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바기 도서관 한 켠에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전시했다.
또바기 도서관 한 켠에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전시했다.

지인과도 만나지 못하는 이 지점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가능하기나 할까? 전염병 전파로 두려움이 커질수록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사람들은 문을 굳게 닫았지만 사실 공동주택에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등을 돌리거나 문을 굳게 닫기보다는 이웃에 대한 이해가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2020년이었다.

점점 커지는 주민과의 간격을 줄이고 주민들의 의견을 한곳에 모으고 해결하는 중심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는 또바기 도서관을 취재했다. 강동구 강일 리버파크 7단지 주민들은 5년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작은 도서관과 아파트 안 주민 공유공간 활성화를 목표로 삼고 ‘2020년 공동주택 같이살림'을 시작했다.

‘코로나’라는 재난 상황을 철저한 방역과 노력으로 이겨냈다. ‘또바기’는 순우리말로 ‘늘, 한결같이, 언제나’라는 뜻이다. 그 이름처럼 2020년 도서관은 풍성한 마을 아카데미를 구성해 주민들을 연결하는 제 몫을 해냈다.

또바기 도서관에서 진행한 독서 모임 진행자 과정의 한 모습.
또바기 도서관에서 진행한 독서 모임 진행자 과정의 한 모습.

도서관에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노래로 배우는 영어와 마술 교실뿐만 아니라 성인 대상 유화와 수채화 교실이 열렸다. 특히 마을 교사 발굴 육성하고 독서 모임 전문가를 양성하여 사회적 경제를 실천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서늘해진 바람이 쌀쌀하게 변할 때 주민들의 발길은 끊이질 않았다.

과제 등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80% 이상 출석률로 모두 수료하는 성과를 낳았다. 이어 어린이 독서 모임과 ‘글 청춘’이라는 시니어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등 여전히 온기가 스미는 공간으로 성행하고 있다.


여지은 주민대표를 통해 2020년 같이살림에 대해 들어봤다.

Q. 이번 아카데미 중에 가장 핵심인 독서 모임 진행자 과정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코로나19로 수업을 빈틈이 없게 진행하면서 성공의 요인이 되었지만 어려운 점도 동시에 있었습니다. 기존 잡혀있던 개인 일정들을 조정하여 시간을 내야 하는 점과 매주 두 번의 수업을 위해 필요한 독서 분량을 채워야 하는 부담이 있었어요. 또 독서 모임 진행자 과정이라 과제 중에 질문거리를 선정하고 정리된 질문지를 만들어야 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생각을 글로 구체화하면서도 양식과 상황에 맞는 질문을 만들어야 했기에 부담스러웠어요

독서 모임 진행자 과정에 참여 중인 주민들.
독서 모임 진행자 과정에 참여 중인 주민들.

Q. 특히 기억에 남는 수료자가 있나요?

▶책을 아끼고 독서를 좋아하고 싶어하는 이들이기에 모두가 기억에 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료자를 뽑는다는 것은 매우 어렵네요. 시작하고 마무리까지 모두가 즐겁게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결정하자면 저는 두 분을 뽑고 싶습니다. 이미주 님은 엘리 프랑스 자수 선생님입니다.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수업 참여로 강의 분위기에 활력을 북돋고 덕분에 미소가 흐르는 시간이었습니다. 같이살림 아카데미를 설명해드리자 “독서모임 하는 이들이 부러웠는데 드디어 저도 하게 되었네요.”라고 하셨을 때 저는 무릎을 탁하고 칠 정도로 반갑고 그 환대가 고마웠습니다. 독서 숙제를 가장 신나게 하셨고요.

또 한 분 이누이 님을 꼽겠습니다. 어린이집 등원으로 눈인사만 하는 사이였는데 모임 진행을 위해 연락이 닿아 흔쾌히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차분히 깔끔하게 정리된 질문지를 만들어 내시는 모습을 보면서 깊은 통찰력에 참 많이 놀랐어요. 낯선 이들과 만남 속에서도 성실하게 수업에 임해 주셔서 기억에 남습니다.

Q. 마을 교사 양성이라는 독서지도사 과정이 남긴 흔적은 무엇일까요?

▶독서모임 진행자 과정(총 10회)을 통해 7단지의 주민 이진희 님을 만났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어울림이 몹시 어렵다고 하신 이분은 독서 진행자 과정과 독서 동아리를 통해 새로운 이웃과 어울림을 위한 용기와 실행을 해주셨어요. 특히 또바기 도서관과 함께 조성된 주민 공유공간의 이용이 힐링이 된다고 하십니다. 도서관 일을 돕고 싶다고 틈틈이 시간을 내어 또바기를 찾아 주십니다. 내년에도 본인에게 정해진 시간에 틈을 내어 도서관에서 일하고 싶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카데미를 통해 같이살림의 동력도 같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총 10회의 독서 모임 진행자 과정을 통하여 마을 교사를 양성했다.
총 10회의 독서 모임 진행자 과정을 통하여 마을 교사를 양성했다.

Q. 마을 아카데미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마을 안에는 능력 있는 강사가 많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마을 강사를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7단지에 거주하는 강사님이 직접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사회적 경제실천에 한 발 더 앞서 나가서 더 의미가 있었습니다.

Q. 또바기 도서관의 변화는 어떤가요?

▶5년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작은 도서관과 아파트 내 주민공유공간 활성화에 2020년 목표를 두고 5월 중순 또바기 작은 도서관을 개관했습니다. 열악한 환경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던 중에 같이 살림 프로젝트를 통한 의제가 도서관 활성화로 결정되고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홍보와 참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준 주민들의 입소문으로 주민 유입이 많아지고, 공간은 활기차고 생기있는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공동주택 같이살림의 지원이 매우 큰 힘이 되었습니다.

코바늘 뜨개동아리와 독서 동아리를 통해 2021년 또바기 작은 도서관 운영위원을 모집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이곳을 아끼고 지속해서 이용하기 위한 아이디어나 자발적인 참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또바기는 한층 더 활기찬 곳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주민들의 참여로 또바기 도서관은 더욱 활기차게 변했다.
주민들의 참여로 또바기 도서관은 더욱 활기차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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