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많은 장애인들이 있다. 이들 장애인들의 가장 큰 바램은 스스로의 자립이다. 자립을 하기위해서는 일을 해야 하고 또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법적으로 장애인들을 고용하는 제도를 마련했지만 취업을 한 이들은 대부분 경증 장애인이다. 

최근 정부는 중증장애인들에게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중증장애인 고용지원 제도를 강화했다. 이런 제도적 장치 마련 이전부터 중증장애인들을 고용해 사업을 펼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빵을 만들어 중증장애인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각종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는 ㈔틔움복지재단의 안병규 대표를 만나봤다.

㈔틔움복지재단 안병규 대표./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틔움복지재단 안병규 대표./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Q. 틔움복지재단은 어떤 곳인지?

▶원래 저는 제과점을 운영했던 사람입니다. 우연치 않게 장애인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또 직접 이분들과 일을 함께 해보기 위해 지난 2006년 처음으로 조그마하게 장애인 복지센터를 열었습니다.  

이때 중증장애인들에게 바람이 무엇인지 설문조사를 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분들은 뇌병변 1급 등 어떤 곳에도 취업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이들의 가장 큰 바람은 바로 자립이었습니다. 일자리를 갖고 싶다는 것이죠.

거의 대부분의 중증장애인들이 모두 다 같은 생각인 걸 파악하고, 본격적으로 그분들과 함께 빵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왔습니다. 현재는 중증장애인들과 함께 제과제빵 사업을 비롯해 세차사업을 하고 있고요. 화훼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Q. 처음부터 사회적기업이었나요? 시작은 어떻게? 

▶2006년부터 고용노동부에서 사회적기업을 시작했었는데요. 저를 비롯해 많은 분들이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관련된 공부도 하고 외국사례를 찾아보면서 장애인복지센터와 사회적기업을 접목시켜 봐야 되겠다는 목표를 가졌습니다. 

약 2년에 걸쳐 저희 복지센터에서 중증장애인들에게 제과제빵 교육을 실시했고, 10명의 중증장애인들에게 같이 사업을 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가게에서 빵을 만들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매장이 없으니까 구운 빵을 길거리에서 좌판에 두고 판매를 했었죠. 물론 수익은 무척 저조했습니다. 이때 고용노동부에서 사회적기업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신청했고, 선정된 후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이때 한 가지 중점을 둔 게 다른 곳과 차별화를 두기위해 우리밀을 사용하고, 식품첨가물을 쓰지 않는 친환경 재료로 좋은 먹거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빵을 만들었습니다.

빵을 만들고 있는 중증장애인 직원들./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빵을 만들고 있는 중증장애인 직원들./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Q. 사회적기업으로 시작하시면서 수익은 어떻습니까?

▶저희가 처음 중증장애인 10명과 직원 6명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첫 달 수입이 500만원이 채 되지 않았었습니다. 물론 판로가 없었기 때문인데요. 그때부터 장애인분들은 빵을 만들고 저와 몇몇 직원이 발로 뛰는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지역에서 열리는 박람회를 비롯해 유통업체를 찾아다녔죠. 결국 화순전남대병원에서 판매를 하게 됐고, 소문이 퍼지자 광주 학동 전남대병원 등 거래처가 늘면서 조금씩 판로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일을 하시는 중증장애인 분들이 48명, 직원이 14명 정도 되고 연 매출은 약 7억원 정도입니다. 사실 중증장애인분들은 생산성이 무척 낮습니다. 저희 기업에서 일하는 분들은 대부분 지적장애인으로, 혼자 일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중증장애인분들 3~4명에 직원이 1명 정도는 일을 거들어야 합니다. 결국 중증장애인을 관리하기 위해 또 다른 일반 직원을 써야하는 상황이 오고, 여기서 비장애인들의 일자리까지 창출하게 된 거죠. 

50여 분께 월급을 주고 각종 재료비 등을 계산해보면, 수익적 측면에서는 마이너스입니다. 사실 적자보는 달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증장애인들의 인권이라든지 복지 창출을 가치로 따져보면, 수익보다 훨씬 더 많은 성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중증장애인분들의 가장 큰 소망이던 자립을 이룰 수 있고, 이들이 자립함으로서 가족들도 훨씬 더 안정된 삶을 찾아나가고 있는 게 가장 큰 소득이죠.

(사)틔움복지재단 제품./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사)틔움복지재단 제품./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Q. 중증장애인과 함께 일하면서 느끼는 점은?

▶일단 여기서 근무하는 중증장애인들의 모습이 밝다는 점입니다. 물론 다른 복지재단도 그러하겠지만 현재 저와 함께 일하고 있는 48명의 중증장애인들은 항상 웃는 모습입니다. 

또 이들이 스스로 일을 하면서 중증장애인들의 가족들까지 정서적, 시간적 안정감을 찾고 있다는 점에 상당한 긍지를 갖고 있습니다. 비록 작은 돈이지만 이들에게 월급을 줄 수 있고, 또 더 많은 중증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찾게 해줄 수 있다는 가능성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가장 중요한 목표는 앞으로 중증장애인들의 일자리 200개를 만드는 것입니다. 양적으로만 늘리는 게 아니고 부족하지만 중증장애인들이 여기 와서 행복해질 수 있는 일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또 이들을 보살피는 비장애인 직원들도 60명 정도 필요할거고, 또 다른 일자리가 창출되죠. 여기까지 오기에도 저희들 힘만이 아니라 주위에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초창기 힘들 때 교육, 사업 개발비 등 각종 지원들을 비롯해 자원봉사자들의 봉사, 각 기관들의 공공사업 참여 등 너무나 많은 도움이 있었고, 또 그러한 바탕이 앞으로의 희망을 갖게 하는 거죠.  

또 하나는 저희 제품을 더욱 많은 곳에 알릴 수 있도록 새로운 브랜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원래 우리의 시작이 건강한 빵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비건' 제품을 몇 가지 개발하고 있는데요. 오프라인과 온라인 판매를 목표로 조만간 상표 등록도 할 예정입니다. 

(사)틔움복지재단 직원들./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사)틔움복지재단 직원들./사진=사회적협동조합 살림

마지막으로 안병규 대표는 틔움복지재단의 핵심 가치로 '배려'를 꼽았다. 일반적인 의미로 '단순히 남을 도와주는 배려'가 아닌 '상대방과 내가 같이 살아가기 위해 배려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장애인들이 가장 원하는 자립과도 연결되는 말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공생하기 위해 함께 일을 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 틔움복지재단은 이 의미를 깨닫고 더욱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