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가득한 미소팜(Farm) 농부들의 회의 속으로”

여러 노선이 있는 서울 청량리역에는 청량리 백화점이 있다. 많은 유동인구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이 입점해 있다. 100가지 물건을 판다는 백화점 바로 앞에 상추를 납품하는 농원이 있다. 2020 공동주택 같이살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전농신성미소지움아파트의 이야기이다. ‘미소팜(farm)’ 프로젝트를 통해 상추를 재배하고 있다.

전농신성미소지움아파트는 청량리 백화점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 단지다. 청량리역에서 나와 단지 한 바퀴를 돌면 입구가 나오는데, 입구 반대편으로 끝까지 들어가면 관리사무소와 경로당이 등장한다. 지난 10월 이곳에서 상추 키우기에 대한 회의가 열렸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옥상에 있는 상추 농원.

가장 먼저 오신 아파트 주민 김칠옥 씨. 뒤이어 아파트의 정태호 부녀회장과 관리사무소장이 들어왔다. 상추 재배 관련 전문가인 주식회사 도넛팜 김현피 대표와 사회적협동조합 되돌림의 강홍일 사무총장도 회의에 참석했다. 동대문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정성훈 사업부장과 김태림 매니저도 참석했다.

동대문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동대문구 내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경제조직의 설립과 경영활동을 지원하는 단체다. 2020 공동주택 같이살림 프로젝트 추진 체계에서 주민 참여 촉진과 기록, 행정 실무를 맡고 있다.

회의 날 상추의 상태를 확인 중인 사람들.

같이살림 프로젝트는 사회적경제로 주민의 일상을 바꾸는사업이다. 공동주택 단지 내 주민 수요 발굴 및 문제 해결을 통해 사회적경제 가치 확산을 목표로 진행된다. 전농신성미소지움아파트는 15개 자치구 30개 단지 중 하나다.

총 3번 중 10월 19일 3번째 회의가 열렸다. 주민들은 상추를 어떻게 키우는지 이미 숙지가 된 상황이었으나, 상추의 상품성에 대한 지적이 회의에서 나왔다. 

시중 상춧값이 너무 싸서 소규모 재배가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김칠옥 씨는 “전기세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커다란 것이 3~4천원밖에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씨가 주제를 던지자 사람들 간 논의가 자연스럽게 전개됐다. 팔기가 곤란하다는 견해가 있었지만, 상추가 맛있으니 품질을 높게 유지해서 팔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 상추의 품질을 높게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김현피 대표의 설명이 있었다. “비닐하우스에 LED를 설치해야 하고, 상추가 자랄 때마다 수확하여 빠르게 판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성훈 사업부장은그때그때 수확하는 것에 반대의견을 냈다. “판매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일괄수확”을 강조했다. 치열한 논의 끝에 상추가 변색되기 전에 수확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아직은 덜 자란 상추의 모습.

주민들은 상추를 따고 싶어도 제 때 못 땄다고 말했다. 과거 농사를 지어본 김칠옥 씨는 여러 팀이 함께 미소팜을 진행하다 보니 마음대로 상추를 따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고충을 몰랐다며 “눈치 보지 말고 수확하라”는 의견을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상추의 상품성을 높이는 방안, 상추의 수확 주기에 대한 현안이 경로당에서 논의됐다.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은 미소팜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각자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참석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들으며 수확 방법 등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또한 미처 몰랐던 상대의 입장을 확인하며 하나의 결론을 도출했다.

여러 팀이 함께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전농신성미소지움아파트의 미소팜 프로젝트도 많은 단체와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의견 차이는 필연적으로 생기지만, 지속적인 토론과 토의를 통해 스스로 생활 문제를 고쳐나가고 있다. 건강한 논쟁처럼 아파트에서는 건강한 상추가 자랐다.

많이 자란 상추의 모습.

“맛있는 요리 속, 부녀회원들의 노고 - 미소쿡(Cook)”

전농신성미소지움아파트에서는 ‘미소쿡(cook)’ 활동도 하고 있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지난 11월 28일, 다시 한번 전농신성미소지움아파트를 찾았다. 미소쿡은 아파트 부녀회원들이 그 날 음식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판매하는 활동이다.

미소쿡이 기획된 이유는 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높고, 독거 노인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파트로 바뀌기 전 단지가 연립주택이었을 때부터 살아오신 최길례 부녀회원은 이곳을 “달동네와 같다”라고 표현했다.

아파트와 함께 오랜 시간을 살아온 주민들이 혼자 밥을 해 드시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경로당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식사도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공동주택 내 생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소쿡'이라는 사회적경제 방식의 솔루션을 만들었다. 일주일에 하루라도 맛있는 요리를 판매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같이살림 프로젝트의 취지에 잘 부합한다.

아파트 경로당에서 매주 요리가 진행된다. 원래 금요일 오후 5시에 판매가 진행됐으나, 동절기를 맞아 토요일 11시로 변경됐다. 경로당에서 아침 식사 중이던 부녀회원들은 인사하러 들어온 기자를 보자마자 갓 만든 호박죽을 내놓았다. 김치와 함께 한 그릇, 밥에 소고기뭇국 한 그릇. 오늘의 메뉴를 미리 먹어보니 이번 주도 완판 조짐이 보인다.

오전 9시밖에 되지 않았지만 요리를 다 끝내 놓은 상태였다. 토요일은 고정이지만 11시 판매는 고정이 아니다. 오히려 부녀회원들은 아침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 5시에 일어나 준비를 시작한다. 정태호 부녀회장과 3인의 부녀회원은 이렇게 매주 100인분 가량의 음식을 만든다. 이날은 호박죽 40그릇과 얼큰 소고기뭇국 40그릇이다.

​9시 23분, 빠르게 식사를 마친 회원들이 소고기뭇국을 용기에 담기 시작했다. 용기 뚜껑에는 미소쿡의 로고 스티커가 붙어 있다. 건더기부터 담고, 그 뒤에 국물을 붓는다. 음식의 양이 일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 부녀회장은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

부녀회원들이 용기에 소고기뭇국을 담고 있다.
호박죽 용기 뚜껑에 미소쿡 스티커가 붙어있다.

이미 주문한 콩나물이 소고기뭇국에 어울리지 않아서, 길고 굵은 콩나물을 아침 시장에서 다시 사왔다. 이렇게 정성을 담은 요리가 관리사무소 앞 판매테이블 위에 차려질 동안 다른 회원은 빠르게 음식 통을 설거지한다.

오전 10시, 단지에 방송이 울려 퍼진다. “서울시와 동대문구청에서 지원하는 2020 같이살림 프로젝트의 맛있는 호박죽과 소고기뭇국을 지금부터 판매하오니, 입주민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이상 부녀회에서 알려드렸습니다.”

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오는 첫 번째 손님. 봉지에 호박죽 하나 6천원, 소고기뭇국 하나 8천원, 총 1만 4천원을 지불했다. 현금이나 계좌이체만 가능하다. 예약 손님도 있다. QR코드나 문자로 부녀회장에게 사전 연락한 주민들은 나머지 물량이 매진되더라도 음식을 가져갈 수 있다. 점원이 판매일지에 주민의 동과 호수를 적고 잔돈을 거슬러주면 결제 완료다.

미소쿡 판매일지.
미소쿡 판매일지.

힘들지만 판매할 때는 친절하다.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요리에 판매까지. 더군다나 오늘은 영하권 날씨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미소쿡 활동에 보람을 느낀다.  주민 최길례 씨는 “같이살림 프로젝트를 통해 주민들의 단합이 더 잘 됐다”고 말한다. 미소쿡이 아파트의 히트상품이 된 것처럼 말이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또 참여할 것이고, 부녀회 모두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날도 전체 물량의 80%가 40분 만에 팔렸다. 맛있는 요리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미소쿡은 매주 ‘대박’이다. 여러 활동을 통해 주민들의 삶이 나아졌기에, 미소지움 아파트의 같이살림 프로젝트도 대박이다. 그 뒤에는 부녀회원들의 노력과 정성이 있다. 호박죽보다 달달하고, 소고기뭇국보다 따뜻한 회원들의 인심. 미소지움 사람들을 위해 그들은, 매주 풍요로운 주말 아침을 연다.

부녀회원들이 관리사무소 앞에서 음식을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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