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금융 회사 ‘IFK임팩트금융’과 임팩트 분야 전문 액셀러레이터 ‘임팩트스퀘어’가 올해 합병을 추진한다. 임팩트 금융 분야 중간지원조직의 합병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 기관은 지난해 12월 24일 전략적 제휴를 위한 협약(MOU)을 체결했다.

가장 먼저 시도하는 것이 ‘리더십 교체’다. 이종수 IFK임팩트금융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임팩트스퀘어의 김민수 이사가 이 자리를 맡는다. 김 이사를 포함해 임팩트스퀘어의 도현명 대표와 윤남희 이사 등 3인이 IFK임팩트금융의 신규 이사로 선임된다. 이로써 IFK임팩트금융 이사 5명 중 과반이 임팩트스퀘어 구성원으로 채워진다.

합병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도현명 대표는 “인수합병을 하거나 임팩트스퀘어가 IFK임팩트금융의 지배주주가 되는 방식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시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구조를 차차 결정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성수동 포틴립에서 이종수 IFK임팩트금융 대표를 만났다./사진=서은수 인턴기자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성수동 포틴립에서 이종수 IFK임팩트금융 대표를 만났다./사진=서은수 인턴기자

양 기관은 이 변화가 임팩트금융 분야 ‘세대교체’라는 데 의미를 뒀다. 이종수 대표는 1954년생이다. 대표 자리를 이어받을 김민수 이사는 1986년생으로, 한 세대 차이가 난다. 이 대표는 사회연대은행, 한국사회투자 등을 설립하고,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금융소비자 서민금융분과 위원장으로 임팩트 금융 분야의 ‘대부’라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1979년 체이스맨해튼 은행(현 J.P.모건체이스앤드컴퍼니) 서울지점에서 금융 경력을 시작했다. 그는 대학 시절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서대문 교도소에 수감됐고, 전과 탓에 국내 기업 취업은 어려워 당시 신원조회를 하지 않던 외국계 기업에 입사한 것. 이후에는 외국에서 은행 지점이나 합작법인을 설립·운영하며 ‘잘 나가는 금융인’으로 생활했다.

그는 어떻게 제도권 금융계에서 임팩트 금융계로 넘어왔을까? 성수동 소셜벤처 대표주자와 합치며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해를 마무리하던 작년 12월 28일, 임팩트스퀘어가 운영하는 서울 성수동 포틴립에서 그를 만났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Q. ‘임팩트 금융’의 산 증인과도 같은 인물로 안다. 잘나가는 금융인이었는데, 임팩트 금융 분야를 처음 접한 일과 제도권을 벗어난 계기를 회고해달라.

1997년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을 때 일이다. 총리가 두 명이었는데, 심각한 내전으로 이어졌다. 현지에서 그 나라 국민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며, 감옥에 있을 때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살겠다’고 했던 결심을 떠올렸다. 그 길로 퇴사하고,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농촌 빈민을 위한 직업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1999년 귀국했다.

그쯤 알게 된 개념이 ‘마이크로크레딧(무담보소액대출)’이다. 본격적으로 연구하다가 직접 마이크로크레딧의 시초인 방글라데시에 3개월 머물며 그라민 은행도 방문했다. 우리나라에 접목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2002년, 사회연대은행을 설립했다. 그게 본격적인 시작이다. 당시 에이온코리아 사장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외국계 회사에서 임원이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두 가지 일을 용인해준 에이온코리아에 미안함과 고마움이 있다.

사회연대은행이 많이 어려워지면서 2010년에 에이온코리아를 퇴사했다. 연봉은 8분의 1로 줄었지만, 후회 없었다.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겸직을 견디기 힘들었다. 쉽게 말해 강남 살면서 빈민운동이나 노동운동 하는 느낌이랄까. 어정쩡한 모양새가 싫었고 때때로 결심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임팩트금융 길을 걸었다.

이종수 대표는 "지금처럼 공무원이 정하고 민간이 그 앞에 모이는 구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서은수 인턴기자
이종수 대표는 "지금처럼 공무원이 정하고 민간이 그 앞에 모이는 구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서은수 인턴기자

Q. 20년간 사회연대은행뿐 아니라 한국사회투자, IFK임팩트금융을 설립했다. 각각의 특징이 궁금하다.

각각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개인금융, 기업금융, 프로젝트 금융을 담당하는 조직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사회연대은행은 그라민 은행을 모델로, 저신용, 담보 부족 등으로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없는 취약계층에게 저리 자금 대출을 해주는 게 역할이다. 한국사회투자는 개인이 아닌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위해 만들었다. 지금까지 약 600억원 규모 기금과 비즈니스 컨설팅을 통해 180여개 사회혁신기업을 지원했다.

IFK임팩트금융은 개별 기업을 넘어 장기적인 임팩트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었다. 우리는 유한회사다. 민간재단, 증권사, 은행, 개인투자자 등이 주주로 있고, 최근에 ‘로컬메이트펀딩’을 추진했다. 우리의 첫 펀딩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울주군에서 숲을 가꿔 산림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백년숲’ 프로젝트를 논의 중이다.

Q. 정부 주도 임팩트 금융을 경계한다는 목소리를 여러 번 냈다. 작년 초 이로운넷에도 그런 내용의 기고를 썼는데.

그럴만한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한 해에 빌려주는 돈만 100억원을 돌파할 만큼 사회연대은행이 많이 성장했다. 사회연대은행을 보면서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을 하겠다는 민간 기관들도 하나둘씩 생겼다. 2005년쯤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현미 전 장관이 사회연대은행을 제도화하는 걸 권했다. 기금으론 4800억 정도 쌓인 휴면예금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휴면예금이란 저축 후 주인이 일정 기간 찾아가지 않는 예금을 말하는데, 상법상 5년 동안 찾아가지 않으면 은행들이 잡익으로 처리시키고 있더라. 2006년에 그라민 은행 창시자 무함마드 유누스 박사가 국내에 와서 함께 청와대에 초대받아 갔는데, 그때 힘을 받아 휴면예금을 활용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졌다.

문제는 정권이 바뀌면서부터다. 2009년에 미소금융재단이 만들어지면서 그 휴면예금을 가져갔다. 그리고 재단은 대기업과 금융회사들로부터 기부금을 더 받았다. 결국 사회연대은행이 미소금융재단 기금을 쓸 수는 없었다.

2006년 당시 (왼쪽부터) 사회연대은행 상임이사였던 이종수 대표,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 노무현 전 대통령, 정명기 신나는조합 이사장./사진=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2006년 당시 (왼쪽부터) 사회연대은행 상임이사였던 이종수 대표,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 노무현 전 대통령, 정명기 신나는조합 이사장./사진=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두 번째로 한국사회투자는 서울시에서 500억원을 위탁받아 운영했는데, 원래는 3000억원이었지만 조례를 만드는 과정에서 6분의 1로 깎인 거다. 이마저도 나중에 지방자치단체가 기금운용을 민간에 맡길 수 없게 법이 바뀌어서 고스란히 서울시로 다시 넘겨야 했다. 그게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이다.

이런 일을 겪다 보니 사회적 금융에 정부가 정말 많이 개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 그때 결심했다. “민간에서 재원을 모아 임팩트 프로젝트에 투자해야겠다.” 그 과정에서 이헌재 부총리를 만나 2017년, 금융계, 언론계, 복지계 등에서 11명으로 구성된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를 만든다. 위원회가 모체가 돼 그해 말 만든 게 바로 IFK임팩트금융이다.

IFK임팩트금융이 하려던 건 영국의 사회투자도매기금 빅소사이어티캐피털(Big Society Capital)같은 펀드를 위한 펀드(fund of funds) 역할이었다. 정부에도 제의했다. 그런데 2019년 한국사회가치연대기금 출범했고, 기능이 겹치더라. 그래서 우리는 방향을 좀 전환해 로컬 펀드와 중간기관 육성에 집중하고, 청년·고령화·환경·지방소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24일 MOU를 체결 중인 이종수 대표./사진=임팩트스퀘어
지난해 12월 24일 MOU를 체결 중인 이종수 대표./사진=임팩트스퀘어

Q. 대표직을 내려놓고 임팩트스퀘어와 합치려는 이유가 궁금하다.

작년부터 내려올 생각을 했고, 6학년 7반(67세)이니 이제는 때가 된 거다.(웃음) 젊은 사람들이 이끄는 게 맞다. IFK임팩트금융은 기부를 받는 조직이 아니라 펀딩을 하는 곳이다. 그러려면 더 젊은 사람이 리더십으로 있어야 재원도 많이 들어오고, 사업을 추진력 있게 전개할 수 있다.

다른 기관과도 접촉해보고 여의도에서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를 스카우트하는 방법도 생각해봤는데, 임팩트에 대한 철학이 없으면 안 되겠더라.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절절함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임팩트스퀘어에 제안해 이야기를 이어갔고, 작년 하반기에 빠르게 결정됐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와는 그가 대학생 때부터 인연이 있다. 당시 사회적기업 연구 동아리 활동을 하던 도 대표가 나를 강연자로 초청했다. 임팩트스퀘어 창업 초기였던 10년 전에는 김민수 이사와도 만났다. IFK임팩트금융의 금융 네트워크와 자본금, 임팩트 스퀘어의 진정성과 실행력이 시너지를 내리라 믿는다.

인터뷰 자리에는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가 함께했다. 도 대표는 "이전에 다른 대기업, 벤처기업에서 대여섯번 합병 요청을 해왔는데 모두 거절했다"며 "IFK임팩트금융과 뭉치게 된 건 임팩트를 향한 가치관이 맞아서"라고 설명했다./사진=서은수 인턴기자 
인터뷰 자리에는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가 함께했다. 도 대표는 "이전에 다른 대기업, 벤처기업에서 대여섯번 합병 요청을 해왔는데 모두 거절했다"며 "IFK임팩트금융과 뭉치게 된 건 임팩트를 향한 가치관이 맞아서"라고 설명했다./사진=서은수 인턴기자 

Q. 앞으로 개인적인 계획이 궁금하다.

나 때문에 투자한 사람들이 있다고 해 일단 이사 및 비상임 자문위원장으로 남는다. 당분간 임팩트금융추진위원회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임팩트금융 전문가 후배들을 양성하는 교육을 하고 싶다.

이종수 IFK임팩트금융 대표 약력

IFK임팩트금융 대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분과 부위원장
아시아필란트로피어워드(APA) 부위원장
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금융소비자 서민금융분과 위원장
전 한국사회투자 설립자 겸 이사장
전 사회연대은행 설립자 겸 대표상임이사
전 에이온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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