이 들어가지 않으면 아이를 맡길 만한 어린이집이 없었어요.

그래서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맡고 사회활동을 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작지만 아이들 돌봄의 집을 만들어 운영을 하게 된 것이 계기입니다. 이후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자고 결의했고, 2006년 도심에서 벗어난 광주 광산구 본량동에 현재의 어린이집을 마련했습니다. 

광주 광산구 본량동에 위치한 ‘햇살가득 어린이집’./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광주 광산구 본량동에 위치한 ‘햇살가득 어린이집’./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Q. 조합원 구성은 어떻게 됩니까?

▶처음에는 3명이 품앗이로 시작했습니다. 한명이 아이들을 맡으면 2명을 사회활동을 하고 하는 식으로요. 그리고 아이들 놀거리를 위해 도심에서 떨어진 광산구 본량동으로 옮기기 위해 뜻을 같이한 부모들과 출자금을 만들었습니다. 부족한 돈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고요.

그 당시만 해도 키우던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공동육아를 중단하기 너무 아쉬워서 아예 지속가능한 교육을 하자는데 뜻을 같이해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현재는 약 50 가족, 100여 분의 부모들께서 조합원으로 참여해 50여 명의 아이들이 저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좀 더 장기적인 계획으로 가기 위해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한 건 2015년도이고요. 공동육아를 통해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과 교육을 제공하는데 좀 더 지속가능하게 할 순 없을까 해서 알아보니, 전국적으로 150여 개의 공동육아체가 있는걸 알게 됐어요. 이후 저희와 뜻을 같이하는 공동육아체들, 즉 사회적협동조합들과 연대를 하기위해 조직을 만들어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좋은 사례도 배워가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햇살가득 어린이집 행사’ - 이곳의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늘 한 가족 같다./ 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햇살가득 어린이집 행사’ - 이곳의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늘 한 가족 같다./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Q.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하나요?

▶현재 어린이집 구성을 보면, 1명의 보육교사가 4세면 7~8명, 7세면 15~20명으로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가 정해준 범위라고 하는데요. 저희들은 그러면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보육교사를 좀 더 채용하고 부모들이 함께 운영하면서 1명의 교사가 4세면 3명 정도로 아이들을 돌봅니다. 현재 저희 보육원은 아이가 50여 명인데 교사는 운전, 요리를 포함해 12분이 계십니다. 

저희의 교육 기조는 일단 “잘 놀아야 된다. 잘 먹어야 된다. 잘 자야 된다”입니다. 아이들이 어떤 구속도 받지 않고, 긴장하지 않고, 자유롭게, 세상을 안정적으로 보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실 저희 어린이집은 등원을 하게 되면 무조건 나가 노는 게 일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이들이 자연을 만끽하고 즐겁게 노는 거지요. 3세부터 주변 자연환경에 부딪히며 무조건 나가 놀다보면 아이들은 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타 어린이집에서는 보지 못하는 여러 가지 자유를 느끼게 됩니다.  

또 하나는 저희 조합원이 되면 부모들은 무조건 상반기, 하반기에 한 번씩 부모님 교육을 받게 됩니다. 또 아이들의 기수별, 행사별 등 목적별 모임들이 많이 있어서 부모님들도 서로 연대를 쌓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졸업했지만 지금까지 모임을 이어가는 졸업생 부모님들도 있습니다. 

‘햇살가득 어린이집’ 아이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나가서 논다/ 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햇살가득 어린이집’ 아이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나가서 논다/ 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Q. 다른 어린이집과는 많이 다른 듯 한데요. 교육의 성과는 어떤가요?

▶저희 졸업생 첫 기수가 이번에 처음 수능을 봤습니다. 보통 어린이집은 졸업을 하면 끝나지만 저희 어린이집 졸업생들은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어린이집 행사에 참여하거나 자기 기수들끼리 모임을 갖더라고요. 저희가 직접 체감을 하는 부분은 이런 것들이고요.

부모님들이나 학교 선생님들의 말에 의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어른들에게 끌려 다니지 않고 자기 확신과 의지가 뚜렷하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의 미래와 하고 싶은 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거지요.

또 하나는 저희 어린이집에서 공부를 하지 않고 노는 교육만 했잖아요. 그런 다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교에서 배우는 교육에 대해 집중하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 있다고 합니다. 저희 어린이집을 거친 모든 부모님들은 이런 아이들에 모습에 만족하십니다. 

/ 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웃음꽃 가득한 ‘햇살가득 어린이집’ 아이들/ 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Q.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여기를 거쳐 간 아이들이 이제 중.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보통 3~4세 때 들어와 5년 정도 이곳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저희를 가족같이 생각해요. 학교생활을 하면서도 저희 어린이집에서 배운 공동체 의식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또, 학부모님들도 여기에서 아이들과 다른 학부모님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다른 사회생활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된다며, 어떤 일을 하더라도 개인의 일보다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이런 결과들이 새로 오는 아이들이나, 학부모님들에게도 지속가능하게 이뤄졌으며 하는 게 가장 큰 바람입니다. 

특히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던 아이들이나 학부모님들의 성장하는 생각들이 학교를 다닌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 실제 공교육에서도 많이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햇살가득 어린이집’ 아이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나가서 논다/ 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햇살가득 어린이집’ 아이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나가서 논다/ 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치열한 경쟁시대에 아이들에게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라”라는 교육 기조를 가진다는 자체가 너무나 신선하다. 이곳을 거쳐 간 많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됐을 때 이 곳 햇살가득 어린이집의 추억은 마치 고향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지속가능하게 계속 성장하길 기대하며, 이곳과 같은 더 많은 공동육아체들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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